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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찐리뷰]8살 동생을 때려 죽였다고 자백한 언니…범인은 새엄마였다

강선애 기자 작성 2022.08.05 14:37 수정 2022.08.07 14:58 조회 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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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4일 방송된 '꼬꼬무- 어린 용의자, 그리고 비밀 계약'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그룹 샤이니 멤버 키, AOA 출신 초아, 김문정 음악감독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8세 아이의 죽음, 범인은 3세 위 친언니?

때는 2013년 8월 16일 대구. 40대 주부 한 씨가 남동생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어.

"누나, 소원(가명)이가 죽었어요."

꼬꼬무

남동생의 둘째 딸인 8살 소원이가 죽었다는 거야. 한 씨한테는 조카지. 애교 만점에 사랑스러운 아이였대. 그런 아이가 갑자기 죽었다고 하는 거야. 어떻게 된 거냐 물어보니, 소원이가 배가 좀 아프다더니 갑자기 토하면서 의식을 잃었대. 그런데 소원이 아빠가 조금 이상한 말을 덧붙였어. 가족력으로 위암이 있는데, 그 영향으로 이 어린 아이가 사망한 거 같다는 거야.

"말이 안되잖아요. 얼마나 튼튼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하루 아침에 배가 아파서 죽나. 이해가 안 되는 거지." -소원이 고모

누가 봐도 이상하잖아. 곧바로 경찰조사가 시작됐고, 고모도 참고인 조사로 경찰서에 갔어. 그리고 거기서 충격적인 걸 보게 돼. 소원이의 마지막 모습이 찍힌 사진들이었어. 고모는 "이런 걸 보게 될 까봐 너무 무서웠는데. 제발 아니길 기도했는데"라며 그 자리에서 오열했어. 지금, 그 사진을 보여줄게.

꼬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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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본 소원이의 마지막은 얼굴과 몸에 상처가 가득했어.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팔은 기형적으로 꺾여 있고, 등에는 큰 화상 자국도 있었어. 특히, 소원이의 배는 터질 듯이 부풀어오른 상태였어.

부검해보니 사인은 '외상성 복막염'이었어. 강한 외부 충격을 받아서 장기가 파열되고 복막이 찢어졌대. 그러면서 배에 염증이 생겼고, 염증이 온 몸으로 퍼지면서 사망한 거야. 소원이의 몸은 성한 곳이 하나 없는 상태였어. 누가 봐도 폭행 당한 흔적들이야.

이 어린 아이를 대체 누가 이렇게 때린 걸까. 범인은 금방 밝혀졌어. 바로 소원이보다 세 살 많은 언니, 당시 11살 소리(가명)였어. 소리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동생 소원이를 때렸다고 말했어.

꼬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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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소원이가 왜 하늘나라고 갔는지 알아?
소리: 배 부분이 아파서요.
경찰: 소원이 배가 왜 아프게 됐지?
소리: 아빠가 사준 인형이 있는데 소원이가 잃어버려서 제가 배 한대를 때렸어요.
경찰: 배를 몇 대 때렸어?
소리: 모르겠어요. 배를 (양 팔을 휘두르며) 이렇게 때렸어요. 주먹으로 다섯대 정도 때렸어요. 때리고 나서 바로 발로 찼어요.
-당시 소리의 진술 내용 中-

자신이 소원이를 어떻게 때렸는지 태연하게 말하는 소리의 행동에는 죄책감도, 슬픔도 없어 보였어. 소리는 자신이 동생 소원이를 자주 때렸고, 몽둥이를 든 적도 있다고 했어. 소원이의 팔을 부러뜨린 것도 자기라는 거야. 소리-소원 자매의 부모도 같은 내용을 진술했어. 평소에 둘이 엄청 싸웠고, 소원이가 죽은 당일에도 소리가 동생을 때렸다는 거야. 부모의 진술이 그렇다니, 믿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어.

