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 에디터] 노아의 홍수가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21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12·3 그 밤의 신호탄 - 불발탄 '노아의 홍수'는 무엇인가'라는 부제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 속 비밀을 추적했다.
지난 2월 19일 12·3 비상계엄의 주요 피고인들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졌다. 그 결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게는 무기징역, 김용현은 징역 30년 등이 선고되었다.
수사와 재판으로 내란 우두머리와 공모자들의 계엄 전후 행적은 밝혀졌으나 계엄과 관련된 계획서나 문건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비상계엄을 누가 언제 무엇을 위해 준비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다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 계엄 전부터 김용현의 공관에 20차례 이상 드나들었던 노상원.
그의 수첩에 기록된 '국회 봉쇄, 총기 휴대, 수거 대상 처리' 등의 내용으로 이들이 계엄을 함께 준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며 내란 준비 과정과 내란 이행 계획, 내란 성공 후 무엇을 할지 내란 이후의 계획이 담긴 유일한 증거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노상원은 휴민트(HUMINT)로 불리는 정보사 소속의 공작요원을 만나 계엄에 대해 미리 이야기하며 '특별한 뉴스'를 언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속초에 있는 HID 특수임무대원까지 동원하고자 했던 노상원.
하나의 수첩을 두고 내란 시나리오라는 주장과 황당한 소설이라는 주장이 양립한 가운데 1심 재판부는 해당 수첩이 증거 가치가 낮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계엄의 주요 공모자 중 한 사람인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복구된 메모 속의 내용이 수첩 속 내용과 일부 겹치며 노상원의 수첩이 또다시 화두에 오를 수밖에 없는 것.
특히 최소 안보 위기, 최대 노아의 홍수라는 메모가 눈길을 끌었는데 이에 대해 일부는 "노아의 홍수 같은 온 나라가 화마에 휩싸이는 그런 것이 있을 때 계엄을 해야 한다, 그런 조건을 만들어야 된다는 끔찍한 상상을 하고 있었던 거다"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수십 년 간 쌓아온 민주화와 경제 성과가 떠내려가고 사장이 되어도 그걸 감내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는 것.
정보 학교장 시절 여생도를 성추행하고 불명예 제대한 노상원은 계엄과 관련해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일들이 함정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딸의 죽음을 전해 들은 날에도 정보사 요원들을 만났고 계엄 당일에는 새벽 6시에서 7시 사이 김용현을 찾았다.
노상원의 수첩에 등장한 계엄 주요 인물들은 공교롭게도 2023년 하반기에 승진했다. 이에 노상원이 주장한 시점보다 10개월 이전부터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것.
특히 수첩 속 수거 대상 명단에는 송영길 전 의원이 포함된 것도 그의 주장과 어긋나는 부분이었다. 송영길 전 의원은 2023년 구속, 최근 무죄 판결로 풀려났다. 수거 대상 명단에 그를 올렸다는 것은 메모 시점이 그가 구속되기 전이라는 것.
재판에서 변론할 기회도 귀찮다며 증언 거부한 노상원은 검사에게는 쌀쌀 맞고 변호인에게는 칭찬을 하는 등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했다.
이에 전문가는 "피고인 윤석열과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가 무죄면 나도 무죄 그가 유죄면 나도 유죄, 공동체라고 생각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그를 흔든 것은 계엄 선포 전날 그의 블랙박스 내용. 노상원의 차량 블랙박스 속 대화에는 윤석열을 V로 언급하고 그와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는듯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윤석열은 김용현과 함께 내란 핵심 세력 중 세 명의 사령관을 종종 만났다. 대통령 관저에서 만나 이야기를 했는데 사령관 중에서는 윤석열이 한 이야기를 계엄으로 받아들인 사령관도 있었다.
김용현의 공관이 있던 공관촌에는 대통령의 관저도 있었다. 그리고 노상원은 20회 이상 공관촌을 드나들면서도 흔적이 남지 않았다. 이는 김용현의 관용차를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보안 손님으로 공관촌 안으로 들어왔던 노상원.
그리고 그의 메모 중에는 군인이 할 수 없는 생각들도 꽤 있어 눈길을 끌었다.
예비역 준장 박 씨는 "수첩을 열 번 봤는데 이건 노상원이 쓴 것이 아니다. 처음 작성한 플랜 A, 노상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불러준 것을 바쁘게 받아 적은 것으로 보인다. 메모 작성 시점하고 플랜 A가 만들어진 그 시점을 똑같다고 보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플랜 B, 정보사를 끌어들인 것은 노상원. 이에 관계자는 "바닥을 친 노상원이 맨바닥을 뚫고 올라오고자 하는 몸부림"이라 표현했다.
정보사를 뒤흔든 격량은 계엄 7개월 전 노상원의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됐다.
휴민트였던 박민우 전 정보사령부 여단장은 "가장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정보사 휴민트가 선관위를 맡아서 다행이다. 국회를 맡았으면 큰일 났을 것"이라고 했다.
노상원은 자신의 최측근 문상호를 정보사의 수장으로 앉혀두고 자신의 계획에 장애물인 여단장을 먼저 제거했다. 그의 계획에는 정보사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
그렇다면 정보사 휴민트가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박 전 여단장은 "실제 실행할 수 있는 계획을 적어놨다. 그걸 할 수 있는 것은 정보사. 플랜 A 대부분이 플랜 B에 흡수되었을 거다. 이걸 해낼 팀은 속초 조직, HID 특수임무 대다. 테러 폭파 암살 등을 맡는 특수 조직이다. 군번도 이름도 계급도 없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계엄을 유도하기 위해 처음에는 외환죄(북한 도발)를 저지르려고 하다가 부정선거론으로 간 이들. 휴민트 정 대령은 노상원의 말을 전적으로 믿은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선관위 직원들 중에 진짜 간첩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
이에 관계자는 "국가를 위해서 대북 공작을 하고 교란 행위를 수십 년간 했기 때문에 지시에 따른 의구심을 갖지 않는다"라고 분석했다.
정보사 대령들은 중앙선관위로 보낼 휴민트 40명 선발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인간 병기 HID 요원도 5명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HID 지휘관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에 박 전 여단장은 "필요시에 팀원들 다 불러들이려고 대대장 먼저 와있었구나"라며 "HID를 동원해서 국회를 막았다면 의회를 못했을 거다. HID는 결국은 임무 달성하는 무조건 하라면 하는 부대다"라고 했다.
HID 관계자는 특수요원 5명에게 하달된 지시 내용에 대해 "요인납치로만 들었다. 상세 내용은 함구 중이다"라고 했다.
여인형의 메모 속 14명의 이름은 체포 명단으로 판단되는 가운데 노상원 수첩에만 존재하는 이름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현재 계엄과 관련된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만 휴민트 두 대령에 대한 재판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노상원과 정보사에 대한 부분이 내란 재판에서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상태는 우려를 낳고 있다.
휴민트 두 대령. 이들은 앞으로 어떤 결정을 할까? 그리고 특별한 보도의 의미는? 노아의 홍수가 그들이 기다린 것일까?
2차 내란 특검에서는 노상원 수첩에 대해 다시 꼼꼼히 따져볼 예정인 것으로 밝혀졌다. 부디 이번에는 중요한 증거의 가치가 무시되지 않기를 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우리가 함께 애써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또다시 위협하지 못하도록 뇌관이 완전히 제거되는 그날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을 것이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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