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3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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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찐리뷰] "단 9분 만에 32명 사망" 끔찍한 캠퍼스 총기 난사…조승희는 왜 괴물이 됐나

강선애 기자 작성 2023.08.04 12:17 수정 2023.08.04 13:51 조회 14,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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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3일 방송된 '외톨이가 보낸 소포-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가수 딘딘, 배우 공승연, 송영규가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평화로운 대학교에서 일어난 살인

때는 2007년 4월, 대학교 캠퍼스야. 여기는 캠퍼스가 예쁘기로 유명한 학교야. 사진을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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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건물과 짙은 녹음, 여긴 한국이 아닌 미국에 있는 대학교야. 이날은 일요일인데, 캠퍼스가 축제로 북새통이야. 인터네셔널 스트리트 페어(International Street Fair)라고, 각 나라 학생들이 모국의 전통음식이나 문화, 놀이를 소개하는 행사야. 한국인 부스도 있어. 한국 유학생인 승우와 규민이도 손님맞이로 정신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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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축제를) 1년 내내 준비해요. 각각의 부스를 설치해서 자기네 나라를 홍보해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 한복도 입고 와서 하고, 제기차기 놀이도 해보게 하고. 아침 일찍부터 가서 준비를 다 했죠."
-이규민, 당시 유학생

같은 시각, 모두가 축제를 즐기고 있는데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생도 있어. 한국인 유학생 승희야. 영문과 4학년 남학생인데, 기숙사에서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어. 바로 시나리오야. 몇 달 동안 아주 열심히 썼어. 사람들이 깜짝 놀랄만한 엄청난 스토리야. 승희가 쓴 그 시나리오는, 내일 공개될 거야.

기숙사 밖, 축제는 마무리 됐어. 행사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규민이는, 밀린 과제를 하느라 열람실에서 밤을 새웠어. 그리고 다음날인 2007년 4월 16일 월요일 아침, 규민이가 밤새워 준비한 과제를 제출하려 가려는데, 누군가가 열람실로 다급히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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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딱 들어오는데, '여기 누구 있어?' 하더라고요. '나 여기 있어, 무슨 일이야?'라고 했더니 '규민, 절대 나가지마'라며, 지금 학교 안에서 문을 다 잠가버렸대요. 건물 안에서. 무섭더라고요. 그 다음부터는…"
-이규민, 당시 유학생

절대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며,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일단 건물 내에서 대기하라는 말 뿐이야. 같은 시각, 승우도 심상치 않은 상황을 목격해. 승우는 학교 근처에 차를 수리하려고 나왔던 상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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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 끝에서부터 '웨엥'거리며 경찰차가 달려오는게, 제가 본 적 없는 속도였어요. 거의 F1급? 웽웽 소리가 계속 들려요. 사이렌 소리가 쉬지 않고. 경찰차가 오는 숫자를 보니, 뭔 일이 생기긴 했구나…"
-이승우, 당시 유학생

경찰차들이 지나가고, 하늘에는 헬기도 떴어. 경찰차와 헬기가 향하는 곳은 바로 이 대학교였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시간을 조금 앞으로 돌려 아침 7시. 기숙사 건물 4층에 사는 몰리는 알람 소리에 힘들게 눈을 떴어. 비몽사몽 침대 위에서 뒤척이는데, 갑자기 밖에서 날카로운 여자 비명 소리가 들려. 순식간에 온몸에 소름이 끼쳐. 불길한 마음으로 방에서 나왔는데, 피 묻은 발자국이 여기저기 찍혀 있어. 핏자국을 따라간 곳은 4040호. 친구 에밀리의 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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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꾹 참고 문고리를 돌리는데, 잘 안 열려. 꼭 뭔가에 막힌 듯 열리지 않아. 힘을 줘 문을 연 몰리는 "아악!" 깜짝 놀라. 문 바로 뒤로 사람이 쓰러져 있었거든. 그것도 두 사람이나. 쓰러진 두 사람은 방 주인 에밀리와 기숙사 사감이야. 둘 다 총에 맞은 상태야. 학생들이 대부분 자고 있을 이른 아침에, 기숙사 안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진 거야. 기숙사 사감은 현장에서 즉사, 에밀리는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어.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넌 이미 범인을 알고 있어. 아까 홀로 열심히 시나리오를 쓰던 그 남학생. 범인은 당시 영문학과 4학년이던, 조승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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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도 회자되는 희대의 살인마이자, 아주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야. 이 기숙사 사건은, 프롤로그에 불과해. 지금부터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거야.

