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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추영우의 인기가 뜨겁다.
지난달 26일 종영한 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과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의 연속 흥행으로, 두 작품에서 모두 주연으로 활약한 추영우에 대한 관심이 치솟았다. 2021년 웹드라마 'You Make Me Dance'로 데뷔해 배우로서 차근차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 온 추영우가 처음 맞는 전성기다.
'옥씨부인전'과 '중증외상센터'가 전혀 다른 장르의 작품이다 보니, 추영우는 상반된 매력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었다. 로맨스 사극 '옥씨부인전'에서는 절절한 순애보로 여심을 사로잡았고, 메디컬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로는 초보 의사의 성장기를 웃음과 감동으로 그려냈다. 모두 대중이 좋아할 만한 선한 역할들이었는데, 캐릭터를 향한 호감은 자연스럽게 이를 안정적으로 연기해 낸 추영우에 대한 애정으로 동기화됐다. 최근 SNS 팔로워 수가 크게 늘어 130만 명을 돌파한 것만 봐도, 그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 지 짐작할 수 있다.
"아직 꿈꾸는 거 같아요.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감사한데, 무섭기도 해요. 앞으로 하는 모든 것에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도 제 생활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벼락같은 인기에 대한 소감을 묻자, 추영우는 좋기도 무섭기도 하다는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자신을 향한 대중의 높은 관심이 감사한 일이지만, 일거수일투족이 거론되고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 이슈화되는 낯선 상황이 충분히 두려울 수 있다.
이런 혼란스러움 속에서 추영우는 책임감과 신중함을 강조했다. 또 "아직 배워야 할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많다"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출연작이 글로벌 순위 1위를 찍어도, 인생 첫 전성기를 맞아도, SNS 팔로워 수가 셀 수 없이 많아도, 추영우의 어깨에는 아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신인의 울타리 안에서 여전히 뭐든 배우고자 하는 기특한 마음가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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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극, 당연했던 첫 도전
'옥씨부인전'은 악착같이 살던 노비 구덕이(임지연 분)가 양반 아씨 옥태영의 죽음을 계기로 그녀의 신분으로 살게 되며, 새롭게 얻은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옥태영으로서 가짜의 삶을 사는 구덕이,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천승휘(추영우 분)의 애틋한 로맨스도 다룬다. 추영우는 '옥씨부인전'으로 처음 사극에 도전했다.
"'옥씨부인전' 대본이 너무 좋았어요. 마치 재밌는 전래동화를 읽는 기분이었죠. 그리고 전 같이 연기하는 선배님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고 배우는데, 원래 임지연 선배님의 팬이었어요. 그래서 같이 호흡을 맞추며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사극을 한번 꼭 해보고 싶었고요."
추영우는 사극 장르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가 데뷔 전인 2019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대학생 신분으로 우연히 출연해, 용돈벌이 방법으로 "중고등학교 때 한국사에 관심이 많아서 사범 자격증 따서 한국사 과외하고 있다"라고 말했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사극 장르 자체를 제가 좋아해요. 전통적인 것들, 사극풍 노래, 한복, 옛날 한과 같은 것도 좋아하고요. 그래서 '옥씨부인전'을 촬영하며 그런 걸 입고 보고 먹고 할 수 있어 재밌었어요. 연기적으로도 사극의 도움을 받았어요. 제가 스무 살 때 발성이 많이 부족했는데, 그걸 '~했느냐'라며 말끝을 미는 사극 대사로 고쳤어요. 그래서 이번에 사극톤으로 연기하는 것에 더 자신감이 있었던 거 같아요."
추영우가 '옥씨부인전'에 더 매력을 느꼈던 건,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1인 2역이라는 점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옥태영이 구덕이었을 시절부터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주는 예인 천승휘 역과, 남자다운 성격과 뛰어난 무예 실력을 갖춘 현감 아들 성윤겸 역을 소화했다. 부드럽고 다정한데 다소 능청스럽기도 한 천승휘와, 무뚝뚝하고 냉정한 성윤겸의 성격이 180도 달라, 추영우는 두 캐릭터를 연기하며 동시에 반전 매력을 드러낼 수 있었다.