▲ 그저 '엄마'가 필요했던 아이들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고모 한 씨였어. 사실 고모는 누구보다 이 자매를 잘 알아. 사건발생 6년 전인 2007년, 남동생이 이혼하면서 고모는 자매를 데려다 키웠어. 당시 소리는 5살, 동생 소원이는 생후 20개월이었어. 고모가 키울 당시 자매는 사이가 너무 좋았어. 소리가 동생을 그렇게 챙겼대. 고모는 이 자매를 진짜 친딸처럼 5년이나 키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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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남동생이 결혼할 사람이라며 한 여자와 함께 집에 찾아왔어. 이제 소리, 소원이도 데려가서 자신들이 키우겠대. 아이들은 너무 좋아했어. 심지어 소원이는 5년을 키워준 고모 집을 떠나 낯선 새엄마랑 같이 살겠다고 울면서 떼를 썼어. 이 자매들에게는 '엄마'라는 존재가 필요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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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이의 소원은 엄마가 생기는 거였대. 소원이는 고모가 치마를 입고 있으면 "고모 치마 속에 들어갔다 다시 나와서, '엄마' 하면 안될까요?"라고 말하곤 했대. 고모 뱃속에 다시 들어갔다가 나와서 엄마 했으면 좋겠다고. 소원이한테 '엄마'란 단어의 존재감은 엄청 큰 거였어. 그런데 새엄마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엄마'라 부르라 했다니, 엄마를 꿈꿨던 자매의 소원이 이뤄진 셈이야.

새엄마한테 가겠다는 자매를 보며 고모는 솔직히 좀 서운했어. 그래도 고모는 애들 걱정이 먼저였어. 애들이 적응하기 힘들까봐, 살던 집을 그 가족에게 내주고 나왔어. 대신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고, 어린 조카들이 행복하기만을 바랐어.

그렇게 헤어진 후, 고모는 아이들을 만날 수 없었어. 아이들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새엄마가 못 만나게 한 거야. 고모는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였어. 대신 새엄마는 아이들이 뭘 했는지, 뭘 먹었는지 등의 소식을 고모에게 문자메시지로 전해줬어. 고모는 "다행이다. 잘 살고 있구나" 생각하며 아이들을 잘 돌보는 새엄마에게 고마워했어. 그런데 아이들을 보내고 1년 3개월 후에, 소원이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 거야.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고, 당연히 새엄마도 불러 조사했어. 새엄마는 자신의 학대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하다고 눈물을 뚝뚝 흘렸어. 자신이 계모라서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거야. 그런데 이웃들의 증언은 달랐어. 한겨울에 소원이를 속옷 차림으로 베란다에 쫓아내 자게 했다는 이야기, 아이의 몸에 항상 멍이 있었다는 이야기, 아이들이 울고 때리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는 이야기 등 목격담이 한 두개가 아니야.

결국 새엄마는 구속됐어. 새엄마는 학대 혐의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애들이 말을 안 듣고 싸워서 훈육차원에서 벌을 준 거 뿐"이라며, 소원이가 사망한 건 자신이 아닌 소리 때문이라고 말했어.

그 때 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어. 소리가 판사한테 엄마를 돌려보내 달라고 편지를 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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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님 제가 부탁이 있습니다. 저희 집으로 엄마를 돌려보내 주세요. 항상 저희 곁에 엄마가 계셨는데 없으니 우울하고 힘이 듭니다. 우리 엄마 돌려주세요. 우리 사랑하고 더 사랑하는 엄마 돌려주세요. 부탁드려요."

소리가 엄마를 돌려보내 달라고 탄원서를 쓴 거야. 고모는 소리가 진실을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 걸 보고, 이건 어른들이 밝혀내야 할 일이라 생각하며 정신을 더 바짝 차렸어.

▲ 마음 속 100개의 자물쇠를 채운 소리

고모는 일단 소리 아빠부터 만나기로 했어. 아빠는 소원이가 넘어져서 몸에 멍이 들었고, 소리가 소원이의 팔을 비틀었다고 했다며, 자신은 본 게 없고 그런 이야기들을 들었다고만 했어.

