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TMI 1탄을 공개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는 박스오피스 1위 행진을 이어가며 올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다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띄어쓰기 없는 제목의 의미
첫 번째 TMI는 제목에 숨겨진 비하인드다. 띄어쓰기 없이 표기된 '어쩔수가없다'라는 영화명은 개봉 전부터 관객들 사이에서 다양한 해석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박찬욱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은 '어쩔 수가 없다'를 하나의 단어나 감탄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 어쩔수가없다' 이렇게 한달음에 발음해 버리곤 한다.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지금의 표기를 선택했다."고 제목의 비하인드를 전했다.
여기에 '어쩔수가없다' 외에도 '모가지'와 '가을에 할 일'이라는 또 다른 제목 후보들을 밝혀 이목을 집중시킨다. 박찬욱 감독이 "해고당할 때 '너 모가지야'라고 말한다는 점에서 '모가지'가 후보 중 하나였다.", "또다시 정리해고 바람이 불어올 가을이 오기 전에 재취업에 성공해야 한다는 의미와, 가을의 아름다운 풍경에서 헐벗고 휑한 풍경으로 돌변하는 시기를 다룰 예정이었어서, 역설적으로 '가을에 할 일'이라고 지으려고도 했다."고 전해 영화 제목을 향한 흥미를 더한다.

◆ 만수는 왜 부동산 가치가 낮은 곳에 집을 샀나
두 번째 TMI는 '만수'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집이다. 자수성가한 '만수'가 어렵게 손에 넣은 정원이 딸린 2층 주택은 '만수'가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되는 곳으로, 작품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수'의 집은 과거 돼지 농장 부지로 쓰였던 탓에 개발에서 소외된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산 밑에 지어져 주변에 제대로 된 편의 시설이나 이웃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부동산 가치가 낮고 중심가로부터 떨어진 외딴집에 '만수'가 애착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밥 먹듯이 이사를 다니던 어린 시절 정을 붙이고 살았던 집이자, 자신의 힘으로 마련해 직접 보수 공사까지 마친 공간이기 때문이다. 돌연한 해고 이후 생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집만큼은 끝까지 지켜내려는 '만수'의 처절한 고집은 관객들의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 '헤어질 결심'이 시라면 '어쩔수가없다'는 산문
마지막 TMI는 '만수'를 통해 드러내고자 한 가부장제의 민낯이다. 영화는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는 '만수'를 동정하지 않고, 건조한 시선으로 그를 관찰하며 그가 붙잡고 있는 전통적인 남성성을 향한 질문을 던진다.
이와 관련해 박찬욱 감독은 "'만수'는 굉장히 고지식한 남자다. 전통적인 가부장제에서 만들어진 남성성이라는 환상과 '가장은 이래야 한다'라는 강한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한계가 뚜렷한 사람.", "그런 남성성을 어떻게든 유지하고, 환상을 끝까지 붙들고 있는 애처로운 존재로서의 면을 파고들려고 했다."고 전했다.
또한 김우형 촬영감독은 "'만수'의 경쟁자들은 어딘지 모르게 '만수'와 동일시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은 캐릭터다."라는 박찬욱 감독의 설명에서 촬영 방식에 대한 힌트를 많이 얻었다고 밝히며, "혼자 방 안에 있는 사람을 찍을 때 그것이 과연 누구의 시점인지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영화가 갖는 매력 중 하나."라며 관객을 중립적인 입장에 위치시키는 특별한 촬영 비하인드를 전했다.
극단적인 선택지에 직면하는 '만수'에 대해 동정이나 응원이 아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촬영 방식은 관객들이 이야기를 더욱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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