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18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조국에 해, 시민권 박탈 추진"…가자지구 작전 다룬 '나자', 베니스 수상 이후 탄압

작성 2026.09.18 11:25 수정 2026.09.18 11:27 조회 4
영화 나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 화제작은 영화제 후반부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나자'(NAZA)다.

'나자'는 이스라엘군과 정보기관 출신 내부 고발자 24명의 증언을 토대로 가자지구 군사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을 다룬 작품이다. 이스라엘 국적 언론인 레이철 쇼르·유발 아브라함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영화의 제목은 '부수적 피해'를 뜻하는 히브리어 '네제크 아가비'의 약어로,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공습으로 숨질 것으로 예상되는 민간인 수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표현에서 따왔다.

이 작품은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과 함께 가장 큰 호평을 받으며 황금사자상 유력 후보로 꼽혔다. 공식 상영 후 기립 박수는 역대 최장인 25분간 이어졌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열린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이 작품은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황금사자상은 '마리가 뭐 어때서', 심사위원 대상은 '가능한 사랑'이 받았다.

'나자'의 수상 직후 이스라엘에서 심상찮은 징후들이 포착됐다. 미키 조하르 이스라엘 문화체육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엑스(X)에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비열한 영화 '나자'가 수상한 것은 충격적"이라며 "전 세계 반유대주의자들의 박수를 받기 위해 조국에 해를 끼치려는 제작진의 자학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국가에 대한 반역"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화 담당 장관으로서 국가에 대한 반역을 저지른 비열한 제작진의 이스라엘 국적 박탈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AFP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는 반역이나 테러 행위에 가담한 국민의 국적을 박탈할 수 있다. 내무장관이 국적 취소를 요청하고 법무장관이 이를 승인하면 법원이 최종적으로 박탈 여부를 확정한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도 '나자' 제작진을 향해 "이스라엘 국민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존재들"이라고 비난하며 "당신들은 이스라엘 민족의 수치이자 불명예다. 떠나라. 가자에 있는 너희의 친구들이자 우리의 적 하마스가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나섰다. 16일(현지시간) 영상 성명을 통해 해외에서 이스라엘군을 비난하는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2가지 강력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첫 번째 법안은 이들의 시민권을 박탈할 수 있는 선택지를 도입하는 내용이고, 두 번째 법안은 유죄 판결 시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을 20배까지 상향하는 내용이다. 이를 현재 물가로 단순 적용하면 한화 약 15억 원대다.

네타냐후 총리는 야당인 민주당의 야이르 골란 대표, 이파트 토메르-예루살미 전 이스라엘군 수석 법무관, 영화 나자 제작진을 명시적으로 처벌 대상으로 거론했다. 그는 "이들이 있을 곳은 이스라엘이 아니다"라며 모든 시온주의 정당들이 이 법안에 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중 영화를 직접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자'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전 세계 최초 공개)로만 공개됐을 뿐 아직 정식 개봉하지 않은 작품이다. 영화를 보지도 않고 자국에 수상의 영예를 안긴 영화인들에게 맹비난과 탄압을 가하는 이스라엘 정치인들의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뜨거운 호평 속에 수상까지 한 '나자'가 지난해 '힌드의 목소리'와 마찬가지로 내년 3월 열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예측했다.

두 감독은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강제 추방하는 과정을 기록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합작 영화 '노 어더 랜드'를 공동 연출해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바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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