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이번에는 공정한 게임될까?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325호 검사실과 4천 장의 비밀문서 -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이라는 부제로 12년 만에 기회를 얻은 백 씨 부녀를 조명했다.
지난 1월 4일,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백희정 씨가 출소했다. 그리고 같은 날 순천교도소에서 일흔넷의 무기수 백 모 씨도 출소했다.
각각 12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다름 아닌 부녀 관계. 이들은 15년 전 사망한 백 모 씨의 아내 최 씨에 대한 존속살인 혐의로 각각 20년 형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그랬던 이들에 대해 법원은 재심 개시를 결정했고 이에 형 집행이 정지된 것이다.
이른바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피의자였던 두 사람. 이들은 지난 2009년 7월 6일, 백 씨의 아내인 최 씨를 비롯한 주민 4명이 일터에서 막걸리를 나눠 마신 뒤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의 피의자였다.
당시 막걸리에서는 청산사기가 대량 발견됐고, 검찰은 백 씨 부녀가 공모해 최 씨를 살해하기 위해 이 막걸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최 씨가 사망했던 당시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던 백 씨 부녀. 이들은 사건 발생 70여 일만에 범인으로 지목되었다. 특히 검찰은 이들이 사건 발생 15년 전부터 부적절한 성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이를 최 씨에게 들켜 살해했다며 범행 동기를 밝혔다.
그리고 검찰은 이 모든 사실을 백 씨 부녀가 자백했다고 밝혔다. 이에 1심에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되었고, 이어진 2심과 대법에서는 각각 무기징역과 20년형이 선고되었다.
이들의 재심 청구 소송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2022년 1월 재심을 청구했다며 "복역 중인 사람이 재심을 통해 석방된 사례는 처음이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데에는 숨겨져 있던 검찰의 기록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을 준비하며 검찰이 누락한 수사 기록 4천여 페이지를 발견한 것. 이에 변호사는 "이는 의도적 누락이다"라고 했다.
당시 검찰은 백희정 씨의 자백이 최 씨 사망 사건이 아닌 다른 사건을 조사하던 중 나오게 되었다고 밝혔다. 당시 백희정 씨는 옆집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장을 제출했는데 피의자와의 대질 조사 중 무고를 인정했다는 것. 또한 그를 고소한 이유에 대해 최 씨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망을 피하기 위함이었다고 자백했다는 것이다.
당시 경찰은 이웃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이웃 남성은 사건 직후 자신의 아내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는데 경찰은 그의 아내가 무엇인가를 목격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수사를 통해 큰 소득 없이 그는 혐의 없음으로 풀려났다.
그런데 당시 심문을 진행한 CCTV 영상을 살피자 최 씨의 사건을 먼저 언급한 것은 희정 씨가 아닌 검찰이었다. 검찰은 심문 중 희정 씨에게 "네가 무고의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엄마의 살인 사건을 덮기 위한 거지?"라고 했던 것이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담당 검사는 특수부 출신 강 모 검사. 스타 검사였던 강 모 검사. 그런데 그가 해결한 사건들의 결정적 증거는 대부분 피의자의 자백인 것으로 드러나 의아함을 자아냈다.
그리고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경찰들도 평균보다 지능이 부족한 백 씨 부녀가 허위 자백을 했을 것이라 판단했다. 또한 전문가는 희정 씨의 심문 영상에 대해 "지적 능력이 부족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 보니 스스로 생존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 그럴 때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이 순종적이고 복종적인 것이다. 지나치게 눈치를 살피고 배려하고 안 해도 되는 배려까지 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당시 사건은 희정 씨가 체포된 지 단 하루 만에 2인조 살인으로 바뀌었다. 검찰은 희정 씨가 원하는 답을 들려주지 않으면 분위기는 험악하게 만들었다. 백 모씨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검찰은 자신들이 원하는 질문에 답을 얻어낸 것.
전문가는 희정 씨의 지능에 대해 경계선 수준이라고 했다. 사고가 단순하여 단순한 해결책을 선호하며 불편을 경험하면 효율적으로 대처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능인 것.
또한 백 모 씨는 문맹으로 글을 읽을 수도 쓰지도 못했다. 그런 그에게 검찰은 가혹했다. 그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도 전달하지 않은 채 그가 저항할수록 압박을 더 가했던 것.
조사를 받아도 다음날 똑같은 질문이 반복되자 백 모 씨는 자신이 저항을 해도 소용없다고 느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전문가는 " 그러면 자포자기가 되는 것, 포기하는 것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강 검사는 백 모 씨가 심문에서 하지도 않은 말을 조서로 남겼다. 특히 그는 막내딸 희정 씨를 이용해 백 모 씨를 압박했다. 그리고 희정 씨는 마치 검찰의 공소장을 읽듯 최종 진술을 했다.
이에 전문가는 희정 씨에게 왜 그런 진술을 했는지 물었다. 이에 희정 씨는 "사건이 되든 말든 그냥 감옥에 넣는다고 했다. 자백 안 하면 감옥에 처넣을 거라고"라고 답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이야기를 왜 하게 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 수사관은 희정 씨에게 아기를 입양 보낸 것을 언급했다. 과거 희정 씨는 가출을 한 과정에서 임신을 했고, 이후 집으로 돌아와 출산한 아이를 입양 보냈던 것.
