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아시아 최고 영화제이자 세계 3대 국제영화제급 도약을 노리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서른한 번째 축제를 연다.
오늘(6일) 오후 6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 간의 영화 축제가 펼쳐진다. 개막식은 배우 김민하의 단독 사회로 열리며 영화제의 포문을 여는 개막작으로 김종관 감독의 신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 상영된다.
1996년 첫 닻을 올린 부산국제영화제는 30년 만에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와의 역사와 위상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변화와 도약의 가능성은 앞선 세 영화제보다 크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경쟁 영화제로 전환하는 파격적인 변화를 감행했다. 글로벌 경쟁력과 위상을 갖추기 위한 경쟁 영화제 전환에 대한 요구를 수용한 결정이었다.
그 결과, 지난 3월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의 'A-리스트(A-list) 영화제'로 공식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이 등급은 단순히 규모가 크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제의 전문성, 상영작의 질적 수준, 국제적인 영향력과 역사를 고려해 매긴다. 아시아 영화의 허브 역할을 하며 역량 있는 아시아 영화인을 발굴, 지원한 것에 대한 국제적 인정을 받은 것이다.
지난 5월에는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인 부산 어워드 대상 수상작에는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자격이 주어지게 됐다. 아카데미가 지정한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 영화제는 부산을 비롯하여 칸, 베니스, 베를린, 선댄스, 토론토로 총 6개 영화제뿐이다.
'A-리스트' 영화제로의 도약을 알린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다양한 영화들과 알찬 프로그램을 준비해 30주년이었던 지난해를 능가하는 상차림을 준비했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총 315편이 상영된다. 공식 초청작은 59개국 246편이다. 이 가운데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는 95편이다. 공식 초청작은 2019년 이후 최대 규모다.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계절이 바뀌는 동안 한 카페를 스쳐 가는 네 쌍의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를 경쾌하고 사랑스럽게 그린 작품. 김민하, 주종혁, 한선화, 장률, 심은경, 이희준, 전소영, 김동휘 등이 출연한다.
경쟁 부문인 부산 어워드에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이란,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에서 제작된 14편의 영화가 초청돼 동시대 아시아영화의 흐름과 새로운 영화 언어의 가능성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국 영화로는 임하연 감독의 '그날의 태주', 염규복 감독의 애니메이션 '긴긴밤', 김정훈 감독의 '면도'가 이름을 올렸다. 일본은 히로세 나나코 감독의 '비트윈 투 러버스', 가토 타쿠야 감독의 '일요일 다음날',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사토코는 언제나', 다나카 미키 감독의 '실버 익스프레스'까지 총 4편으로 최다 경쟁작을 배출했다. 중국은 천지원 감독의 '디센던트', 구유 감독의 '처음 만난 외로움'으로 두 편이다. 인도네시아는 에디 카효노의 '마이 마더'와 요셉 앙기 노엔 감독의 '바다에 새겨진 이름' 두 편이 초청돼 최근의 성장세를 느낄 수 있었다. 이밖에 우즈베키스탄 보티르 압두라흐마노프 감독의 '힐롤'. 대만 감독 리윈찬의 '평범하기 위하여'도 이름을 올렸다.
부산 어워드 심사위원장으로는 중국 5세대를 대표하는 거장 장이모우가 위촉됐다. '붉은 수수밭', '홍등', '인생' 등으로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거장의 시선으로 현재 아시아 영화의 흐름과 개성을 면밀히 심사할 예정이다.
부산국제영화제 핵심 프로그램인 갈라 프레젠테이션에는 총 6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의 신작이나 그해 가장 주목받는 화제작들을 엄선해 소개하고, 감독 및 주연 배우 등이 관객과 직접 만나는 영화제의 대표 섹션이다.
올해는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룩백'을 비롯해 프랑스 국민배우 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내일은 이름이 있다' 그리고 한국 연상호 감독의 신작 '실낙원'과 정주리 감독의 '도라'도 만날 수 있다. 이밖에 아시아 최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양자경의 신작 '우리 할머니는 큐브왕', 주디트 고드레슈 감독의 '그 소녀의 기억'이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 거장의 최신작을 선보이는 아이콘 섹션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36편이 상영된다.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인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을 필두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크리스티안 문쥬 감독의 '피오르',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다',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비터 크리스마스', 이탈리아 거장 난니 모레티 감독의 '오늘 밤, 사랑이 일어난다' 등을 국내 정식 개봉 전 먼저 만나볼 수 있다.
