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7일(일)

방송 프로그램 리뷰

[스브스夜] '그알' 피고소인, "나는 고소인이 누구인지 모릅니다"···'진주 수양딸 성폭력 사건' 진실 추적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5.09.07 02:51 조회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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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김효정 에디터] 고소인을 모른다는 피고소인, 두 사람 중 진실을 말하는 이는?

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나는 너를 모른다 - 진주 수양딸 성폭력 사건의 진실'이라는 부제로 미성년자 성폭력 사건으로 7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한 남성의 사건을 추적했다.

거제에서 선박 감독관으로 일한 차명근 씨는 지난 2012년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났다. 그 주인공은 진주에서 대부업을 하고 있던 정 씨. 늦사랑이자 끝사랑이라던 두 사람은 2013년부터 7년여간 교제하며 2년간 동거까지 했다.

특히 차 씨는 정 씨의 노모까지 친아들처럼 지극정성으로 모셨다고. 그런데 정 씨와 결별하고 2년이 지난 2022년의 어느 날 정 씨의 수양딸로부터 고소를 당한 차 씨.

정 씨의 수양딸인 강 씨는 중학교 2학년 생이었던 지난 2018년 차 씨에게 성추행과 유사 성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차 씨를 고소한 것.

범행이 일어난 당시에는 차 씨가 두려워 그를 고소하지 못했다는 강 씨. 그러나 정신적인 고통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고 이에 결국 차 씨를 고소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차 씨는 자신은 강 씨를 알지 못하고 본 적도 없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 여기에 차 씨와 강 씨가 알고 지냈다는 증인들이 등장하며 차 씨는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어느 날 제작진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을 도와달라고 손을 내민 것이다.

차 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며 고소한 정 씨의 수양딸 강 씨는 총 6회 성추행과 유사 강간을 당했다며 차 씨의 폭력적인 성향 때문에 이 사실을 친모에게도 알리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정 씨의 사무실 직원인 이 씨가 차 씨의 범행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증인 9명은 차 씨의 주장과 달리 차 씨와 강 씨가 아는 사이였다는 진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차 씨는 정 씨가 말한 수양딸은 당시 19살이고 보육원에 있다고 말해서 데리고 오라고 한 사실은 있다며 중학생의 수양딸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며 고소 후 그 존재를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차 씨의 지인들도 같은 입장이었다. 차 씨가 정 씨와 교제와 동거를 하는 동안 정 씨에게 딸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다는 것.

이에 정 씨의 지인들은 강 씨는 정 씨의 내연남 딸이라며 "보육원에서 데려온 게 아니라 정 씨가 전에 만났던 남자의 딸이다. 정 씨에게 남자가 많았기 때문에 서로 모르게 했다. 그래서 사무실에 차 씨가 오면 강 씨를 못 보게 했다"라며 정 씨 모녀의 주장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

또한 정 씨 모녀가 내세운 증인들이 모두 정 씨와 밀접한 관계의 최측근이라며 그들의 주장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리고 법정에 제출한 결정적 증거였던 차 씨가 정 씨와 나눈 메시지 중 강 씨의 이름 현진을 언급한 메시지가 사실은 강 씨가 아닌 동명이인의 다른 사람들 언급하고 있는 것이라는 제보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제작진은 취재 중 정 씨의 경호원으로 활동했던 남자를 만났다. 그는 자신도 진술서 작성을 부탁받았다며 "그런데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내가 몰랐다는 게 이상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하던 일을 친한 지인에게 물려줬는데 그에게도 정 씨가 진술서 작성을 부탁했고 이에 진술서를 제출한 9명 중 1명이 그 지인이라고 말했다.

차 씨의 법률대리인은 "정 씨의 경호원을 만나서 우리 의뢰인은 당신을 모르는데 이걸 어떻게 작성했냐고 물었더니 당시 대표님이 쓰라고 해서 썼다고 진술했다"라며 이후 그는 차 씨를 모르고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들어본 바가 없으며 최초의 진술서는 정 씨의 부탁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또한 법률대리인은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사건을 조작할 가능성이 있으며 무고를 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인데 그런 진술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차 씨는 강 씨의 고소 이전 정 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고소를 했던 것. 2020년 8월 차 씨는 정 씨와 연인 관계로 지내며 정 씨에게 7억 원 넘는 돈을 편취당했다며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정 씨에게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는데 이후 정 씨에게 뇌물을 받은 수사관이 사건을 조작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2021년 3월 차 씨는 해당 사건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던 것.

