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현실적인 대사가 일품이었다. 캐릭터 역시 팔팔 뛰었다. 사소하게 시작해서 한껏 웃기다가 마지막에 공감을 자아내는 방식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민규동 감독)을 더욱 빛나게 했다. 관객 450만명 이상을 동원하며 이 영화는 대중성과 평단의 인정을 동시에 받았다.
영화의 눈부신 성공 이후 2년만에 제작사는 동명의 연극을 내놓았다. 깐깐한 정인과 그녀에게 질린 남편 두현, 문제적 카사노바 성기까지. 연극은 영화 속 캐릭터들을 가미 없이 무대에 올렸다. 대사들과 극적 장치 역시 유지했다. 관객들에 남아 있는 영화적 잔상과 공간적 제약은 연극이 뛰어넘어야 할 요소였다.
연극은 무대 곳곳을 활용해서 다양한 공간들을 구현했다. 집과 방송국은 물론, 정인과 성기가 데이트를 했던 놀이공원과 목장, 두현이 성기에게 '내 아내를 유혹해달라.'고 검은 제안을 했던 생선 건조장까지. 배우들은 직사각형 무대 곳곳을 옮겨다니며 공간적 제약을 아이디어로 뛰어넘었다.
또 연극에서는 생소한 카메라의 등장도 신선했다. 제작사 수필름은 영화제작 노하우를 살려서 배우들의 세밀한 연기를 실시간으로 촬영해 무대 전면 스크린에 옮겨뒀다. 성기가 현란한 손놀림으로 젖소의 젖을 짜던 영화 속 코믹 장면은, 실시간으로 촬영되는 화면 덕분에 몰입도 있게 전달됐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눈길을 끈다. '연애시대'를 통해서 자신만의 연기 색깔을 내비친 심은진은 정인 역을 맡아서 속사포 같은 대사를 무리 없이 소화했다. 뒤늦게 화해의 손길을 건네며 실험관 시술을 운운하는 두현을 향해 “선심 쓰니?”라며 눈물을 흘리는 감정 연기는 심은진의 깊어진 연기를 느끼게 해준다.두현 역의 전병욱 역시 '찌질한 남편'의 모습을 잘 그려낸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연기는 성기 역을 맡은 김도현이다. 류승룡이 치명적인 장성기를 표현했다면, 김도현은 능글능글하고 에너지 넘치는 장성기를 만들어냈다. 김도현의 혼을 실은 느끼한 연기는, 오버스럽다기 보다는 완성형에 가까웠던 장성기 캐릭터의 새로운 매력을 도출에 성공한 쾌감을 안겼다.
마지막으로 러닝타임 내내 무대를 촉촉하게 만드는 라이브 피아노 선율은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또 다른 매력을 불어넣어줬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연극 보다는 음악극 요소가 적지 않고,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드라마 보다는 코미디에 가깝다. 하지만 모든 걸 다 알았다고 생각하던 아내의 또 다른 매력을 생각하게 한 정인의 변화처럼, 연극으로 돌아온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영화가 채울 수 없었던 새로운 가능성을 유의미하게 만들어냈다.
연극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이번달 29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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