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5일(화)

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워페어', 전쟁은 지옥이다

작성 2026.08.24 17:08 조회 8
워페어 스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는 여성들이 에어로빅을 추는 모습을 담은 뮤직 비디오 영상으로 시작된다. 이어 카메라는 뮤비에 빠져들듯 응시하는 군인들의 신명 나는 모습을 비춘다.

미국과 이라크 전쟁이 한창인 2006년. 조국을 위해 전쟁에 뛰어든 군인들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들은 선택된 사람들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영화는 짧은 여유의 달콤함을 먼저 제시하며 뒤이을 긴 지옥도의 끔찍함을 부각한다.

카메라는 전환돼 라마디 작전에 나선 미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씰(Navy SEAL) '알파 원' 소대의 뒤를 쫓는다. 바그다드 인근의 라마디는 도시 통제권을 둘러싸고 미군과 이라크 반군이 대치하는 곳이었다.

워페어 스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알파 원' 소대는 적진 한복판의 2층 주택(OP1)을 점령해 아군의 이동을 돕고자 한다. 그러나 적의 집중공격을 당하면서 엘리엇과 샘이 치명상을 입는다. 소대의 목표는 중상을 입은 두 동료를 구출해 기지로 귀환하는 것으로 바뀐다.

인물의 동선은 민가에서 시작해 민가를 빠져나가는 것으로 완성된다. 러닝타임은 95분. 영화의 물리적 시간을 소대원들이 이 난장을 견디고 헤쳐나가기까지의 시간과 동일 선상에 놓았다. 소재로 삼은 이 작전은 실제로 단 몇 시간 동안 일어난 사건이었다. 그러나 생과 사를 넘나드는 전쟁터에서 몇 시간은 억겁의 시간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생각날 수도 있다. 그러나 '워페어'에는 대규모 전투신도, 거창한 영웅담도 없다. 규모를 내세운 볼거리가 아닌 사실적인 묘사에 충실한 참상극이다. 마치 당시 민가의 안팎에 현미경을 설치해 관찰한 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디테일을 부각했다.

이 영화에는 음악도 나오지 않는다. 음악 대신 전쟁의 소리만으로 영화를 채운다. 적군과 아군의 총격전, 전투기의 위력 비행이 내는 굉음, 여기에 피를 흘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엘리엇과 모르핀을 놔달라고 호소하는 샘의 절규가 러닝타임 내내 관객을 괴롭게 한다.

워페어 스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엑스 마키나', '시빌워:분열의 시대'를 만든 알렉스 가랜드 감독은 실제 이라크 라마디 전투를 치른 전직 네이비 씰 소속 레이 멘도사와 손잡고 그 긴박했던 현장을 재현했다. 멘도사의 생생한 기억과 참전 전우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완성된 각본은 극사실주의 연출과 만나 영화로 재탄생했다.

'워페어'의 연출 방식은 그동안 전쟁 영화를 스펙터클로 소비했던 관객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민가의 내외부에서 벌어진 전투로 인해 두 명의 군인은 다리를 잃었고, 목소리를 잃었다. 그곳에 살고 있던 민간인 가족들은 한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렸을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이들은 내내 공포에 떨며 숨죽이다 집을 쑥대밭을 만들어놓고 떠나는 소대원들을 향해 "왜! 왜!!"라고 소리친다.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워페어 스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알렉스 가랜드와 레이 멘도사 감독의 시선은 '알파 원' 소대에만 향해 있다. 이라크 반군은 외부의 적, 보이지 않은 공격으로만 그려진다. 그렇다고 해서 알파 원 소대원의 개별 사연이나 각각의 캐릭터를 부각하지도 않는다. 미국 전쟁 영화 특유의 애국주의도 없다.

두 감독은 '전쟁'의 참상을 관객에게 시, 청각으로 느끼게 하겠다는 목표에 온전히 집중한다. 누군가는 메시지가 없다고,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모호하다는 지적을 할 수도 있다. '무엇을 위해 싸웠는가', '무엇을 남긴 전쟁인가'와 같은 공허한 질문 끝에 나온 답은 '전쟁은 지옥'이라는 것뿐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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