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5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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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찐리뷰]"'모래시계' 끝나면 만나" 조폭들 싸움까지 중단시킨 레전드 드라마…모티브가 된 실화는?

강선애 기자 작성 2025.09.05 12:20 조회 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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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4일 방송된 '특집: 더 레전드'의 2부 '그해 겨울, 모래시계의 전설'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마마무 화사, 배우 장동윤, 현봉식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서울 거리가 텅 빈 이유

때는 30년 전인 1995년 1월. 밤마다 서울 시내에서 기이한 일이 벌어져. 매일 밤 특정 시간만 되면 거리의 사람들이 싹 사라지는 거야. 이때는 통금이 있던 시대도 아니야.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당시 거리에서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던 한 택시의 기사님한테 물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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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때문에 손님이 없잖아. 손님이 다 OOOO 보느라고. 손님이 없어 길에. 그거 대체 언제 끝나요?"
-택시기사

알고 보니 거리에서 사라진 사람들 모두 다, TV 앞에 있어. TV에서 방영하는 뭔가를 보려고, 거리에 나오지 않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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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좀 와? '우우우 우~우~, 우우우우~우~' 하는 멜로디가 유명한 드라마. 배우 최민수의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넌 내 여자니까!", "나, 떨고 있니?" 하는 명대사가 있는 드라마. 오늘의 이야기, 바로 드라마 '모래시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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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에는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나왔어. 태수 역의 최민수, 혜린 역의 고현정, 우석 역의 박상원. 그리고 재희 역의 이정재까지. 당시 신인급 배우였던 이정재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게 된 것도 '모래시계' 덕분이었어. 최고 시청률이 무려 64.5%야. '모래시계'는 전설이 된 대한민국 대표 드라마야.

당시에 '모래시계' 때문에 생긴 유행어가 있었어. 바로 '모래시계'는 '귀가시계'라는 것. '모래시계'가 시작하는 밤 9시 50분 전에는 사람들이 TV를 보려고 다 귀가한다는 거야. 그게 어느 정도였냐. 서울 시내 교통량이 20% 이상 감소했을 정도야. 게다가 월, 화, 수, 목 주 4회 파격 편성이라, 평일 회식도 없어졌대. 그래서 식당, 술집 사장님들은 경제적으로 타격이 엄청났지만, 불만을 가질 틈이 없어. 본인들도 장사보다 그 '모래시계'를 봐야 하거든. 그야말로 신드롬이었어. 드라마가 너무 유행이다 보니, 공중목욕탕이나 사우나 안에 있던 진짜 모래시계를 가져가는 사람도 많았대.

▲ '모래시계' 신드롬

사람들은 왜 그 드라마에 열광했을까. 당시 생생한 현장에 있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게. 먼저 '모래시계'에서 윤재용 회장 역을 했던 배우 박근형. 극 중 혜린의 아버지인 윤재용은 카지노 대부로, 권력을 탐하는 사업가이자 목표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심가 캐릭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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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장안에 굉장한 화제였던 거 같아요. 권력의 뒷면을 보는 맛이 있어 사람들의 흥미가 진진했고. 특히 카지노가 드라마에 나온 건 우리나라에 아마 최초일 거예요. 그래서 관심이 대단했던 거 같습니다 그때는. TV를 시청하시던 분들은 깜짝 놀랐을 거예요. 화면의 움직임이 굉장하고 역동적이었죠. 그 시절의 드라마라는 건, 프레임 안에 갇혀 대사 하는 정도였는데, 영화 보는 것 같았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전에 있던 모든 걸 다 부숴버리는 그런 드라마라고 볼 수 있죠."

-배우 박근형, '모래시계' 윤재용 회장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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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를 촬영한 촬영감독 서득원입니다. '모래시계'를 거의 1년 가까이 찍지 않았나. 김종학 감독님이 '영상으로 힘을 줘야 한다'고 해서 장면 하나 찍는데 5-6시간 이상을 허비하고. 그러다 보니까 완성도도 자연히 높아지고. 일단 주인공들의 감정 표현이나 그런 연기들이 있었기 때문에, '모래시계'가 좋은 호응을 얻지 않았나. 내용 자체가 굉장히,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던가 삼청교육대 얘기라던가. 사회적인 이슈가 많았고. 정치적인 얘기, 정경유착 관계된 얘기들이 다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호응도가 좋았던 거 같아요."
-서득원, '모래시계' 촬영감독

