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조급함 없었다"…강태오, 군입대 아쉬움마저 날릴 '긍정의 힘'

강선애 기자 작성 2022.09.01 17:15 조회 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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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오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초대박 성공으로, 우영우 캐릭터를 연기한 박은빈을 비롯해 출연 배우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그 가운데, 우영우와 가슴 설레는 로맨스를 선보인 이준호 역 강태오의 인기는 가히 독보적이다.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순위에서 한 달 내내 1위를 차지하더니, 군 입대가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광고 계약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대한민국 여심은 지금, '국민 섭섭남' 강태오에게 향해 있다.

'우영우'를 통해 배우로서 강태오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진 건 맞지만, 사실 그는 갑자기 튀어나와 일약 스타덤에 앉은 배우가 아니다. 지난 2013년 데뷔한 강태오는 어느덧 경력 10년차의 배우다. 강태오는 데뷔 초 연예기획사 판타지오 소속 신인 배우들로 구성된 '서프라이즈'라는 5인조 배우 그룹으로 활동했다. 아이돌처럼 함께 합숙하며 연기, 예능, 음악, 모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한 서프라이즈. 당시에는 아이돌 그룹의 '센터' 포지션과 같은 서강준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지금은 강태오를 비롯해 공명, 이태환까지 대부분 멤버들이 주연급으로 성장했다.

강태오는 2013년 웹드라마 '방과후 복불복'으로 데뷔한 후 배우로서 차근차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다. '미스코리아', '스무살', '여왕의 꽃' 등 다양한 작품에 조연으로 얼굴을 비쳤고, 주말극 일일극 가리지 않고 역할이 크든 작든 자신의 역량을 발휘했다. 2015년에는 한국-베트남 합작 드라마 '오늘도 청춘'이 베트남에서 큰 인기를 끌며, '베트남 프린스'로 불리기도 했다.

강태오가 국내에서 배우로서 본격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19년 KBS 드라마 '조선로코 녹두전' 때부터다. 넉살 좋고 허당기 많은 귀여운 선비님인 줄 알았는데, 훗날 인조반정의 장본인으로 흑화하는 차율무 캐릭터를 훌륭히 풀어냈다. 이어 선보인 2020년 JTBC 드라마 '런 온'에서는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지닌 미대생 이영화 역을 맡아 청량한 연하남의 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강태오는 '우영우'의 이준호를 만났다. 자폐스펙트럼이 있는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사랑해 주는 이준호의 따뜻한 감성을, 강태오는 설레는 눈빛과 표정, 떨리는 숨소리로 섬세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까지 그에게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준호는 강태오에게 많은 걸 가져다 줬고, 강태오의 지난 10년 배우 경력에서 최고의 '인생 캐릭터'임에 틀림없다.

강태오

▲ 따사로운 행복감, 모두의 성장을 그린 '우영우'

하늘을 나는 기분일 거 같았다. 아니면, 실감이 안 돼 한여름 밤의 꿈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 정도 인기는 처음이니까.

"너무 감사하죠. '우영우' 촬영하면서 감독님, 배우들과 '우리 드라마가 잘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는데, 이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을 지 몰랐어요. 얼떨떨하고, 저 뿐만 아니라 출연했던 배우들이 다 같이 행복해하고 있어요."

강태오는 '우영우'가 전하고자 한 '따사로운 행복감'에 시청자가 공감했기에, 이 드라마가 사랑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부터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촬영하며 모니터 하면서도, 또 방송을 봤을 때도 그 느낌을 받았어요. 따사롭고 소소한 행복감 같은 거요. 막판에 짜릿하고 시원한 쾌감도 있고요. 시나리오를 읽으며 복합적인 감정이 제게 행복감을 줬어요. 그게 제가 너무 좋아하는 유인식 감독님을 만나 어떤 결과물로 나올까, 기대가 됐고요. 그래서 이 작품이 하고 싶었어요. 나중에 방송을 시청자 입장으로 보면서, 그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또 각박한 세상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고래가 '우우우웅' 하며 나타난 후 우영우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법정을 뒤집어 놓고 그렇게 사건을 짜릿하게 해결하는 장면에서 전율을 주지 않았나 싶어요."

자폐스펙트럼이란 장애를 가진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큼,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장애에 대한 현실적인 시선과, 드라마이기에 가능한 극적인 요소의 적절한 안배가 필요했다. 특히 우영우에게서 점차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이준호는 많은 고민이 뒤따르는 캐릭터였지만, 강태오는 오히려 편하게 생각하려 했다.

"'우영우'는 자폐보단 성장에 더 초점이 맞춰진 드라마라 생각해요. 우영우가 이런 저런 일들을 헤쳐 나가며 성장하고, 그 주변의 이준호, 정명석(강기영 분), 최수연(하윤경 분), 권민우(주종혁 분) 모두가 저마다 깨닫고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예요. 그래서 (자폐를 다룬다는 게) 촬영하면서 크게 불편하지 않았고, 너무 조심스러워 하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준호가 영우를 좋아하게 되는 것도, 자폐스펙트럼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웨딩드레스를 입은 영우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하고, 법정에서 보여주는 변호사로서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존경심이 생기고, 그런 영우의 멋진 모습들에 호기심을 갖다가 사랑에 빠지게 된 거라 여겼어요."

강태오

▲ 판타지 같은 이준호, 그래서 느낀 부담

강태오는 이준호에 대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거 같다. 너무 이상적이고, 판타지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 거 같다"고 자평했다. 그의 말대로, '우영우' 속 이준호는 잘생긴 외모를 갖췄고, 따뜻한 성격에 배려심이 깊고 다정하다. 또 맡은 일까지 척척 잘 해낸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완벽한 로맨스 남자주인공이다.

