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김혜윤이 교복 입은 캐릭터를 연기한 작품들이 연이어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김혜윤'이란 이름 세 글자를 각인시킨 드라마 'SKY캐슬', 판타지 청춘물의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다는 걸 보여준 '어쩌다 발견한 하루', 그리고 지난 28일 종영한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까지. '김혜윤이 교복을 입으면 성공한다'는 공식이 신기하게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물론, 배우가 교복을 입는다고 해서 그 작품이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교복의 유무보다는, 김혜윤이 해당 작품들에서 그 교복 입은 10대 캐릭터를 얼마나 잘 연기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김혜윤은 'SKY캐슬'의 강예서로서 입시 경쟁에서 극도로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캐릭터를 섬세하게 연기했고,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은단오로서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만화 속 판타지 세계관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그리고 김혜윤의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은, 공교롭게 또 교복을 입은 캐릭터인 '선재 업고 튀어'의 임솔을 통해서 다시 한번 제대로 발휘됐다.
'선재 업고 튀어'는 절망 속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준 밴드 이클립스 보컬 류선재(변우석 분)의 열혈 팬 임솔이, 갑작스러운 류선재의 죽음에 타임슬립으로 2008년으로 돌아가 열아홉 류선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스타와 팬의 관계를 타임슬립 판타지로 풀어냈다는 설정 때문에 초반 다소 유치하게 여겨졌던 이 작품은, 기대 이상의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며 시청자의 과몰입을 일으켰다. 싱그러운 첫사랑의 설렘이 청량감 있게 그려진 남녀주인공의 로맨스는 15년간 지킨 순애보, 서로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 구원 서사로 이어지며 '선친자'('선재 업고 튀어'에 미친 자)를 양산하고 온라인 화제성을 독점했다.
'선재 업고 튀어'가 시청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임솔을 완벽하게 연기해 낸 김혜윤의 덕이 크다. 30대의 임솔이 10대, 20대 과거로 타임슬립해서 겪는 우여곡절을 설득력 있게 연기해 냈고, 발랄하면서도 눈물이 많은 임솔 캐릭터의 매력을 김혜윤이 극대화시켰다. 방영 내내 화제가 됐던 류선재 역 변우석과의 설레는 케미 또한, 김혜윤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뜨거운 관심 속 '선재 업고 튀어'가 종영한 가운데, 임솔 캐릭터를 통해 데뷔 이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김혜윤을 만났다.
Q. '선재 업고 튀어'의 뜨거운 인기를 체감하는지요?
김혜윤: 제가 밖을 잘 다니지 않아서 피부로 와 닿지는 않지만 SNS반응들이나, 해외 시청자들이 찍은 '리액션 영상' 같은 걸 보며 느껴요. 지금까지 작품 하면서 '리액션 영상'을 본 적이 없거든요. 솔이와 선재의 서사를 시청자가 이렇게 보시는구나,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시는구나, 느끼고 있어요.
Q. 반응이 이 정도로 뜨거울지,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 같은데요?
김혜윤: 전혀 생각하지 못했죠. '선재 업고 튀어'를 작년 6월부터 찍어 올해 4월에 끝냈는데, 찍는 기간 동안은 '무사히 안전하게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그 후에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까지는 미처 하지 못했어요.
Q. 어떤 매력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했나요?
김혜윤: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어요. 학창 시절에 인터넷 소설 읽듯 쑥쑥 읽히더라고요. 그러면서 눈물도 나고. 그리고 10대, 20대, 30대 다양한 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재미있을 거 같았어요.
Q. 그렇게 10대, 20대, 30대를 전부 연기해야 하는 게 쉬운 건 아니었을 텐데요?
김혜윤: 헤어스타일이나 의상에 초점을 맞춰 외면적으로 각각의 나이대가 다르게 보이도록 신경 썼어요. 솔이가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게 아니라, 30대의 나이로 10대, 20대 시간여행을 하는 거라, 10대로 돌아갔을 때 또래 친구들보다 더 성숙해 보이는 게 중요 포인트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말투를 최대한 누나처럼 언니처럼 보이도록 연기했어요. 실제 10대는 잘 사용하지 않는 '어머어머', '그랬니?' 그런 말투를 쓰면서요.
