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8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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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천재' 김민기가 선사한 감동…'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동시간대 1위

강선애 기자 작성 2024.04.29 09:53 조회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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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전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김민기와 학전에 관한 최초의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가 아름다운 음악으로 민중을 위로했던 천재 뮤지션 김민기의 뒷모습을 조명하며 뜨거운 울림을 선사했다.

지난 28일 방송된 'SBS 스페셜-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2부에서는 송창식, 조영남, 박학기, 나윤선, 장필순, 강산에, 윤도현, 정재일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가들과, '도비두' 김영세, '노찾사' 김창남, 임진택, 이상우, 채희완 등 김민기의 지인, 더불어 노동현장에서 김민기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이들이 선뜻 카메라 앞에 나서 '음악가 김민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에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2부의 시청률은 전회대비 상승한 수도권 3.8%, 전국 3.4%를 기록하며 2주 연속 동시간대 지상파 1위 자리를 수성했다. 특히 2049 시청률은 수도권 1.1%를 기록, 동시간대 방송된 전체프로그램 1위에 등극했다.(닐슨코리아 기준)

이날 방송은 1990년대 초, 대한민국 모든 가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통했던 소극장 학전의 위상을 돌아보며 막을 열었다. 들국화, 이소라, 조규찬, 노찾사, 권진원, 박학기, 강산에, 장필순, 윤도현 등 걸출한 가수들의 콘서트 무대가 됐던 학전 중에서도 최고의 스타는 '1000회 공연'이라는 전설을 쓴 김광석이었다. 신인 시절 '노찾사' 멤버들 사이에서 솔로 가수의 재목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김광석에게 솔로의 길을 열어준 이가 바로 김민기였다. 김민기는 당시 김광석이 '나에게 어울리는 노래가 많지 않다'며 솔로 무대를 주저하자 "세상에 노래는 많고, 그중 너에게 맞는 노래가 있다. 그런 걸 찾아서 부르면 네 노래"라고 조언하며 '이등병의 편지'를 불러보게 했다. 이후 솔로 가수로서 큰 반향을 일으킨 김광석의 공연은 연일 매진 행렬이었고, 당시 학전 알바 신분이었던 배우 전배수는 "관객들을 돌려보내는 게 일이었다. 어느 날 한 노부부를 돌려보내려 했는데 김광석 형님의 아버지라고 하시더라"라며 웃음을 자아내는 해프닝을 증언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학전의 역사는 김민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김민기는 팝송 번안가요가 주를 이루던 시절, 오직 자작곡만으로 채운 1집 앨범을 발매하며 한국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로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가사와 아름다운 음악 세계는 천재의 탄생을 알렸다. 이 같은 김민기의 음악세계에 감화를 받은 수많은 뮤지션들이 그를 존경해 주위로 몰려들었고, 김민기를 향해 존경심을 드러낸 이들 중에 무려 '가왕' 조용필도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선사했다.

정작 김민기 본인은 '가수 김민기'를 싫어했다고 전해졌다. 자신의 곡들도 좋아하지 않아서 사석에서 단 한 번도 노래 부르지 않았다는 것. 그 배경에는 당대 비극의 역사에 얽힌 '가수 김민기'의 숙명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게 인터뷰이들의 중론이었다.

1970년대 유신 시대는 정권을 비판하는 데모가 끊임없이 이어지던 시기였고, 시민들이 데모를 할 때 김민기의 '아침이슬'과 '친구'를 불렀다는 이유로 김민기는 반란의 주동자로 낙인찍혔고, 모든 노래가 금지곡이 되고, 예술활동을 금지당하는 등 끝없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김민기는 투쟁을 위한 노래가 아니라 그저 순수하게 자기 노래를 만들었을 뿐임에도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얻은 영향력으로 인해 정권의 탄압을 숙명으로 여겼다.