"제가 준호란 인물을 만나 많은 사랑을 받고 이런저런 별명도 생겼어요. 제가 했던 준호에 대한 표현을 어느 정도 좋아해 주셨다는 이야기니까, 그 부분에 대해선 스스로에게 박수 쳐주고 싶어요. 그런데 전 이 작품을 찍으면서 스스로에게 의문을 남긴 지점이 많아요."

강태오가 말한 '의문'은 자신의 성향과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때 오는 괴리감에서 왔다. 이준호처럼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완벽한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연기해야 하니, 그런 접근이 오히려 불편하게 다가왔다는 의미다. 솔직하고 남자다운 강태오 본체의 성격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런온'의 영화나 '녹두전' 때의 율무는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즐겼다면, 준호는 전보다는 좀 힘들게 팠어요. 율무랑 영화는 촬영장에 가면 자연스럽게 말투 같은 것에 스며들었는데, 준호는 끝까지 적응이 안됐어요. 그래서 느낌이 좀 달랐어요. 부담이 많이 됐던 거 같아요. 이 나이스하고 판타지처럼 이상적인 캐릭터를 제가 소화를 했을 때, 과연 준호의 그런 매력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부담감이 컸어요. '난 준호가 됐어'라고 몰입이 안 되다 보니, 끝까지 준호에게 다가가려 했고 끝까지 공부하려 했어요. 감독님과 계속 대화를 나누며 캐릭터를 잡아갔어요."

강태오

이준호에게 접근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강태오는 이번 캐릭터를 연기하며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법을 익혔다. 그렇게 힘을 빼고 했던 연기가, 엄청난 시청자 반응으로 이어진 장면이 있다. 이준호가 우영우에게 "섭섭한데요?"라고 말한 장면이다. 그 장면은 분위기와 배우들의 연기가 완벽하게 로맨틱했던 장면으로 크게 화제를 모으며, 강태오에게 '국민 섭섭남'이란 애칭을 붙여줬다.

"그 장면이 인기를 모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준호가 느끼는 떨리고 설레는 감정을 어떻게 잘 드러낼 수 있을까, 감독님과 상의하며 여러 테이크로 촬영했어요. 준호의 미세한 감정 차이, 강약 차이로 장면마다 느낌이 달라져서, 여러 번 시도 끝에 나온 장면이에요."

강태오의 로맨스 연기가 뜨거운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우영우를 사랑스럽게 표현한 상대배우 박은빈과의 케미가 좋았기 때문이다. 강태오는 박은빈에게 굉장한 '리스펙'을 보냈다.

"은빈누나를 보며 많이 놀랐어요. 나이로는 비슷한 또래인데, 연기 경력으로 따지면 대 선배님이잖아요. '우영우' 대본을 보면서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은빈누나가 너무 힘들겠다고 생각했어요. 전작을 끝내고 바로 '우영우'에 투입돼 준비 기간도 짧았고요. 그런데 우영우를 멋지게 만들어 현장에 왔더라고요. 누나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보고 배울게 많았어요. 준호와 영우의 케미를 생각해 저한테 좋은 얘기도 많이 해줘 크게 도움을 받았고요. 정말 이준호로서도 강태오로서도, 너무 리스펙 해요."

강태오

▲ 조급함 없이 묵묵히 걸어온 10년…군 복무 후 성장도 기대

데뷔 초 강태오와 '서프라이즈'란 배우 그룹으로 함께 활동했던 멤버들은 시간이 흘러 저마다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지금도 이들은 끈끈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군복무 중인 서강준, 공명도 강태오의 성공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강준이 형한테 먼저 축하한다고 연락이 왔어요. 얼마 전에 공명이 만나서 간만에 얼굴도 봤고요. 서로 잘 되는 거 있으면 축하한다고 표현하고 그래요. 그룹이었다 보니, 다른 동료들보다 더 끈끈하고 동질감 같은 게 있어요. 아무래도 같이 살았던 정이 있으니까요. 서프라이즈 멤버들은 말하지 않아도 심리적으로 기댈 수 있는 존재예요."

그룹이 서로 기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멤버들 간의 인기에 따라 질투와 불화가 생길 수도 있다. 강태오는 서프라이즈 활동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멤버다. 당시에 대해 물으니, 강태오는 다시 한 번 솔직한 답변을 들려줬다.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부럽긴 했죠. 다른 멤버들이 주목 받고 잘 되면 저희 서프라이즈를 알릴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론 부러운 마음이 있었어요. 근데 제가 원래, 남의 일에 관심을 갖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래서 조급하지는 않았어요. '나도 잘하면, 언젠가 알아봐 주시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마이 웨이를 가고자 했어요. 제가 성향이 좀 그래요. 어렸을 때도 한 학원만 10년을 다녔고, 지금 사는 집도 7년째 이사를 안가고 있어요. 그래서 연기를 시작하면서도 '가늘고 길게 버티다 보면, 계속 쭉 갈 수 있다'란 마음을 갖게 된 거 같아요."

강태오는 오는 20일 육군 현역으로 군에 입대한다. 데뷔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는데, 그 영광을 오래 누리지 못하고 사회와 잠시 이별해야 한다. 강태오는 이런 현실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철든 모습'으로 돌아올 다음을 기약했다.

"아쉽다고 생각하면 밑도 끝도 없이 아쉬울 거 같아요. 그래서 좋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작품이 잘 되고 가는 거잖아요? 안 되고 가는 것보단 좋은 거죠. 더 철든 모습으로 돌아올 테니, 다녀와서 더 성장한 강태오의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강태오

[사진=맨오브크리에이션]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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