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장규리, 아이돌로서 최선 다했기에 응원받는 '배우의 꿈'

강선애 기자 작성 2022.12.14 17:15 수정 2022.12.14 19:08 조회 4,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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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규리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지난 13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치얼업'(극본 차해원, 연출 한태섭 오준혁)은 캠퍼스 청춘물이었던 만큼 새로운 얼굴의 신인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작품이었다. 주인공은 '펜트하우스'에서 주석경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지현, 요즘 다양한 드라마에서 주연급으로 활약 중인 배인혁이 맡았지만, 두 배우들 말고도 눈에 띄는 배우들이 많았다. 그 가운데에는 낯익은 얼굴이 하나 있었다. 걸그룹 프로미스나인 멤버로 활동했던 장규리다.

장규리는 '치얼업'에서 연희대학교 응원단 '테이아'의 부단장 태초희 역을 맡았다. 연희대학교 '퀸카'로 여겨질 만큼 예쁜 얼굴에 잘 꾸민 스타일, 무엇보다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테이아를 이끌며 걸크러시 매력이 돋보인 인물이다. 장규리는 이 태초희 캐릭터를 자기만의 매력을 더해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아이돌 출신' 배우로서는 꽤 괜찮은 출발이었다.

사실 장규리의 연기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예대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있는 그는 2019년 웹드라마 '필수연애교양'에 출연했고, 2020년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간호사 선별 역을 연기했다. 차근차근 연기 경험을 쌓고 있는 장규리에게 이번 '치얼업'이 더 특별한 건, 아이돌 멤버가 아닌, 배우로 완전히 전향한 후에 맞은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장규리는 지난 8월 프로미스나인을 탈퇴했다. 이번 '치얼업'은 아이돌 명찰을 뗀 장규리가 온전한 배우로서 대중을 만난 첫 드라마다.

그래서 더 걱정스러웠다. 자신의 연기를 어떻게 평가할지, 팬과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긴장 속에서 반응을 살폈다. 다행히 '치얼업' 태초희를 연기한 장규리를 향해 긍정적인 평가들이 이어졌다. '배우 장규리'의 첫 도전은 '합격점'이다.

장규리

▲ 1년 넘게 '치얼업' 태초희로, 많이 성장한 시간

"배우 전향을 하고, 좋은 출발을 한 거 같아요. '치얼업'을 통해 보여드릴 수 있는 게 많았고, 특히 춤과 노래를 할 수 있는 작품이라 더 좋았어요. 제가 갑자기 배우 전향을 하면서 팬들이 '규리 무대를 다시 못 보는 건가' 했었는데, 그 니즈를 조금은 채워드린 거 같아서요. 또 또래 배우들이 많은 현장이라, 그들과 편하게 연기하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어요. '치얼업'과 함께 한 순간들은 제게, 많이 배우고 성장한 시간이에요."

지난해 가을 즈음에 감독을 처음 만났으니, 장규리는 '치얼업'과 1년 넘게 함께 했다. 오랜 기간 매달렸던 만큼 모든 촬영이 끝났을 때는 '시원함'이 컸는데,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현장을 떠올리면 이제는 '섭섭함'만 남는다.

"워낙 오래 '치얼업'의 태초희로 살았잖아요? 촬영이 다 끝났을 땐 실감이 안 났어요. 초반에는 '그래도 잘 끝났다', '해냈다' 하는 안도감과 시원함이 컸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이제서야 다시 촬영장에 가고 싶고, 매일 만나던 스태프들도 그립고 그래요. 섭섭한 마음이 커요."

'치얼업'은 연희대학교 응원단 '테이아'를 중심으로 20대 청춘들의 뜨거운 열정, 진한 우정과 풋풋한 사랑, 그 안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드라마다. 주요 출연진이 응원단원 역할인 만큼, 배우들의 응원단 연습은 일찍부터 시작돼 오랜 기간 이어졌다.

"첫 촬영을 시작하기 두 달 전, 2월초부터 응원 연습을 시작했어요. 주2~3회씩 다같이 모여 처음에는 기초 체력부터 쌓았어요. 응원을 하려면 근력도 필요하다 더라고요. 그래서 플랭크, PT체조, 그런 걸 하면서 체력을 키우고, 응원 동작은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배웠어요. 그 다음에 응원노래도 배우고요. 제가 걸그룹 출신이라 수월하게 했을 거란 예상이 많은데, 전혀 아니었어요. 아이돌로서 춤을 두 세번 연달아 춘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응원은 체력소모가 장난 아니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장규리

걸그룹 출신이니 당연히 응원단 역할도 잘 해낼 거라는 주변의 기대심리가 있었다. 실제로 '치얼업'에서 태초희의 응원 동작에는 '태가 예쁘다', '춤선이 남다르다'는 시청자 반응이 이어졌다. 그런데 장규리는 오히려 걸그룹 느낌을 빼고 다르게 표현하려 했다.

"(배)인혁이가 저한테 '누나는 안 힘들지?'라고 묻고, 감독님도 처음에 '춤에 대해선 안 물어봐도 되죠?'라고 말할 정도로, 제게 어느 정도 기대감이 있었어요. 그게 사실은 조금 더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걸그룹 춤과 응원단 춤은, 목적도, 쓰는 힘도, 에너지도 달라요. 그런데 제 춤을 보고 '걸그룹 같다'는 말이 나오면 안 될 거 같았어요. 그래서 전 오히려 걸그룹 느낌을 빼려 노력했어요."

▲ 나와 닮은 태초희,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재미

극 중 태초희는 예쁜데 걸크러시한 성격이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강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응원단 후배들을 진심으로 챙기는 모습에서는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졌고, 폭력적으로 질척대는 전 남자친구를 응징한 후 서둘러 도망가는 모습에서는 허당스러운 매력도 엿보였다. 이런 태초희의 매력은 장규리와 한태섭 감독이 같이 고민하며 만든 결과물이다.

