2026년 3월 5일(목)

영화 스크린 현장

[김지혜의 논픽션] 일본 소설, 충무로를 점령하다…왜?

작성 2012.03.29 11:04 조회 1,951

화차

[SBS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일본 소설의 충무로 상륙이 이어지고 있다.

노나미 아사의 '얼어붙은 송곳니'를 영화화한 '하울링'과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화차'까지 올해 상반기에만 2편의 일본 소설 원작의 영화가 개봉했다. 하반기에는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와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원작으로 한 '완전한 사랑'이 제작 및 개봉할 예정이다.

'파이란', '어깨너머의 연인', '검은집' 등 과거에도 일본 소설을 영화화한 한국 영화들은 있었다. 그러나 과거에는 소재 고갈의 돌파구 정도였다면 이제는 충무로 장르 영화의 금맥으로 각광 받고 있다.

일본 소설이 한국의 감독과 배우들을 사로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 치명적인 매력을 살펴봤다.

◆ 참신한 소재와 탄탄한 이야기

일본 소설이 충무로에서 각광받는 가장 큰 이유는 흥미로운 소재와 그 소재를 풀어나가는 탄탄한 이야기에 있다. 충무로의 고질적인 문제는 시나리오 작가 층이 얇다는 것. 현실이 이렇다 보니 창작 시나리오의 소재와 이야기도 다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일본 문학은 참신한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유명하다. 그러다보니 영화 제작자들이 일본 소설에 자연스레 눈을 돌리게 됐다. 영화 평론가 김시무 씨는 "일본 소설은 이야기와 구성 자체가 치밀하고 탄탄하다"면서 "재미난 이야기 거리가 많다보니 영화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들어 충무로가 영화화에 몰두한 일본 소설은 추리물 장르였다. 2009년의 '백야행' 부터 최근작 '하울링', '화차'에 이르기 까지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 명작을 영화화했다.     

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우리나라 문학은 추리물이 약한 반면 일본 문학은 추리 소설이 상당히 발달해있다. 소재가 신선한 것은 물론이고 플롯도 탄탄하다. 또 일본의 추리 문학이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 것은 촘촘한 플롯만큼이나 드라마도 강하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 사회· 문화적 유사성↑

일본뿐만 아니라 서구권으로 눈을 확대시켜 본다면 영화 소재가 될 뛰어난 문학들은 많다. 그럼에도 일본 문학이 유독 각광받는 이유는 일본은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한국 사회와 닮은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이야기 안에서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는 90년대 초 일본의 버블 경제 붕괴 후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변영주 감독은 우리나라 역시 IMF 전후 경제적 혼란을 겪으면서 몰락의 길로 치닫았던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포착해냈고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한 끝에 영화 '화차'를 만들어냈다. 

노나미 아사의 '얼어붙은 송곳니'는 '늑대개 살인사건'이라는 소재도 흥미로웠지만 남성 중심 사회에서 편견과 고정관념에 맞서 싸우는 여성을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사회적 분위기를 포착할 수 있다. 유하 감독은 도시의 소수자인 여성, 동물을 통해 그 어떤 세계에도 쉽게 편입하지 못하는 주변인에 관한 이야기로 완성했다.  

제작에 들어갈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역시 기성세대 아버지와 신세대 아들의 갈등과 이해를 통해 갈등과 웃음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라 우리나라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더없이 좋다.

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환경과 사회상이 완전히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유사성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문학이 현실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일본 문학은 사회 안의 인간을 매력적인 이야기로 풀어낸다. 충무로 제작사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이 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 원작 팬 흡수…화제성도 높아  

소설이 거느리고 있는 독자층을 영화로 옮겨올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다.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경우 개봉 전까지 기대치나 관심이 거의 없는 반면, 마니아층을 거느린 일본 소설을 영화화한 경우 제작부터 개봉까지 독자들의 관심의 끈이 이어지게 된다. 

더욱이 국내에서 영화화된 소설은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화차'를 쓴 미야베 미유키는 '미미 여사'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한국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다. 제작에 들어간 '완전한 사랑'(원작 '용의자 X의 헌신')의 히가시노 게이고와 '남쪽으로 튀어'의 오쿠다 히데오 역시 한국 독자들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일본 작가다.

일본 소설을 사랑하는 한국 독자들은 대단히 뜨거운 충성도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소설을 읽는데 그치지 않고 일본에서 제작된 드라마와 영화를 찾아 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때문에 이 작품들이 충무로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만으로도 영화의 화제성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같은 관심이 "좋아하는 소설이니 영화도 재밌을 것 같다"와 같은 기대심리든 "얼마나 잘 만드는지 보자"라는 불안의 시선이든 영화를 만드는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응원군을 등에 업고 시작하는 것과 같다.

성공의 관건은 각색에 있다. 방대한 장편 소설을 영화화 하는 과정에서 살려할 이야기와 버려야 할 이야기를 제대로 취사 선택해야 한다. 또 원작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은 선에서 한국적인 색깔을 덧입히는 과정도 필요하다. 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소설은 촘촘하고 광범위한 플롯과 심리묘사에 집중할 수 있지만 영화는 2시간 짜리 예술이다. 결국 원작을 얼마나 어떻게 줄이느냐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 '화차'와 '하울링'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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