그리고 하필 이러한 일이 일어난 후인 2022년 2월 강 씨가 차 씨를 성폭력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또한 강 씨가 증거로 제출한 정신과 진료 차트는 차 씨의 이의신청 2개월 후에 발급된 것이며 정 씨의 사기 사건에 대한 공판에서 정 씨 측 변호사는 차 씨에게 성범죄 사건에 대해 추궁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전개에 의혹을 갖던 상황에서 제작진은 중요한 제보자를 만난다. 2022년 1월부터 2023년 8월까지 강 씨와 교제를 했던 박찬영 씨.

강 씨는 박 씨가 군입대를 앞둔 시점에 깜짝 프러포즈를 했고 딸의 결혼을 이상하게 서두르는 강 씨 부모의 등쌀에 약혼식까지 올리고 결혼식 날짜도 잡았다고.

본인이 강 씨의 친아빠라며 스스로를 대단한 자산가라고 치켜세운 허 씨. 그리고 정 씨는 대부업체 수익금을 나눠주겠다며 박 씨 가족에게 투자를 제안했다. 이에 3억 천여만 원을 건넨 박 씨 가족. 하지만 이후 강 씨 가족은 태도가 돌변했다. 이에 결국 박 씨 가족은 강 씨 가족을 고소했다.

그런데 그런 박 씨에게도 고소장이 도착했다. 혐의는 다름 아닌 강간 혐의. 박 씨는 강 씨의 주장이 없었던 일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수집할 수 있는 모든 증거를 모았다. 이에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박 씨는 강 씨를 무고죄로 고소했다. 그리고 강 씨는 자신의 무고죄에 관한 재판에서 강간이 없었음을 시인했고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유죄판결에도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며 박 씨를 분노하게 만든 강 씨. 그는 제작진의 취재 요청에 자신의 고통만 강조했다. 그리고 박 씨와의 사건을 언급하자 입을 다물어 눈길을 끌었다.

현재 정 씨는 다른 사기 혐의로 7년 선고 후 복역 중인 상태.

정 씨 모녀의 진술과 목격자 이 씨의 증언만으로 입증된 차 씨의 범행. 이에 전문가는 "피해 사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 그런데 이전 진술과 비교를 해보거나 그 사건과 관련된 다른 사람의 진술을 보면 일관성이 무너지거나 디테일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많다"라며 진술을 거듭하면서 피해 횟수와 기간에 대한 진술 달라진 것과 처음 만난 시기에 대한 진술이 달라진 것에 주목했다. 그리고 목격자 이 씨 또한 목격한 장소에 대한 진술을 계속 번복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정 씨의 지인들은 이 씨가 강 씨가 말한 사건 당시 정 씨의 사무실에 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씨의 동업자 조 씨 또한 이 씨의 근무 시기에 대해 같은 이야기를 했다.

차 씨는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강 씨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리고 2년 전 항소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증인이 10명이나 있는데 항소를 해서 무죄 주장을 하다가는 가중 처벌을 받을까 봐 무서웠다. 그래서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항소를 포기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법을 믿고 항소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는 "고소인을 모른다고 했는데 증인들의 등장하며 피고인의 항변은 힘을 잃었다. 그리고 항소도 안 했다. 그렇다면 재판부는 자신 없었기 때문에 항소를 안 한 거 아니냐고 볼 것이다"라며 차 씨의 입장이 유리하지 않음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판사 출신의 다른 전문가는 "이 사건은 수사 과정 처음부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너무나 쉽게 수사하고 쉽게 기소하고 쉽게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진실 발견 차원에서 반드시 다시 한번 다루어야 할 사건이다. 그리고 재심 가능성도 희망적으로 보인다"라며 이번에 취재를 통해 밝혀진 새로운 내용들이 재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재심을 준비 중인 차 씨. 방송은 그의 멈춰버린 시간이 다시 희망의 시간으로 흘러갈 수 있을지 끝까지 지켜볼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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