때는 김영삼 대통령 시대였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던 군부 대통령의 시대가 끝나고 민간인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그간 성역처럼 여겨졌던 정치적 사건들이 전면에 다뤄졌어. 삼청교육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처음으로 다룬 드라마가 이 '모래시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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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당시 물을 전달하는 실제 자료 영상에 물을 받아마시는 배우의 촬영분을 연결하는 등, '모래시계'는 드라마 곳곳에 실제 영상을 삽입해 드라마의 현장성을 극대화시켰어. 특히 5.18 광주 민주화운동 에피소드는 실제로 광주에서 촬영했는데, 촬영 현장을 지켜보던 광주 시민들이 보조출연을 자청했다고 해.

"굉장히 1994년도가 더웠어요. 엄청 더웠는데, 그때 엑스트라로 광주분들이 도와주셔서. 현장에 김밥도 싸 주시고, 달걀도 삶아서 챙겨주기도 하고. 자발적으로 뭐든 얘기하라고. 의상 입고, 피 분장까지 자처해서, 아주 즐겁게 하시더라고. 일하는데 큰 도움이 됐죠."
-서득원, '모래시계' 촬영감독

'모래시계'는 단순 드라마를 넘어, 당시 하나의 사회 문화 현상이었어. 방송 철회를 요구하는 국방부의 압력에도 '모래시계'는 굴하지 않고, 아픈 역사를 세상에 알렸어. 하도 인기가 좋다 보니 드라마 시간엔 이런 것도 멈췄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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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확하게 1984년부터 2010년까지 조폭생활을 하고 2010년에 은퇴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모래시계' 하면 다, 싸움도 안 하고 그랬어요. '몇 시 후에 싸우자' 했죠. 그만큼 사람들이 좋아했었지. 그때 국민 정서로 '모래시계'가 좀 유명했었죠. 오죽했으면 조직폭력배들이 '모래시계' 한다고 '내일 싸움하자'고 할 정도인데."
-이현수, 전직 조폭

대체 얼마나 재밌었길래, 조폭들도 싸움을 멈추고 볼 정도였을까. 드라마 내용을 짧게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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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윤재용 회장에겐 운동권 대학생 딸이 하나 있었어. 고현정이 연기한 윤혜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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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태수와 우석은 고등학생 때부터 절친 사이야. 그런데 태수는 폭력의 길로 들어서고, 우석은 법조인의 꿈을 품고 공부에 전념하며 다른 길을 가게 돼. 그러다 우석은 대학교에서 만난 혜린에게 반하고, 학생 운동 중 경찰에게 쫓기는 혜린을 숨겨줘.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특별한 사이가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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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태수가 혜린의 존재를 알게 되고, 세 사람은 자주 함께 어울리게 돼. 그러다 혜린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는 태수. 혜린의 마음도 조금씩 태수를 향해. 이 세 주인공을 중심으로, 카지노 대부와 정치권, 조폭, 세 가지 축의 커넥션과 그 안에 담긴 사회 부조리들이 드라마에서 펼쳐져. 그들의 이야기 끝엔 어떤 결말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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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설적인 드라마 '모래시계' 방송 2년 전인 1993년. 이 드라마의 모티브가 된 아주 굵직한 사건이 현실에 있었어. 조폭, 권력, 카지노를 둘러싼 은밀한 커넥션이 세상에 드러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거야. '모래시계' 시대를 살았던 그 사람들의 진짜 그날 이야기. 드라마 대 현실, '모래시계' 대 실제 사건. 두 이야기의 엔딩은 같을까, 아니면 다를까? 이제부턴, 실화를 들려줄게.

▲ 정덕진 성공 신화

때는 1980년대, 서울 강남 일대에 돈으로 소문난 유명 인사가 있었어. 갈고리로 쓸어 담아야 할 정도 돈이 엄청 많다는 소문이 난 현금부자, 그의 이름은 정덕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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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자택은 물론, 미국 캘리포니아에도 지금 돈 80억 원 상당의 저택이 있었대. 정덕진 동생 정덕일 또한, 으리으리한 고급빌라에서 살았어. 정 씨 삼 형제가 보유한 부동산은 엄청났어. 정덕진 개인이 보유한 부동산은, 무려 112건이었어. 삼성동, 양재동 등 서울의 노른자 땅뿐만 아니라, 대전, 용인, 부산, 성남 등 주요 도시에 아파트와 땅을 엄청 갖고 있었어. 형제들이 보유한 부동산을 다 합치면 모두 216건, 당시 3천억 원 규모야. 지금 돈으로는 1조 원이 넘는 부동산 재벌인 거지. 정 씨 형제들의 리더 정덕진은 어떻게 부를 축적했을까.

