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5일(금)

방송 프로그램 리뷰

[스브스夜] '꼬꼬무' 드라마 '모래시계' VS 실제사건' 슬롯머신 비리'···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 조명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5.09.05 07:21 수정 2025.09.05 09:51 조회 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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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모래시계의 실제 모티브가 된 사건, 드라마와 얼마나 닮았을까?

4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특집 더 레전드 2 - 그해 겨울, 모래시계의 전설'을 통해 드라마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을 조명했다.

귀가 시계로 불리며 신드롬급의 인기를 얻었던 SBS 드라마 '모래시계'는 카지노 대부와 정치권, 그리고 조폭의 은밀한 커넥션과 사회 부조리를 담아내 큰 사랑을 얻었다.

군부 시대가 끝나고 민간인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출범하며 이전까지 다루지 못했던 정치적 사건들이 전면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것. 이에 드라마는 곳곳에 실제 영상을 삽입하며 현실감을 더했다.

이에 방송은 당시 드라마의 모티브가 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 이야기를 추적했다.

1980년대 강남 일대에서 돈으로 유명했던 자산가 정덕진. 그는 소유 부동산만 112건에 달하고 형제들의 소유까지 합하면 216건의 당시 3천억 규모의 자산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기준 약 1조 원의 부동산 재벌이었던 것.

타고난 장사 수완으로 부를 축적한 정덕진은 유흥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전국의 관광호텔 사들이며 관광호텔의 부대시설인 슬롯머신 사업에 주력했다.

그는 드라마 속 고현정의 아버지 역할로 등장했던 카지노 대부 윤재용 회장의 실제 모델인 슬롯머신 대부였던 것.

업장 한 달 수입 10억, 현재 시세로 40억에 달하는 돈을 매달 손에 넣게 된 정덕진. 돈 있는 곳에 부패 있고 부패 있는 곳에 조폭 있다고 그는 언제부턴가 조폭들과 손을 잡았다.

서방파 김태촌이 바로 대표적인 인물. 그는 정덕진에게 돈을 받아 관광호텔 슬롯머신 업장 하나를 꿰차고 매달 엄청난 용돈을 받으며 다른 업장들의 해결사 역할을 했다.

그리고 정덕진은 단속 정보를 알려줄 공권력과 두 번째 커넥션을 맺었다. 공권력에 정기적으로 상납하며 사업을 더욱 키웠고 이에 정덕진은 점점 더 거물이 되어 갔던 것.

조폭의 활동 자금을 대주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정덕진. 하지만 단 한 번도 그는 검찰의 조사를 받지 않았다. 앞에서 언급한 것보다 더 큰 배후가 있었던 것.

문민정부 출범으로 검찰 인사 대거 변동이 일어나며 정덕진과 배후에 대한 수사가 개시됐다. 그리고 긴급 체포된 정덕진은 김태촌과의 관계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러나 검사들을 무시하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검찰은 자신들이 확보한 증거를 하나하나 공개했고 이에 더 이상 빠져나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정덕진은 "우리가 원자탄을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원자폭탄급 위력을 지닌 인물이 배후에 있다는 것. 스페이드 에이스급의 강력한 힘을 지닌 배후인 코드명 P는 국회의원과 두 번의 장관을 지낸 박철언 국회의원이었다.

007 가방에 현금과 수표로 5억 원, 이후 1억 원 추가로 받은 박철언. 하지만 그는 금전거래가 없었다며 당당했다.

박철언은 계속 발뺌을 했고 자신과 정덕진을 연결시켜 준 홍 여인이 돈을 빼돌렸을 것이라며 누명까지 씌웠다. 결국 이에 분노한 사교계 거물인 홍 여인이 모든 것을 폭로했고 박철언을 실형을 면하지 못했다.

숨은 거물급 배후가 밝혀진 후 정덕진과 커넥션을 맺은 공권력이 추가로 드러났다. 무려 130명의 고위공무원이 적발되었던 것.

그리고 최후의 결정적 커넥션인 조커 국가안전기획부의 존재가 드러났다. 안기부 기조실장 출신 엄삼탁은 전두환과 노태우의 직속 부하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가 가능한 실세 중 실세였다.

안기부가 정 씨 형제에 대해 압박을 하자 이를 피하기 위해 정덕진은 안기부의 실세 중 실세를 매수했던 것. 그리고 엄삼탁은 이를 이용해 정 씨 형제를 끊임없이 압박해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어냈다.

드라마 속에도 등장했던 안기부 간부. 실제 안기부는 돈이 필요할 땐 정덕진, 주먹이 필요할 땐 조폭을 동원했다. 특히 조폭을 정치 깡패로 활용하여 야당 창당대회 방해 임무까지 맡겼다.

드라마에서도 주인공 태수가 야당 창당대회 방해를 했는데 이는 실제 사건인 용팔이 사건이 모티브였던 것.

1987년 전두환 정권의 비리로 강력한 야당 창당이 임박하자 안기부는 조폭 용팔이를 시켜 창당 대회 방해 임무를 지시했던 것.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명분을 주며 이후에 정부에서 나오는 일들을 주기로 한 안기부.

그러나 이후 안기부는 조폭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이에 조폭들은 큰 배신감을 느끼며 처벌만 받아야 했다. 결국 정치권에 이용만 되었던 것.

슬롯머신 비리 사건으로 나라가 발칵 뒤집히고 5년 후 정덕진 카지노로 유명한 필리핀에서 도박 중독자가 되어 등장했다. 결국 그는 빼돌린 돈 중에 대부분을 도박으로 탕진하며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드라마 속 카지노 대부는 권력에 의해 마지막 진실을 폭로하는 것도 막히고 심장 발작으로 홀로 외로운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폭력으로 권력의 뒤를 쫓았던 조폭 태수는 끝내 구속되고 이를 이용했던 안기부장도 체포된다.

서로를 이용하다가 쓸모를 다하면 간단히 교체되는 커넥션은 현실도 드라마도 같은 결말을 맞았던 것.

하지만 드라마가 현실과 다른 결론도 있었다. 조폭 태수의 친구인 검사 우석은 친구 태수의 죄가 무엇인지 그 죄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이야기하고 사형을 구형했던 것.

그리고 이 장면에서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나 떨고 있냐"라는 명대사를 탄생시켰다.

작가 송지나는 제목 모래시계에 대해 "모래시계는 위에 있던 모래가 아래로 떨어지면 끝, 한정적인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든 어떤 정권이든 무엇이든 간에 유한하고 한정된 것. 그런데 사람들은 그것을 종종 잊어버린다"라며 "드라마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최선을 다 해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상 모든 것은 시간 아래 유한하며 모래알 하나하나는 역사 속을 살아가는 우리라는 것. 그리고 뒤집는 순간부터 다시 시작되는 모래시계처럼 우리들의 시간과 역사도 다시 시작되는 것. 결국 새로운 시간의 결과는 우리의 노력에 달려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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