▲ 무자비한 총격의 시작

두 사람을 살해한 조승희는 기숙사 자기방으로 돌아갔어. 그런 엄청난 일을 벌이고도 아무일 없다는 듯이. 그럼 방에선 뭘 했을까? 노래를 들었어. 신나게 가사까지 적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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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가르쳐줘(Teach me how to speak)/내가 어떻게 나눠야 할지 가르쳐줘(Teach me how to share)/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가르쳐줘(Teach me where to go)"

이런 가사의 노래야. 조승희가 매일매일 들어온, 가장 좋아하는 노래였대. 이 노래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기숙사에서 사람 둘이 죽었는데, 학교 분위기는 생각보다 평온해. 사건이 캠퍼스 외곽인 기숙사에서 발생한데다, 범인을 외부인으로 생각해서 학교 전체에 소식을 알리지 않았거든.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은 평화롭게 등교 중이야. 이날 강의가 가장 많은 곳이 있어. '노리스 홀'이라는 3층짜리 건물이야. 수업하는 강의실은 2층에 총 7개가 있어. 많은 학생들이 노리스 홀로 등교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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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는 스무살, 케빈 스턴도 있어. 콧노래를 부르며 잔디밭을 가로지른 케빈은 노리스 홀 207호에 도착해. 독일어 수업이 있는 곳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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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크리스티나 앤더스과 콜린 고다드도 노리스 홀로 가고 있어. 9시 수업인데, 시간이 좀 간당간당해. 수업에 갈까말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오늘이 학기 마지막이니 수업에 가기로 결정했어. 그땐 몰랐어. 이 선택이 그렇게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줄은. 콜린과 크리스티나가 간 곳은 211호 프랑스어 수업이야.

그리고 또 한 사람, 커다란 검은 배낭을 멘 한 남학생이 노리스 홀을 향해 가고 있어. 조승희야. 느긋한 걸음으로 건물에 들어서는데, 걸을 때마다 배낭 안에서 쇳소리가 들려. 이 소리의 정체, 바로 쇠사슬이야. 건물에 들어선 조승희는 먼저 문을 닫고, 쇠사슬을 꺼내 문에 감더니 자물쇠를 채웠어. 복도를 따라 걸으면서, 반대쪽 문과 비상구까지 전부 봉쇄했어. 마지막으로 잠긴 문에 이런 쪽지를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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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mb will go off if you open door(문을 열면 폭탄이 터질 것이다)"

노리스 홀 안의 사람들은 모두 안에 갇혔어. 이날 이 시간, 총 5개의 강의실에서 수업이 진행 중이었어. 케빈이 있는 207호 강의실에서 수업이 한창인 바로 그때, 강의실 문이 열리고 조승희가 들어와. 근데 조승희가 다시 나가. 학생들은 그가 강의실을 잘못 들어왔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 잠시 후, 또 다시 문이 철컥 열려. 또 조승희야. 이번엔 강의실을 쓱 훑어봐. 그러더니 또 밖으로 나가.

"독일어 수업 시간이었는데 그가 강의실을 두 번이나 기웃거렸어요. 작은 강의였고 평소에 지각하는 사람이 없는데 매우 이상했죠."
-당시 207호 학생

그리고 밖에서 '쿵쿵쿵쿵' 거리는 소리가 들려. 수업이 힘들 정도의 큰 소리였는데, 30초쯤 지나니 금새 멈췄어. 다들 '건물 근처에서 공사를 하나보다' 하며 넘겼어. 근데 쿵쿵거리는 소리가 또 다시 시작돼. 그리고 207호 강의실 문이 또 다시 벌컥 열렸어. 이번에도 조승희야. 근데, 좀 전과는 표정이 완전히 달라. 눈에 초점이 없고 서늘해.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바로 그 순간, 눈앞이 번쩍 하더니, 교단에 서있던 교수님이 그대로 고꾸라져. 케빈은 혼비백산해서 책상 아래로 몸을 숨겼어. 탕탕탕! 학생들을 향해 무자비한 총격이 시작됐어. 총소리가 계속 이어졌고, 어느덧 케빈이 숨어있는 곳까지 왔어. 그대로 탕! 케빈은 다리뼈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갑자기 확 뜨거웠다가 시원했다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숨이 가빠와. 강의실은 연기로 차오르기 시작해. 화약 냄새, 비릿한 피냄새가 진동해. 그 사이에도 총성은 끊이지 않았고, 여기저기 학생들이 쓰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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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발 정도 총을 쐈을 거예요. 그 누구도 움직이거나 소리 지르지 못했어요. 교실 안은 그저 화약 냄새로 가득했고, 어둠이 깔린 듯했죠."

