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30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강유석 "1년 넘게 오디션 탈락, 길에서 운 적도…" 눈물 딛고 이뤄낸 성장

강선애 기자 작성 2023.02.21 18:39 수정 2023.02.21 18:52 조회 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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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석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최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법쩐'(극본 김원석, 연출 이원태)을 본 시청자라면, 이선균, 문채원, 박훈 등 탄탄한 주연 배우 라인업 사이, 낯선 얼굴 하나가 눈에 들어왔을 거다. 극 중 은용(이선균 분)의 조카로, 악인들에게 정의로운 칼을 휘두르는 청년 검사 장태춘 역의 배우 강유석(29). 이 젊은 배우의 신선한 얼굴과 에너지가 절로 느껴지는 연기는 '법쩐'의 재미를 높인 관전포인트 중 하나였다.

강유석은 '법쩐'이 첫 지상파 드라마 주연작으로, 오디션을 통해 합류했다. 강유석은 오디션 합격의 결정적 한 방으로 '빌려 입은 정장'을 꼽았다. 검사 캐릭터 오디션에 입고 갈 정장이 없어서, 급하게 빌려 입은 정장 한 벌이 합격에 주요하게 작용했고 설명했다.

"제가 정장을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어요. 갖고 있는 것도 없고요. 검사 역할이라 정장을 입고 오디션에 가야겠다고 생각해 급하게 빌렸어요. 그래서 사이즈가 살짝 컸죠. 감독님이 큰 정장을 입은 제 모습이 오히려 장태춘 같다며 좋게 봐주셨어요. 또 오디션 현장에서 이것저것 열심히 하려던 제 모습이, 뭐든 열심히 하는 청년 검사 태춘이의 느낌과 비슷하다고 하셨죠. 원래 정장을 빌린 의도와는 살짝 달랐지만, 그 노력이 통한 거 같아 합격 연락을 받고 감개무량함을 느꼈어요. 좋은 선배님들, 감독님과 같이 촬영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어쩔 줄 몰라하며 기뻐했어요."

강유석

금요일과 토요일 밤 황금시간대에 방송되는 지상파 드라마에 주연으로 출연한다는 건, 확실히 체감하는 바가 달랐다. 특히 강릉에서 나고 자란 강유석에게는 가족과 친척들의 반응이 남달랐다.

"다른걸 다 떠나서,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셨어요. 명절에 집에 다녀왔는데, 평소 절 걱정하던 친척들도 '드라마 너무 잘 보고 있다'며 좋은 말씀들을 해주시더라고요. 평소 말수 없던 아버지도 '싸인하고 가라' 하시고. 그래서 싸인을 100장은 한 거 같아요.(웃음) 엄마는 자랑스럽다고 얘기해 주셨고요. 이런 가족들의 반응이 저한테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 같아요."

'법쩐'의 장태춘은 명문대 학연으로 견고하게 이어진 검찰 내부에서 '지잡대' 출신으로 무시받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사건을 파헤치고 정의로운 방법으로 악을 처단하려는 소신을 가진 청년 검사다. 젊은 패기와 열정으로 사건을 대하는 검사인 반면, 삼촌 은용 앞에서는 인간적이고 허당스러운 모습도 보여준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아 온 전형적인 검사들과는 다른 매력의 검사다.

"전 검사란 직업을 평소에 만나본 적도, 본 적도 없어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걸 가져오자니, 거기선 권위적인 검사의 모습이 대부분이더라고요. 태춘이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서, 작가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작가님이 검사들을 많이 만난 후에 이 글을 쓴 거니까요. 또 작가님이 추천해 주신, 전직 검사분들이 쓴 에세이도 읽어보며 검사들은 어떻게 사나, 연구했어요. 그렇게 검사 장태춘의 캐릭터를 잡아가면서, 한편으론 태춘이가 은용 삼촌이나 엄마랑 있을 때 나오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청년으로서 인간적인 모습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거기서 차이를 주고자 했어요. '법쩐'이 완전 법정물이 아니니 제가 너무 딱딱할 필요가 없을 거 같았고, 오히려 진짜 현실에 있을 법한 사람, 청년 같은 모습을 보여줘야 효과적일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차별점을 두고자 했죠."