"처음에 1인 2역이란 얘기를 듣고, 연기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건 맞지만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에요. 얼굴이 똑같으니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두 캐릭터가 헷갈리지 않게 해야겠다 싶어서, 그 둘의 차이점의 간극을 넓히는 데 집중했어요. 걸음걸이도 다르게 하고, 각각에 디테일을 주려 노력했죠. 그렇게 여러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으며 만들어갔고, 나중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쟤는 승휘구나, 쟤는 윤겸이구나'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승휘와 윤겸의 차이점을 분석해 올려주신 영상을 봤어요. 그런 걸 보며, 또 한 번 자극받았어요. 원동력도 생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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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씨부인전'의 타이틀 롤을 맡은 임지연은 후배 추영우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첫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추영우와 따로 만나 캐릭터 분석을 함께 했다. 임지연도 이렇게 큰 작품의 타이틀 롤은 처음이라 걱정이 앞섰을 텐데, 함께 연기호흡을 맞추는 후배를 먼저 챙겼다.
"대본 리딩을 하기도 전에, 지연누나가 매니저를 통해 연락을 줬어요. 그렇게 미리 누나를 만나 연기 얘기도 하고 대본 얘기도 했죠. 누나가 1인 2역에 대해 같이 연구해 줬어요. 제가 두 캐릭터의 차이를 어떻게 둬야 할지 고민하자, 누나는 '편하게, 두 작품에서 두 캐릭터를 연기한다 생각해', '큰 것들만 보지 말고 사소한 걸 봐', '승휘는 태영을 여자로서 너무 사랑하고, 윤겸은 태영을 여자로서 생각을 안 하니, 태영을 바라볼 때의 눈만 달라도 시청자들은 알 거야'라는 말들을 해줬어요. 그런 누나의 조언들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누나한테 고마워요."
▲ 천승휘와 성윤겸
1인 2역이다 보니, 두 캐릭터가 한 프레임에 담기는 촬영을 할 때는 대역 배우가 필요했다. 추영우의 체격과 비슷한 대역 배우를 구하는 게 어려울 거라 여겨졌는데, 의외로 가까운 곳에 적임자가 있었다. 바로 추영우의 친동생인, 배우 차정우(본명 추정우)였다.
"원래 1인 2역 상대로 다른 분이 계셨는데, 저와 외형이 다르다 보니 CG 작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이, 제 친구 중에 저와 닮은 사람 없냐고 물으셨어요. 전 친구 중에는 없고, 남동생이 있는데 연기를 한다고 했죠. 감독님이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동생이 참여하게 됐어요. 감사한 일이죠. 전 긴장감이 연기에 더 도움이 되는 스타일이라, 촬영장에서 오히려 더 긴장하려고 해요. 근데 정우가 촬영장에 오니, 정말 많이 긴장되더라고요. 좋은 형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실수하고 싶지 않았어요. 동생이 정말 준비를 열심히 해 왔어요. 승휘와 윤겸이 대화하는 장면에서 두 캐릭터의 대사를 다 외워야 해서 꽤나 어려웠을 텐데, 잘해내더라고요. 동생과 함께 해서, 행복한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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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승휘가 소설을 쓰고 이를 무대 위에서 뮤지컬처럼 공연까지 하는 예인이라, 추영우는 이를 위해 수개월동안 춤과 노래를 따로 배웠다. 또 무예에 출중한 성윤겸 캐릭터로 인해, 무예, 승마, 활쏘기 등도 배웠다. 추영우는 이런 새로운 배움들이 "제가 어디 가서 두 번 다시 못해볼 거라, 굉장히 재밌었다"라고 추억했다.
극 중 성윤겸은 성소수자라는 놀라운 반전을 지닌 캐릭터다. 다른 성소수자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대의로 인해, 아내 옥태영은 물론이고 자신의 가문까지 버린다. 성소수자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조심스러울 수 있는 부분인데, 추영우는 큰 부담감 없이 촬영했다고 밝혔다.
