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16일 방송된 '금을 찾는 사람들'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배우 김기방, 홍예지, 방송인 김진수가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수상한 공사
때는 2018년 6월, 충청남도 공주야. 51세 김재길 씨는 이곳에서 크레인 기사로 일하고 있어. 벌써 경력 27년, 베테랑이래. 그날 재길 씨는 한 정비소에서 본인의 크레인을 점검하고 있었어. 그런데 그때,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와.
"김 사장, 이번에 공주에서 작업 하나 들어간다는데, 크레인 기사를 급하게 구한다네. 어떻게, 그쪽이 할겨?"
▲ 땅속에 숨겨진 물건
2025년 기준, 우리나라 정부가 편성한 본 예산이 673조 3천억 원이거든. 600조 원이면, 대한민국 1년 예산에 맞먹는 금액이야. 이 이야기, 진짜일까?
▲ 야마시타 골드
"보물을 전부 땅속 깊은 곳에 은닉하라. 전쟁이 끝나면 반드시 찾으러 온다!"
그래서 그간 모은 보물을 여기저기에 숨겨놨다는 거지. 하지만 일제는 결국, 이걸 되찾지 못했대. 패망 후, 야마시타 장군을 포함해 관련된 사람들 모두 전범으로 처형됐거든. 그렇게 덩그러니 남겨진 보물들을, 야마시타 골드라 부른다는 거야.
그럼, 국유지에서 금이 발견되면, 누가 가져갈 것 같아? 국유지에서 매장된 유산을 발견하면, 바다일 경우 80%, 땅일 경우 60%만큼 발굴자에게 지분이 있대. 여기는 땅이니까, 60%만큼 갖겠지? 그럼 아까 2,400톤이면 얼마라 했지? 600조. 거기서 60%면 무려 360조야.
이게 진짜라면 발굴하는 게 맞을까? 아직 흥분하긴 일러. 우리가 찾는 건 금가루가 아니라 금괴야. 진짜 우리나라에 야마시타 골드가 숨어있을까?
▲ 금을 찾는 사람들
중죽도에, 1경 원어치의 금괴가 숨겨져 있대. 이젠 조 단위를 넘어서 경 단위까지 나왔어. 중죽도만이 아니야. 보물 사냥꾼들이 지목한 부산의 엘도라도는 하나 더 있어. 바로 부산 남구의 문현동이란 곳이야. 여기는 무인도인 중죽도와 다르게,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야. 왜 문현동이었을까? 그 이유, 여기 나와 있어.
"일제 강점기 때 일본군이 묻어 놓고 갔다는 금괴를 찾는다며 보물찾기를 계속하는 사람이 있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발사였던 박수웅 씨로, 박 씨는 부산시 남구 문현동 일대에서 묻혀진 보물을 찾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당시 신문 기사 중
혹시 '효자동 이발사'라고 들어봤어? 영화 제목이자,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박수웅이라는 사람이야. 그는 15년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담 이발사로 일했어. 그랬던 그가 이발사를 그만둔 뒤 부산으로 내려가, 금괴를 찾고 있다는 거야.
▲ 보물 쫓는 이발사
"청와대에 근무할 때 이제 어떤 권력이 있는 것같이 생각한 사람들이 부탁을 많이 했었다, 박수웅 씨한테 이쪽에 문현동에 보물이 있다고 발굴을 부탁하러 온 그 교수. 대학교 지질학과 출신이라 합니다. 교수가 부탁해가지고 이제 그 정보를 받았는데…"
-보물 사냥꾼 유 씨
박수웅 씨는 1999년까지, 무려 10년이 넘도록 그곳에서 금괴를 찾았다고 해. 48세부터 시작한 보물찾기를, 예순이 다 될 때까지 한 거야. 그동안 스무 개가 넘는 굴을 팠지만, 그는 끝내 금괴를 찾지 못했어.
▲ 두번째 보물 찾기 소동
그럼 문현동에서의 보물찾기, 이대로 끝난 걸까? 아니, 아직 끝나지 않았어. 문현동에서 금괴를 찾겠다는 사람이 또 등장한 거야. 박수웅 씨가 발굴 작업을 할 때 참여한 정 씨라는 사람이었어. 금괴를 찾기 전, 정 씨는 먼저, 서울로 향했어. 한 식당에 들어간 정 씨가,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려. 잠시 후,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오더니 정 씨에게 다가와 악수를 해. 자리에 앉은 남자한테 정 씨가 조심스럽게 말해.
"금만 450톤이 있다니까요. 제가 확실히 찾을 수 있습니다. 나오면, 10% 드릴게요."
이쯤 되니 주민들은 금이 있다는 얘기를 믿지도 않았대. 그런데, 정 씨가 탐사 작업을 벌인 지 2년째 되던 어느 날,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어.