-데렉 오델, 당시 207호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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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문을 열고 강의실로 들어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가 한 일은 계속해서 총을 쏘는 것뿐이었어요. 그는 걸어 다니면서 총을 난사했어요. 도중에 그는 총알이 다 떨어졌고, 새 탄창을 갈아 끼웠는데, 갈아 끼우는데 약 2초 밖에 걸리지 않았고 곧바로 다시 쏘기 시작했어요."
-생존 학생

조승희는 총을 쏘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 강의실에는 '딸깍' 재장전하는 소리와, 끔찍한 총소리만 울려 퍼졌어. 강의실에 있던 한 여학생은 눈을 질끈 감고, 쓰러진 한 학생을 들어 올렸어. 그리고 그 밑으로 얼굴을 파묻어. 살기 위해, 죽은 척 하기로 한 거야.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였어. '제발 제가 살아있다는 걸 모르게 해주세요'라고 마음 속으로 수 백번 되뇌며, 그 끔찍하고 잔인한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어. 찰나의 시간이 억겁의 시간처럼 흘러. 한바탕 총을 난사한 조승희는 드디어 강의실을 나갔어. 놀랍게도 207호에 머문 시간은, 채 1분도 안 돼.

▲ 쓰러져간 학생들

아까 밖에서 '쿵쿵쿵쿵' 거렸던 소리. 공사하는 소리인 줄 알았던 그 소리는 알고보니 총소리였어. 207호가 조승희의 첫번째 타깃이 아니었던 거야. 첫번째 공격은, 맞은편 206호였어. 206호는 이미 초토화된 상태야. 서 있거나 앉아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모두 쓰러진 상태야. 심지어 쓰러진 학생 위로, 또 다른 학생이 겹겹이 쌓여 있기까지 해.

206호엔 한국인 유학생도 한 명 있었어. 이 곳에서 유일한 한국인 피해자야. 그 끔찍한 곳에서 생존한 그에게 그날의 기억을 물어봤어. 지금 돌이켜봐도 너무 힘든 끔찍한 시간이었대.

"제일 먼저 제가 있던 강의실로 들어온 것 같습니다. 강의실 문을 열자마자 총격을 가했습니다. 처음에는 총격인지도 구분이 안 됐으며, 소리에 의해 압도됐던 것 같습니다. 첫번째 강의실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피하거나 막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총알이 오른쪽 옆구리 쪽을 스치면서 그때부터 큰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걸 감지하였고, 앞에 학생이 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생존한 한국인 유학생

그럼 다른 강의실의 상황은 어땠을까? 205호 강의실은,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 들려서 조교가 확인해보려 문을 살짝 열었다가 겁에 질려 문을 닫았어. 밖에 총을 든 남자를 발견했거든. 이 상황을 알리자, 맨 앞에 있던 한 학생이 "빨리 입구부터 막아야 한다"고 말했어. 그리고는 책상을 들고 문으로 돌진했어. 다른 학생들도 캐비닛, 의자, 책상 닥치는 대로 끌고 와 문을 막았어. 그리고 그 위에 몸을 기대서 필사의 바리게이트를 완성했어. 다들 눈빛엔 긴장감이 가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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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덜컥거리며 거칠게 문을 여는 힘이 느껴져. 조승희야. 아주 살짝 문이 밀리는 듯 싶더니 다시 닫혔어. 조승희는 문에다 총을 쏘기 시작했어. 문에 구멍이 뚫려. 놀란 학생들이 몸을 바짝 낮추자, 끼익거리며 책상이 밀려. 다시 학생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젖 먹던 힘을 다해 문을 막았어. 그러자 범인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져. 힘을 모아 강의실을 지키는데 성공한 거야.

그럼 이 끔찍한 악몽은 이제 끝난 걸까? 또 다시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조승희가 다른 목표를 찾아간 거야. 바로, 211호. 아까 강의를 갈까말까 고민했던, 콜린과 크리스티나가 있던 그 강의실이야. 당시 시각은 오전 9시 41분. 첫 총격이 시작된 지 불과 2분 정도 지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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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있어야 할 곳에 있었어요. 수업을 듣고 있었으니까요. 갑자기 강의실 밖에서 크게 쾅쾅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교수님이 복도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문을 열었는데, 열자마자 다시 닫아 버리시더니 '다들 책상 아래로 들어가고 911에 신고 좀 해'라고 하셨어요. 휴대전화를 꺼내 911에 전화해서 '노라스 홀인데 총격 사건이 일어난 거 같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 말을 하자마자 총탄이 문을 뚫고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다들 바닥으로, 책상 밑으로 들어갔죠."
-콜린 고다드, 당시 211호 학생

콜린은 곧장 휴대폰을 열고 911에 전화를 걸었어. 총격사건 이후 첫 신고였어. 잔뜩 웅크린 채로 911에 신고하고 있는데, 강의실 문이 천천히 열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는데, 방금 신고하라고 소리치던 교수님이 눈 앞에서 쓰러져. 콜린은 총격에 놀라 휴대폰을 떨어뜨렸어. 곧장 책상 아래로 몸을 낮췄는데, 숨이 멎을 거 같아. 눈을 질끈 감고 누워있는데, 총소리가 강의실에 계속 울려 퍼져. 또 다시 조승희의 총기 난사가 시작된 거야.

