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4일(일)

방송 프로그램 리뷰

[스브스夜] '그알' 부산 17세 소년 고문 사망 사건···7시간의 학대, 친모는 왜 아들을 죽였나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5.09.14 04:04 조회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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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김효정 에디터] 친모는 왜 아들을 살해했나

1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7시간의 살인 시나리오 - 누가 17세 소년을 죽였나'라는 부제로 부산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 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1월 4일 새벽 긴박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아들이 숨을 쉬지 않는다며 오열하던 어머니 안 씨.

현장에 도착하자 이미 들 것에 실려나가고 있던 17살의 여준이의 얼굴은 창백했고 얼굴에는 멍이 가득하고 입술에는 혈흔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CPR을 하기 위해 상의가 들려져 있었는데 상의 안쪽에 찰과상이 전체적으로 퍼져있었다. 그리고 병원에 이송된 여준이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몸에는 멍이 없는 곳이 없고 전신에 상처가 많았던 여준이. 전문의들은 의례적일 정도로 참혹했던 시신을 떠올리고 "옴 몸은 검붉게 얼룩이 지고 멍 자국 사이로 맞고 긁힌 상처가 수없이 남아 있었다"라며 셀 수 없이 가혹한 폭행을 당해 사망했다고 추측했다. 특히 여러 개의 도구가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어 충격을 안겼다.

그리고 여준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범인이 곧 밝혀졌다. 범인은 바로 친모인 안 씨. 집 안 곳곳에 폭행의 흔적이 남아있었고 피를 닦아내고 상처를 소독한 흔적도 확인되었다.

체포된 안 씨는 아들을 때린 건 인정하면서도 사망할 줄 몰랐다며 오열했다. 그리고 여준이와 안 씨가 떠난 집에는 여준이의 여동생과 앞집에 사는 여성 홍 씨가 남아 있었다.

안 씨의 연락을 받고 신고를 대신했다는 홍 씨. 홍 씨에 대해 여준의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자기 집에 와서 오빠랑 자신의 공부를 가르쳐주던 사람이라며 친해서 자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홍 씨는 조사를 통해 전날 저녁부터 여준이가 안 씨에게 폭행당한 것을 알았지만 예전부터 체벌이 있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홍 씨는 여준이 불량한 학교 생활을 하고 비행을 일으키며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여준의 친구들과 학교 관계자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여준은 비행이나 불량과는 거리가 먼 모범생에 가까운 학생이었다며 "그 나이에 걔만큼 말 잘 듣는 애들도 없을 거 같은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남편과 이혼하고 두 자녀를 홀로 키운 안 씨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안 씨의 동료들도 이 사건을 믿을 수 없다며 경악했다.

여준의 사망 전날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했던 안 씨. 그러나 여준이와 주고받은 메시지 어딘가 이상했다.

여준은 안 씨에게 반성의 메시지를 보내며 잘못을 빌었고 비슷한 대화는 이전부터 쭉 이어져 왔다. 그리고 사망 전날 근무 시간을 채우지 않고 조금 일찍 퇴근한 안 씨는 6시가 조금 넘어 집에 도착해 그때부터 체벌을 시작했다.

훈육이라고 볼 수 없는 정도의 학대는 7시간 정도 계속됐다. 오후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손과 발을 묶고 테이프로 입을 막은 뒤 도구를 바꿔가며 셀 수 없을 만큼 매질을 했다. 그리고 허벅지에 뜨거운 물을 붓는 등 고문 같았던 학대가 이어졌다.

여준에게 나쁜 모습이 보여 버릇을 고쳐야겠다는 마음으로 폭행했다는 안 씨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누워있던 여준의 상태가 나빠졌음에도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학교에서 장학생으로 추천받을 만큼 모범적인 생활을 한 여준은 학교 관계자에게 평판도 좋았다. 하지만 안 씨는 여준에 대해 아이가 거짓말을 잘하고 나쁜 본성이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대략 일주일에 2, 3회 정도 폭행을 했다는 안 씨의 폭력 수위는 점점 높아졌다. 특히 2년 전 여준은 다리 부종으로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했고 급성 신부전증 판단을 받았다.

이에 의사는 "젊으니까 살아있는 정도"라며 "그것만으로도 사망했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출혈이 많이 있었다. 출혈로 생명의 위험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안 씨는 당시 심각한 체벌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한 달가량 입원 치료를 받은 여준. 그는 다시 밝은 모습으로 학교에 돌아왔다. 하지만 여름에도 긴 발과 긴 바지로 몸을 꽁꽁 싸매 의아함을 자아냈다. 폭행의 흔적을 가렸던 것.