"전 처음에 초희가 멋있는 여자로만 보여지길 바랐는데, 감독님께서는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보였으면 하시더라고요. 초희가 전 남친을 때리고 서둘러 도망가는 장면은, 초희와 잘 어울리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감독님한테 솔직히 말씀드렸어요. 초희라면 그냥 쿨하게 돌아설 거 같아서요. 그런데 감독님은 초희가 멋있지만, 거기에 인간미를 더한 캐릭터가 되길 바라셨어요. 결과적으로 보면, 감독님 말씀이 맞았죠. 그런 초희의 인간적인 모습에 시청자분들이 더 애정을 갖고 사랑해 주셨으니까요. 감독님과 소통이 잘 되는 현장이었어요. 그렇게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초희를 만들어 나갔어요."

장규리

장규리는 태초희와 많이 닮았다. 물론 장규리가 연기한 캐릭터이니, 그의 본래 모습이 많이 투영됐다. 이는 장규리를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 때부터 보아온, 팬들이 더 빨리 눈치챘다.

"초희의 말투는 제가 쓰는 말투랑 비슷해요. 성격이 강강약약, 강한 사람한테 강하고 약한 사람한테 약한 것도 비슷하고, '츤데레'로 남을 챙겨주는 것도 비슷해요. 다른 점은, 초희는 결과주의자인데, 전 결과보다 과정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태초희와의 싱크로율을 초반에는 50%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팬들이 그 점수는 양심이 없다며, '친구들과 연기하라고 보냈더니 브이로그를 찍고 왔다', '태초희 그 잡채('자체'라는 뜻의 밈)다' 라고 반응하더라고요.(웃음) 그만큼 저와 태초희가 많이 비슷한 가봐요. 남이 생각하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내가 다르다는 걸, 새삼 느꼈어요."

연희대학교 퀸카였던 태초희는 누구보다 응원단 생활을 열심히 하고, 연애도 열심히 하며 대학 생활을 즐겼다. 실제로도 대학생 신분인 장규리의 대학 생활은 어땠을까.

"전 진짜 학교 조용히 다녔어요. 제가 검정고시를 보고 남들보다 1년 일찍, 열 아홉살에 들어간 막내라서, 그냥 조용히 언니 오빠들을 따랐어요. 먼저 싹싹하게 언니들을 챙기고 그러지는 못했어요. 재밌는 게, 태초희랑 러브라인이었던 임용일 역의 김신비 배우와 대학교 동기예요. 같이 신입생 OT도 하고 장기자랑도 하고 그랬는데, 그런 오빠와 한 작품에서 만나 신기했어요. 감독님이 모르고 캐스팅 하신 건데, 이런 관계성을 즐거워하셨죠."

장규리

▲ 아이돌에서 온전한 배우로…죽을 때까지 연기하고파

장규리는 2017년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 Mnet '아이돌 학교'에서 데뷔조로 발탁돼 2018년 그룹 프로미스나인 멤버로 가요계에 정식 데뷔했다. 그렇게 4년 넘게 활동한 후, 지난 7월 31일부로 프로미스나인에서 나와 온전한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물론, 지난 수년간 몸 담아온 그룹을 떠나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그 결정의 이유와 소회를, 장규리에게 들었다.

"프로미스나인으로 데뷔한 후 나오기까지,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 기간동안 멤버들이랑 같이 성장하며 이뤄낸 것들이 많아요. 앨범 커리어 하이도 달성했고, 마지막에는 음악방송 1위도 했어요. 오히려 성적이 주춤하는 시기였다면 고민을 많이 했을 텐데, 이젠 내가 한발자국 뒤에 빠져서 멤버들을 응원해도 될 시기가 아닐까, 마음 한 켠에 있던 내 꿈에 도전해도 될 시기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팀에서 나오게 됐죠."

장규리는 어릴 적부터 연기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대학교도 연기과로 진학했다. 우연한 기회로 참가한 '아이돌 학교'에서 기대 이상의 호성적을 내며 최종 데뷔 멤버로 발탁됐다. '설마 내가 되겠어?'라며 나간 오디션에서 덜컥 돼버린 거다. 아이돌이 된 후에는 '이게 운명인가 보다'라며 받아들이고, 누구보다 열심히, 뭐든 최선을 다했다. 이런 장규리의 노력을 알기에, 팬들도 장규리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고 있다.

"탈퇴할 때, 팬 분들이 어떻게 반응하시더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마음 먹었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좋은 말씀들을 해주시고, 여전히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시더라고요. 제게는 큰 용기가 필요했는데, 팬분들이 '무슨 선택이든 응원하고 존중할게' 하는 반응을 보내주셔서 '내가 진짜 열심히 살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크게 감동을 받았어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그 분들한테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장규리

2022년은 배우 장규리에게 큰 전환점이 된 해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새로운 미래를 꿈 꾼 해이고, 든든한 '자기편'의 진심어린 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얼업'을 통해 배우로서 한 뼘 더 성장했다.

"또래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배운 게 많아요. 이번엔 '배우로 전향하고 첫 작품이니까 튀지 않고 안전하게 가자'란 생각이 있어서 좀 소극적으로 연기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또래 배우들을 보면 신기할 정도로 과감하게 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면들을 많이 배운 거 같아요."

2022년을 보내며 내적으로 더 단단해진 것 같다는 장규리. 배우로서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그의 목표는 '롱런하는 배우'가 되는 거다.

"전 롱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니까, 주어지는 것마다 열심히 하고 도전도 많이 하고 이런저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렇게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 나가며, 죽을 때까지 연기하는게 꿈이에요."

[사진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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