뚜벅뚜벅, 학생들의 신음소리 사이로 발자국 소리가 들려. '제발 나한테 오지 마라' 속으로 간절히 바랐지만, 결국 콜린은 엄청난 고통을 느꼈어. 다리 아래로 피 웅덩이가 고이기 시작해. 흐르는 피와 함께 정신이 혼미해져. 아직 제대로 신고를 못했는데, 떨어뜨린 휴대폰은 어디로 간지 모르겠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온몸이 점점 마비되는 거 같아. 크리스티나도 비극을 피하지 못했어.

"총성이 들리자 비명과 소리를 질렀어요. 저는 몇 발의 총을 맞았고 첫번째 총알을 맞은 뒤로는 (기억이) 희미해요."
-크리스티나 앤더슨, 당시 211호 학생

범인은 뭘 요구하거나 소리 치지도 않고, 침묵 속에서 학살이 계속 됐어. 근데, 이 고요한 강의실에, 적막을 깨는 아주 낮은 음성이 들려. 콜린의 휴대폰이 아직 꺼지지 않은 거야. 모든 상황이 911에 그대로 중계되고 있었어. 여기가 정확히 어디고 무슨 상황인지 911에 알려야 해. 그때 한 여학생이 나섰어. 죽은 척 누워있다가 필사적으로 휴대폰 쪽으로 기어가서 본인의 머리카락으로 휴대폰을 덮었어. 그리고 잠시 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총성이 드디어 멈췄어. 조승희가 강의실을 나간 거야. 여학생은 참았던 숨을 몰아 쉬면서, 신고를 이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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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스 홀 2층 강의실에서 아시아계 남성이 총을 난사하고 있다고 전하자, 경찰은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지 물었어. 여학생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강의실을 훑어봤어. 강의실의 풍경은 끔찍해. 대부분 이미 사망했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야. 그 중엔 이 학생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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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매튜 라 포트. ROTC 공군 생도야. 이미 사망한 상태였는데, 범인 쪽으로 한 손을 뻗은 상태였대. 총 든 범인을 제압하려고 다가갔는데, 확 덮치려는 순간 발각이 된 거야. 발각이 된 그 뒤, 매튜는 아주 근거리에서 총을 여러 발 맞고 사망했어. 매튜의 가족을, '꼬꼬무'가 만나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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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을 들었을 때) 갑자기 배에 볼링공이 떨어진 기분이더라고요. 토할 것 같았어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생길 리가 없어', '그건 너무 말도 안 되잖아'라고 생각했어요. 오빠는 손을 앞으로 뻗은 채로 발견됐어요. 상대방을 쓰러뜨리려고 하는 자세로요. 다른 학생들은 교실 뒤에 모여서 발견된 경우가 많았어요. 사실 처음에는 오빠한테 화가 났어요. '자기부터 챙길 것이지!' 하고요. 하지만 교실에 있던 한 생존자의 어머니에게 편지를 받았어요. 오빠가 딸의 생명을 구해줘서 정말 고맙다고요. 오빠가 나서줘서, 딸이 살 방법을 찾을 시간을 벌었다고 하더라고요."
-프리실라 라 포트, 매튜 동생

매튜가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 본인은 살 수 있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더 큰 희생을 막겠다는 마음으로 주저없이 나섰어. 그런 매튜 덕분이었을까, 아직 살아있는 학생들이 있었어. 크리스티나야.

크리스티나는 자기도 총에 맞았지만, 의식을 잃은 콜린을 계속 깨우고 있어. 이 순간 학생들이 제일 두려워한 건, 범인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것이야. 그럼 범인이 다시 올 걸 대비해 문부터 닫아야지. 케빈이 있던 207호 강의실부터 움직이기 시작했어. 부상이 심하지 않은 학생들이 움직이는데, 입구까지 가는 길이 너무 처참해. 사망한 학생들이 책상과 뒤엉켜 있고, 바닥은 피바다야. 그 시각, 조승희는 204호로 향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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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호에서 강의를 하고 있던 리비우 리브레스쿠 교수. 76세로, 루마니아 출신인데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분이야. 평생을 공학 연구에 매진해 온 존경받는 학자야. 교수님은 처음부터 밖에서 나는 총소리를 알아차렸고, 재빨리 달려가 창문을 깨뜨리기 시작했어. 몸으로 힘껏 창문을 밀치고, 창문을 의자에 집어 던졌어. 그리고 학생들에게 "빨리 밖으로 뛰어내려!"라고 소리쳤어. 그런데 학생들이 주저해. 바닥까지 6m를 뛰어 내려야 하는데다가, 바깥 상황을 정확히 모르니까, 우왕좌왕 할 뿐이야. 바로 그때, 교수님은 강의실 입구 쪽으로 뛰었어. 학생들이 뛰어내릴 시간을 벌어주려고, 본인이 몸으로 문을 막은 거야. 마침내 한 학생이 창문을 뛰어넘어. 그 뒤로 줄줄이 학생들이 뛰어내려. 그리고 그때, 조승희도 문 앞에 도착해.