답답한 고모가 이번엔 소리가 다니는 학교로 찾아 갔어. 근데 선생님들이 소리를 못 만나게 했어. 고모가 직접 소리 교실로 찾아갔는데, 소리는 "고모 무서워요! 저리 가요!"라며 소리쳤어. 고모를 무서워하며 도망가는 소리. 딸처럼 키웠던 소리는, 고모가 알던 예전의 그 아이가 아니였어.

그래도 고모는 포기하지 않았어. 사건 자료를 모아서 서울로 올라와 변호사를 만났어. 그때 만난 이명숙 변호사는 '아동인권의 대모'라 불리는 베테랑 변호사였어. 이 변호사는 고모에게 받은 자료를 집에 들고와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어. 그리고 이상한 꿈을 꿨어. 8살짜리 여자애가 나타나 울면서 "새엄마가 날 밟아서 죽였어요"라고 말하는 꿈이었어. 이 변호사는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니"라며 껴안고 다독여줬어. 아이와 같이 울다가 꿈에서 깼는데, 꿈이 너무 생생했어. 이 변호사는 '소원이가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온 거구나' 생각하며, 밤을 새워가며 자료를 다 읽었어. 그리고 이 변호사 내린 결론은, '소원이를 죽인 건 언니 소리가 아니다' 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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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하게 빠진 데도 너무 많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너무 많았다. 새어머니와 친아빠는 정작 범죄를 저지르고 쉽게 빠져나가고 있구나 싶었다." –이명숙 변호사

소원이의 사인 외상성 복막염.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보니, 어린 아이가 이렇게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깝대. 이 정도가 되려면 어른이 힘껏 밟아야 가능하다고 말했어. 근데 소리는 왜 자기가 했다고 하는 걸까?

소리가 범행을 진술한 영상을 다시 보면, 이상한 점이 보여. 동생의 배를 한대 때렸다고 했다가, 모르겠다고 했다가, 다섯 대를 때렸다고 했다가, 때리고 나서 발로 찼다고 하며 말이 계속 바뀌어. 경찰의 질문에 답을 맞춰가는 느낌도 들고. 특히 눈여겨 볼 부분은, 새엄마가 조사실에 들어왔을 때의 상황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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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새엄마가 같이 조사실에 들어왔는데, 소리는 새엄마의 손을 여러 번 잡으려 해. 보통 엄마라면 힘든 진술을 하는 어린 딸의 손을 잡아줬을 거야. 그런데 새엄마는 소리의 손을 떼어놓고 관심조차 주지 않아. 이 영상을 본 전문가는 소리의 행동을 '엄마 나 잘했지? 시키는 대로 했으니까 나 미워하지 마'라고 해석했어. 두 사람 사이에 모종의 약속, 혹은 계약 같은 게 있는 거 같다는 거야.

진실은 소리만이 얘기할 수 있어. 근데 소리는 아무 말을 안해. 새엄마는 구속되고 아이는 아빠와 같이 단 둘이 살고 있어. 아빠는 새엄마 편이야. 이런 상황에서 애가 진실을 말하는 건 불가능하지. 아이한테는 부모가 온 세상이니까.

일단 아빠한테서 분리시켜야 해. 동생이 죽어가는 걸 바로 옆에서 지켜본 아이야. 그 트라우마가 얼마나 심했겠어. 심리치료를 빨리 받게 해야해. 고모랑 이 변호사가 나서서 대학병원에 소리를 입원시켰어. 담당의사는 소아정신과 정운선 교수였어.

본격적인 심리치료가 시작됐어. 두 달의 시간이 지났지만 소리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어. 부모한테 학대 받은 아이의 마음 속에는 100개의 자물쇠가 꽉 채워져 있대. 아이에게는 부모가 세상과 같은데, 가해자가 엄마 아빠인 거야. 그러니 세상에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어.

