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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SBS 스페셜-THE 빵'이 개성 넘치는 시그니처 빵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은 대한민국 제빵사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18일 방송된 푸드 다큐멘터리 'SBS 스페셜-THE 빵' 2부 시그니처 편은 제빵사들이 저마다 혼을 담아 만든 시그니처 빵의 탄생 비하인드를 소개했다. 1부에 이어 호기심을 자극한 'THE 빵' 2부는 순간 최고 시청률 2.8%(닐슨코리아 집계 수도권 기준)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날 방송에서는 100여 명의 제빵사가 오직 바게트 하나만으로 제빵 실력을 겨루는 '바게트 대회'가 공개됐다. 바게트는 '밀가루, 물, 소금, 효소' 단 4가지의 기본 재료만으로 만들지만, 제빵사들에겐 가장 어렵고, 도전적인 빵이라고 하여 궁금증을 자아냈다.
19년째 자신만의 발효종으로 시그니처 바게트를 굽고 있는 임태언 제빵사는 바게트의 매력에 빠져 직접 바게트 대회까지 주최하게 됐다고 했다. 한 끗 차이에서 바게트의 맛과 식감은 수천 수만 가지로 달라지기 때문에, 제빵사는 '날씨, 습도, 반죽의 온도, 오븐의 온도'까지 모두 신경 써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유명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입소문 난 시그니처 빵 '크림 붕어빵'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제과제빵 기능장 박성채 씨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유독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박성채 기능장은 "고양이가 빵을 만든다면 어떤 빵을 만들까?"라는 엉뚱한 발상으로 크루아상 반죽을 붕어빵 틀에 눌러 굽고, 다양한 속 재료를 넣은 '크림 붕어빵'을 만들게 됐다는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25년 차 파티시에인 프랑스인 미카엘은 크루아상을 붕어빵 틀에 누르는 모습을 보고 "프랑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의 디저트 시장에서 남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라는 박성채 기능장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푸드콘텐츠디렉터 김혜준은 시그니처 빵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과거 동네 빵집은 식빵, 단팥빵, 케이크까지 모든 종류의 빵을 파는 '종합형 베이커리' 형태였다면,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려 사라졌다가 새롭게 생겨난 동네 빵집들은 시그니처 빵을 전문으로 내세워 경쟁력을 갖춘 곳들"이라고 이해를 도왔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은 "한국의 GDP 성장이 빨라지고, 한국인들의 해외 경험이 늘면서 '빵'에 대해서도 다양한 종류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그 시점에 동네 빵집들이 소비자들의 취향과 결합하면서 생태계가 다양해진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제빵사마다 고유한 '시그니처 빵'을 맛보기 위해 소비자들은 먼 길 마다치 않고 빵집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는데, 한적한 동네의 언덕 위에 위치한 김민혁 제빵사의 빵집에는 '만드는데 3일 걸리는 식빵'을 찾아온 사람들로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자로 잰 듯 네모 반듯한 모양의 식빵을 개발했다는 김민혁 제빵사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쫀한 식빵을 만들기 위해 직접 발효종을 만들고, 오래 연구했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자신을 '망원동 빵대장'이라고 칭한 정정훈 제빵사는 추억의 빵인 맘모스 빵 안에 MZ세대가 좋아하는 토핑을 듬뿍 넣어 만든 '시그니처 맘모스 빵'으로 젊은 소비자들을 줄 세우고 있다.
이날 방송에는 제과명장 2호 임헌양, 4호 김종익, 6호 김영모를 비롯해 '평균 제빵 경력 60년'의 한국 제빵 원로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다큐의 깊이를 더했다. 한국 제빵 원로들과 젊은 제빵사들의 거침없는 입담과 티키타카는 재미를 선사했다.
원로 제빵사들은 젊은 제빵사들이 만든 시그니처 빵을 맛보던 중 특히 MZ세대들이 좋아하는 '푸짐한 맘모스빵'을 보고 놀란 반응이었다. 김영모 명장은 "원조 맘모스 빵은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남는 반죽이 아까워 큼지막하게 구운 빵에 잼을 바르고, 남은 소보로를 얹어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라며, 직접 '추억의 맘모스 빵'을 재현해 보이기도 했다. 이어 원로 제빵사들은 "과거와 방식은 다르더라도 시대의 변화를 인정할 필요가 있고, 요즘 손님들이 좋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빵"이라며, 젊은 제빵사들의 도전 정신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빵집 사장으로 변신한 프리젠터 장나라도 시그니처 빵 만들기에 도전했다. 그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카스테라와 생크림, 딸기, 코코넛 가루를 이용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토끼 모양 케이크 '눈 나라에 사는 토끼' 레시피를 공개했다.
한편, 한화이글스 류현진 선수가 지난해 LA다저스 로버츠 감독에게 선물한 빵으로 알려져 더욱 유명해진 대전 유명 빵집의 시그니처 빵인 '튀김 소보로'의 비하인드도 소개됐다. '소보로빵, 팥빵, 도넛' 세 가지의 장점을 합친 시그니처 빵을 개발한 임영진 대표는 "원래 튀긴 빵을 식혀서 초콜릿까지 바를 계획이었는데, 초콜릿을 바를 새도 없이 손님들이 다 사가는 바람에 지금의 모양이 시그니처 빵이 됐다"라며 웃음 지었다.
특히 이 시그니처 빵은 43년간 1억 개가 팔리면서 자체 기록을 세웠고, 덩달아 대전은 '빵의 도시'라는 수식어까지 생겨났다. '실력 있는 제빵사들은 대전으로 모여든다'고 하여 '빵 강호들의 격전지'라는 재미있는 별명까지 붙은 대전에선 해마다 빵 축제까지 열리고 있다.
방송 말미에는 지난해 14만 명의 인파가 몰린 '대전 빵축제'의 생생한 현장이 소개됐는데, 전국 80여 개의 빵집이 각자의 시그니처 빵을 선보이는 축제의 뒷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특히 '마들렌'으로 대전 빵 축제 인기 투표 1위를 차지한 제빵사 황미정, 이지영 씨는 "레시피 실수로 계란 거품을 과도하게 많이 냈던 게 오히려 폭신한 빵을 만들게 됐다"며 시그니처 빵의 탄생 비화를 전했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제빵사들은 자신이 걸어온 빵 인생을 돌이키며,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빵을 만들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 "60년째 빵을 굽고 있지만, 지금도 쉽지 않고, 매일 공부한다", "30년 넘게 제빵을 했지만 난 아직도 더 맛있는 빵을 만들고 싶다"는 등 진심 어린 모습을 보여줘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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