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0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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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배우로서 괴로운 일 많았지만…" 송혜교, 23년 만의 토크쇼서 전한 진심

강선애 기자 작성 2025.01.09 10:11 조회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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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송혜교가 23년 만에 토크쇼에 출연해 여자, 인간, 배우로서 갖는 고민과 극복 과정을 밝혔다.

송혜교는 지난 8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23년 만에 토크쇼에 출연한 송혜교는 '가을동화'를 함께한 송승헌과의 배꼽 잡는 일화를 비롯해 물 흐르듯 진심 가득한 토크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데뷔 이래 28년째 톱스타의 삶을 살고 있는 송혜교는 배우로서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건 다 누렸던 20대의 삶부터 항상 스스로를 자책하며 보냈던 시기와 이를 극복해 낸 비결까지 자신의 연예계 인생을 돌아봤다. 크고 작은 허위 루머로 인해 마음 찢어졌던 순간과 '더 글로리'를 만나기 전까지 자신의 연기를 보는데 지루함을 느꼈던 배우로서의 고민도 들어볼 수 있었다.

'연기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다는 송혜교는 "처음 잘된 작품들이 멜로 드라마였기 때문에, 비슷한 역할, 비슷한 장르만 들어왔다. 사랑도 받긴 했지만, '더 글로리' 하기 전에 어느 순간부터 내 연기를 보는데 내가 너무 지루한 거다. '내가 내 모습을 보는데 지루한데, 보시는 시청자 분들은 진짜 지루하시겠다' 싶더라. '너한텐 연기에 재능이 없는 거 같다'는 생각에 우울했었다"라고 털어놨다.

배우로서 '너 왜 이거밖에 못 했니', '왜 연기를 이렇게 했어', '다음부턴 그렇게 하지마'라는 자책을 많이 했다는 송혜교는 '인간 송혜교'로서도 "실수하는 부분만 보이는 거다. 항상 잘 못한 것만 보이니까, 기분이 짜증이 나는 거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잘 하려다가 실수하기도 하고, 제가 생각이 짧아서 행동을 잘못한 경우도 있을 텐데, 그럴 땐 '너 이번에 실수 했지만, 다음부터 그러지 마' 하면서 훌훌 털고 나아가야 하는데 계속 '너 왜 그랬어'란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저를 계속 괴롭혔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각종 루머에 시달려왔던 심경도 전했다. 송혜교는 "오래 일하다 보니까, 저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여기저기서 들리는 걸 들어보면, 많은 루머들이 있더라. 가끔 인터뷰를 하거나 잘 모르는 분들을 만나면, 그 루머에 대해 저에게 물어볼 때가 있다. 그러면 저는 '나도 그거 들은 이야기다. 그 루머 만든 사람에게 물어봐라. 나도 모르는데 내가 어떤 대답을 해주냐' 그렇게 얘기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송혜교는 "전 욕을 너무 많이 먹어서 솔직히 이제는 괜찮다. 그런 나쁜 악성 댓글들이 달리는 건 괜찮다. 저한테 그러는 건 괜찮은데, 가족한테 할 때는 마음이 찢어지더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고통스러운 심경을 평온하게 바꿀 수 있었던 건, 5년 간의 수행이었다. 송혜교는 "한참 그때 노희경 선생님과 연락을 자주 할 때였는데, 선생님께서 '너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더 많은 사랑을 주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다. 그리고 더 좋은 세상을 볼 수 있다'고 말씀하시더라. 그러면서 '아침 수행, 저녁 수행을 하자'고 하셨다. 아침 수행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적고, 저녁 수행은 자기 전에 오늘 하루 감사했던 10가지를 적는 거다. 그걸 5년 동안 매일매일 했고, 작년에 끝났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사한 10가지'는 거창한 게 아니라 '오늘 날씨가 좋아 감사하다', '맛있는 걸 먹어서 감사하다' 등의 소소한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송혜교는 "생각해보니, 제가 뭔가를 갖고 싶거나 어떤 역을 하고 싶거나 뭔가를 너무 원하면, 항상 제 것이 안 되더라. 그래서 실망도 너무 컸었는데, 어느 순간 '욕심부리지 말자, 그냥 흐르는 대로 두자', '내 것이면 나한테 올 거고 아니면 다른 사람한테 가겠지' 하게 됐다. 그래서 지난 날에 대해서 후회하는 게 없다"며 단단해진 마음가짐을 전했다.

이어 "여자 송혜교로서, 인간 송혜교로서, 배우 송혜교로서, 즐거운 일도 나쁜 일도 괴로운 일도 행복한 일도 있었지만, 원래 삶이 그렇지 않나. 그 순간에는 힘들었겠지만 지금은, 앞으로 더 잘 나아가기 위해서 좋은 공부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나를 먼저 사랑하라'는 게 뭔지 알게 됐다는 송혜교는 "무엇을 할 때마다 저한테 물었다. '혜교야 넌 어때?', '넌 이거 하는 게 좋아?', '여기 가고 싶어?', '이거 먹고 싶어?'라고. 제가 먼저 가고 싶고, 거길 같이 가준다고 하니, 그게 행복이 두 배가 되더라"며 그런 마음으로 만난 게 '더 글로리'라 밝혔다.

송혜교는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된 '더 글로리'를 언급하며 "40대가 되면서 얼굴로 뭔가를 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어려운 연기였지만 빨리 다음 촬영에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나게 했다"고 전했다.

유재석과 조세호는 헤어나오기 힘든 송혜교표 솔직 토크에 "해탈의 경지에 올랐다", "왜 늪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라며 연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tvN 방송 캡처]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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