교수님과 조승희가 문 하나를 두고 대치한 상황. 문 너머에서 총알이 빗발쳐. 교수님은 온 몸으로 문을 막았어. 창문 쪽을 봤는데, 아직도 뛰어내리지 못한 학생들이 있어. 교수님은 엄청난 고통을 참아내며, 그 문을 놓지 않았어. 하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했어. 강의실 문이 열리고, 범인이 들어와. 그리고 총을 난사해. 다섯발의 총을 맞은 교수님은 그 자리에서 사망하셨어. 그래도 교수님이 버텨낸 덕분에, 미쳐 뛰지 못한 한 학생을 빼고, 이 곳에서 더 이상의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어.

▲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9분

그 사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노리스 홀을 에워쌌어. 학교 전체가 완전히 통제됐어. 당시 출동한 경찰들은 바로 건물에 들어가지 못했어. 범인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잖아. 급할수록 신중을 기해야해.

꼬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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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과 크리스티나가 있던 211호. 다행히 콜린은 간신히 의식을 되찾았어. 근데 저벅저벅 발소리가 또 들려. 조승희가 다시 강의실을 찾아온 거야. 학생들의 공포가 현실이 됐어.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조승희는 이미 쓰러진 사람들에게 총을 쏘고 또 쏴. 콜린은 눈을 질끈 감았어. '이제 다음 차례는 나구나' '제발 아프지 않게 죽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얼마 후 다시 눈을 떴을 때, 낯선 발 하나가 콜린의 눈 앞에 멈춰 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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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두번째로 왼쪽 엉덩이에 총을 맞았어요. 그리고 오른쪽 어깨에 세번째 총을 맞았고, 그 다음에 제 몸을 뒤집더니 오른쪽 엉덩이를 한 번 더 쐈어요. 그 뒤로 총성이 몇 번 더 들리더니 모두 조용해졌어요. 시작될 때처럼 갑자기 다 조용해졌어요."
-콜린 고다드, 당시 211호 학생

콜린은 무려 4발이나 맞고 정신을 잃었어. 그 시각, 마침내 무장한 경찰들이 노리스 홀에 진입해. 근데 조승희가 문을 쇠사슬로 봉쇄했잖아? 그래서 진입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어. 경찰이 재빨리 2층으로 올라갔지만, 현장은 너무 참혹해.

꼬꼬무

"어떻게 그 정도 인원의 사람이 죽었는지. 사건의 규모와 성격만으로도 정말 충격이었죠. 2층으로 올라가니 시체 2구가 있었는데, 거기서 계단으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복도를 따라 내려오는데 바닥은 전부 피로 흥건했고, 그때 정말 숨이 턱 막혔어요."
-매트 브로닉, 현장 출동 경찰관

전쟁터가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겠구나, 생각했대. 여기저기서 비명과 울음이 터져나와. 빨리 범인부터 진압해야 해. 바로 그 때 팔 하나가 올라와서, "저 사람이 범인이다"라고 가리켰어. 학생이 가리킨 곳으로 다가갔는데, 한 남자가 쓰러져 있어. 조끼를 입은 아시아계 남자인데, 주변엔 빈 탄창과 권총이 놓여있어. 조승희는 이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야. 범인은 죽었지만 사건은 끝난 게 아니야. 부상자 수습이 우선이야.

꼬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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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속 주인공, 207호 케빈과, 211호 크리스티나야. 불과 30분 전만 해도 이렇게 강의실을 나가게 될지 전혀 몰랐어. 간신히 살아남은 학생들은, 현장을 '피날레가 없는 불꽃놀이가 계속되는 것 같았다',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이었다'라고 기억했어. 그렇게 긴 시간이었을까? 조승희가 범행을 저지른 시간은, 단 9분이었어. 그 9분동안 조승희가 쏜 총탄은, 무려 174발. 3초에 한 발씩 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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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총 32명이 죽고, 29명이 다쳤어. 이렇게 집요하고 잔인한 살인마는 처음이었어. 이 사건은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이라 불려. 온 세계를 경악시킨 최악의 사건이야. 이 최악의 총기 난사범이 한국인 유학생으로 밝혀지면서 파장이 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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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스 홀 총격 사건의 범인은 조승희로 밝혀졌습니다. 나이는 23세이고, 한국 국적의 미 영주권자입니다."

