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세계 3대 국제영화제인 칸영화제 그랑프리는 황금종려상(Palme d'Or')이다. 이 영화제에는 작품에 수여하는 황금종려상이 아닌 강아지에게 수여하는 황금종려상이 따로 있다. 팜도그상(Palm Dog Award)이다.
올해 팜도그상은 감독주간에 초청된 영화 '라 페라'(LA PERRA)에서 활약한 셰퍼드 유리(Yuri)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오디세이'가 올해 칸영화제에 출품했다면 유리는 수상의 영예를 차지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디세이'는 오디세우스의 험난한 퇴근길을 다룬 모험과 복수의 서사시다. 그리스 신화와 호메로스의 상상력을 결합한 이 이야기에 관객은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감정적으로 변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오디세우스와 그의 반려견 아르고스의 재회와 이별 장면이다.
놀란 감독은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오디세이'를 "궁극의 강아지 영화"라고 표현했다. 강아지를 키우게 된 경험이 오디세우스와 아르고스의 감정신을 연출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놀란 감독은 몇 해전 자식들의 대학 진학 시기와 맞물려 강아지를 키우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인생이 바뀌었다"고 삶에 찾아온 변화를 언급했다.
놀란은 "강아지 보호자가 된 뒤에 '궁극의 강아지 영화'를 연출하게 된 것은 분명 이전보다 훨씬 더 잘 준비된 상태가 됐다"라고 전했다. '오디세이'의 초기 가제는 놀란 감독이 키우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강아지 이름을 딴 '찰리 이야기'기도 했다.
아르고스는 호메로스의 원전에도 등장하는 강아지다. 오디세우스는 아르고스가 갓난 강아지였을 무렵 트로이 전쟁길에 올랐고 20년 후에나 이타카에 돌아온다.
강아지 나이 20살은 인간의 나이로 치면 100살 이상이다. 오디세우스는 변장을 하고 이타카에 돌아오지만 아르고스는 주인의 체취를 단번에 알아본다. 생사를 넘나들던 노견 아르고스는 오디세우스를 알아보고 있는 힘을 다해 꼬리를 흔든 뒤 세상을 떠난다. 이때 관객들은 오디세우스와 함께 오열한다.
아르고스를 연기한 강아지는 포르투칼 품종인 포덴고 '소이어'(Sawyer)다. 원작 속 아르고스보다는 어리지만 그 역시 15살의 노견이다. '오디세이'에서는 20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에 맞춰 총 세 마리의 강아지가 아르고스를 연기했다. 소이어는 그중 관객의 심금을 울렸던 오르세우스의 이타카 귀환 장면에서 열연했다.
죽음을 앞두고도 주인을 알아보고 힘껏 꼬리를 흔든 뒤 눈을 감는 소이어의 연기는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이 장면은 단순히 변장한 오디세우스를 가장 먼저 알아본 이가 아르고스였다는 것을 넘어 텔레마코스가 자신의 아버지를 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톰 홀랜드는 현장에서 소이어의 빼어난 연기에 질투를 느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오디세이'는 불멸의 삶을 거부하고 필사의 삶으로 돌아가려는 사람과 그런 오디세우스를 자신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르고스는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 모자(母子)만큼이나 오디세우스를 그리워했고, 한결같이 기다렸다.
인간과 강아지의 종(種)과 언어(言)를 뛰어넘은 교감, 이는 누구나 아는 감정이라 대사 한 마디 없이도 관객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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