그런데 안 씨는 여준이 응급실에 실려간 후 병원으로 향하면서도 앞집에 사는 홍 씨와 통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곧 두 사람의 충격적인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16년 전 비슷한 시기에 이사를 와서 이웃이 된 안 씨와 홍 씨. 두 사람은 또래 아이를 키우는 공통점 때문에 빨리 친해졌다. 그리고 안 씨의 이혼 후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이후 홍 씨는 공부방 운영을 준비하던 자신에게 아이들의 공부를 맡겨보라고 제안했고 여준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시점부터 공부방을 운영하며 안 씨의 아이들을 돌봤다. 이에 아이들도 이모라고 부르며 홍 씨를 따랐다. 그런데 선생님으로서의 홍 씨는 체벌로 아이들을 통제하며 다른 얼굴을 했다.

그리고 여준이 중학교에 들어가며 점점 강압적으로 변해간 홍 씨. 그는 여준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며 혼을 내고 안 씨가 아들을 감싸면 안 씨까지 나무랐다. 이에 안 씨는 여준을 함께 체벌을 하게 되었고 두 사람의 체벌은 폭행과 학대로 치달았다.

안 씨는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던 홍 씨가 여준의 타고난 본성이 나빠 그걸 눌러주려면 자신이 필요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홍 씨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드러냈다.

여준뿐만 아니라 여준의 동생까지 벌을 세우고 아이들에게 욕설을 서슴지 않은 두 사람. 두 사람은 시기별로 타깃을 정해두고 남매를 체벌했다.

이에 아이들은 먹고 자고 화장실에 가는 것까지 통제당하고 학교에 갈 차비가 없어서 1시간 넘게 걸어가고 서로를 감시했다. 그리고 보고를 소홀히 하거나 거짓말을 하면 체벌이 더해졌다. 그렇게 안 씨와 홍 씨는 공동 학대자가 되어 갔다.

안 씨의 모든 것을 통제한 홍 씨. 안 씨는 경찰 조사 중 진술에서도 홍 씨에 대해 두둔하며 자기 말은 틀리고 홍 씨 말은 맞다고 했다.

이에 전문가는 "지배적인 성격과 의존적인 성격이 만나 치명적인 결합이 되었다. 안 씨는 자존감이 낮고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 상태에서 유능하고 자신감이 높은 이웃을 만난 것이다. 그리고 홍 씨는 안 씨가 지시하는 대로 잘 따르니까 유능감을 느끼고 점점 더 지배를 완전하게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여준의 행실이 문제라며 안 씨를 몰아붙인 홍 씨는 안 씨가 여준이를 때리겠다는 답을 내놓자 정답을 맞혔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폭행의 방법도 세세하게 지시하며 체벌을 부추겼다.

전문가는 "심리적 종속 상태에 놓이게 되면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는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이웃 친구 간의 대화가 아니다. 홍 씨는 안 씨에게 계속 핀잔을 주고 공격하고 욕설한다. 이미 심리적 종속 상태가 있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결국 안 씨는 홍 씨의 지시대로 여준을 향해 폭력을 행사했고 여준은 비극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안 씨는 스피커폰으로 홍 씨에게 폭행 상황을 공유했고 홍 씨는 어느 순간 해결사처럼 등장해 함께 체벌을 이어갔다.

그러는 중 여준의 상태가 나빠졌고 홍 씨는 여준의 상태를 먼저 알아챘다. 이에 폭행을 멈추게 하고 설탕물을 먹이고 소독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7시간의 학대 끝에 여준의 숨은 끊어졌고 그제야 두 사람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와중에도 안 씨는 홍 씨를 먼저 찾았다.

이에 전문가는 "머리로 아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못한 게 아니라 생각을 안 한 거라고 보는 게 정확할 거 같다. 사망하고 나니 현실을 자각한 거다. 그리고 홍 씨는 체벌로 인해서 아이가 잘못될 수 있었던 것을 엄마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중간중간 아이 상태를 체크하는 언급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아이가 노랗게 변한 것을 보고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냥 보고 있었다는 홍 씨. 홍 씨는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외면했다.

전문가는 "사망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내가 우려하던 것이 왔구나 판단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회피해야겠다는 인식은 자연스럽게 했을 거다"라며 서로를 탓하면 책임을 피하기 바쁜 두 사람을 비판했다.

12월 7일부터 1월 4일까지의 거의 매일 대화를 나눈 두 사람. 홍 씨는 안 씨와 아이들의 인격을 모독하고 안 씨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며 나무라는 가스라이팅 패턴의 메시지를 반복해서 보냈다. 그리고 안 씨는 홍 씨가 말하는 망상이나 못된 생각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면서도 따져 묻거나 의심하지도 않고 사과만 반복했다.

