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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침묵', 정지우의 품격과 최민식의 내공

작성 2017.11.03 16:52 수정 2017.11.03 19:38 조회 932
침묵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치정 멜로의 한 획을 그은 '해피엔드'(1999)의 콤비 정지우 감독과 최민식이 18년 만에 재회했다. 감독의 연출은 무르익었고, 배우 연기는 한층 깊어졌다. 쌀쌀한 가을 날씨에 어울리는 한 남자의 처연한 가족 드라마 '침묵'이다.

부와 권력을 가진 남자 임태산(최민식)에게 악혼녀이자 유명 가수인 유나(이하늬)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용의자로는 딸 미라(이수경)가 지목된다.

임태산은 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신참 변호사 최희정(박신혜)을 선임해 유능한 검사 동성식(박해준)과 맞선다. 미라는 당일의 기억이 없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사건 장소의 CCTV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김동명(류준열)이 나타난다.

침묵

영화 '침묵'은 2013년 개봉한 홍콩 영화 '침묵의 목격자'(감독 비행)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원작이 가진 흥미로운 이야기는 정지우 감독의 품격, 최민식의 내공을 더한 심연(深淵)의 드라마로 재탄생됐다.

원작이 사건 중심이라면, 리메이크는 정서 중심이다. '침묵'은 최민식이라는 거대한 산을 중심으로 풍성한 감정의 곁가지를 뻗친다. '침묵의 목격자'에서 주인공의 감정을 추동하는 것이 진한 부성애였다면, '침묵'은 부성애뿐만 아니라 남녀 간의 연정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이 영화는 인물의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살인 사건이 발생했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한다. 살인이라는 반인륜 범죄에 있어 이유 있는 행위는 없고, 용서 가능한 거짓말도 없다. 무엇보다 진실을 덮는 침묵과 방조가 다른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리는 것을 드라마로 포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르가 최민식"이라는 감독의 말이 과장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전, 후반부가 확연하게 달라지는 영화에서 연기로서 보는 이를 설득해내는 역량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침묵

감독의 품격있는 연출도 큰 몫을 차지한다. 1999년 영화 '해피엔드'로 데뷔해 '사랑니', '은교' 등의 작품을 통해 인간 내면의 감정을 깊이 있게 다뤄온 정지우 감독은 필모그래피에서 조금은 특별했던 '4등'을 지나 다시 자신의 장기를 펼쳤다. 자칫 전형적인 플롯과 자극적인 연출로 그칠 수 있었던 영화지만, 감독은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이는 연출로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원작과 비교해봐도 리메이크작이 좀 더 우수하게 느껴진다. '침묵의 목격자'가 빛나는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거칠고 성긴 전개를 보였다면, '침묵'은 적어도 감정의 결이 섬세하게 살아있는 드라마를 만들었다. 원작이 리메이크보다 나은 것은 아이디어 그 자체와 플래시백으로 극대화한 속도감이다.

물론 '침묵'에도 아쉬움은 있다. 사건의 발단과 전개, 전말과 반전이 드러나기까지 약 1시간 30여 분이 소요된다. 굵직굵직한 증인과 증거가 몇 차례 등장하며 영화는 전복의 쾌감을 선사하는데 반복되다 보니 루즈해지는 감도 없잖다. 반전 이후의 절절한 드라마는 최민식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 보는 맛이 상당하지만 다소 길게 느껴진다.

침묵

범죄 사건을 중심으로 한 법정극은 자연스레 범인을 예측하고 보기 마련이다. 이 영화 역시 보는 이들 다수가 자신만의 추리를 하고, 특정 인물을 쫓아갈 테지만 '범인 찾기'가 영화의 핵심도 아니고, 매력도 아니다. 예상 가능한 추리의 끝에 사실의 허망함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진실 아래 놓인 한 인간의 심연을 만날 수 있는 영화다.

그 중심에는 최민식의 내공 있는 연기가 있다. 뿐만 아니라 섹시한 이미지 너머로 깊이를 보여준 이하늬의 연기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매력적인 똘끼를 발휘하는 신예 이수경도 돋보인다. 또한 영화 '4등'에 이어 다시 한번 정지우 감독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박해준과 적은 분량에도 영화의 활기를 더한 류준열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상영시간 125분,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11월 2일.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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