정덕진은 한 때 서울 명보극장 앞에서 활동한 암표장사였어. 6.25 전쟁 때 부모님을 따라 월남한 터라, 가정 형편을 어려웠어. 그런데 성적은 좋았대. 서울 사대부고에서 늘 성적 상위권이었어. 그런데 가정형편 때문에 고1때 자퇴하고 뒷골목 생활을 시작했어. 그러던 스물다섯 무렵, 정덕진은 운명의 사람을 만나. 한 대학 교수인데, 그는 전공은 사학과인데, 특이하게 청계천에서 전자오락 기계를 만드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었어. 정덕진은 그 교수를 찾아가 '돈은 없지만 사업을 하고 싶다'며, 전자오락기를 외상으로 지원해 준다면 잘 굴려서 돈을 갚겠다고 했어. 교수는 그의 호기로운 제안을 받아들였고, 정덕진은 전자오락기 스무 대를 지원받아서, 청량리 쇼핑몰 한 구석에 몰아넣고 가게를 열었어. 전자오락실의 주인이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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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오락실 장사만으로는 큰돈을 벌 수 없지. 그러던 그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어. 교수가 유학을 떠나면서, 정덕진에게 오락기 전국 판매권을 양도한 거야. 당시에 전국 총판을 운영하며 정덕진은 처음으로 큰돈을 만지게 됐어. 그리고 얼마 후 정덕진에게 또 다른 사업 제안이 들어왔어. 여의도 관광호텔의 나이트클럽을 같이 운영하자는 제안이야. 당시 여의도는 개발 전의 진흙밭 상태였어. 그런데 정덕진은 이곳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어. 그래서 5년간 그 나이트클럽의 임대 계약을 맺었어.

하지만 여의도 나이트클럽으로 손님들은 오지 않았어. 전략이 필요했어. 정덕진은 택시기사들을 공략하기로 했어. 나이트클럽으로 손님들을 태워 올 때마다 기사들에게 천 원씩 팁을 주겠다고 했어. 지금 돈으로 5천 원 정도 하는 금액이야. 택시기사들은 택시에 탄 손님들을 여의도 나이트클럽으로 유도했어. 그렇게 석 달이 지나자, 사람들 사이에 여의도 나이트클럽이 입소문이 나고, 그 덕에 여의도 자체가 핫해져. 정덕진의 성공 가도는 이제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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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다음 사업은 카바레였어. 한마디로 중노년층의 나이트클럽이야. 카바레를 운영하며 정덕진은 의외의 포인트에 집중해. 바로 화장실. 화장실을 고급스럽게 새단장하고, 늘 청결하게 유지해서 손님들 마음을 사로잡았어. 여자 손님들을 사로잡으니, 남자 손님들의 마음도 따라왔어.

정덕진이 손댄 다음 사업은 카지노였어. 정덕진은 강원도의 한 관광호텔 카지노를 인수해. 당시에 카지노는 내국인은 출입 금지라 외국인을 상대로 영업해야 했는데, 공항부터 카지노까지 이동하는 공항 셔틀 서비스를 운영한 거야. 결과는? 또 대박이 났어. 정덕진이 손대는 것마다 승승장구야.

사업이 점점 확장되면서 정덕진은 본격적으로 전국의 관광호텔을 사들이기 시작해. 그의 명함에는 떡 하니, '관광호텔 대표이사'라는 직함을 새겼어. 그런데 명함 뒷면엔 '제이 슬롯머신'이라 쓰여있어. 관광호텔의 부대시설인 슬롯머신업이 사실상 정덕진의 주력 사업이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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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외상으로 빌렸던 전자오락기로 시작한 사업이 슬롯머신으로 진화하며 어마어마한 현금을 벌어들이기 시작했어. 사람들은 그를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이라 부르기 시작했어. 이 정덕진이, 드라마 '모래시계' 속 카지노 대부 윤재용 회장의 실제 모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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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본 적은 있어요 그분을.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의구심은 있었죠. 윤재용이라는 캐릭터가 권력에 대한 욕구가 대단한 사람인데도, 자제하고 부딪치고 이겨내는 면모들을 특별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신이 났었어요."
-배우 박근형, '모래시계' 윤재용 회장 역

