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안보현의 '재벌X형사', 골 때려도 밉지 않았던 이유

강선애 기자 작성 2024.04.01 16:34 조회 1,654
기사 인쇄하기
안보현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SBS 드라마 편성 슬롯에서는 현재 금토드라마만이 남아있다. 유일하게 드라마를 편성하는 시간대인 만큼 여기에 어떤 드라마를 넣느냐, 많은 이들의 심사숙고가 뒤따른다. 그동안 'SBS 금토드라마'로 편성돼 성공한 작품들이 많은데, 특히 '열혈사제', '모범택시' 등 정의를 구현하는 액션 히어로가 등장해 사이다 같은 통쾌한 매력을 선사한 작품들이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달 23일 종영한 '재벌X형사'는 그런 '사이다 히어로' 장르의 명맥을 잇는 작품이었다. 철부지 재벌 3세가 강력팀 형사가 되어 자신이 가진 돈, 인맥, 권력 등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해 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 제목처럼 재벌이자 형사인 주인공 진이수 역할은 배우 안보현이 맡았다.

'열혈사제'의 김남길, '모범택시'의 이제훈은 타이틀 롤을 여러 번 맡았던 이름값이 상당한 남배우들이다. 그에 비해 안보현은 냉정히 말해 연기 경험도 주연 경력도 짧다. 그래서 그가 이 '재벌X형사' 타이틀 롤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SBS 금토드라마의 명성이 갖는 무게감을 잘 버텨낼 수 있을지 우려가 나왔다.

게다가 '재벌X형사'는 안보현 외에도, 주요 배역들을 신인급 배우들로 채웠다. 안보현의 진이수 캐릭터와 함께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는 극 중 강하경찰서 강력1팀 멤버들이 박지현, 강상준, 김신비 등 30대 초반의 젊은 배우들이었다. 배우들의 구성이 대중적 인지도에서 약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젊음의 패기와 열정이 넘쳤던 이들은 우려의 시선 속에서 더 똘똘 뭉쳤다. '재벌X형사' 촬영장에서뿐만 아니라, 사적으로 만남의 자리를 계속 만들며 캐릭터 분석과 팀워크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유독 탄탄했던 팀워크로 촬영 중간에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1박 2일 MT를 가기도 했다. 회식 자리 한 번 마련하기 힘들어하는 드라마 촬영장도 있는데, '재벌X형사' 팀의 유대감은 확실히 남달랐다.

그렇게 모두가 하나 됐던 시간들은 드라마 분위기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1회 시청률 5%대로 시작했던 '재벌X형사'는 재벌 형사 진이수와 강력1팀의 앙상블이 호응을 얻기 시작하며 시청률 상승세를 이끌었고, 결국에는 두 자릿수 시청률 돌파라는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 중심에 있었던 안보현은 이제 와서 말하지만,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시즌2 제작을 강력하게 염원한다.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재벌X형사' 시즌2 꼭 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안보현

▲ 압박감 컸던 주연 자리

평소 집에서 다양한 드라마를 챙겨본다는 안보현은 'SBS 금토드라마'가 가진 명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 자신이 들어가 연기를 펼친다는 것에 큰 압박감을 느꼈다.

"저한테 정말 높은 자리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편성됐을 때부터, 거기에 제가 나온다고 생각하니 설렘보다 걱정이 더 컸어요. SBS 금토드라마에 사이다적 요소의 장르가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는지 아니까. 많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이게 잘못되면 다 내 잘못'이라는 생각에 불안했죠. 저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수요층이 있는 금토드라마에서 제가 잘할 수 있을까란 압박감이 컸어요. 티를 안 내려고 했는데, 아마 티가 났을 거예요. 굉장히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안보현은 '재벌X형사'의 전개를 이끄는 주요 캐릭터들 중에 나이로도 맏형이었다. 주인공이자 가장 연장자로서 느끼는 책임감도 상당했다.

"제가 컨디션이 저조하거나, 감기가 걸린다거나,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설령 아프다 해도, 그 아픔을 표현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죠. 진이수가 텐션이 높은 캐릭터라, 주변 모두가 절 도와주려 했어요. 제가 뭘 하든 스태프들이 다 같이 박수 치며 환호해 줬죠. 그런 분위기니까, 제가 더 관리를 잘못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있었어요."

원래 걱정이 많은 편이라는 안보현은 그래서 자신에게 더 엄격하다.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은 '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로 이어진다. 그렇게 최선을 다한 덕인지, '재벌X형사'는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인정을 받았다. 이제야 안보현은 한시름 놨다고 말한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한 거 같아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뿌듯한 마음보단, 한시름 놨다는 느낌이에요. 감개무량해요. 주변 지인들이 제가 나온 드라마를 다 보진 않는데, 이건 진짜 많이들 봤더라고요.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되냐는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안보현

▲ '행동은 밉상, 내면은 따뜻'…한국 드라마서 본 적 없는 재벌 캐릭터

재벌은 한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지만, '재벌X형사'가 그리는 재벌 이야기는 다른 작품들과 결이 다르다. 재벌이 죄를 저지른 다른 재벌을 때려잡는데, 그 과정에서 재벌이라 돈의 힘을 마음껏 이용한 '플렉스(Flex) 수사'를 펼친다. 범인을 잡기 위해 헬기를 띄우고, VIP만 출입 가능한 곳에 마음껏 드나들며 악을 소탕한다. 이 만화 같은 이야기가 주는 짜릿한 쾌감이 '재벌X형사'의 묘미다.