'로르샤흐 테스트'라고, 사람의 무의식이나 정서를 투사하는 검사가 있어. 이 그림이 뭘로 보이나 봐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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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같기도 하고, 동물 같기도 하고. 이 그림을 보고 소리는 "바위 문틈으로 지나가던 새가 끼어 죽은 그림"이라고 말했대. 소리는 이 그림에서 죽음을 본 거야.

"동생이 죽음에 이르는 걸 봐 버렸단 말이에요. 말 잘못했다가는 자신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생존의 문제예요. 애한테는 굉장히 절박한 일이고 중요한 일이죠." –정운선 교수

마음 속 100개의 자물쇠를 더 단단히 채운 소리에게, 진실을 말하라는 거 자체가 학대가 될 수 있어. 일단, 소리와의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했어. 고모는 매일같이 소리를 찾아갔어. 소리가 밤낮을 안 가리고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해도 다 받아주고, 소리가 해달라는 걸 다 들어줬어. 고모는 그런 소리의 행동이 '저 사람을 믿어도 될까. 내 편이 맞을까' 시험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몇 달이 지나 어느새 해가 바뀌었어. 이제 고모는 소리와 같이 외출도 하고 집에 데려가 잘 정도로 친해졌어. 그러던 어느날, 소리를 데리고 집에 가던 길이었어. 우연히 전에 살던 동네를 지나가는데, 소리가 "고모, 나 이제 엄마 안 만나지?"라고 물었어. 고모는 당연히 그렇다고, 새엄마랑 영원히 안 만날 수도 있다고 대답했어. 그랬더니, 소리의 반응이 뜻 밖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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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소리는 갑자기 얘기를 쏟아내기 시작해. "전에 아빠랑 엄마랑 놀러갔을 때, 나랑 소원이는 화장실에 가둬 놨었어"라며. 학대 받은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놓는 거야. 엄청난 이야기를 쏟아내는 소리의 태도는 충격적이었어. 평상시 말하듯이 주절주절, 아무렇지 않은 듯이. 고모는 핸드폰을 꺼내 소리의 이야기를 녹음하기 시작했어.

▲ 소리의 충격적 증언, 아이들의 SOS를 외면한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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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에 물 받아서 머리를 넣었다가 뺐다가 하고, 정신이 어디 딴데 갔다가 몇 분 동안 정신을 잃었어. 그대로 기절했지"
"뒤에 열중쉬어 하고 입을 아 벌리고 있으면 청양고추 사다가 10개 입이 물고 다 먹게 하고"
"목도 조르고. 줄넘기 줄로 계단에 묶어 놓기도 하고"
"계단이 세 단이 있는데, 거기 발 대고 엎드려뻗쳐 하고. 거기서 확 밀었어."
"엎드려뻗쳐 해놓고 뜨거운 물 받아서 소원이 등에 부었어."
-소리의 학대피해 증언 中-

어린 아이들에게 저지른 고문과 다름없는 학대 행위. 심지어 상습적으로 아이들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기도 했대.

그럼 왜 소리-소원이 자매는 이런 학대를 당하면서도 말을 안했을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고모한테는 말할 수 있잖아. 그것도 다 이유가 있었어. 새엄마는 아이들에게 "고모는 너네 싫어해. 너네가 왜 여기 있는지 알아? 고모가 너희들을 버린 거야"라며 수시로 고모에 대해서 나쁜 말을 했대. 한마디로, 가스라이팅이야. 심지어 새엄마는 아이 학교에도 고모에 대한 나쁜 소문을 퍼뜨려, 학교 선생님이 고모와 소리가 만나는 걸 경계하게 했어. 그러니까 소리와 소원이는 고모를 신뢰할 수 있었겠어?

