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30일(목)

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할리우드 거물의 추악한 민낯 '용서는 없다'

작성 2017.10.10 15:13 조회 442
펄프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하비 웨인스타인은 '할리우드의 가위손'으로 유명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아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 주성치의 '소림축구' 등의 작품에 편집권을 침해해 팬들의 반발을 샀다. 하야오는 그에게 과도한 편집을 하지 말아 달라는 뜻으로 '사무라이 칼'을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설국열차' 영미 배급권을 행사하며 한국 영화와도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봉준호 감독은 웨인스타인에 대해 "'설국열차'를 본 뒤 그가 나에게 "당신은 정말 천재야. 근데 우리 여기서 한 20분만 자르자"고 말해 간담이 서늘했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이 말은 농담에 그치지 않았다. 웨인스타인은 실제로 상영시간의 20분을 잘라낸 버전의 개봉을 추진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자기 뜻을 굽히지 않았고 '설국열차'는 R등급으로 미국에서 제한 개봉했다.

유명 감독의 작품도 스스럼없이 가위질을 해대던 할리우드 거물이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잘리는 수모를 당했다. 이 수모는 자처한 것이다. 그것도 더러운 성추행 스캔들로 말이다.

오스카

◆ 할리우드 권력자, 트로피 콜렉터

하비 웨인스타인은 할리우드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탁월한 안목과 기획력, 그리고 마케팅 달인의 면모를 발휘하며 동생 밥 웨인스타인과 설립한 인디 영화사 '미라맥스'를 7대 메이저 배급사로 성장시켰다. 미라맥스의 성장은 그가 제작하고 배급한 수많은 작품이 평단의 호평과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등 '작품의 질'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1979년 설립한 미라맥스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펄프픽션', '잉글리시 페이션트', '굿 윌 헌팅', '셰익스피어 인 러브', '디 아더스', '갱스 오브 뉴욕', '시카고' 등을 배급, 제작하며 칸국제영화제 그랑프리와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등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그는 악명 높은 가위손이었지만 쿠엔틴 타란티노, 마틴 스콜세지와 연이어 작업하며 명성을 공고히 해왔다. 그러나 '갱스 오브 뉴욕'을 촬영할 당시 스콜세지와 사이가 벌어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도 했다.

1992년 미라맥스를 디즈니에 매각하고 형제는 2005년 와인스타인 컴퍼니를 설립했다. 이후 '데쓰 프루프', '미스트', '더 리더', '바스터즈','킹스 스피치', '장고', '헤이트풀8' 등을 만들었으며 최근까지도 '캐롤', '윈드리버' 등의 수작을 발표하며 '할리우드 파워맨'의 위치를 지켜왔다.

하비

◆ 페미니즘 외치더니, 두 얼굴의 사생활

할리우드 거물의 추악한 면모는 뉴욕타임즈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웨인스타인은 나체인 상태로 자신의 호텔 방에 피해 여성들을 부른 후 성적인 행위나 마사지 등을 요구했다. 1990년에서 2015년까지 최소 8명의 피해 여성들에게 합의금을 건네기도 했다.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여배우 중에는 톱배우 애슐리 쥬드도 있었다. 쥬드는 2015년 "영화 '키스 더 걸'을 찍을 당시 한 프로듀서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러나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다. 최근 그는 어렵게 용기를 내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하비 웨인스타인이 목욕가운만 입은 채 나타나 마사지 등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쥬드의 용기 있는 폭로가 나오자 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 여성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이탈리아 모델인 암브라 바틸라나는 "웨인스타인이 가슴을 움켜쥐었고, 치마 밑으로 손을 집어넣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회사 여직원인 오코너는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함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나는 생계와 경력 관리를 위해 일하는 28세 여성이고, 웨인스타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사이며 회사를 소유한 인물이다. 그와 나의 힘의 균형은 10대 0"이라고 밝혔다.

관련 보도와 제보가 잇따르자 웨인스타인은 "과거 나의 행동이 함께했던 이들에게 많은 고통을 줬음을 인정한다.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뉴욕타임즈를 고소하는 움직임을 취해 분노를 일으켰다.

웨인스타인의 성추문이 충격을 안기는 것은 평소 페미니스트를 자처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2015년 대학 내 성폭력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더 헌팅 그라운드'를 배급했으며, 올 초 선댄스 영화제 중 열린 여성 행진에는 직접 참가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과 친한 민주당 지지자였다. 하지만 실생활은 권력을 이용해 여성의 인권을 짓밟아왔다.

메릴 스트립

◆ '동료였던' 메릴 스트립, 케이트 윈슬렛 맹비난

웨인스타인의 성추문 스캔들에 할리우드는 들썩이고 있다. 그를 향한 비난에는 함께 일한 동료도 앞장섰다. 메릴 스트립과 케이트 윈슬렛이 대표적이다.

할리우드의 명배우 메릴 스트립은 10일(한국시간) 공식 성명을 내고 "하비 웨인스타인이 저지른 성폭력은 끔찍한 소식이다. 그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며 "그의 성폭력을 세상에 알린 용감한 여성들은 우리의 영웅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와 일하면서 성폭력 사실을 전혀 몰랐다. 일할 때는 프로다웠고, 존경심을 갖게 만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호텔 방에서 여배우를 불러내 강압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그의 행동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속적 감시와 용감한 목소리가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고 제보를 독려했다.

이밖에 케이트 윈슬렛, 주디 덴치, 글렌 클로즈 등 유명 여배우들도 성명을 내고 "용감한 여성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면서 "여성에 대한 이같은 비열한 행동에 관용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케이트 윈슬렛은 웨인스타인과 함께한 영화 '더 리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그와 함께 작품을 했던 맷 데이먼, 마크 러팔로가 성추문을 묵인하도록 도왔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를 의식한듯 마크 러팔로는 자신의 SNS에 "하비 웨인스타인이 벌인 행동은 명백한 성추행이고 권력 남용이자 끔찍한 학대다. 내가 지금 이런 학대의 종말을 목격하고 있길 바란다"고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ebada@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