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부산 아동 연쇄 살인 사건의 그날이 공개됐다.
22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후하하 죽였다 - 범인의 메시지'라는 부제로 1970년대 부산에서 일어난 아동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1975년 8월 부산, 다섯 살 도훈이가 유괴 후 살해당했다. 그리고 아이의 몸에는 "후하하 죽였다"라는 글씨가 쓰여 있어 보는 이들을 섬뜩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사실 도훈이가 처음이 아니었다. 도훈이가 사망하기 며칠 전 부산의 다른 곳에서 여자 아이가 유괴 후 성폭행, 살해된 것. 그리고 여자 아이의 몸에는 "범천동 임재은이 대신 공원에서 죽었다"라는 글씨가 남아 있었다.
이는 바로 범인이 남긴 시그니처였던 것. 이에 경찰은 두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이라 확신했다.
또한 "금품의 목적이 아니고 아이를 죽이고 희열을 느끼는, 범죄의 도구로 충족시키는 특이한 범죄였다"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사건은 박몽계 기자의 특종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경찰은 단순 변사 사건이라고 처음 밝혔으나 기자의 보도 이후 "사건이 워낙 끔찍해서 자체적으로 해결하고자 단순 변사 사건으로 보고한 것이다"라고 사건을 축소해 알린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언론 보도 이후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되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전문가는 범인이 남긴 시그니처에 대해 "시간을 앞질러간 사건이다. 그리고 피해자의 옷 등을 이용한 점이 교활한 측면이 있다. 지능적인 범죄를 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경찰은 당시 사건이 벌어진 일대에 대대적인 탐문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범천동의 재은이라는 정체에 대한 추적도 했다.
그런데 한 남성이 부산 영도 경찰서로 전화를 걸어와 두 번째 피해자의 이름을 언급하며 "용두산 공원 김지은 사건 아냐? 내가 OO공고와 OO중학교 사이에서 죽였다. 7698"이라며 이해할 수 없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이어 이 남성은 거듭 경찰서에 전화를 해 수사를 좀 잘하라며 "7698"을 다시 언급했다. 이에 경찰들은 이 숫자가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여러 추측을 하며 수사를 진행했지만 어디에서도 용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전화 다음 날 도훈이가 사망했던 것. 아동 연쇄 사건으로 부산 전역은 "소중한 내 아이는 우리가 지키자"라는 유괴 예방 캠페인이 진행되었고 마치 공포 영화 속의 현장처럼 변했다.
부산의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모두 공포에 떨고 있던 그때 한 아이의 아빠가 "저희 딸이 그놈한테 유괴됐었다, 그놈이 확실하다"라며 제보를 해왔다. 또 다른 피해자가 있었던 것.
피해자는 9살의 임재은. 며칠 전 오전 11시, 피아노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재은이는 "따라오지 않으면 죽인다"라는 범인의 협박에 그를 따라갔다. 20대 정도로 보이는 이 남성은 대낮에 태연하게 재은이를 유괴했던 것.
이후 그는 재은이를 데리고 택시에 올라타 대신 공원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재은이와 함께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하며 자신은 주인님이라 부르라고 했다. 또한 전화번호, 주소 등 아이에게 호구 조사를 한 뒤 재은이를 폭행하고 결박, 재갈을 물렸다. 그리고 추행까지 하려던 그때 인기척이 들려왔다. 그러자 아이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 범인. 그는 아이의 몸이 축 늘어지자 그 자리를 떴고 당일 오후 재은이의 집에 전화를 걸어 "재은이가 대신공원에 죽어있다. 빨리 가봐라"라고 했다.
가족들이 충격에 빠진 그때 파출소에서 재은이를 발견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다행히도 범인이 자리를 떠난 후 재은이가 의식을 찾았고 이를 지나가던 등산객이 발견해 아이를 파출소에 인계했던 것.
하지만 범인은 재은이가 죽은 줄 알고 전화를 걸었던 것이었다. 아이는 무사히 돌아왔지만 가족들은 그날 이후로 계속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리고 신문에 자신의 사건 보도되길 기다리고 있던 범인은 자신의 사건이 알려지지 않자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고 피해자의 몸에 "범천동 임재은이 대신 공원에서 죽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던 것이다.
그럼에도 경찰들이 자신의 의도를 차리지 못하자 파출소에 전화를 해서 7698이라는 숫자까지 알려주었던 것. 확인 결과 이 번호는 재은이의 집 전화번호 뒷자리였다.
범인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살인과 성폭행으로도 욕구를 채우지 못하고 가족들이 고통 속에 있는 상황을 즐겼다. 그리고 사건에 대한 모든 단서를 알고 있는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범행으로 부산이 발칵 뒤집히길 바랐다. 살인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던 인간이었던 것.
다행히도 범인의 인상착의를 디테일한 것까지 기억하고 있던 재은이. 경찰은 재은이의 도움을 얻어 2,30대의 신장 170cm, 짧은 스포츠형 머리를 한 남성의 몽타주를 완성시켰다. 특히 오른쪽 코 옆에 점 2개, 입가에 점 1개가 있는 특징은 범인을 특정하기에도 충분했다.
또한 재은이는 범인의 뒷주머니에 노란 재단자가 꽂혀있던 것을 기억해 냈다. 이에 경찰은 재단사 등 관련 업자 내에서 몽타주 주인공을 찾기 위해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끝내 범인을 찾을 수 없었다.
100여 명의 용의자를 수사해 30여 명의 용의자를 재은이와 대질시켰지만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 없었던 것. 이에 전문가는 "나중에는 진짜 범인을 보고도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당시 재은이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결국 73일 만에 특별수사본부가 해체되고 아동 연쇄 살인 사건도 서서히 잊혀 갔다. 하지만 약 1년 뒤 형사들은 이리역으로 향했다.
아이를 유괴 살해한 한 남성이 등장한 것.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러 조건이 아동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과 일치했지만 그는 범인이 아니었다.
결국 1990년 범인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되고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아버린 아동 연쇄 살인 사건.
이에 당시 수사를 맡았던 형사는 "피해자 가족과 사회에 미안해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끝까지 사명을 다 못해서 부끄럽게 생각한다. 너무 많은 마음의 짐이 되었다"라며 사건을 끝내 해결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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