슬롯머신 기계 옆의 손잡이를 당기면 가운데 세 개의 슬롯이 돌아가고, 세 개가 모두 '777'에 맞으면 상금이 제일 커. 몇 번 만에 당첨이 나오게 하느냐 하는 승률과, 이겼을 때 최고 상금을 얼마로 하느냐 시상금은, 법으로 정해져 있대. 그럼 당시 업소들이 이 규정을 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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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승률이 8대 2. 80%는 가게, 손님들한테 20%, 그러니까 안 맞지. 이게 승부 조작을 할 거 아니에요. 발로 조작을 해. 카운트에서 버튼을 눌러요. 이게 선으로 다 연결돼서 발로 내가 카운터에서 딱 밟으면, 기계 불이 사정없이 들어오고 '777'로 맞아요. 수익은 우리가 월로 따지면 적게는 2억 원, 많게는 10억 원씩 해. 월 한 10억씩 버니까 그만큼 이권이 많은 거지."
-이현수, 전직 조폭

승률은 낮추고 상금은 더 크게. 조작된 일부 기계에서 짜고 친 잭팟이 터지는 걸 옆에서 보면 욕심나지. 그래서 한 번만, 한 번만 더 하다가, 십 분에 몇 십만 원 잃는 건 일도 아니야. 슬롯머신 업장 한 달 매출이 10억 원. 지금으로 치면 약 40억 원이야. 슬롯머신 기계 하나하나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거야.

▲ 돈과 주먹

근데 돈 있는 곳에 부패 있고, 부패 있는 곳에 조폭이 있다고 하지? 조폭과 슬롯머신, 그 첫 번째 커넥션의 드라마가 시작돼.

"예전에는 조직폭력배들은 거의 다 나이트클럽, 유흥업소, 슬롯머신, 이런 것에 무조건 개입되어 있었죠. 지역에서 이름 있는 사람들을 같이 합작으로 운영했었죠. 내가 뒤에서 돈을 댈 테니 네(조폭)가 운영을 해라."

-이현수, 전직 조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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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왕성하게 활동했던, 전국 10대 조폭 계보야. 조폭과 손을 잡은 건 정덕진도 마찬가지였어. 정덕진은 특히, 서방파의 김태촌과 커넥션이 있었어. 김태촌 알아? 김태촌은 뉴송도호텔 사장 피습사건 주범으로, 징역 5년,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어. 그러다 폐암이 발병돼 수감 3년 만인 1989년도에 형집행정지로 석방됐어. 천하의 김태촌도 돈줄인 정덕진 앞에선 고개를 숙였다고 해. 조폭들도 언제부턴가 돈과 권력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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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촌이 형님께서 정덕진의 일을 많이 봐주고, 연줄이 되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형제 관계랑 비슷했지. 조폭들은 돈을 쫓아다니니까."

-이현수, 전직 조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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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진 씨를 만날 때면 보통 오백만 원, 오천만 원 그렇게 받았으니까. 정덕진이 돈을 건네주면, 김태촌의 금고가 있어서 제가 받아서 넣고 했으니까."
-구상열, 1989년 김태촌의 운전기사

김태촌은 정덕진에게 2억 3천만 원, 지금 돈으로 약 7억 원 정도를 받아서 관광호텔의 슬롯머신 업장 하나를 꿰찼어. 그리고 매월 상당한 용돈을 받으며 다른 슬롯머신 업장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사건의 해결사 노릇을 했어. 정덕진과 김태촌, 돈과 주먹의 결탁. 이들 관계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완벽한 공생 관계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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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그때 정덕진이 조폭하고 본인의 관계가 나오니까, 자기를 협박을 하도 해서 어쩔 수 없이 지분을 넘겨줬다, 거기에 대해서 이제 김태촌은 '그게 아니었다 돈을 빌렸다', 이 표현을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하는데, 조폭들이나 주먹들은 절대 돈을 강탈했다고 안 해요. '돈을 빌려서 투자한 거다' 그렇게 얘기해요."
-조성식, 검찰 출입 20년 기자

철저히 이익에 의해 맺어진 동맹. 이건 곧, 이익이 안되면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관계라는 거야.