그럼 고모 말고 다른 어른들은? 사실 소리는 주변 어른들에게 여러 번 도움을 요청했어. 새엄마랑 같이 산지 넉 달쯤 됐을 때, 소리가 직접 파출소를 찾아간 일이 있어. 소리는 경찰에게 새엄마가 너무 때린다고 도와달라고 했어. 그랬더니 경찰은 소리를 데리고 집으로 갔어. 그리고 소리를 옆에 세워둔 채로 새엄마를 불러 상황을 물었어. 새엄마는 애가 말을 안 들어 훈육한 것 뿐이라며, 학대를 하지 않았다고 했어. 경찰은 그렇게 일상적인 질문 몇 마디를 나누고 돌아갔어. 그날 소리는 새엄마한테 맞아서 코피가 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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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소리는 다시 집을 나왔어. 근데 11살 아이가 갈 곳이 어디 있겠어. 서점에 틀어박혀서 책을 봤는데, 어느새 서점이 문 닫을 시간이야. 서점 주인은 소리를 경찰에 인계했어. 소리는 경찰차를 타고 집에 가며 경찰에 또 도움을 요청했어. 하지만 이번에도 똑같았어. 경찰은 새엄마와 소리를 삼자대면 시켰고, 새엄마 앞에서 소리는 쭈뼛쭈뼛 아무말도 못했어. 경찰은 "엄마 말씀 잘 들어야 한다"며 돌아갔어. 그 날도 소리는 엄마한테 맞았어. 소리가 밖에 도움을 요청해 봤자, 돌아오는 건 새엄마의 더 한 폭행 이었어.

그 후로도 신고는 계속 됐어. 애들 몸이 상처투성이니 선생님들이 신고하기도 했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조사가 진행됐어.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이런 일을 하라고 만든 곳이니 경찰과는 다르겠지. 근데 결과는 다를 게 없었어. 4번의 아동학대 혐의 조사 후 '일부 의심스러운 정황은 있으나 상습 학대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과가 나왔어.

그 와중에 아주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졌어. 소원이가 죽기 얼마 전이야. 새엄마의 친남동생이 집에 놀러왔는데, 소원이가 쓰러져 있는 걸 목격했어. 보니까 온몸에 피멍이 들어있어. 놀란 남동생이 112에 신고했고 경찰이 왔어. 얼마나 심했으면 새엄마의 남동생이 신고했겠어. 순간 소리는 기대에 부풀었대. 이번엔 말이 아니라, 경찰이 실제 현장에 와서 피해 아동을 직접 눈으로 본 거니까. 학대의 명백한 증거가 될 수 있겠지 생각했어. 그런데 결과는 똑같았어. 새엄마가 "애들이 말을 안 들어 훈육한다는 게 과했나 보다. 다신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라고 말하는 걸 듣고, 경찰은 돌아갔어.

그 때 소리는 모든 걸 포기했어. 어떤 어른도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며, 더 이상 어른들을 믿지 않게 된 거야. 그리고 내가 살려면, 새엄마가 시키는 대로 해야한다고. 소리가 100개의 마음 속 자물쇠를 모두 채워버린 순간이야.

▲ 드러난 그날의 진실, 아빠도 결국 가해자였다

그럼 소원이가 죽던 그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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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새엄마가 동생을 죽였다고 말했어. 문제의 그날,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새엄마가 소원이를 세게 밀어 넘어뜨렸대. 그리고 소원이의 배를 발가락 쪽이 아닌 뒤꿈치 쪽으로 열 번 정도 밟았다는 거야. 소리의 증언은 구체적이었어. 그날 본 TV 드라마까지 기억하고 있었어.

새엄마가 소원이를 때리기 시작하는데, 소리는 자기도 맞을 까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대. 그리고 얼마 후 힘없이 누워있던 소원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울기 시작해. 새엄마는 시끄럽다고 울지 말라며 아프다는 소원이를 더 때렸대. 소원이는 울면 더 맞으니까 입술을 꽉 깨물고 울음을 참았어. 그렇게 열 몇 대를 맞고 다시 벌을 섰어. 밤이 새도록.