Q. 김혜윤 배우의 실제 나이는 20대인데, 그보다 많은 30대 임솔은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요?
김혜윤: 30대 임솔은 실제 제 나이보다도 많고, 제가 지금까지 맡은 역할 중에서도 가장 많은 나이예요. 어떻게 하면 더 성숙해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변우석 오빠와 저희 친언니를 참고했는데, 변우석 오빠가 실제로 선재랑 동갑인 91년생이고, 저희 언니도 91년생이에요. 저보다 5살이 많은 건데, 그 둘을 보면서 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대화를 해보면, 엄청난 거리감이나 더 어른이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30대 임솔을 더 어른스럽게 표현해야 한다고 어렵게 생각하기보단, 그냥 지금 29살의 김혜윤이 보여도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지금 있는 제 모습 그대로 나올 수 있도록 했어요.
Q. 반대로, 교복 입을 10대도 아니잖아요. 교복 입는 캐릭터를 자주 연기하고 있는데, 그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김혜윤: 제가 교복이 크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감사하게도 교복을 계속 입혀 주시더라고요. 교복을 벗고 엄청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은 없어요. 시간이 흘러 언젠가는 제가 앳된 모습을 보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순간이 올 거잖아요? 그걸 생각해서,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자는 마음이에요.
Q. '김혜윤이 교복을 입으면 성공한다'는 게, 공식처럼 자리 잡고 있는데요. 왜 그런 걸까요?
김혜윤: 그와 더불어 의도치 않게, 상대 남자 배우들의 키가 많이 크다는 공통점도 있죠. 저도 왜 그런지 궁금해요.(웃음) 교복 입는 캐릭터의 나이와 발랄한 모습이 더 극대화가 되고, 키 차이가 큰 분들과의 시너지 때문에 관심을 더 받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와 남자 배우들과의 손 크기, 발 크기 차이에서도 설렘을 많이 느끼시더라고요. 이런 게 여심을 저격하는 거 같아요.
Q.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로운, 이재욱에 '선재 업고 튀어'의 변우석까지. 김혜윤 배우와 연기하면 상대 남자 배우가 크게 주목받게 되는데요. 남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때 케미를 잘 끌어내는, 뭔가 김혜윤만의 비결이 있는 건가요?
김혜윤: 저랑 작품을 해서 그들이 잘 됐다기 보단, 그냥 원래 잘 될 사람들이었던 거예요. 우연히 저랑 같은 작품을 했고 그 작품을 통해 드디어 빛을 발했다고 생각해요. 전 뭔가를 한 게 없어요. 떠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뿌듯하게 바라볼 뿐이에요.(웃음)
Q. 이번에 호흡을 맞춘 변우석 배우와는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을 통해 알던 사이죠?
김혜윤: '전지적 짝사랑 시점'에서 만나긴 했는데, 연기는 같이 하지 않았고 얼굴만 서로 알던 사이예요. 그래서 그런지, '선재 업고 튀어'로 처음 만났을 때 낯가리지 않고 원래 알던 사이처럼 쉽게 친해질 수 있었어요. 오빠가 옆집 오빠처럼 친근하고 다정다감하게 잘 대해줬어요.
Q. 솔X선재의 로맨스 케미가 너무 좋아서 수많은 '선친자'를 양산했잖아요. 변우석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김혜윤: 제가 오빠한테 숟가락을 얹었다고 생각해요.(웃음) 둘의 케미가 좋았던 건, 오빠가 현장에서 편하게 잘 대해줬기 때문에 저도 스스럼없이 편하게,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제가 오빠한테 의지도 많이 했어요. 솔이가 감정신이 많다 보니 현장에서 제가 집중해서 감정을 잡아야 할 때가 많았는데, 오빠가 배려를 많이 해줬어요. 제가 집중할 수 있게 기다려주고, 본인을 찍는 게 아닌데도 제 앞에서 진심으로 선재를 연기해 주니까, 저도 더 몰입할 수 있었죠.
