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 손예진이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이야기가 위기의 영화계를 떠올리게 했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어쩔수가없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찬욱 감독은 제지업계의 위기와 변화를 다룬 영화의 소재가 현재의 영화계를 떠올리게 한다는 기자의 말에 "관객 분들이야 이 영화를 보면서 영화인들의 삶을 떠올리겠냐. 각자 자기의 삶, 직업이 먼저 떠올리실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다만 제가 원작 소설('The AX)을 읽으면서 쉽게 감정을 이입을 한 건, 보통 종이 만드는 일을 그렇게 엄청나게 중요하고 대단한 일로 생각하지 않는데 주인공들은 자기 인생 자체라고 말한다. 영화를 만드는 저로서는, 영화라는 것도 삶에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그저 두 시간짜리 오락거리라고 생각한다. 저희도 그들처럼 이런 일에 인생 통째를 걸고 일한다. 그래서 쉽게 원작에 더 동화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저는 제지업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 인물에 대해 아는 것 같았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영화계가 어렵고, 우리나라는 좀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그러나 영영 이 상태에 머물 것 같진 않다. 우리 영화가 이 늪에서 빠져나오는데 조금이라도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진솔한 속내를 드러냈다.

영화에서 위기의 가장 만수로 분한 이병헌은 "베니스, 토론토영화제에서도 영화에서는 제지업이지만 영화업계도 이런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물론 영화계도 어려움이 있지만, 더 큰 어려움은 극장이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극장이 어떻게 위기를 타개하고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지 모든 영화인들이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은 저희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AI에 대한 문제제기도 영화에서 하고 있다. (AI의 등장과 발전이) 영화인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 속 인물들에) 공통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직장을 잃은 만수의 아내 미리로 분한 손예진은 "이번 영화가 7년 만이다. 저 역시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자주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다. 영화계의 현실이 너무 안 좋아져서 7년 만에 영화를 촬영한 것만으로도 제게는 의미가 있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찬욱 감독님 같은 분들이 영화를 더 많이 만들어주시길 바란다. 업계가 더 좋아질 수 있도록 저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 = 백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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