강유석

'법쩐'은 '법'과 '쩐'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주식과 사채시장을 배경으로 한 굵직한 경제 사건들이 나온다. 장태춘이 이를 추적하는 검사라, 대사에는 법률 용어에 경제 용어까지 뒤섞였다. 강유석은 대사를 읽고 외우는 것을 넘어, 일종의 '공부'를 해야만 했다.

"대본을 볼 때마다 한두 시간씩은 대본을 펼쳐놓고 컴퓨터 켜서 단어를 찾아봤어요. 예를 들어 '공매도'가 뭔지, 언제 쓰이고 누구한테 피해를 주는지, 관련 사건들은 무엇이 있었는지 등을 전부 찾아보고 이해하려 했어요. 전 원래 '공매도'란 단어 자체를 몰랐던 사람이라서요. 그렇게 새로운 단어가 나올 때마다 찾고 공부하는데 시간을 할애했어요."

강유석이 장태춘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실제로 동갑이란 점이다. 그래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장태춘의 그 마음가짐에서 동질감을 느꼈다.

"태춘이랑 저랑 동갑이에요. 꿈을 위해 달려가는 모습은 저와 태춘이가 비슷한 거 같아요.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죠. 태춘이는 저보다 훨씬 힘든 삶을 살았고, 그 속에서도 엄청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온 인물이에요. 제가 10을 노력한다면, 태춘이는 20, 30을 더 노력하는 사람이라 생각해요. 초반에는 태춘이를 그려나가는 과정이 어려웠어요. 저랑 동갑인데, 훨씬 더 깊은 사람이라서요. 과거 전사가 많은 인물이라, 그 전사를 제가 꽉 채울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래야 후반 전개에 태춘이가 왜 삼촌한테 그런 행동을 하는지, 왜 박준경(문채원 분)한테 무릎을 꿇는지, 그런게 이해가 가거든요. 초반에 태춘이 캐릭터를 구축하며 과거 전사를 꽉 채우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컸어요."

강유석

배우는 맡은 캐릭터에 몰입하고 연기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이 자체가 됐구나' 느끼는 시점에 이른다. 강유석의 그 지점은 '법쩐' 연출을 맡은 이원태 감독이 인정했던 그 순간이다.

"그렇게 초반에 태춘이를 표현하려 노력하다가 어느 날, 하루 종일 검사실 장면만 촬영한 적이 있었어요. 그 촬영을 진행하며 태춘이가 많이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러는 와중에 감독님이 저한테 '태춘이 다 됐네' 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다른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고요. 회차로 따지면, 7~8회차쯤이었어요. 그때부터는 태춘이 안에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캐릭터 자체에 대한 노력보단, 그 순간에 더 집중하고자 했어요."

강유석은 '법쩐' 출연 배우들 중 나이가 가장 어렸다. 명 회장 역 배우 김홍파는 아버지 연배였고, 그나마 가장 가까운 나이대의 문채원과도 여덟 살 차이가 났다. 막내라 물론 처음에는 선배들을 대하는 게 어려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막내라고 챙겨주는 선배들 덕에 편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강유석은 "선배님들한테 많이 보고 배웠다"며 현장에서 얻은 값진 배움들에 감사함을 전했다.

"제가 오히려 수업료를 내야 할 정도로, 선배님들을 보고 배운 게 진짜 많아요. 지금의 그 자리까지 오른 선배님들인데도, 쉬는 시간이나 세팅 시간에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 하시더라고요. 지금껏 쌓아온 게 있고 충분히 잘하는 위치인데도,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며 정말 느낀 게 많아요.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작품에 임하는 태도가 놀라웠어요. 물론 초반에는 '내가 과연 선배님들 사이에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긴 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오늘은 내가 어떤 걸 느끼고 어떤 호흡을 나눌까' 기대가 되고 현장에 가는 게 재밌다고 느끼게 됐어요. 이렇게 연기 잘하고 좋은 선배님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진짜 감사한 시간이었죠."