전세계의 관심은 범인 조승희에게 쏠렸어. 그는 누구이고,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 조승희는 왜 괴물이 되었나

경찰은 학교 친구들부터 조사했어. 근데 예상치 못한 답변이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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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생이) 그의 사진을 봤는데, 그가 누군지 몰랐어요. 이름과 사진을 같이 놓고 봐도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조승희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버지니아 공대 학생들

3년이 넘는 학교 생활이었는데, 친한 친구가 단 한 명도 없어. 조승희는 '그림자', '외톨이', 그렇게 불렸대. 하도 주변이랑 안 어울리니까. '그냥 혼자 있고 싶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대. 조승희는 미국 영주권자였어. 국적은 한국이야. 혹시 이민자에 대한 차별이나 따돌림이 있었나 물으니, 주변에선 "제가 여러 번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었어요"라고 대답했어. 오히려 소통을 거부한 건 조승희 쪽이었대. 심지어 방을 함께 쓴 룸메이트랑도 말을 안하고 지냈다는 거야.

꼬꼬무

"처음에 같이 어울리려고 친구들에게 소개했지만 전혀 마음을 열려고 하지 않았고…"
"학기 초에는 우리 모두 함께 모여서 저녁을 먹으러 가니까 조승희를 초대한 적이 있어요. 한 두 번 오다가 다음에는 거절했어요."
-기숙사 룸메이트들

조승희가 미국에 이민을 온 건 1992년, 조승희가 8살 때였어. 자식들을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려고 부모님이 큰 결심을 하신 거야. 근데 중학생이 되면서 문제가 좀 생겨. 부모님이 묻는 것에 조승희는 묵묵부답, 대답이 없어. 원래 내성적이긴 했는데, 언젠가부터 말을 아예 안하기 시작했어. 걱정이 된 부모님은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 그리고 '선택적 함구증'(특정 상황에서 말하기를 거부하는 증상. 불안장애의 범주에 속하며 아동기에 주로 나타난다)이란 진단을 받아. 말을 못하는게 아니라, 자기 선택에 따라 특정 상황에서 말하기를 거부하는 병이야.

부모님은 승희의 치료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 중고등학교 내내 약물, 심리치료를 받으며 큰 문제없이 학교를 졸업했어. 성적도 꽤 좋았어. 그렇게 명문대인 버지니아 공대에 진학한 거야. 그렇다면, 뭐가 문제였을까?

그런데 사건 이틀 후, 아주 경악할 일이 벌어졌어. 미국의 한 방송국으로 우편물이 하나 도착했어. 조승희가 직접 보낸 것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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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편물에는, 선언문과 조승희가 직접 찍은 자신의 사진들이 들어 있었어. 사진 속 조승희는 총, 망치 같은 무기를 들고 포즈를 취했어. 스스로가 테러범이라는 걸 증명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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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DVD도 있었어. 이 DVD 안에는 여러 개의 영상이 담겨 있었는데, 조승희는 다양한 메시지를 남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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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됐을 때 나는 그걸 했고, 그래야만 했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어. 그냥 떠날 수도 있었고 도망칠 수도 있었어. 그러나 그러지 못했어."
"내가 이걸 정말 원해서 했다고 생각하나? 난 진정 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
-영상 속 조승희의 이야기 中

이런 조승희의 이야기는 자신을 과시하는 것 같기도, 범행 이유를 알리는 것 같기도 해. 또 하나 충격적인 게 있어. 이 우편물, 언제 보낸 걸까? 범행 당일, 오전 9시 1분에 보냈어. 기숙사에서 두 명을 살해한 후, 노리스 홀로 가기 직전이야. 아주 계획적으로 움직인 거야. 조승희가 소지했던 권총 두 자루. 미국에선 범죄 이력이 없는 성인이면 누구나 총을 살 수 있어. 그런데 이 버지니아주에서는 총기를 한 달에 한 자루만 살 수 있어. 그 이야기는, 조승희가 최소 한 달 이상 범행을 준비했다는 거야. 행적을 따라갈수록, 모든 건 아주 치밀하게 계획된 걸 알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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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의 동선을 정리해보면, 총을 구입한 건 사건 두 달 전인 2월 2일이야. 권총을 구입한 후 조승희는 연습을 했어. 학교 근처 사격장에서 자주 목격이 됐대. 그리고 범행 직전 머리를 바짝 깎고, 범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샀어. 그리고 영상과 사진을 남겼어. 방송국에 보낸 사진과 영상을 잘 보면, 배경과 옷차림이 다 달라. 수일에 걸쳐서 촬영을 했다는 증거야. 마치 하나의 시나리오를 작성하듯, 이 범죄를 기획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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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에는 또 다른 단서들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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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너의 얼굴에 침을 뱉고, 쓰레기를 목구멍에 쑤셔 넣고, 너의 무덤을 파는 느낌이 어떤지 알아?"
"너희들은 오늘을 피할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피를 흘리게 했어. 너희는 나를 궁지로 몰았고 나는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그 결정은 너희가 한 거고, 이제 너희 손엔 절대로 씻을 수 없는 피가 묻을 거야."
-영상 속 조승희의 이야기 中