하지만 아무리 판타지적 매력이라도 지나치게 현실과 동떨어지게 느껴진다면 몰입하기 힘들다. 안보현은 이 비현실적인 재벌 형사 진이수 캐릭터에 어떻게 숨결을 불어넣으려 했을까.

"대본을 읽었을 때 진이수는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라 봤어요. 골 때리고 밉상스러운 행동을 해서 안 좋게 볼 수도 있는 반면, 연민이 있고 내면적으론 따뜻한 인간미가 있다고 생각했죠. 재벌 캐릭터에는 정석으로 자리 잡힌 이미지가 있어 모티브를 찾는 게 힘들었어요. 전 그 방향성을 다르게 가고 싶었거든요. 초반에는 자기의 재력을 써가면서 노는 데 진심인 진이수가 어쩔 수 없이 형사가 되고, 이후 수사에 재미를 느껴가는 과정을 드라마로 풀어내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재벌이 형사를 한다면, 재력을 이렇게 활용하면 대박이겠다' 싶은 것들을 재미있게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았어요. 판타지적 요소가 있긴 하지만, 또 마냥 판타지적인 모습만은 아니었다고 봐요. 이수가 정의구현을 자기가 가진 재력으로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해결하는데, 무연고 시신의 장례를 치러주고, 억울하게 죽은 미술 작가의 전시회를 열어주는 에피소드를 보면, 안에서 우러나는 연민이 있는 아이예요. 이수의 그런 좋은 면들에 다가가려 했어요."

안보현의 말대로 재벌의 재력을 이용해 시원시원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진이수만의 플렉스 수사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이를 연기로 표현해야 했던 안보현은 보다 더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직접 요트 조종면허까지 취득했다.

"이수가 요트를 모는 장면을 대역으로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제가 직접 따겠다고 했어요. 일주일 동안 매일 9시부터 6시까지 빠지지 않고 가서 교육을 받아 면허를 땄어요. 그리고 실제로 요트를 운전하는 연기를 하는데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더라고요. 캐릭터를 준비하며 몸을 만든다거나 머리카락을 붙인다거나, 그런 준비는 해봤지만 이런 자격증 취득은 또 다른 경험이라 재미있었어요. 앞으로 언제 또 요트를 운전해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웃음)"

안보현

진이수가 되기 위한 외적 노력도 이어졌다. 노는 데 진심인 철부지 재벌 3세 진이수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고, 그 결과 올백 머리에 앞머리 두 가닥을 내린 일명 '탕후루 머리'와 요란한 진이수 패션이 탄생했다.

"진이수의 외모를 봤을 때 '밉상'으로 보이게끔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며칠 동안 헤어를 올렸다 내렸다 하다가, 위로 고정하고 앞머리 두 가닥만 눈썹에 붙이는 '탕후루 머리'가 나왔어요. 의상도 거의 맞춤 제작이었는데, 여름에 하와이에서 입을 법한 화려한 옷에 허리라인이 잡힌 나팔바지 같은 걸 입었어요. 진이수는 슬림핏이 맞는 거 같아, 근력 운동을 안 하고 유산소 운동만 해서 근육을 줄이고자 했죠. 기존에 '이태원 클라쓰'나 '군검사 도베르만'에서 했던 빵빵한 수트핏이 아니라, 슬림하게 보이고자 했어요. 여태껏 TV에서 봤던 재벌 캐릭터와는 조금 다른 색깔을 주고 싶어 그런 식으로 캐릭터를 구축했어요."

'탕후루 머리'를 고정하기 위해 스프레이를 하루 한 통씩 썼다고 한다. 과한 사용에는 부작용이 따르는 법. 안보현은 "많은 머리카락과 모낭을 잃었다"고 농담하며 웃어 보였다.

"한 5회차 정도 찍었을 때, '이거 잘못됐다' 생각했어요. 이런 머리스타일이 이수를 겉만 봤을 때 재수 없어 보이게 할 것 같아, 여러 번의 테스트 후에 제가 고집한 머리예요. 그런데 5회차 촬영쯤 되니까 눈썹에 땜빵이 생기고, (과한 스프레이 사용 때문에) 머리는 감아도 뻑뻑하고 베개에 먼지가 묻더라고요. 린스를 세 번씩 해야 했어요. 머리카락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촬영들이 섞여 있으면, 근처 동네 미용실까지 다니며 하루에 머리를 다섯 번까지 감아봤어요. 너무 힘들었죠. 그래도 그 '탕후루 머리'가 아니었다면, 많은 분들에게 이수로서 각인되기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요. 지금은 하루에 한 번만 머리를 감으며, 최대한 두피에 무리가 가지 않게끔 관리하고 있어요."