이에 수사관은 입양 보낸 아이와 백 씨의 혈액형이 똑같으니까 아빠와 관계를 가진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리고 입양 보낸 아이의 이야기는 희정 씨가 첫 조사를 받던 날 30분 만에 강 검사의 입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에 전문가는 "희정 씨의 아킬레스건은 아이를 출산해서 입양시킨 것이다. 그 지점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운다. 수사기관에서 계속 이를 건드리는데 특별하게 이야기가 나올 맥락이 아닌데도 계속 아이를 출산하고 입양시켰던 이야기를 해서 수치심과 죄책감 미안함을 고조시키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강 검사는 백 씨 부녀가 희정의 아이가 백 모 씨의 친자임을 자백한 것처럼 공소장에 적었다. 그러나 심문 영상과 조서 내용 중 그런 진술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1년 정도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 희정 씨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임신 5, 6개월 차였다. 이는 이 아이가 백 모 씨의 아이일 수 없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하지만 강 검사는 희정 씨에게 DNA 검사를 했는데 아빠가 똑같이 나왔다며 희정 씨에게 추궁했다. 이에 희정 씨는 아이의 친부가 아버지가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검사는 계속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고, 이에 결국 그가 원하는 긍정의 답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당사자가 성관계 인정했다고 주장한 강 검사. 하지만 그는 백 씨 부녀가 보석을 신청하자 부녀의 부적절한 관계는 전남지방경찰청 모 경위를 통해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 측은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그건 검찰의 이야기일 뿐이다. 검찰에 가서 그 소문이 났다. 검찰에서 그렇게 맞춰버린 것 같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백 씨 부녀를 기소한 강 검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에 제작진은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 위해 수소문했다.
강 검사는 지난 2013년 향응 수수, 유흥주점 출입 장면 포착 등의 이유로 면직당했다. 그랬던 그는 지난 2016년 변호사가 되어 곧 정치에 입문할지 모른다며 취재를 거부했고, 백 씨 부녀 사건을 해결한 것에 대한 큰 자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그는 2019년 변호사법 위반으로 변호사 자격 정지 및 3년형을 선고받았다. 현재라면 출소했을 강 전 검사. 그는 현재 한 경영컨설팅 회사의 대표로 등재되어 있었다.
이에 제작진은 해당 회사를 찾아갔으나 관계자들은 그가 사임했다며 취재진들을 내쫓았다. 그리고 다음날 강 전 검사는 회사 관계자들을 통해 "검사는 기소만 하는 것, 죄가 있다 없다는 어차피 법원에서 판사가 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다음날 해당 회사의 법인 등기에서는 강 전 검사의 이름이 삭제되어 의아함을 자아냈다.
검찰의 공소 사실만 보면 백 씨 부녀의 범행은 추악하고 주도면밀해 보인다. 그러나 당시 제출이 되었다면 백 씨 부녀의 무죄를 고려할 수 있는 상당량의 자료들이 제출되지 않고 순천지청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검사에게는 객관 의무, 검사가 오로지 피고인의 유죄만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이 무엇인지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 피고인한테 유리한 자료라도 원칙대로라면 제출을 하도록 하는 것이 의무이다. 그러나 강 전 검사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특히 백 모 씨의 유죄를 판결할 때 중요 쟁점이었던 청산가리 보유 유무. 당시 2심 재판부는 오이 농사를 할 때 청산가리를 사용한다는 경찰의 조사 결과로 백 모 씨가 청산가리를 오랜 시간 보관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는 문제가 있었다. 당시 이 사실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 경찰. 경찰은 오이 농가를 대상으로 탐문, 성분 조사까지 했지만 어디에서도 청산가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또한 경찰은 청산가리가 오이 농사에 사용된다는 것은 유황가루를 청산가리로 오인한 것이라는 내용까지 밝혀냈다. 그러나 이 내용이 담긴 무려 400여 장의 수사 기록은 제출되지 않고 유황가루를 청산가리로 오인한 이들의 이야기만 그대로 제출되었다. 이에 재심 변호사는 "이것에는 명백한 의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백 모 씨가 7월 2일 막걸리를 직접 구매했다고 주장한 검찰.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CCTV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분명 경찰은 주변 CCTV영상 자료를 모두 분석했고, 그 결과 백 모 씨는 집 근처에 경유를 사러 갔다 온 것 말고는 그 어디에도 CCTV에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이 내용도 무시했다.
재심 변호사는 "유죄를 받기 위한 목적만 있었다고 생각한다. 판사들 입장에서는 판단 자료로 삼은 증거들을 조작한 검사에 분노해야 할 사건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고등법원의 재심 지시 결정에 대해 검찰은 바로 항고했다. 고등법원은 강 검사의 심문 방식이 부적절했다고 판단, 강 검사가 부녀에게 유리한 자료 등을 제출하지 않은 점도 재심 개시 중요 이유로 꼽았다.
그렇다면 검찰이 항고한 이유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검찰은 15년 전 강 검사의 주장과 닮아있었다. 검찰은 부녀의 자백을 포함한 진술 과정은 영상으로 남아있고 무리한 수사나 진술 유도는 없었다며 부녀가 사건의 범인이 맞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오랜 시간이 걸려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백 씨 부녀뿐만 아니라 검찰에도 재심은 기회라고 말했다. 피해자의 인권을 존중하면서 그 어떤 증거도 감추지 않으면서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기회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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