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7일(금)

방송 프로그램 리뷰

[스브스夜] '꼬꼬무' 육군 상사 염순덕 피살 사건···'최악의 군 의문사', 24년 만에 새롭게 드러난 '진실' 추적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5.06.27 08:03 수정 2025.06.27 09:05 조회 1,294
기사 인쇄하기
꼬꼬무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군 의문사 사건을 추적했다.

26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육군 상사 염순덕 피살 사건을 조명했다.

2001년 12월 11일, 군 회식을 간다던 염순덕 육군 상사. 그는 11시까지는 돌아오겠다던 약속과 달리 새벽 1시가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고, 그의 부대 사람들이 그의 집을 찾아왔다.

부대 사람들을 따라 어딘가로 향한 아내. 그의 앞에는 차가운 시신이 된 남편 염 상사가 돌아왔던 것.

사고 당일, 군 헌병대는 염 상사가 "군인아파트 자가로 혼자 걸어가다 사고장소에서 뺑소니 차량에 충격, 두개골 골절 등으로 현장 사망했다"라고 판단했다.

두개골이 산산조각이 났을 정도로 안면부 훼손이 심각한 상태였던 염 상사. 얼굴과 머리를 제외한 다른 곳에 상처가 거의 없었지만 이에 헌병대는 의문을 품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피 묻은 대추나무 몽둥이가 나오고 염 상사의 혈흔이 검출됐다. 몽둥이로 안면부 여러 번 가격 당해 사망한 것으로 판단한 부검의.

이에 헌병대는 "불량배 및 우범자가 금품강취 목적으로 범행을 시도하였다가 자신의 얼굴이 알려지자 후환이 두려워 살인한 것"으로 사건을 다시 판단했다.

하지만 2004년, 프로파일러 표창원은 범인은 군 내부에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사건 당일 저녁 7시쯤 1차 회식을 시작하고 회식 종료 30분 전 회식에 합류한 홍 준위. 그 후 염 상사는 밤 9시경 홍 준위와 시내 중심가로 향했고 이후 기무 부대 2명과 합류해 술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밤 11시쯤 혼자 나와 집으로 돌아가던 염 상사가 살해당한 것.

무게나 두께가 상당했던 몽둥이로 벌어진 살인 사건이라 표창원 소장은 평소 염 상사에게 분노의 마음을 갖고 있었을 인물이 범인이라 추측했고 마지막 술자리를 한 군인 중 누군가가 염 상사를 살해했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당시 홍 준위를 의심한 인물이 있었다. 헌병대와 공조를 했던 가평 경찰서의 이 형사. 그는 한 번씩 염 상사의 가족을 찾아 위로하며 홍 준위를 의심했다고.

하지만 헌병대는 홍 준위의 알리바이가 확인되는 등 특이점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당시 군은 염 상사의 가족에게 장례를 서두르면 순직 처리해 주겠다고 했지만 장례 이후 위로와 진상 규명 대신 군인 아파트 퇴거를 통보했다. 그리고 일반 사망으로 처리하며 현충원 안장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15년이 흐르고 경기북부경찰청 미제팀에서 염 상사의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시작했다.

미제로 끝날 사건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사건에 매달린 김보현 형사. 또한 군 법무관 출신 김정민 변호사는 염 상사의 사건 기록을 접하고 이건 대한민국 군 의문사 중 역대 최악의 사건이라며 "염 상사는 마땅히 순직 인정을 받았어야 할 군인"이라고 순직 재심사를 권유하며 변론을 자처했다.

그리고 재조사로 결정적 단서가 등장했다. 2001년에 이미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 2점. 이것에서 홍 준위의 DNA가 나온 것.

하지만 사건 당시 헌병대는 증거에 대해 특이점이 없다고 했는데 "경찰이 술자리에서 담배꽁초를 수거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라고 말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사건 당시 조사가 이뤄지던 중 석 달이 지나 경찰 측에서 또 다른 담배꽁초 2점에 대한 부검을 의뢰했고 이에 기존에 발견됐던 담배꽁초의 증거 능력이 희미해진 것. 이는 소위 말하는 물타기였을 가능성이 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물타기로 의심되는 추가 증거 부검 의뢰자가 뜻밖의 인물로 드러나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염 상사의 아내가 믿고 의지했던 이 형사가 그 인물인 것.

보충할만한 증거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부검을 의뢰했다고 주장하는 이 형사. 하지만 당시 다른 동료 경찰들은 용의자의 DNA가 현장에서 발견됐다는 것을 몰랐다. 모든 증거의 감정 의뢰와 결과 회보 이 형사가 전담했기 때문.

또한 이 형사는 경찰의 범죄정보관리시스템에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입력 조차 하지 않았던 것.

스스로 최선을 다 했다는 이 형사는 염 상사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해 다시 한번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2016년 이 형사의 행동에 의문을 가진 김보현 형사는 그의 2001년 행적을 조사했다. 그리고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무부대 이 중사와 그가 사건 이후 사적으로 만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사건 당일 홍 준위의 알리바이가 된 행적이 조작된 것이며 그곳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이 중사 역시 없었다는 것이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이 중사의 부탁으로 조작된 알리바이. 그리고 현장에 있던 담배꽁초 2점 중 1점에서는 이 중사의 DNA가 발견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력을 바탕으로 군에서 막강한 영향력 행사한 기무부대. 사건 당시 기무부대의 비협조로 이 중사에 대한 수사는 거의 불가능했다고.

특히 기무부대는 범행 도구가 등장하기 전 가장 먼저 염 상사의 뺑소니 교통사고를 주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그 사이 이 중사는 홍 준위와 알리바이에 대해 입을 맞추고 그날 입은 옷까지 세탁하며 초동 수사는 엉망이 되고 만 것이다.