다음날 소원이의 상태가 심각해졌어. 구토를 하더니 의식을 잃고 쓰러졌어. 그때라도 병원에 데려가야 했는데, 그냥 놔뒀어. 그 시각엔 아빠도 집에 있었는데 말이야. 쓰러진 소원이를 이틀간 그냥 방치해둔거야. 그 모습을 언니 소리가 계속 지켜봤으니, 얼마나 무서웠겠어. 소리는 왜 아빠한테 사실을 말하지 못했을까? 아빠는 엄마편이라 생각해서? 아니야. 말하지 못한 이유는 따로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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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한테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니까 가정을 깨기 싫어서."

아이의 입장에서는, 그게 아빠의 행복이라 생각한 거 같아. 그럼 아빠는 진짜 아무것도 몰랐을까? 소원이를 죽인 게 소리가 아니라 새엄마라는 걸? 고모가 남동생한테 직접 물은 적이 있어.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죄를 미워하라고. 제가 그렇게 한다고 했다. 죽은 애가 돌아오지도 않고. 새엄마가 죽였다고 하면, 실형을 5년 산다고 그러더라. 형량이 적게 나오게 하기 위해, 소리가 한 걸로 한 거다. 그래도 소리한테는 별 거 없다고 하더라." –소리 소원 아빠

소리는 아직 어린 촉법소년이라 법적으로 처벌을 안 받으니, 소리가 소원이를 죽인 걸로 다같이 입을 맞췄다는 거야. 고모는 분노했어. 그 때부터 남동생을 동생이라 생각하지 않기로 했대.

뒤늦게 밝혀진 내막은 이거였어. 소원이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새엄마가 소리를 따로 불렀대. "너 소원이랑 싸운 적 많잖아. 그러니까 그날도 네가 소원이를 때렸다고 하자"하며 대본을 짜주고, 연습도 시켰대. 아빠는 소리에게 소원이의 죽기 직전의 모습을 찍은 영상을 보여줬어. 배가 부푼 채로 쓰러져 있는 그 모습을 말야. '너도 말 안 들으면 이렇게 될 수 있어' 하는 무언의 협박인 거야. 소리는 죽지 않으려고 거짓 진술을 할 수 밖에 없었어. 아빠는 방관자이자 또 다른 가해자였어.

▲ 소원이에게 미안한 사람들

소원이가 죽고 7개월만에 재판이 시작됐어. 새엄마에게 살인죄가 적용되는지 여부가 중요했어. 이 변호사는 165명의 공동 변호인단을 꾸려서 새엄마의 살인죄를 강하게 주장했어. 하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어. 당시까지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대. 검찰은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로 새엄마를 기소했어.

1심 재판이 열리고, 소리는 증인으로 법정에 섰어.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 준거야. 새엄마는 여전히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어. 아이들을 사랑한 나머지 과도하게 훈육했을 뿐이라고. 판사는 사건 당일 소원이를 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냐고 물었어. 새엄마의 대답은 황당했어.

"그 날이 광복절 휴일이었어요. 응급실 가면 병원비가 많이 나와서."

1심에서 새엄마는 상해치사죄로 징역 10년, 아빠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징역 3년을 받았어. 형량이 너무 적어 변호인단은 즉각 항소했어. 그런데 새엄마와 아빠도 부당한 형량이라며 항소했어. 2심 재판엔 소리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도 추가됐어. 그 결과 새엄마 징역 15년, 아빠 징역 4년을 받았어. 이 형량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어.

꼬꼬무

고모는 여전히 소원이를 떠올리면 눈물을 흘려. 못해준 것만 생각나 미안해 해. 고모는 나중에 천국에 가서 소원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런 미안함 마음을 못 떨칠 것 같대.

어린 소리도 동생에게 미안해 했어. 소원이를 만난다면 "미안하다고, 다시 태어나면 언니랑 잘 지내보자고. 내 딸로 태어나라고" 말해주고 싶대.