공개된 김민기의 자필 회고 속에 적힌 '어느 한 곡 내 이름을 작사, 작곡가로 명기할 수 없었다. 나의 대학생활은 이미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라는 글귀는 당시 김민기가 겪어야 했던 절망의 크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했다. 또한 송창식은 당시의 김민기를 회상하며 "다 집어치우고 음악만 했으면 엄청났을 거다. 음악으로 나갔으면 한국 대중음악을 뒤엎어 놨을 텐데 좀 아깝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민중을 향한 김민기의 음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모든 예술활동이 막혀버린 김민기는 군 제대 후 생계를 위해 피혁공장에서 행정직으로 근무를 했는데, 생산 노동자들을 경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김민기 만은 이들과 허물없이 어울리고 먹고살기에 급급한 노동자들을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주기 위해서 애썼다고 전해졌다.

당시 피혁공장에서 근무한 곽기종 씨는 김민기가 점심시간에 노동자들과 함께 둘러앉아 기타를 치기도 하고, 교육을 원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직접 새벽에 공부를 가르쳐주기도 했으며, 김민기의 대표곡으로 알려진 '상록수'가 사실 노동자 부부의 합동 결혼식을 위해 만든 축가라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또한 공장 노동자들의 삶을 직접 목도한 뒤 참혹한 노동 환경에 문제의식을 느낀 김민기는 지인들을 모아 당시 현실을 가사에 리얼하게 담아낸 노래굿 '공장의 불빛'을 제작했다. 서민들도 쉽게 접할 수 있던 카세트 테이프에 '공장의 불빛'을 담은 김민기는 뒷면에는 반주만 녹음해 노동자들이 노래를 직접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설계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이야기인 만큼 심의를 통과할 가능성은 전무하고, 정부의 탄압도 불 보듯 뻔했지만 김민기는 모든 것을 각오한 채 프로젝트를 강행했다. 이 같은 김민기의 신념은 최초의 언더그라운드 비합법 앨범 '공장의 불빛'을 따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민중의 손에서 손으로 전해졌고, 노동자들의 가슴을 울리고, 사회를 들끓게 만들었다. 나아가 태풍을 일으킨 나비의 날갯짓처럼 YH 무역회사 여공들의 농성으로, 야당 총재 김영삼의 제명과 야당 해산 사태로, 부마항쟁으로, 결국 유신의 종말로 이어졌음이 드러나, 놀라움과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이처럼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2부에서는 위대한 음악가로 칭송 받았던 천재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김민기, 그리고 유신정권의 탄압을 숙명을 받아들여야 했던 김민기, 나아가 엄혹한 시대 속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음악으로 민중을 위로하고 민심을 움직였던 김민기의 인생을 조명하며 콧잔등 시큰한 여운을 선사했다. 이에 남은 3부 방송에서는 또 어떤 '뒷것 김민기'를 조명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김민기 이야기를 보고, 나는 껍데기로 살지 않나, 반성하게 되는 밤", "우리나라 대중문화가 김민기에게 빚진 게 많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그의 힘이 안 미친 곳이 없네", "우리 모두 '뒷것' 김민기를 보자", "김민기 님은 역사 그 자체구나. 세상은 함께 변하기 위해 조용히 실행하는 누군가들에 의해 조금씩 변화했다. 그들에게 빚을 졌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여운으로 잠은 다 잔 것 같다. 김민기도 모른 채 살다니 세상 헛살았네. 아침이슬 노래나 알았지, 그 뒤에 이렇게 큰 인물과 이야기가 있었다니", "김민기라는 분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분의 노래를 모두 듣고 싶어졌다", "김민기의 삶과 영향력, 3부작도 부족할 것 같다" 등의 시청 소감이 이어졌다.

'SBS 스페셜-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탄생시킨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못자리 학전과 철저히 무대 뒤의 삶을 지향하며 방송 출연을 자제해 온 학전 대표 김민기의 이야기를 담은 최초의 다큐멘터리로, 김민기를 위해 뭉친 유명인사 100여 명의 인터뷰가 담기는 유일무이한 프로젝트다. 오는 5월 5일(일) 밤 11시 5분에 마지막 3부가 방송된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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