야외 상영회인 오픈 시네마 섹션에서는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화를 실사화한 신작 '룩백'을 포함한 7편을 상영한다. 화려한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중국 애니메이션 '손오공 라이즈'도 오픈 시네마에 만나볼 수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힘은 실은 프로그램으로 애니메이션 특별전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전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흥행 흐름을 반영해 일본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한 대형 특별전을 연다. 그동안 국내 극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걸작과 미래 신작을 포함해 장·단편 총 13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미드나잇 패션 섹션 내에 '올나잇 애니메이션'이 신설되어 관람 기회가 확대되었으며, 포럼 비프를 통해 아시아 애니메이션의 현재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액터스 하우스에는 류승룡, 주지훈, 신민아, 김고은, 김민하가 출격한다. 영화 '암살자(들)'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 이민호는 해당 영화의 논란 가열과 이로 인한 안전 문제를 이유로 액터스 하우스 참석을 취소됐다.
올해 영화제를 찾는 게스트 면모도 화려하다.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세계적인 거장을 만날 수 있다. '그래비티', '로마', '칠드런 오브 맨'으로 유명한 멕시코 거장 알폰소 쿠아론이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다. 지난해 멕시코 출신 또 다른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데 이어 또 한 번의 거물급 영화인이 부산을 찾아 영화제의 위상을 실감케 한다.
쿠아론 감독은 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부터 참석한다. 이후 '그래비티' 아이맥스 상영 후 스페셜 토크를 진행하며, 마스터 클래스에도 나선다.
이번 부산행에는 아들이자 역시 감독으로 활동 중인 호나스 쿠아론도 동행한다. 아버지의 역작 '그래비티' 각본을 함께 쓰기도 했던 호나스 쿠아론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신작 '가바초 챔피언'이 올해 영화제 월드 시네마에 초청돼 부산을 찾게 됐다.
또한 '은하철도 999 극장판', '메트로폴리스'를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린 타로가 마스터 클래스를 위해 부산을 찾으며,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는 양자경은 수상과 더불어 신작으로 관객과 만난다.
지난 9월 열린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활약한 미국의 배우 겸 감독 매기 질렌할은 연출 영화 '플래시 임팩트'와 함께 감독 자격으로 부산을 방문한다. 이밖에 이자벨 위페르, 마지드 마지디 감독, 라브 디아즈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허안화 감독, 차이밍량 감독 서기, 저우쉰, 판빙빙, 쿠로키 하루, 나가사와 마사미, 사와지리 에리카, 크리스틴 하킴 등이 부산 영화제를 찾는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선보이는 월드 프리미어는 전체 초청작의 1/3 수준인 95편이다. 그간 부산국제영화제는 베를린(1월 개최), 칸(5월 개최), 베니스(9월 개최)를 통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고 수상의 영예를 얻은 주요작들을 코리아 프리미어라는 명분으로 상영해 왔다. 한국에 정식 개봉 전 가장 먼저 선보인다는 의미는 있었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세계적 거장의 신작을 월드 프리미어로 소개하는 파워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월드 프리미어가 전제인 부산 어워드를 기반으로 전 세계 최초 상영작의 편수를 늘려가는 의미 있는 변화가 예상된다.
세계 3대 영화제급 성장을 위해서는 좋은 영화를 발굴해 초청하고, 우수한 영화인들을 관객과 만나게 하는 훌륭한 프로그램이 전제되어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인들을 위한 폐쇄적 형태의 칸과 달리 관객 참여형 영화제다.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은 누구라도 예매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예매할 수 있고 영화제 기간 감독과 배우가 참석하는 GV와 야외 무대 행사에 참여해 영화를 향한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올해 영화제 주요 영화들은 이미 매진 세례를 기록 중이다. 관객의 손은 늘 우리의 예상보다 늘 빠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부산 일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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