슬롯머신 업장을 운영하라면, 매우 중요한 커넥션 하나가 더 있어야 했어. 바로 '공권력'. 당시 단속 정보를 미리 알려주거나 단속을 막아줄 공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정기적으로 상납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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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운영을 하다 보면 제일 필요한 게 뭐예요? 공권력이 있어야 해. 누가 정보를 줘야 하고 가게를 봐줘야 살아남을 수 있어. 유착은 기본이에요. 그거 없으면 영업 못 하니까. 우리가 경찰차를 조직 세계에서 '시차'라고 불러요. 시차들이 업장 앞에다 차를 대놓고, 그냥 무전으로 '사장 나와라' 해서 '자 오늘 뭔 날이니까 야식 좀 보내줘' 그러면 야식비 30~50만 원씩 주고 예전에는 다 그런 시절이었다니까. 그런 사람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수금하는) 날짜가 있을 거 아닙니까. 그러면 쇼핑백에 넣어 갖다 드려. 금액은 억 단위. 순수 만원 짜리로."
-이현수, 전직 조폭

어떤 유력 인사들은 슬롯머신 사업장에 직접 지분 투자를 하기도 했어. 그럼 정덕진이 투자금에 따라 이익을 배당해 주는 거지. 음지의 힘 조폭, 양지의 힘 권력과 손 잡은 정덕진은 점점 더 거물이 되어 갔어. 그러자 정덕진에게는 더 큰 배후가 필요해져. 이제부턴 다른 공간, 다른 인물로 시선을 옮겨볼게.

▲ 거대 배후를 품다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박상원 배우가 연기한 강우석은 사시에 합격해 강력부 검사가 됐지. 검찰 강력부는 조폭 잡는 부서였어.

서울지검 강력부는 1990년 범죄와의 전쟁 때 많은 두목급 조폭을 잡아들였어. 당시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김태촌도 범죄단체를 구성한 혐의로 다시 검거가 됐어. 하지만 서울지검 강력부의 이번 목표는, 김태촌이 아니야. 조폭 뒤의 진짜 배후, 정덕진이 조폭의 활동 자금을 대주고 있다는 소문은 이미 파다하게 퍼져 있었어. 하지만 정덕진은 단 한 번도 검찰의 수사를 받아본 적이 없어. 검찰이 내사를 시작하려 하면, 곧바로 내사를 중단하라는 명령이 위에서부터 내려왔거든. 이건 정덕진 뒤에, 더 강력한 배후가 있다는 뜻이야.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서울지검장이 교체되고, 강력부 부장과 차장검사의 라인도 바뀌었어. 그러자 서울지검의 분위기가 좀 바뀌었어. 드디어 정덕진과 그 배후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수 있게 된 거야. 가장 먼저 서울지검은 정덕진을 긴급 체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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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래는 못 살다가, 좀 재산을 모아서 괜찮게 살다가 사회에 모범이 못 되게 호화스러운 생활을 했다는 죄인이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것은 전 깡패가 아닙니다. 깡패라는 사람들한테 칼잡이들한테 그놈의 영업을 하는 바람에 상당한 위협을 느끼고 사는 사람이지. 김태촌에게 1억 5천만 원을 준 사실은 있습니다."
-정덕진

의외로 정덕진은 김태촌과의 관계는 쉽게 인정했어. 그런데 정작 배후에 대해선 불지 않아. 배후를 밝히라는 말에, 젊은 주임검사를 오히려 무시하는 거야. 세무조사를 다시 할 거라 압박해도, 끄떡 안 해. 사흘 나흘이 넘게 신경전이 계속 돼도 정 씨는 입을 열지 않아.

검찰은 정 씨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상습적으로 도박한 혐의를 이미 찾고 있었어. 탕진한 돈이 당시 돈으로 10억 원 정도. 검찰은 당시 정덕진의 카지노 대출 내역서까지 이미 미국 수사관을 통해 다 확인해 뒀어. LA 저택을 사려고 160만 달러의 외화를 유출한 것도 파악해 뒀어. 당시 이 정도 액수의 외화 유출이면 징역 10년 이상까지도 가능한 중범죄였어. "평생 감옥에서 살던지 배후를 밝히던지 하라"며 추궁하자, 더 이상 빠져나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정덕진은 드디어 입을 열었어.

"우리가 '원자탄'을 사용했소."