평소엔 말이 없었다고 했는데, 마치 분노에 찬 듯 쏟아내는 말들. 주변을 더 자세히 조사하다 보니까, 중고등학교 시절에 괴롭힘이 있긴 했대. 조승희의 발음이 좀 어눌하고 목소리도 이상하다면서 괴롭히는 친구들이 있었다는 거야. 이런 경험 때문에 마음의 병을 얻게 된 걸까. 그렇다고 해도, 이게 이런 잔혹한 범죄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어.

영상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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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목걸이로는 부족했냐 이 속물들아. 신탁자금으로는 부족했냐. 보드카와 코냑으로는 부족했냐. 온갖 타락행위로는 부족했냐. 그런 것들로도 너희의 쾌락주의적 니즈를 채울 수 없었던 거냐. 너넨 모든 걸 갖고 있었잖아."
-영상 속 조승희의 이야기 中

영상에서 보이는, 가진 자에 대한 분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조승희의 내면에는 큰 좌절과 분노가 차있었어. 이런 조승희의 심리를 알아챈 사람도 있었어. 조승희와 함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은 "동양인이 범인이라고 했을 때, 그 학생일 거라 생각했다", "언젠가 무슨 일을 저지를 거 같았다"고 말했어. 조승희에겐 남다른 모습이 있었대. 항상 깊게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낀 채 수업에 들어왔어. 수업시간엔 선글라스를 벗으라는 교수님의 말에도 대꾸가 없어. 수업에 관계된 걸 물어도 마찬가지야. 어떤 날에는 수업 중에 갑자기 밖으로 나가버리기도 했대. 그래도 수업엔 꼬박꼬박 들어왔어. 글 쓰는데 관심이 아주 많았거든. 조승희는 소설을 출간하고 싶어 했어. 실제로 출판사에 글을 몇 번 보내기도 했는데, 번번이 퇴짜를 맞았어. 글 내용이 조금 문제가 있었거든.

"인류의 망신인 비열한 인간들. 너희들은 다 역겨워. 대량 학살과 어린 동물들을 먹은 죄로 너희들 모두 지옥에서 불타길 바라"
-조승희가 쓴 '동물 학살 정육점' 中

검은색 조끼와 짙은 선글라스를 쓴 버드는 "내 삶이 혐오스러워 이제 됐어 지금이 너희와 나와 함께 죽어야 할 때야"
"나는 구제 불능이야. 이 빌어먹을 학교에 있는 빌어먹을 사람들을 다 죽일 생각이었어. 근데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어."
버드와 고스족 소녀는 훔친 차에 권총을 싣고 달린다.
- 조승희가 쓴 '버드' 中

조승희가 쓴 글인데, 마치 자기 이야기를 써 놓은 느낌이지? 인간 혐오가 느껴지는 내용. 이걸 작문 수업에 써서 서로의 글을 돌려보는 일이 많았는데, 학생들은 조승희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 힘들었대. 대부분 사람을 괴롭히고 죽이는 내용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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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는 제가 도와줄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습니다. 단지 제가 원하는 것은 그가 제 수업에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으니까요."
-니키 지오바니, 영문학과 교수

반면에 조승희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던 사람도 있었어. 학과장 루신다 로이 교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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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매우 외로워 보여서 친구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외로워요. 친구가 전혀 없어요' 라고 했어요. '네가 정말 슬플 때 아무도 옆에 없으면 얼마나 힘드니'라고 물었어요. 그가 달라지기를 바랐고 가족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었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는 말하기를 꺼려했어요."
-루신다 로이, 버지니아 공대 전 영문학과 학과장

조승희는 로이 교수에게는 마음을 좀 열었어. 교수님이 책을 여러 권 출간한 작가이기도 했거든. 로이 교수는 개인 교습까지 해주며 면담을 이어갔어. 다양한 주제로 글쓰기를 하면서, 조승희의 부정적인 생각들을 바꾸려 노력해본 거야. 그런데 언제부턴가 조승희는 면담에 나오지 않았고, 다시 혼자만의 어둠 속으로 들어갔어.