이에 김 변호사는 "이건 수사를 한 것이 아니라 덮은 것"이라며 "좁게는 기무사에 넓게는 국방부, 군에 엄청난 대미지가 될 것 같으니까 기무사령부가 덮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김보현 형사는 다시 한번 대추나무 몽둥이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하고자 했다. 그러나 헌병대에 인계됐던 이 증거는 감쪽같이 사라져 재감정이 불가능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중사에 대한 구속 수사를 요청한 군검찰. 그런데 2018년 이 중사는 구속 수사가 임박하자 자신의 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사망 전 살인죄 공소시효를 검색한 기록이 다수 발견되어 눈길을 끌었다.

홍 준위의 혐의라도 발견하고자 한 경찰, 하지만 홍 준위는 술에 취해 아무 기억이 없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리고 자신의 변호사에게는 사건 현장 사진을 모두 촬영해 설명을 하는 등 기억이 없다는 주장과 상반된 행동을 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홍 준위는 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으나 3년이 지난 후 검찰은 혐의 없음 불기소 처리를 했다. 의심스러운 정황은 있으니 살해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렇게 이 사건은 단 한 번의 재판도 받아보지 못하고 또 한 번 미제 사건이 되고 말았다.

2023년 국방부는 염 상사의 순직을 인정했으나 국가보훈부, 군인 재해 보상 심의회는 살해 원인 직무와 연관된 것을 볼 수 없다고 현재까지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염 상사의 명예가 회복되도록 끝까지 동행하겠다고 과거 유가족과 약속한 표창원 소장. 그는 지난 4개월 간 사건을 재조사하며 수사기관에서 발견하지 못한 단서를 처음으로 찾아냈고 방송을 통해 최초 공개했다.

표 소장과 제작진은 염 상사의 아내가 보관하고 있던 염 상사의 플로피 디스크 자료 복원에 성공한 것. 그리고 사망 1년 전부터 맹호부대에서 염 상사에게 기름의 재고와 사용처를 면밀히 확인하라는 지시를 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염 상사가 당시 수송관이었던 홍 준위와 업무적으로 종종 부딪혔던 사실도 드러났다.

맹호부대 전직 군인 A 씨는 "수송부에서 기름 담당했던 병사가 제대 일주일 남기고 염 상사에게 수송관 홍 준위가 기름을 팔아먹었다고 보고했다. 이에 염 상사는 확인했을 것이고 상부에 보고하겠다고 하면 홍 준위와 갈등이 될 수밖에 없다. 그건 보고하면 군법에 회부된다. 소량이든 다량이든 군법에 회부될 일"이라고 제보한 것.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는 유류 횡령. 이에 이것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리고 당시 염 상사와 이 중사, 홍 준위가 술을 마셨던 술집 목격자는 "분위기가 어색할 정도로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 중사가 염 상사에게 밖에 나가서 얘기를 하자고 하여 홀에 둘이 앉아 약 15분간 언성을 높였다, 그 후 염 상사가 병나발을 불었다. 홀에서 얘기를 하고 와서는 감정이 많이 상해 있었다"라고 증언했다.

또한 당시 이 중사와 염 상사는 몸싸움까지 벌였고, 홍 준위와 이 중사는 꽤 가까워 보였다는 진술까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제작진은 이 사실을 김보현 형사와 김정민 변호사가에 알렸다. 그러자 "더 확인해 볼 여지가 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육군 상사와 기무사 중사가 몸싸움을 벌인다는 것은 갈 데까지 간 것이다. 군 생활 포기하는 것 아니고는 몸싸움이 있을 수 없다. 이런 것은 당시 기록에 있어야 하는데 없었다"라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기무부대 정보 수집관이었던 이 중사는 맹호부대 간부들의 비리 정보를 수집 감시했는데 홍 준위 횡령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큰 것.

이에 김 변호사는 "홍 준위가 기름을 빼돌리고 그걸 염 상사가 알게 됐고, 유류 횡령을 기무부대가 비호한 것 아니겠느냐"라며 그러한 갈등이 염 상사의 살인까지 이어지게 만든 것 아니겠냐고 추측했다.

표창원 소장은 홍 준위를 직접 만나 당시에 대해 다시 물었다. 술에 취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홍 준위. 하지만 그는 기름이 담긴 드럼통을 싣고 부대 밖으로 나간 적 있다고 시인했다.

계속 전혀 모른다며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을 이어간 홍 준위. 하지만 그는 표 소장의 압박이 이어지자 "이 중사가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중사가 죽였구나 생각을 했다. 골목길에 쭈그려 앉아있던 기억이 있다. 이 중사가 내 손을 잡고 간 것 같은 기억이 있다. 어디로 가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그건 기억이 난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건 다음 날 기무부대가 이 중사가 뭐 사고 쳤네 하면서 수습을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듣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사건 당시 의심스러운 행동을 했던 이 형사. 그는 사건 조사 당시 유류 문제 등 군 내부의 갈등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며 현재까지 나온 증거로 염 상사의 사망 원인은 군인 간의 공무상 다툼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그는 미진했던 과거 수사를 인정하며 유가족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제작진은 취재 중 결혼기념일을 맞이한 염 상사의 아내에게 AI기술로 구현한 현재의 염 상사 사진을 선물했다.

이를 본 염 상사의 아내는 "이렇게 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멋지게 늙었네요"라며 그리움의 눈물을 보여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울컥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취재를 통해 밝혀진 증거들은 맹호부대 염 상사와 유가족의 처우에 관한 각종 재판에 정식 증거자료로 신청될 예정이라며 부디 지금이라도 진실이 밝혀져 염 상사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기를 빌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