'원자탄'은, 원자폭탄급 위력을 가진 핵심 인물에게 뇌물을 바쳤다는 뜻이야. 그럼, 누굴 말하는 걸까? 그 주인공은, 노태우 정권 때,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낸 실세 중에 실세 박철언 국회의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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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진 검찰 수사 3년 전인 1990년. 정덕진에 대한 특별 세무사찰이 이뤄졌어. 청와대 세무사찰은 국세청 세무조사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수준이야. 정 씨 형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였지. 그래서 청와대를 움직일 수 있는 핫라인, 박철언 의원에게 접근했어. 박철언 쪽에 실제 돈을 건넨 건 동생 정덕일이었어. 정덕진은 "동생 정덕일이 홍 씨 성을 가진 여자의 집에서 돈을 줬다"고 들었대. 그럼 홍 여인은 또 누구일까?

"동생이 그 홍 여인한테 부천에 있는 장급 호텔을 산 적이 있어요."

정덕진은 검찰의 수사력을 테스트하듯, 일부 정보만 쓱 흘려. 검찰은 부천에 있는 장급 호텔들의 수년간의 매매 기록을 뒤진 끝에 한 여관 매도인의 이름에서 홍 씨를 발견해. 홍여인, 그녀는 재력가이자 사교계 유명 인사였어. 박철언 의원과도 친분이 있어.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정덕진은 동생 정덕일에게 전화해 "더 이상 버티지 말고 사실대로 다 이야기해"라고 말했어. 결국 동생 정덕일도 검찰에 출두해 사실을 털어놨어. 홍 여인의 주선으로 평창동 홍 씨 집에서 박 의원을 만나, 007 가방에 헌 수표와 현금으로 5억 원을 가득 채워 건넸대. 이후에도 특급 호텔 사우나 탈의실에서 따로 만나서 1억 원을 추가로 건넸다고 진술했어. 슬롯머신 업자에게 6공 실세이자 현직 국회의원이 6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거야. 박철언 의원은 뇌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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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입니다. (돈을 받은 일은) 물론 없죠."
"새벽이 왔다고 소리치면서 닭의 목은 왜 비트는지 모르겠습니다."
-박철언

장관까지 지낸 자신이 일개 슬롯머신 업자에게 돈을 받았겠냐고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했어. 그러자 정덕일은 이걸 갖고 나타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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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건넨 것과 똑같은 가방. 만 원권과 헌 수표로 5억 원을 채웠대. 이런 정덕일의 구체적인 진술에도 박철언 의원은 부인했어. 만약 정덕일이 자신에게 돈을 줬다면, 홍 여인이 중간에서 가로챘을지 모른다는 거야. 이 말을 들은 홍 여인은 펄쩍 뛰었어. 자신은 정덕일의 부탁으로 소개 자리를 마련한 거 뿐인데, 관련도 없는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다며. 너무 심한 배신감을 느꼈대. 결국 홍 여인은, 언론을 통해 그날 상황에 대해 상세하게 밝혔어.

"나는 두 손에 과일을 담은 쟁반을 들고 문간방으로 갔다. 양손에 든 쟁반으로 문을 밀치고 들어서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 007 가방이 놓여 있었고, 반쯤 열린 가방 속에 수표 다발이 가득 들어있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얼마짜리였는지는 몰랐으나 노란 고무줄에 묶인 헌 수표인 것은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순간 나는 멈칫했고, 두 사람도 어색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과일 쟁반을 놓자마자 도망치듯 그 방을 나왔다. 정 씨가 응접실로 들어서며 몹시 후련한 표정으로, '이제 됐다'는 요지의 말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홍 여인

이후에도 뇌물을 줬다, 안 받았다,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고, 마침내 최종 판결이 났어. 피고인 박철언에게는 징역 1년 6개월과 금 6억 원 추징 선고가 나왔어. 검찰의 목표대로, 숨은 거물급 배후가 드디어 밝혀진 거야.

그렇다면 검찰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이 일을 계기로 검찰 전체가 발칵 뒤집혔어. 이후로도 꼬리에 꼬리를 물 듯 고위 공직자들이 슬롯머신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졌거든. 청와대 비서관, 지방경찰청장 등 무려 고위 공무원 130명이 연루됐어.