조승희가 쓴 마지막 글은 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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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한다. 너는 내 삶을 소멸시키는 데 성공했어. 너 때문에 나는 예수 그리스도처럼 약하고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사람들, 내 형제자매 자식들 같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죽을 거야. 너희는 결코 우리가 어디서 공격할지 너희를 어떻게 죽일지도 모를 거야. 너희는 항상 두려움 속에서 살아갈 거야. 내 인생을 파괴해 버리고 나니 행복해? 이제 행복해?"

원망과 분노로 가득찬 글의 내용. 이것만 봐도 완전히 망상에 빠져있어. 전문가는 당시 조승희의 상태를 이렇게 진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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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트리거는 주위로부터의 거부라고 봅니다. 조승희는 그 책임을 외부로 돌렸다는 거죠. 이거는 '나의 잘못이 아니고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그것이 자꾸 쌓이게 되면 (분노의) 게이지가 점차 올라가게 되고, 세상을 향한 증오, 분노, 공격성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는 거죠."
-오윤성 교수,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 또 다른 비극을 막으려면

조승희의 이런 모습에 가장 충격 받은 사람들은 누굴까. 가족들이겠지. 부모님께서는 그제야 아들의 학교 생활에 대해 알게 됐어. 사건 전날인 일요일에도 어머니는 아들과 통화했대. 마지막 대화는, "승희야, 사랑해"였어. 엄마는 눈물을 펑펑 쏟았어. 하지만 이미 늦었지. 조승희 누나는 가족을 대신해 사죄의 성명서를 냈어.

"저희 가족은 희망도 없고, 도움을 청할 수도 없고, 방향을 잃었습니다. 승희는 제가 함께 자라고 사랑했던 사람이지만, 저는 승희를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제 동생의 말할 수 없는 행동에 저희 가족은 큰 유감을 느낍니다."
-조승희 누나의 성명서 中

가족들도 몰랐던 낯선 모습. 끔찍한 사건의 범인이 아들이고, 동생이야. 그 사건 이후, 가족들도 편안하게 살지 못 할 테지. 그런데 희생자 가족인 매튜의 동생은, 조승희의 가족이 그렇게 고통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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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를) 미워하지 않아요. 용서했어요. 그때 일어난 일들이 싫을 뿐이에요. (가족이) 지금까지 얼마나 큰 아픔을 겪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가족들이 그 용서를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라요. 앞으로 계속 그렇게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프리실라 라 포트, 희생자 가족

스물셋 조승희는 꿈 많던 서른 두 명의 무고한 생명을 빼앗고, 생존자들에게도 평생 잊지 못할 끔찍한 기억을 안겼어. 총을 네 발이나 맞고 생존한 콜린은, 총기규제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어. 지금도 잊을 만하면 미국에서 한번씩 총기사고가 일어나잖아? 결국 총을 쉽게 구할 수 있는게 문제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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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도 폭력 예방 재단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일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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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 사망한 매튜의 유가족도, 총기사고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 큰 일을 겪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또 어떻게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있을지, 늘 생각하며 살고 있대.

"무슨 일이 있어도 진심을 말하고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공유하고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해요. 우리는 누구나 감정이 있고 어떤 이유로든 괴롭게 되니까요. 괴롭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그러니까 마음을 열기만 한다면, 앞으로 생길 비극과 고통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요. 정말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고요."
-프리실라 라 포트, 희생자 가족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지만, 막을 수 없었던 참극.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이 있어. 1999년 미국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 가해자의 어머니가 쓴 책이야. 이 사건의 범인은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겪고 있었대. 그런데 아동심리를 전공한 어머니조차, 아들의 문제를 전혀 몰랐다는 거야. 책의 한 구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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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햇살이라고 불릴 만큼 밝고 애정 넘치는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햇살처럼 빛나던 아들이 모르는 사이 마음 속에서 괴물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게 정상적으로 보일 때도 뭔가 심각하게, 심각하게 잘못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 마음 속에 악은 왜 자라고, 그건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참 어려운 질문이야. 무엇이 조승희를 그렇게까지 분노하게 했고, 왜 다른 곳에서 당한 아픔을 죄 없는 사람들한테 풀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어. 다만, 어떤 이유로 범죄를 저질렀는지 이유를 찾는다 해도, 이런 끔찍한 범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어. 결코 용서받지 못할 범죄인 건 분명해. 하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생각해 봐야해. 그래야 같은 비극이 일어나는 걸 막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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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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