강유석

특히 삼촌과 조카 사이를 연기한 이선균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어릴 적부터 '파스타', '끝까지 간다' 등 이선균의 작품을 보며 멋있다고 느꼈다는 강유석은 그런 선배와 함께 연기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어릴 때부터 멋있고 연기 잘한다고 생각했던 이선균 선배님을 '법쩐' 대본 리딩 때 처음 뵈었어요. 생각보다 더 털털하고 멋있고 인간적이시더라고요. 같이 촬영하면서는 첫 촬영 때부터 놀랐어요. 선배님과 처음 붙은 신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장태춘이 구치소에 들어가서 삼촌 은용이 그걸 빼주는 장면이었어요. 제가 문을 열고 형사들을 따라가다가 벽에 기대고 있던 선배님과 눈을 마주쳤는데, 대사 없이 그 눈빛만으로 삼촌으로서의 걱정과 안타까움, 오만가지 감정이 다 느껴졌어요. 그걸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삼촌에 대한 고마움, 먹먹함이 나오더라고요. '괜히 이선균이 아니구나. 진짜 잘하는구나' 싶었어요. 이런 선배님과 같이 연기한다는 게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선배님 성격이 '츤데레'라, 조용히 잘 챙겨주세요. 좋은 얘기도 해주시고, 칭찬도, 조언도 해주셨죠. 아, 밥도 잘 사주셨고요.(웃음) 촬영 내내 감사했어요."

강유석이 연기에 꿈을 갖게 된 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갈 때 즈음이었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을 동경하게 되며 자신도 연기를 하고 싶다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강릉에서 무슨 연기냐", "그냥 평범하게 살아라"며 강경하게 반대했다. 강유석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재수 끝에 우리나라 연기 지망생들의 꿈의 학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에 14학번으로 입학했다. 자기 힘으로 대학까지 진학하는 아들을 보며, 부모님은 결국 아들의 꿈을 응원하게 됐다.

하지만 배우로서 강유석의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첫 드라마를 찍기 전까지, 무려 1년 반 동안이나 응시하는 오디션마다 떨어졌다. 어떤 오디션은 응시 장소에 들어가자마자 떨어진 적도 있다. 강유석은 그런 시련 속에서도 연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강유석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있었겠죠. 제가 현장에서 떨었던 것도 있고, 저랑 안 맞는 역할도 있었을 거고, 제가 연습을 덜해서 그런 것도 있었을 테죠. 솔직히 말해 연기를 그만둘까, 생각한 적도 있어요. 한 번은 오디션을 보러 가다가 너무 힘든 마음에 울컥해서, 길거리 벤치에 앉아 울기도 했어요.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는데,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지며 쌓이고 쌓인 상처가 확 몰려오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눈물이 좋은 거름이 된 거 같아요. 어느 순간 오디션 하나에 붙었고, 그렇게 하나를 하고 나니 자신감이 조금 더 생기더라고요. 그 마음으로 다음 오디션에 임하니 또 붙고, 그럼 자신감이 더 생기고. 오디션 합격의 필승법을 알았다기 보단, 자신감이 생긴 게 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 같아요. 예전 오디션장에서는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강했는데, 이제 오디션에 가면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날 보여주고 나와야지'란 생각으로, 편하게 임해요. 그럼 긴장도 덜하고 여유도 생겨요."

2018년 데뷔한 강유석은 분량이나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서 경험을 쌓고 있다. BL(Boys Love, 동성 소재 드라마) 작품에 출연한 적도 있다. 열린 마음으로 느리지만 차근차근,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넓혀 가는 중이다. 강유석은 이런 자신의 속도에 믿음이 있었다.

"초반엔 이 속도가 마음에 들진 않았어요. 남들은 스물대여섯 살쯤에 뭔가 많이 이루는 것 같은데, 전 그 나이에 시작을 했으니, 솔직히 언제 거기까지 가나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이 속도가 절 단단하게 만들어준 거 같아요. 천천히 차근차근 올라왔기에, 탄탄한 밑바닥을 다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원래 제가 멘탈이 강한 편이 아니었는데, 1년 넘게 수십개의 오디션에서 떨어져 보고, 그런 고난을 겪으면서 의연해진 거 같아요. 연기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고요. 인고의 시간이 지금의 절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비록 천천히지만 퇴보하지 않고 한 계단씩 앞으로 올라갈 수 있다면, 전 이 속도가 좋은 거 같아요."

[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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