▲ '재벌X형사' 시즌2를 바라며

'재벌X형사' 팀의 큰형으로서 안보현은 팀워크를 다지는 자리를 앞장서 마련했다. 특히 극 중 '강력 1팀' 팀원으로 묶인 박지현, 강상준, 김신비와는 식사도 운동도 같이 하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재벌X형사'는 진이수가 강력1팀 멤버들과 사건 현장에서 함께 몸으로 부딪치며 조금씩 '원팀'으로 인정받아 가는 과정을 그린다. 그만큼 강력1팀 구성원들끼리의 연기 호흡이 중요한데, 배우들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결속력을 다졌다.

"저희가 다른 드라마보다 사석에서 만나는 자리가 유독 많았어요. 강상준, 김신비 배우를 저희 집에 데려와 운동시키고, 밥 먹이고, 그런 게 일상이었죠. 같이 등산도 가고, 술 한잔도 하며, 그렇게 보낸 시간들이 재밌었어요. 제가 나이가 많아 그 친구들이 저한테 의지한 것도 있고, 반대로 저도 그 친구들한테 큰 힘을 얻었어요. 제가 인복이 있죠. 신인인 친구들이지만, 독립영화와 연극을 오래 해서 내공이 어마어마해요. '재벌X형사'로 얼굴을 알리게 된 거 같아 제가 기뻐요. 박지현 배우는 여자 형사를 연기하며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전 지현 배우의 연기가 좋았어요. 그런 무난함 속에서 나오는 연기, 편안함에서 연민까지 느껴지는 그런 연기가 좋더라고요. 제가 많이 의지하며 기분 좋게 촬영했던, 좋은 파트너였어요."

안보현

안보현이 '재벌X형사' 팀에 애정이 큰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재벌X형사'의 홍승혁 촬영감독과의 남다른 인연 때문이다. 그는 데뷔작이었던 영화 '히야'의 촬영감독이었던 홍 감독과 '재벌X형사'에서 재회했다.

"'히야'를 촬영할 때가 제가 가장 힘들 때였어요.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촬영을 했는데, 촬영감독님이 그걸 아시고 저를 촬영 후 스태프들만 모이는 자리에 불러 밥을 사주고 그러셨어요. 그분들도 그땐 힘드셨을 텐데, 저를 챙겨주셨죠. 그런 슬픈 추억이 있어요. 이후 감독님은 '모범택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악귀' 등의 작품을 찍으며 어마어마한 분이 되셨죠. 그리고 '재벌X형사' 대본 리딩 때 감독님을 만났는데, 눈물이 날 거 같더라고요. 감독님이 저를 계속 응원하고 있었다며 '우리 아내가 너 보며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하시더라고요. 촬영장에서 저한테 힘을 많이 실어 주셨고, 좋은 조언들도 많이 해주셨어요."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이 모인다. 안보현은 그런 촬영감독이 진두지휘하는 현장이라, 모든 스태프들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인상 찌푸리거나 언성을 높이는 사람 하나 없던 현장의 좋은 분위기가, '재벌X형사'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안보현은 '재벌X형사'의 시즌2를 꿈꾼다. 이런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현장이라면, 무조건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현장에 가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제가 처음에 작가님, 감독님한테 '끝날 때까지 스태프나 배우들 중 한 명의 교체 없이 이대로 다 같이 간다면, 시즌2도 가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아마 모두가 저랑 똑같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중간에 MT를 갔을 때도 다 같이 '시즌2에서 만나자'라고 장난치고 그랬어요. 모두의 스케줄을 다 맞출 수 있을지 염려되긴 하지만, 이 사람들이라면 얼마든지 다시 해도 좋을 거 같아요."

어릴 적 복싱선수로 활약하다가 부상으로 그만두고, 모델 생활을 하다가 연기에 뜻을 품었다. 단역으로 시작해 2016년 영화 '히야'를 통해 정식 배우로 데뷔한 안보현은 어느덧 배우 경력이 10년 가까이 됐다. 단역, 조연, 주연 차근차근 밟아온 그는 이제 '재벌X형사'를 통해 타이틀 롤로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냈다.

항상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안보현은 그렇게 조금씩이라도 올라가는 배우 인생 그래프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전부터 '난 가지고 태어난 건 키 말고 없으니, 항상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했어요. 가지고 있는 운도 없으니 계속 움직이고 노력해야 한다면서요. 그래서 작품 하나를 하면, 쉬지 않고 뭐든 병행하려 했었죠. 그런 노력들의 결과인지 모르겠는데, 제 인생 그래프에서 크게 내려가는 것 없이 조금씩이라도 계속 올라가고 있는 거 같아 감사해요. 지금 경기가 많이 어렵다고 하는데 계속 일할 수 있음에도 감사하고요. 예전에 가족들에게 '조금씩 성장하고 있으니 그냥 지켜봐 달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 후 가족들은 계속 무언의 응원을 보내줬죠. 그래서 더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노력했던 거 같아요. 그런 점들이 모여,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요. 전 계속 그렇게, 노력할 거 같아요."

[사진제공 : FN엔터테인먼트, '재벌X형사' 스틸컷]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