이에 전문가는 공유 정신증을 언급하며 "주된 인물이 망상을 갖고 있고 폐쇄된 환경에서 그 옆에 있는 사람이 정서적으로 주축 되는 사람에게 의존해 있으면 주축의 망상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전염되는 정신증이다. 안 씨의 단절된 상황을 홍 씨가 만들었다면 망상 체계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형편이 어렵다며 친정 식구들에게 돈을 자주 빌렸다는 안 씨. 친언니에게 1억 5천만 원 정도를 빌렸는데 이에 안 씨의 언니는 "홍 씨가 자신의 대출금을 동생에게 갚으라고 했다더라"라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실제로 안 씨는 수입의 대부분을 홍 씨에게 지급했고 사건이 벌어질 즈음에는 매달 500만 원을 건넸던 것으로 밝혀졌다.

과거에는 여준과 평범한 모자로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던 안 씨. 하지만 홍 씨와 대화만 하면 확연히 달라지고 아이들의 험담을 먼저 늘어놓고 홍 씨의 반응에 동조했다.

전문가는 "자기가 속하고 싶고 바라보고 싶은 대상은 홍 씨 밖에 없다. 아들과 딸에게 잔혹한 학대를 하면서까지 나 잘하고 있지 나 당신 하라는 대로 했어하고 있다. 홍 씨로부터 인정과 칭찬, 관심만이 안 씨를 지탱하는 유일한 낙이자 욕구였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안 씨에게 홍 씨는 절대자였으며 절대자에게 잘 보이고 승인받기 위해 아이들을 학대했던 것. 안 씨는 홍 씨가 없으면 자신과 아이들은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안 씨의 홍 씨를 향한 경외심은 가혹함으로 돌아왔고 홍 씨한테 싫은 소리를 듣기 싫어 아이를 학대했다.

전문가는 "두 아이를 남들이 보기에 되게 버젓해 보이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확신이 부족한 상태에서 홍 씨의 지시에 따르면 고민하지 않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거다. 안 씨는 자기 삶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게을리하는 타입"이라고 지적했다. 안 씨는 부모의 책임을 전가하려고 했던 것.

사건 발생 이틀 전 홍 씨에게 새해 계획과 다짐을 보낸 안 씨. 이에 홍 씨는 어떻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냐고 안 씨를 다그쳤고 안 씨는 아들을 혹독하게 벌하겠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홍 씨가 얻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에 전문가는 "홍 씨도 사실은 낮은 자존감도 있고 스트레스받는 것도 있다. 그런데 안 씨가 자기에게 교주처럼 의지하고 의존하고 자기 말만 기다리고 따르는 걸 보면서 자존감을 채우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라며 "심리적 만족, 욕구불만의 해소, 우월감,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나쁜 짓하면서 쉽게 돈을 버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 전문가는 고등학생이었던 피해자가 마음먹고 반항하려고 했으면 폭력에 있어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렇게 무방비로 맞고 사망하는 경우는 의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는 "학대 가해자가 엄마니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어머니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을 거다. 가정을 지키기 위해 견뎌낸 거다. 엄마와 동생을 지키기 위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전문가는 이 사건이 너무 슬픈 사건이라며 "엄마가 잘못했다고 해라, 빌라고 하면 아이는 뭘 잘못했는지 몰라도 빌게 되어 있다"라고 이웃에게 체벌을 받고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는 순간에도 아이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을 것이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리고 전문가는 조금 더 빨리 여준의 위험을 알아채지 못한 사회를 안타까워했다. 전문가는 "급성 신부전증으로 병원에 갔을 때 피해자는 의료진이, 그리고 사회가 지옥 같은 현실을 알아줄 것을 기대했을 거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을 보며 나는 가해자로부터 못 벗어나는구나 숙명이나 현실이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7시간의 학대로 사망했지만 이미 그 이전부터 죽어가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라며 누군가 학대 상황을 눈치챘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는 현실을 개탄했다.

전문가는 공동체가 아이를 같이 키운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청소년 학대의 경우 알려지기 쉽지 않다며 청소년들이 모든 폭력에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는지 계속적인 체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률 전문가는 1심 공판을 앞두고 있는 홍 씨에 대해 "공동 정범으로서의 범죄 혐의는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엄마가 부모이기 때문에 훨씬 죄질이 나쁘다며 가스라이팅을 당했다 하더라도 형량에 크게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학대에서 벗어났지만 혼자가 된 여준의 여동생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보호가 이루어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한 학대에 가담했지만 직접적 책임은 최대한 낮추려 주장하는 홍 씨에게도 법의 엄중한 심판이 반드시 내려질 수 있게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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