"부산항 지하에 일제 때 만들어진 대형 어뢰공장이 있다는 사실이 탐사가에 의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전직 교사 출신이자 전문 다큐멘터리 작가 정 씨는 옛 조선총독부 소유 부산시 남구 문현동 부지 지하 16m 지점에서 어뢰공장 통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당시 기사 보도 中
정 씨가 정밀 탐사 끝에, 문현동 땅 아래 엄청나게 큰 공간이 있는 걸 확인했단 거야. 그게 어뢰공장 통로라는 거지. 이번엔 진짜 금괴를 찾을 수 있을까?
▲ 땅 아래 있는 무언가
이 소식을 듣고, 제일 들뜬 사람이 누구겠어? 큰돈을 부은 투자자들이었어. 정 씨와 투자자들은 본격적으로 발굴 작업을 준비해. 2002년 3월, 먼저 시추 작업부터 하기로 했어. 투자자들이 현장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땅속으로 시추 장비가 들어가기 시작해. 한 두어 시간 지났나? 그 순간,
"어어? 이거 왜 이래, 이게 왜 여기서 나와??"
16m 깊이로 뚫은 땅 아래에서 갑자기 물줄기가 분수처럼 솟아오른 거야. 어뢰공장 크기가 2천 평 가까이 된다 했잖아. 게다가 문현동 바로 앞에, 바다가 있어. 그 큰 공간이 오랫동안 방치됐다면, 어떤 상태겠어? 안에 바닷물이 가득 찼겠지. 거길 뚫었으니, 엄청난 양의 물이 콸콸 나왔다는 거야.
"마다리 포대예요. 마다리라 하는 거는 그 당시에 왜놈들이 쓰던 마다리 포대를 말합니다. 각이 져서 있는 게 마다리 포대로 다시 재포장이 돼서, 그 끝에 이등충이라는 검은 활자가 찍혀 있어요. 도장같이 찍혀서 물이 너무나 맑았기 때문에…"
-정 씨, 제2의 발굴자
"문현동 사람뿐 아니고 남구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소문을 듣고, 아 나오면 어떻게 되나 하고, 그러면 얼마나 나왔을까?"
-권오준, 문현동 거주 70년차
금괴가 450톤, 거기에 금불상부터 온갖 보물들이 있다 했잖아. 진짜 발견하기만 하면 대박이 나는 거야. 이번에야말로 말로만 듣던 야마시타 골드를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걸까? 그 포대자루 안을 직접 확인한 사람들이 있어. 바로 현장에 있던 투자자들이었어. 현장에 도착한 잠수사가 좁은 입구로 몸을 구겨 들어갔어.
"일단 사람을 넣어서 확인을 해보자. 다이버 보고 지시를 했어요. 내려가서 그 포대. 그거 가지고 올라오라 했거든."
-발굴 공사 투자자
박수웅 씨가 10년 넘게 땅을 팠잖아. 그때 파면서 나온 돌덩이들을 일일이 들고 나오기 힘드니까, 포대에 담아서 그 안에 쌓아둔 거야. 그럼, 이게 무슨 말이야? 땅 아래 있는 큰 공간의 정체가, 어뢰공장이 아니라 전에 박수웅 씨가 팠던 땅굴이었던 거지.
그런데 정 씨, 전에 박수웅 씨랑 전에 같이 작업을 했잖아.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지. 게다가 아까, 전 미국 중앙정보국 CIA 출신 인물과 비밀 계약을 맺었다고 했잖아. 포대 자루가 발견되기 몇 달 전, 그 미국측 인사가 포기각서를 썼대. 정밀 탐사 결과, 보물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는 거야. 정 씨는 이걸 알고도, 그곳에 금괴가 있다 주장한 거지.
그런데, 모두를 놀라게 한 이 금괴 소동은 갑자기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게 돼.
"우리 형님이 문현동에서 금괴를 발견했는데, 그걸 전부 도둑맞았다니까!"
정 씨는 끝까지 터무니없는 음모론과 유언비어를 퍼뜨렸어. 그의 마지막 소식이 들린 건, 2019년. 이번엔 국방부에 발굴 승인을 받았다며 또 투자를 받아 작업했대. 하지만 끝끝내 금은 나타나지 않았어. 결국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문현동 금괴 소동은, 아무도 그 실체를 확인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어.
▲ 보물찾기의 결말
그럼 전국을 다니며 금괴를 찾았던 보물 사냥꾼 중, 과연 진짜 금을 찾은 사람이 있었을까? 근데 우리 처음에, 충남 공주에서 발견된 금가루 사진을 봤잖아. 성분 분석을 했을 때 금이라고 나왔잖아. 이건 어떻게 된 걸까? 알고 보니까, 성분 분석을 한 지질자원연구소에서는 의뢰가 들어온 물질을 분석만 했을 뿐, 그게 진짜 공주 땅에서 발견된 건지는 알 수 없다고 했어. 게다가 금괴는 특성상 무르기 때문에 잘랐을 때 가루로 발견될 수가 없대.
그는 문현동에 금괴가 있다고, 끝까지 믿고 있었어. 오랫동안 있다고 믿었던 무언가가 사실은 존재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면, 본인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느낌일 거야. 그러니, 끝까지 믿고 싶었던 게 아닐까?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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