Q. 솔X선재는 풋풋하고 순수한 첫사랑 느낌도 줬지만, 목숨을 걸고 상대방을 지켜주려는 고결한 사랑의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했어요. 그런 사랑의 감정들을 어떻게 연기하고자 했나요?
김혜윤: 가볍게 생각하면 굉장히 로맨틱하다고 생각되지만, 간접적으로 솔이로 살아보니, 그 둘의 관계는 정말 애절하고, 사랑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는 느낌이었어요. 목숨을 걸고 서로를 지키려고 하는 마음이 너무 깊어서, 뒤로 갈수록 연기하기 힘들었어요. 타임슬립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은 설정이지만, '내가 이런 선택을 해서 저 사람을 살릴 수 있다', '내가 살려야만 한다', 그런 마음 하나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솔이로 임했던 거 같아요.
Q. 현실과 과거를 오가며 감정을 쏟아내는 임솔의 분량이 굉장히 많았는데요. 촬영 분량이 너무 많아서 힘들지는 않았나요?
김혜윤: 체력적으로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죠. 울기도 많이 울고, 물에 빠지고, 눈도 맞고, 비도 맞고… 또 여름 장면 촬영을 겨울에 찍어서, 겨울에 반팔을 입고 촬영해야 하는 장면이 많아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제가 항상 체력을 관리하려고 하는 데요. 감기에 절대 안 걸리려고 자기 전에 미리 감기약을 복용하고 자곤 했어요. 그리고 원래 영양제를 3가지 먹었는데, 이 작품을 하며 면역력 강화에 좋다는 프로폴리스를 하나 더 추가해 총 4가지를 먹었어요.
Q. 임솔 캐릭터와 김혜윤 배우는 얼마나 닮았나요?
김혜윤: 싱크로율은 50대 50 정도요. 밝은 모습이 좀 닮은 거 같아요. 그래서 솔이의 밝고 통통 튀는 모습들을 연기할 때 편하게 느껴졌어요. 다른 부분은, 솔이는 힘든 일이 생기거나 사건 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오뚝이처럼 바로바로 일어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헤쳐나가려 하는데, 그게 저랑은 다른 거 같아요. 그래서 저 김혜윤이란 사람이 봤을 때, 솔이에게서 그런 점은 배우고 싶어요.
Q. 임솔처럼 밝고 사랑스러운 캐릭터 연기도 잘하지만, 'SKY캐슬'이나 '불도저에 탄 소녀'처럼 악에 받친 강렬한 캐릭터 연기도 잘하잖아요. 연기할 땐 어느 쪽이 조금 더 편해요?
김혜윤: 전 밝은 캐릭터가 연기할 때 좀 더 편한 거 같아요. 제 평상시와 닮아서 그런 거 같아요. 악에 받친 부분들도 제 모습에서 아예 없는 거 같진 않은데, 그런 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더라고요.
Q. 아무래도 실제 자신이 갖고 있는 부분을 연기로 표현하는 게 편하긴 하겠죠. 그런데 김혜윤 배우는 누군가를 '덕질' 한 경험이 실제로 없다면서요. 솔이가 아티스트 선재를 좋아하는 감정은 어떻게 몰입했나요?
김혜윤: 제가 누군가를 솔이만큼 좋아해서 덕질을 해본 적이 없는데, '선재 업고 튀어' 대본을 읽었을 때는 저의 팬분들을 생각했어요. 절 만나 울먹거렸던 분, 덜덜 떨며 편지를 주신 분, 또 한 자 한 자 공들여 쓴 게 느껴지는 편지 내용들… 그런 팬분들의 마음을 참고해서, 솔이가 선재를 바라볼 때 그런 느낌이겠다 생각하고 연기하려 했어요.
