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8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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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건발생 1980’ 허동원, 송새벽 따라 올라온 대학로…연기에 미쳐 10년

강경윤 기자 작성 2017.06.27 15:07 조회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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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동원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연기요, 10년이 흘러도 왜 이렇게 재밌죠?”

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연극 '사건발생 1980'은 실타래처럼 꼬여버린, 평범하고 소소한 가족사를 사실적으로 그린다. 허동원(37)은 춘구의 배다른 둘째 누나의 약혼자 지환 역을 맡았다. 그는 극 중 1980년생으로 설정된 춘구와 그의 가족과는 떼래야 뗄 수 없는 비극적 운명에 휘말리는 인물이다.

허동원은 7년 전에도 지환 역을 맡았다. 허동원 전 이 연극에서 지환 역을 맡은 건 영화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배우 송새벽이다. 허동원이 표현하는 지환은 송새벽의 그것과는 다른 것은 물론이며, 7년 전 허동원의 것과도 많이 달라져 있다. 좀 더 잔잔하고 감정적으로 냉정하다. 그래서인지, 연극 중반부 지환이 토해낸 감정의 폭발은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준다.

“많은 아픔과 상처를 지닌 지환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2017년 지환을 찾아가기 위한 치열한 과정이 있었죠. 7년 전의 저는, 그 상처를 표현하고 드러내려고 했었어요. '실제 제가 지환이라면 어땠을까. 그냥 가만히 있지 않을까.'란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래서 제가 연기하는 지환은 감정적으로 더 가라앉고 잔잔해졌어요.”

허동원은 배우인 동시에 '사건발생 1980'의 무대감독이다. 극단 '웃어'의 배우들이 스태프들부터 잔심부름까지 자기몫을 해낸다. 김진욱 연출과 더불어 창립멤버인 허동원도 마찬가지다. “무대를 제가 다 정리했다.”며 뿌듯해했다. 설명을 듣고 나니, 무심코 놓인 듯한 방 안의 찌그러진 밥상과 널브러진 초코과자들의 봉지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그에게 '사건발생 1980'은 매우 소중한 작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연극은 4년 전 꾸려진 극단 '웃어'가 연극 '섬마을 아이들', '가족입니다' 등에 이어 혜화동 1번지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허동원은 극단 '웃어'의 멤버들을 '대학로 외인구단' 같은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허동원

“대학로에서의 세월이 쌓이면서 사라지는 선배들을 보게 됐죠. 그래서 '우리가 한번 만들어보자'라고 의기투합해 만든 게 '웃어'였어요. 저희는 이쁘고, 어리고, 소위 공연에서 잘 팔리(?)는 배우들 보다, 예쁘지 않아도 어리지 않아도 대중적이지 않아도 정말 공연을 사랑하는 사람이 모이자라고 해서 모이게 된 거죠. 그래서 저희 배우들은 다 '연습벌레'예요. 배우들끼리 술 마시는 문화가 없고요. 공연 없을 때라도 꼭 객석에 앉고, 자리가 없으면 분장실에서라도 공연을 봐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다들 그렇게 해요.(웃음)”

'연습 벌레'라는 설명은 이해할 수 있지만 대학로 공연을 하며 '술'까지 멀리한다는 얘기는 어딘가 신기하다.

“저희 극단이 조금 특별한가요? 술로 못다 한 연기 얘기를 풀어내는 게 그동안의 대학로 문화였다면, 저희는 그렇게 하지 말자고 약속했어요. 선배라고 후배에게 잔소리하는 것도 맞지 않죠. 그 배역에 대해 가장 고민한 건 그 배우일 테니까요. 배우들끼리 맥주 한잔 정도 하더라도 '되도록 연기 얘기는 술자리에서 하지 말자'는 게 저희의 암묵적 약속이에요.”

허동원에게서 극단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하지만 그가 대학로로 오게 된 건 좀 뜻밖이다. 부산에서 공대생이었던 그가 무작정 대학로로 오게 된 건 배우 송새벽이 계기가 됐다. 대학로에 올라오긴 전 그는 대학교를 휴학하고 옷 장사를 하는, 연기와는 전혀 동떨어진 20대 초반이었다.

“부산에서 정말 친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의 군대 동기가 바로 (송)새벽형이었어요. 새벽형과 술자리를 하게 됐는데, 그때 처음 '저는 배우입니다'라고 소개하는 존재를 보게 된 거죠. 친한 친구가 새벽형을 따라 연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했고, 저도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무작정 대학로로 향하게 됐죠. 그렇게 새벽형의 집에 얹혀살며 연기인생이 시작됐어요.”

그렇게 시작된 연극 생활은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허동원은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요. 경제적으로 쪼들릴 때는 있죠. 그런데 그때는 꼭 쓸 만큼의 돈이 들어오고요. 아르바이트라도 들어왔어요. 오늘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왔어요.(웃음) 연기는 늘 재밌었지만 요즘 들어서 더 재밌는 것 같아요. '연기에 정답이 없다'는 걸 이해하고 나니까, 저만의 방법으로 연기를 찾아가는 과정이 더 즐거워졌어요.”

허동원

허동원은 마동석, 윤계상 등이 주연을 맡은 영화 '범죄도시' 촬영을 마쳤다. 연극을 거쳐 상업 영화로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한 것. 허동원은 이 영화가 꼭 성공하길 바라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범죄도시'는 강윤성 감독님께서 오디션을 통해서 저 같은 무명 배우를 뽑아주신 작품이에요. 무명배우가 큰 역할을 맡았다는 것, 그리고 오디션 대본을 영화에서도 할 수 있다는 것도 매우 신선하고 감사했어요. 영화도 하면서 연극 무대도 당연히 놓지 않을 거예요. 제가 긴 호흡으로 어떤 역할에 몰입하고, 긴장하게 하는 게 바로 연극 무대이기 때문이죠.”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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