▲ 최후의 커넥션

최후의 결정적 커넥션이 하나 더 남아 있어. 바로, 국가안전기획부. 안기부 기조실장 출신인 엄삼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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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삼탁은 ROTC 장교 출신으로 25년간 군에서 복무한 직업군인이었는데 ROTC 출신 중에 가장 먼저 별을 단 인물이었어. 전두환, 노태우의 직속 부하였고, 안기부 기조실장 시절엔 안기부장도 제치고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할 정도로 안기부 내 실세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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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엄삼택의 재산 목록에 서초동 소재 대형 음식점이 있었어. 그리고 뒤로 보이는 고급 빌라들. 그중 맨 뒤 빌라가 엄삼탁의 집이야. 또 식당과 엄상탁 빌라 사이에 있는 고급빌라, 여긴 정덕진의 집이야.

이전에 안기부가 정덕진 형제를 사찰한 적이 있어. 총선 당시 불었던 평민당 돌풍. 정 씨 형제가 이 평민당을 지원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정 씨 형제의 자본을 추적한 거야. 엄삼택은 자본 추적을 무마해 주겠다며 1억 5천만 원을 받았다고 해. 그 후 엄삼탁은 끊임없이 정 씨 형제를 압박했어. 조폭과 슬롯머신 커넥션 중심에, 국가 정보기관인 안기부가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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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윤 회장과 밀접한 관계로 등장하는 캐릭터 장도식. 그도 안기부 고위급 간부였어. 안기부는 돈이 필요할 땐 정덕진을, 주먹이 필요할 땐 주먹을 동원했어. 학생 운동을 저지할 무력이 필요하거나, 야당을 탄압하기 위해 물리력이 필요할 때 조폭을 정치깡패로 활용했던 게 바로 안기부였어. 드라마 '모래시계'에서도 정치적 목적으로 폭력에 투입되는 태수의 모습이 자주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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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용팔이 사건'이라고 알아? 1987년 전두환 정권 하에, 국민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강력히 요구했어. 그런데도 전두환 정권이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려 하자, 이를 반대한 김영삼, 김대중이 반독재, 직선제 개헌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통일민주당을 창당하기로 해. 1987년 4월 20일, 통일민주당 창당대회가 예정된 날. 전국 통일민주단 사무실에 갑자기 사람들이 들이닥쳤어. 그들은 각목을 들고 통일민주당 사무실을 점거했어. 이들을 이끌었던 한 남자, 바로 조폭 '용팔이'야. 야당 창당 대회 방해 작전에 동원된 게 용팔이 사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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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팔이' 이름으로 유명해졌죠. 조직 생활을 할 때인데, 정치인들이 한 3, 4명 정도가 와서 나한테 '김 동지가 맡아야 할 임무가 있다'는 거야. '저 같은 사람이 맡을 임무가 있겠습니까?' 하니까 '김 동지, 국가를 위해 일을 한 번 해보십쇼. 이 창당 대회 방해 임무가 끝나면 세상에서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더라고요."
-김용남, 전직 조폭 '용팔이'

강력한 야당의 탄생을 막고 싶었던 정치인들이 창당대회를 무산시켜 달라 사주한 거야. 국가를 위해 일하라는 명분을 주면서까지.

"제 역할이 행동대장이었어요. 창당대회에서 지휘봉을 세 번 두드리면, 신당이 탄생 돼요. 그래서 그것을 못하게, 창당을 못하게. 그 작업을 했죠. 최고의 정보부처인 안기부. '안기부장이 지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사고가 나도 다 해결되니'. 정부에서 나오는 건축, 건설, 이런 부분을 우리는 받기로 하고 그 일을 한 거죠."
-김용남, 전직 조폭 '용팔이'

그럼, 조폭들은 약속한 대가를 받았을까?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용팔이를 동원했던 안기부 쪽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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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기다리면 연락을 해줄 테니 기다려라, 그래서 기다렸는데도 연락이 없어요. 전화도 안 받으니 오기가 생기잖아요. 그때 느낀 것이 '정치인들은 전부 다 이렇구나'. 끝끝내 연락이 없었어요. 그거 하고 나서 배신감이 많이 느껴졌죠."