Q. 2012년 단역으로 처음 연기를 시작한 후, 2018년 'SKY캐슬'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꽤 오랜 기간 보조출연, 단역을 거치며 무명배우로 지냈어요. 어린 나이에 많이 힘들었을 거 같은데, 어떻게 버틸 수 있었나요?
김혜윤: 그때는 깜깜하고 어둡다고 생각한 시절이었어요. 언제까지 오디션을 보고, 단역을 하면서 지내야 할까, 배우란 직업이 내게 맞는 걸까, 나 잘하고 있는 걸까, 그런 질문을 많이 했죠. 그럴 때마다 스스로 하루의 계획을 조그맣게 세웠어요. '하루 한 시간 운동하기', '하루 한편 영화 보기' 이런 간단하지만 이룰 수 있는 걸로요. 나중에 돌이켜 봤을 때 나한테 도움이 되는 것들을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지나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냥 꾸준히 노력했던 거 같아요. 그때는 제 인생이,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진 느낌이었어요. 친구들은 앞질러 가고 있는데 저만 넘어진 느낌이요. 그럴 때마다 주변에서 '사람마다 때가 있고 넌 아직 그때가 오지 않았다. 그러니 꾸준히 열심히 하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그 말대로 꾸준히 열심히 하려 했어요. 그 시절이 없었다면, 지금 제가 이곳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때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버텨준 제 자신에게 고마워요.
Q. 최근에 소속사를 아티스트컴퍼니로 옮겼는데요. 이정재, 정우성 배우가 있는 유명한 곳이잖아요. 새 소속사 분위기가 어떤가요?
김혜윤: 대표님들이 다들 따뜻하게 잘 맞아 주셨고, 특히 염정아 선배님께서 누구보다 빠르게 연락을 주셨어요. 작품을 같이 했던 선배님들이 여기 많이 계신데, 카톡으로 '축하한다', '같은 식구가 됐구나' 메시지를 보내며 반겨주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처음 와보는 회사지만, 처음 같지 않은 익숙함이 느껴져요.
Q. 그런데 소속사를 옮긴 지 얼마 안 됐는데, '선재 업고 튀어'의 뜨거운 인기를 배우 홍보에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잖아요? 생각지 못한 비판에 당황하기도 했을 거 같아요.
김혜윤: 처음에 그런 반응을 보고 기사가 났을 때, 이 드라마가 정말 인기가 많다는 걸 실감했어요. 팬들이 이렇게 속상하다고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전 불러주시면, 어디든 달려 나갈 준비가 되어있어요. 불러만 주세요.
Q. 차기작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 같은 게 있을 까요?
김혜윤: 제가 맡은 역할들 중에 직업을 가진 캐릭터가 없어요. '선재 업고 튀어'의 솔이가 직업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학생 신분이었죠. 직장이 있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전문직 드라마도 좋아요. 사원증을 목에 걸고 월급을 받는, 그런 직장인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Q. '선재 업고 튀어'가 방영되는 월요일을 기다리느라 '월요병'이 치유됐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드라마와 캐릭터들이 정말 큰 사랑을 받았어요. 드라마가 종영해 다시 월요병에 시달릴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요?
김혜윤: 저 또한 굉장히 아쉬워요. 1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솔이를 연기했고, 바로 방영으로 이어져서 저에겐 계속 눈앞에 솔이가 있는 거 같거든요. 이제 솔이란 인물이 점점 흐릿해져 갈 거라 생각하니까 속상하고 아쉽고 그래요. 하지만 전 또 다른 좋은 작품으로 돌아와야죠. 즐거운 드라마로 언젠가 또 월요병이 없어지는 날을 만들어드릴 수 있게, 제가 열심히 할게요.
[사진제공=아티스트컴퍼니, tvN]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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