꼬꼬무

▲ 살려주세요, 살아주세요

아동학대 피해자들은 스스로를 '생존자'라고 부른대. 부모가 가해자라, 학대로 인한 큰 상처를 받고 서도 그 부모를 떠나 사회에서 혼자 살아야 하는, 생존의 문제도 있거든. 오늘 이야기의 생존자인 소리는, 이후 한 가정에 입앙돼서 새로운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어. 현재 소리의 엄마는, 바로 고모야.

꼬꼬무

"꿈에 소원이가 나오면 맹세해요. '언니 잘 키울게. 그리고 내가 너한테는 엄마가 못 돼 줬지만, 언니한테는 엄마가 되어줄게'라고. 소리를 입양 안하면 제가 못 살 거 같았어요. 얘를 살려야 된다는 책임감 때문에."

같은 상처를 지닌 두 사람이, 엄마와 딸이 됐어. 소리는 그림에 엄청난 재능이 있대. 그날 이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 이게 다 소리의 그림들이야.

꼬꼬무
꼬꼬무
꼬꼬무

이 그림의 제목은 '우비 소녀'야. 주변은 다 맑은데 소녀한테만 비가 내리고 있어. 아무도 소녀의 손을 잡아주지 않아. 이 그림은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생각하면서 그렸대.

그리고 소리가 제일 아끼는 그림이 있어.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고래와, 이를 바라보는 작은 소녀의 뒷모습. 소리가 바라보는 자유로운 소원이 같기도 하고. 소원이가 꿈꾸는 자유로움 같기도 하고. 소원이가 이런 세상에선 행복하길 바라는 소리의 마음일 수도.

꼬꼬무

소리는 오래 간직한 꿈이 있대. 바로, 미술 치료사. 자신처럼 상처 받은 사람들한테 위로가 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대. 참 대견하지. 소리는 '꼬꼬무'에 직접 편지를 보내왔어. 그 편지를 들려줄게.

꼬꼬무

"안녕하세요, 전 생존자 한소리입니다. 처음 '꼬꼬무' 연락을 받았을 땐, 놀랐던 거 같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정규편성이 되기 전부터 정말 좋아하던 애정차 중 한 명이었거든요.

전 요즘 과제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지극히 평범하다면 평범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잘 지내는 날 가운데서도, 밤이 되거나 친구들이 자기 동생 이야기를 하면 제 동생 생각이 많이 나기도 합니다. 지금은 18살이고 고2로 정말 예쁠 나이인데. 그 모습을 상상해보곤 하지만 신기하게도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 목소리도 버릇 같은 것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가해자의 모습은 기억이 잘 나는데.

제 동생이 죽은 지 9년째 되는 날입니다. 이런 비극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살려주세요'. 아마 지금 학대를 당하는 친구들도 벗어난 친구들도 여전히 저처럼 그때에 벗어나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겠죠. 저와 같은 다른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살아남았으면 좋겠어요.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우리가 행복하게 자란 사람들의 자릿수를 늘려줬으면 좋겠어요. 아마 많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저는 그 행복이 정말 좋고 소중하거든요. '아팠지만 행복하다'라고, 아픔이 과거형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부디 우리가 마지막이길 바랍니다.

꼬꼬무

'살려주세요'. 그리고 '살아주세요'.

제 글 읽어주셔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리의 편지 中-

소원이 사건으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만들어졌어. 하지만 그 후에도 많은 아이들이 죽어갔고, 그때마다 조금씩 법이 강화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일어나는 아동학대 건수는, 3만건이 넘는대. 그리고 한 해에 40명이 넘는 아이들이 사망하고 있어. 소리의 바람대로 되려면, 우리 어른들이 꼭 해야할 일이 있어. 혹시라도 주위에 이런 아이들이 있는지 잘 살피고, 외면하면 안돼. 우리가 선한 감시자가 되어야 해.

꼬꼬무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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