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에디터] 억울함 호소하는 19년 만에 잡힌 장기 미제사건의 범인, 진실은?
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장기 미제로 남았던 2001년 안산 고잔동 강도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했다.
지난 2001년 9월, 경기도 안산의 한 연립 주택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신혼부부가 잠들어 있던 집으로 괴한이 침입해 신혼부부를 공격했다.
이에 남편은 목과 가슴 등을 수십 차례 찔려 숨졌고, 아내는 옆구리가 찔리는 중상을 입었지만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현장에서 현금을 빼앗고 사라진 범인을 본 유일한 목격자인 아내는 범인이 정장 차림에 구두를 신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그 밖에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어 사건은 미제로 남고 말았다.
그런데 사건 발생 19년이 흐른 2020년의 어느 날, 20년 만에 미제 사건의 범인이 검거되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절도 전과가 있던 40대 남성이 바로 범인이었던 것.
그런데 그렇게 해결된 것으로 보이던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 씨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자신을 범인으로 몰아간 증거는 조작된 것이며 수사기관이 자신에게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안산에 간 적도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며 완전 무고를 주장한 이 씨. 그는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된 이유인 DNA가 2차 재감정에서 등장한 증거물이며 공소장에는 언급되지도 않았던 것이라며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결백을 주장했으나 경찰은 자신에게 사건을 각인시키듯 했고 회유와 협박을 번갈아가며 허위 자백 강요했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사건을 면밀히 살피며 과거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아내의 진술로 작성된 몽타주 속 인물과 이 씨의 생김새가 큰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씨의 DNA가 검출된 검은색 절연 테이프가 사건이 벌어진 현장이 아닌 옆 방에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다시 살펴본 제작진. 전문가는 "계획적 살인 가능성이 낮다. 불필요할 정도로 잔혹한 현장이다. 살인이 목적이었다면 오버킬의 행동을 보일 필요가 없다"라며 "단순 절도라기에는 분노 표현이 강하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노가 엿보이는데 성적인 욕구도 충분히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 침실 옆방에서 발견된 절연 테이프에 대해서는 "선풍기 선을 절취해서 가져가면서 가지고 왔던 테이프를 버렸을 가능성이 있다. 범행에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범인이 이 존재를 잊어버렸을 가능성도 크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사건에 대한 취재를 이어갈 무렵 이 씨가 자신의 과거 범행을 추가로 고백했다. 안산 고잔동 강도 살인이 발생했을 즈음 안산의 월피동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강도를 저지른 적 있다는 것. 또한 당시 범행에 사용했던 절연 테이프를 버렸는데 이를 가지고 수사기관에서 증거로 조작을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씨의 어머니 역시 아들의 억울함을 주장했다. 또한 그의 어머니는 그가 현재 복역하게 된 사건에 대해서도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2017년 특수 강간 사건으로 현재 13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이 씨. 그는 전주에서 혼자 살던 여성의 집에 침입해 흉기로 위협해 강간을 했다. 피해 여성의 집에 있던 물건에서 이 씨의 DNA 검출되었고 여성의 집에서 나오던 모습이 CCTV에 포착되며 체포된 이 씨.
그러나 이 씨는 이 사건에 대해 "몽유병 증상이 있다. 빈 집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나왔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리고 강간을 한 적도 없다며 이 사건에 대해서도 경찰이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고 안산 사건에 대해 그가 이야기한 것과 비슷한 주장을 했다.
이에 해당 사건의 피해자는 "범인이 자신은 콘돔을 사용하고 DNA를 남기지 않으니까 신고해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협박했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리고 범인이 범행 후 온 집안을 청소하고 떠나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는 2017년 이 씨가 벌인 특수 강도 강간 사건과 2001년 안산 강도 살인 사건의 유사성에 주목했다. 전문가는 "이 씨는 거짓말에 있어서 프로페셔널하다. 침입하는 것부터 묶거나 위협하는 것 범행의 시그니처, 개인화된 특성이 있는데 안산 사건과 굉장히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이라 판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제작진은 안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생존자인 아내와 어렵게 만나 인터뷰를 시도했다. 아내는 당시 사건을 떠올리며 귓가에 들리던 기척이 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사실 과거 수사 기관은 여러 정황을 토대로 안산 사건이 2인조의 소행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현장의 단서로는 2명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없었고 미제 사건으로 남았던 것이다.
제작진은 전문가와 현장의 혈흔을 분석하며 한 공간에서만 혈흔이 발견되지 않고 공간흔이 남은 것에 주목했다. 이에 전문가는 "피가 생성될 때 물리적인 물체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공범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언급했다.
그리고 제작진은 아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작성된 몽타주를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이에 아내는 과거 자신이 목격한 피의자의 얼굴과 완전히 다르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제작진은 공범의 존재에 주목하며 이 씨 주변인들을 추적했다. 이에 과거 전주에서 이 씨와 함께 한 여성의 집에 침입해 강간을 한 남 씨의 존재에 주목했다.
안산 사건 5일 전 발생한 특수 강간 사건. 이에 이 씨의 공범으로 남 씨가 가장 먼저 용의 선상에 오르기도 했던 것.
그런데 남 씨는 조사를 통해 과거 범행이 이 씨와 둘만 한 것이 아니라며 전주 사건의 공범이 2명 더 있다고 진술했다. 남 씨가 언급한 인물인 김 씨와 배 씨. 이에 제작진은 두 사람도 직접 만나 전주 사건과 안산 사건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전주 사건 당시 군부대에서 근무 중이었다는 김 씨는 자신은 사건과 무관함을 주장했다. 또한 전주 사건 당시 안산에 거주 중이었던 배 씨는 자신의 이름이 그들과 함께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리고 남 씨와 만난 제작진. 그런데 이 자리에서 남 씨는 과거 자신이 했던 진술과 달리 김 씨와 배 씨가 강간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말을 바꿨다. 또한 그는 안산 사건에 대해 결백을 주장하며 이 씨도 억울한 입장이라고 했다.
전문가는 "이 씨의 행동 패턴은 본인한테 친숙한 사람한테만 마음을 연다. 그런 그가 즉흥적으로 다른 누군가를 공범으로 정할 사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며 "남 씨의 존재가 굉장히 중요한 정보가 될 것 같다"라고 했다.
또한 다른 전문가는 "몽타주가 남 씨와 비슷하다 얘기한 것은 공범 관계라면 '너 입 다물어라' 워닝 사인, 경고형 메시지로 보인다. 다른 쪽으로 해석하면 아닌 사람을 지목해서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전문가는 피고인이 공범을 지목한다면 공범의 진술 자체가 직접 증거에 가깝다며 "다른 정황 증거들이 많이 나온다면 충분히 유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 씨. 그리고 피해자는 이 씨가 공범의 존재에 대해 고백한다면 선처를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방송은 2심에서 이 씨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해하며 절대 공범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한민국 사회에 섞여 살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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