-김용남, 전직 조폭 '용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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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팔이 사건'으로 유명한 김용남도 있고, 그 외에도 많아요. 정치권에 연루됐던 조폭들이, 이 사람들도 나중에 다 이용만 되고 뒤통수를 맞아요. 큰 조직의 두목들 사이에선 엄삼탁에 대해서 이를 가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받을 건 다 받아놓고 나중에 보호는 안 해줬다, 이런 원망과 분노를 들었던 기억이 나요."
-조성식, 검찰 출입 20년 기자

권력과 조폭 간 커넥션의 비루한 끝. 이게 바로 현실의 결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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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많았죠. 권력과 야합해서 벌어진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까. 그런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었으니까. 그게 진짜처럼 실제로 느꼈던 거 같아요."
-배우 박근형, '모래시계' 윤재용 회장 역

"한마디로 권력의 추악한 이면이 드러난 것이거든요. 양지 권력과 음지 권력의 공생관계, 악어와 악어새 비슷한, 이런 관계를 세상에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도 별로 없었던 거 같아요."
-조성식, 검찰 출입 20년 기자

▲ 현실과 드라마의 결말

영원할 거 같았던 커넥션 끝엔 무거운 형벌만이 남았어. 슬롯머신 비리 사건으로 나라가 뒤집히고 5년 후, 정덕진이 모습을 드러낸 곳이 있어. 카지노로 유명한 필리핀이었어. 국내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필리핀에서 다시 카지노 사업으로 재기하려 했지만, 정덕진은 카지노 운영자가 아니라 도박 중독자가 되어 있었어. 국내에서 빼간 돈 37억 원 중 도박으로 20억 원을 탕진한 상태였어.

그럼, 드라마 '모래시계'의 결말은 어땠을까? 카지노로 정치자금을 대주던 기업가 윤 회장의 어떤 결말을 맞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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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는 기업과 정권에 대해 폭로하려고 기자회견 장소로 들어섰을 때 아무도 없고. 권력에 의해 다 막히고. 혼자서 앉아 기다리다가 심장 발작으로 약을 꺼내 먹으려다가 생을 마감하죠."
-배우 박근형, '모래시계' 윤재용 회장 역

폭력으로 권력의 뒤를 쫓았던 조직폭력배, 이들의 돈과 힘을 이용했던 국가정보기관. 각자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이용하다가, 쓸모가 다 되면 간단히 교체되고 마는 냉혹한 생존 논리. 이건 현실도 드라마도 같았어.

하지만 드라마엔 현실과 다른 결말이 하나 남아있어. 검사인 우석은 친구이자 조폭인 태수의 담당 검사로서, 그의 죄가 무엇인지, 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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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상식이란 게 있습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물론 상식대로 사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라는 건 인정합니다. 피고인은 지난 30년간 살아오면서 여러 번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그때마다 피고인은 좀 더 쉬운 길을 택했습니다. 자신의 힘을 사용하고, 힘 있는 자의 옆에 붙어서 지름길을 택했습니다. 본 검사는 범죄단체조직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의거, 사형을 구형합니다."
-'모래시계' 우석

그렇게 태수의 사형이 집결돼. 마지막에 태수는 우석에게 이런 말을 남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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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아. 나 떨고 있냐. 그게 겁나. 내가 겁날까 봐."
"너… 괜찮아."

영원할 거 같은 권력과 힘을 자행하던 자들의 아귀다툼 속에,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무엇이었을까.

그럼 왜 드라마의 제목이 '모래시계'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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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가 보면, 위에 있던 모래가 아래로 다 떨어지면 끝이에요. 한정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의 인생이든 어떤 정권이든, 또 어떤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유한하고 한정된 거죠. 사람들은 그걸 자꾸 잊어버려요. 한정된 그 시간과 공간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모래시계' 송지나 작가

인생도 힘도 권력도 세상 모든 것들은 유한하다는 의미를 담은 모래시계. 그리고 유리 안의 작은 모래 알갱이들은, 역사 속의 한 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상징한 거야. 모래시계 속 모래는 언젠가 다 내려오지만, 다시 뒤집는 순간부터 시간은 다시 시작돼. 새로 시작하는 시간은, 우리의 노력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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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드라마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정말 진정한 용기 있죠. 그런 것들을 많이 잊어버리지 않았나. 후세들에게도, 용기 있는 사람이 돼라 보다는, 어떤 재능 있는 사람, 공부를 잘하라든지 이런 걸 더 많이 얘기하죠. 사람답게 사는 거 이런 면에 좀 초점을 두셔서 보시면, 더 많이 와닿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현정, '모래시계' 혜린 역

우리는 정의로운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인가, 우리는 진정한 용기를 내며 살아가고 있는가. 오늘의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 보기 위해 '모래시계' 이야기를 꺼내봤어. '모래시계' 다음의 시간. 우리가 만들고 있는 지금 이 시대의 드라마는 어떤 결말을 향해 가고 있을까.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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