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정 에디터] 촉탁살인인가, 살인인가?
1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한 여성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추적했다.
지난 4월 24일, 설악산 국립공원에서 한 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등산복 차림의 시신은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가 씌워져 있었고 양손과 발은 테이프로 결박돼있었다. 그리고 입도 테이프로 막혀 있어 충격을 안겼다.
끔찍한 모습으로 사망한 것은 60대 여성 강혜란 씨. 경부압박질식사로 사망한 그의 시신에서는 약물이나 독물의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고, 저항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사인은 타살임이 분명하지만 그외에는 타살로 보기 힘든 상황.
그런데 얼마 후 혜란 씨의 동업자라는 50대 남성 오 씨가 자신이 혜란 씨의 부탁으로 그를 살해했다며 자수를 했다.
함께하던 사업이 어려워져 동반 자살을 결심했고, 이에 먼저 살해해달라는 혜란 씨를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했으나 실패해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것. 그리고 혜란 씨의 시신을 영영 못 찾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다가 자수를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그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죽을 결심을 한 사람이 사망 며칠 전 고추장을 만들겠냐고 했다. 또한 휴대전화를 버리고 살인 후 오 씨의 행적이 열흘 동안 묘연했던 것도 의심스럽다고 했다.
모자 사이처럼 지냈다던 오 씨와 혜란 씨. 혜란 씨는 사망 전 지인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특히 오 씨와 동반 자살을 암시하는 전화를 끝으로 연락이 끊어졌던 것.
그런데 혜란 씨는 사무실 관리를 하던 직원 박 씨에게 택배를 보내 몇가지 일을 부탁했다.
이에 박 씨는 처음에는 택배 받은 사실 부인하다가 증거 제시하자 수령 사실 인정했다.
메모와 현금도 함께 보낸 혜란 씨는 우선 처음 보낸 택배 속에 든 천만 원 중 700만원은 박 씨에게 300만원은 설비 업자에게 주라고 했다. 또한 자신의 집 고추장을 정리하라는 것과 집 비밀번호, 그리고 노트를 함께 보냈다.
두번째 택배에는 자신이 들던 가방과 그 안에는 수신인이 각각 다른 편지 봉투 다섯개가 들어있었다.
그 중 하나는 혜란 씨의 남편에게 전달되었다.
지인에게 천만 원이라도 드리고 싶은데 돈이 없다며 울던 혜란 씨. 그는 오 씨와 함께 어떤 사업을 했던 것일까.
앱에 접속만 해도 가상 화폐가 쌓인다며 지인들에게 투자를 권유했던 두 사람. 이들이 몸담은 사업체는 글로벌 골드필드.
이 회사는 다양한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봉사 활동 단체에 후원한다는 곳이었다.
영국인 대표의 어머니가 부산 출신 한국인으로 한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 갖고 있다는 회사. 하지만 취재 결과 영국인 대표의 사진은 도용되었고 회사의 사업체 확인도 불가했다.
투자 실적으로 회사에서 인정 받아 높은 레벨이었던 오 씨는 누적 투자액에 따라 레벨이 높아지고 같은 금액을 투자해도 레벨이 높을수록 수익금이 많아지는 구조에 따라 공동계좌를 만들어 낮은 등급의 투자자들의 돈을 모으고 이를 오 씨가 투자해서 수익금이 나오면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시스템으로 수익을 쌓았다. 그리고 그럴수록 오 씨의 레벨은 높아졌다.
오 씨의 권유로 고객 유치를 시작한 혜란 씨. 그러면서 오 씨는 포항에서 대구로 사무실을 옮겼고 더 활발하게 사업을 해나갔다.
수익금을 정확하게 계산해 투자자들에게 일일히 송금한 오 씨는 투자자들의 신임도 얻고 회사에서는 재정부장 직책까지 맡게 되었다.
그런데 4월 6일부터 전산이 마비가 되며 수익금은 물론 원금을 받는 길도 막혀버린 것.
충전과 출금이 지연되고 있으나 문제가 없다며 문제가 생기면 본사가 책임질 것이라고 안심시킨 회사. 투자자들은 그 말을 믿고 4월 초순 쏟아진 시간제 프로모션에 적게는 수 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사기였다.
다단계 금융 사기에 연루된 두 사람. 이들은 공범인가, 피해자인가?
공소제기 된 사람만 2400명에 피해 규모는 어림잡아 피해자 4,5천명에 피해 추산액만 5천억원에 달했다.
한국에서 해당 기업의 전면에 섰던 정 대표는 수년 전 국외, 중국에서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했던 과거 범죄 전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처음부터 투자 사기를 계획했던 주범으로 추정되었다.
특히 그는 조희팔을 거론하며 많은 투자금을 받아서 큰 수익을 내고 본인은 캄보디아로 복귀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고.
캄보디아의 국외 조직원들이 프놈펜에서 10층짜리 호텔과 별관이 딸린 건물을 구매하고 해외 취업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자국인들을 조직원으로 모집, 철저하게 규율과 통솔하에 완전히 범죄단체를 조직했던 것.
투자자들에게 책임진다던 오 씨와 혜란 씨는 그렇게 모습을 감추었던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들이 동반자살을 계획했고 촉탁 살인을 한 것이라면 살해 방법이 의문스럽다고 했다.
대게는 가장 고통 없고 간단한 방법을 쓰는데 이들은 기괴하게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살해했다는 것.
또한 전문가는 오랜 시간 편지를 쓴 혜란 씨가 갈등하고 시간을 지연하고자 의도가 보였다며 이는 삶에 대한 희망이 남아있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혜란 씨에 대한 촉탁 살인을 이틀 전 실패했던 방법으로 살해를 시도한 오 씨. 이에 한 전문가는 의도적 사망이라면 보험금을 수령할 수 없으니 범행의 수법이 잔인하게 보이도록 조작한 것이 아닌가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가족들은 보험금을 받을 것이 없다며 그런 추측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사망한 사람의 자살 의지가 확고했는지가 촉탁 살인을 가리는 중요한 요소
전문가들은 오 씨가 혜란 씨를 극단적 상황으로 몰고 갔을 수도 있다며 특히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시키면서 비극적인 결심에 이르도록 지속적인 압박을 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서도 제대로 남기지 못한 것 안타깝게 보는 전문가들. 유서는 거의 99% 내가 떠날 때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인사를 하게 되는데 혜란 씨가 남긴 편지에는 그런 인사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에 전문가는 "누군가가 이러한 소통을 차단하고 필요한 일에만 빨리 업무 지시처럼 메모를 쓰게끔 종용한 건 아닐까 의심이 든다"라며 안타까워 했다.
가족들에 대한 인사는 전혀 남기지 못한 혜란 씨
마지막으로 방송은 하루 빨리 오 씨의 일방적인 주장의 진의와 알려지지 않은 열흘간의 행적이 드러나고 두 사람의 휴대전화 사라진 행방이 규명되길 빌었다. 그리고 생명을 앗아간 그의 범행에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수천만원을 기망한 글로벌 골드필드의 정 대표와 주범들에게도 법의 준엄한 심판이 있기를 재판부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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