"표현에 있어 신중하긴 했지만, 부담감은 없었어요. 작가님이 대본에 자연스럽게 녹여내주셔서, 전 대본대로만 하면 됐죠. 또 제 데뷔작인 'You Make Me Dance'가 퀴어물이었어요. 저한테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작품이죠. 그걸 했던 경험이, 이번에 좀 도움이 된 거 같아요. 감독님이 말씀해 주신 게, 성소수자 설정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인물들이 삼각관계가 돼서, 승휘-구덕이의 절절한 로맨스에 윤겸이 방해가 됐을 거예요. 그래서 넣은 설정이라, 드라마에 주가 되는 게 아니라 크게 부담감은 없었어요."
성윤겸이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구덕이를 버렸다면, 반대로 천승휘는 구덕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버렸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희생하는 천승휘의 절절한 순애보는 '옥씨부인전'의 감동 포인트였다.
"승휘가 구덕이를 위해 가족, 이름, 직업, 인간관계, 자신이 사랑했던 예술, 심지어 본인까지 버리죠. 그런 사랑을 해볼 수 있을까 싶어요. 전 천승휘만큼은 못할 거 같아요. 제가 친구들과 대화 나눌 때나 농담할 때의 텐션은 승휘랑 좀 닮은 거 같아요. 근데 사랑에 대해서는, 승휘처럼 인생을 다 바치지는 못할 거 같아요. 요즘 표현으로, '추구미'죠. 그래서 승휘가 더 멋있고, 부럽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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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영우, 참 열심히 한다"
대세 배우로 급부상한 추영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그의 가족도 주목받았다. 그의 아버지가 1990년대 톱모델로 활약한 추승일 씨이고, 어머니 또한 패션모델로 활동한 강성진 씨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 추영우의 187cm 훤칠한 신장은 부모님의 영향이었다.
"부모님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저도 처음 보는 엄마의 젊을 때 사진을 봤어요. 그걸 어떻게 구했나 싶더라고요.(웃음) 부모님이 제가 연기하는 걸 반대는 안하셨어요. 고2 후반 때 진로 고민을 하며, 제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뭘까 나열해 보니, 연기더라고요. 그래서 연영과에 가야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부모님도 내심 그런 예상을 하고 계셨는지 흔쾌히 알겠다고 하셨고, 한 달 뒤 온 가족이 서울로 이사를 왔어요. 제가 연기학원을 다녀야 해서요. 부모님은 모든 방면에서 절 지원해 주셨어요."
2021년에 데뷔했으니, 추영우의 연기 경력이 아직 길지는 않다. 하지만 그는 그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며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제가 연기를 하며 검사도 해보고, 1970년대 전라도도 가보고, 수의사로서 만나기 어려운 동물들도 만나보고, 헬기에서 뛰어내려도 봤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아니면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없죠. 감사하고 축복받은 일이라 생각해요. 연기적으로 전 계속 배우고 쌓아가는 단계잖아요. 작품을 선택하며 '이번엔 나의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가 아니라, '이번엔 내가 이런 걸 배워봐야겠다' 생각해요. 그렇게 배우는 것들이 제 무기이고 경험치이니, 아직은 그런 걸 차곡차곡 쌓고 싶어요. 그럼 나중에는, 전에 했던 캐릭터를 변형시킨다든가, 두 개를 섞는다든가, 그렇게 캐릭터 분석에 수월함이 생기지 않을까, 그게 연기가 느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연기하며 계속 경험치를 쌓아가고 싶다는 추영우. '옥씨부인전'을 끝낸 그가 또 새롭게 쌓을 경험은, 올해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광장'과 tvN 드라마 '견우와 선녀'다. '광장'은 촬영을 마쳤고, '견우와 선녀'는 현재 촬영을 진행 중이다.
"장르가 주는 분위기가 있어서, 거기서 나오는 제 캐릭터성이 다를 거예요. 제가 그동안 은근히 센 역할을 많이 했는데, '견우와 선녀'에서는 곧 죽을 거 같은 친구를 연기해요. 로맨스 작품인데, 좀 더 섬세하게 연기하려 노력하며 열심히 촬영 중이에요. 제 연기를 보면서, '쟤 참 열심히 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리고 저 때문에 웃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게, 제 목표예요."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SLL, 코퍼스코리아 제공]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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