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낚시꾼 박병은도 섹시해질 수 있다

강선애 기자 작성 2022.07.28 16:52 수정 2022.08.04 03:01 조회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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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은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박병은은 연예계에서 알아주는 낚시광이다. 어릴 때부터 낚시를 좋아했던 그는 지금도 쉬는 날이면 낚시터로, 바다로, 훌쩍 떠나 몇 날 며칠씩 낚싯대를 잡는다. 공유, 조인성, 이진욱 등 그로 인해 낚시의 세계에 발을 붙인 배우가 수두룩하고, "박병은을 찾으려면 낚시터로 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박병은은 채널A 낚시 예능 '도시어부'에 수차례 출연해 이경규에게 낚시꾼으로 인정받았고, 차태현, 조인성이 시골 마트를 운영하는 콘셉트의 tvN 예능 '어쩌다 사장'에서는 직접 잡은 생선을 손질해 제공하며 수산업자 같은 역할로 활약하기도 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서 오는 연륜,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과 애주가의 면모까지 더한 '낚시꾼' 박병은은 수더분하고 친근하다. '어쩌다 예능'에서 낚시가 취미라는 동네 10대 아이와 거리낌 없이 휴대폰 번호를 교환하며 '낚시 메이트'로 인연을 맺을 때는, 그래도 연예인인데 지나치게 격이 없는 모습이 놀랍기까지 했다.

하지만 '배우'로서 그는 확연히 다르다. 영화 '암살', 드라마 '보이스3'에서 연기한 섬뜩한 악인, '안시성', '킹덤' 등에서 보여준 강건함, '이번 생은 처음이라' 같은 로맨스 드라마에서 보여준 능청스러운 모습까지. 배우로서 박병은은 표현 스펙트럼이 넓고, 그만큼 매력은 다채롭다.

다만 한 가지, '섹시'하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좀 멀었다. 섹시를 논할 만한 작품에 출연한 적도, 그런 캐릭터를 연기한 적도 없는 탓에, 박병은에게서 '섹시'란 단어는 쉽게 연상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박병은이 최근, '으른(어른) 섹시'로 불리고 있다. 지난 21일 종영한 tvN 드라마 '이브' 때문이다.

박병은

박병은은 격정 멜로 복수극 '이브'에서 강윤겸 역을 맡아 데뷔 21년 만에 처음으로 정극 주연을 소화했다. 극 중 강윤겸은 재계 1위 LY그룹의 회장이지만, 혼외자라는 출생의 비밀과 사랑 없는 정략결혼에 마음이 메마른 인물이다. 그러다 복수를 꿈꾸며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한 이라엘(서예지 분)과 깊은 사랑에 빠져, 모든 걸 잃게 되는 남자다.

박병은은 강윤겸을 연기하며, 완벽한 젊은 재벌 회장의 이상적인 외형부터,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때론 독하고, 때론 애절한 남자의 치명적인 매력을 보여줬다. '19금' 장면이 많았던 이 작품에서 파격적인 베드신에도 과감하게 도전했다. 박병은의 생각지 못한 연기 변신은 시청자에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그에게 '중년의 섹시 아이콘'이라는 새로운 이미지가 부여됐다.

"중년의 섹시 아이콘이요? 하하하. 누군가 절 칭찬해주면 좋죠. 신기하긴 하지만, 그거에 휘둘리진 않을 거예요. 배우로서 작품 할 때 얻을 수 있는 하나의 감사한 과정이라 생각할 뿐이에요. 이번 드라마를 하며, 부모님이 주위 분들한테 전화를 많이 받았대요. 저한텐 그게 최고인 거 같아요. 어머니랑 하루 한 번씩 통화하는데, 너무 좋아하세요."

박병은

지난해 8월에 대본을 처음 읽고 올 6월까지 촬영했으니, 박병은은 약 10개월 동안 '이브'와 함께 했다. 이토록 오랜 기간 동안 한 작품에 매진한 것도, 감정선이 점점 깊어지다가 파멸에 이르는 캐릭터를 연기한 것도 처음이기에, '이브'를 끝낸 박병은의 마음은 지금까지의 다른 작품을 끝낼 때와는 달랐다.

"전 원래 한 작품을 끝내면 바로 잊어요. 촬영할 때 올인했으니, 촬영이 끝나면 딱 시원하게 떠나보내는데, 이번 작품은 좀 달라요. 계속 헛헛하고. 이 감정이 뭘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배우 생활을 25년 정도 했는데, 이번 작품은 그만큼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 16부 내내 몰입하고 집중해서 열심히 했던 작품이에요."

'이브'는 초반 캐스팅 단계부터 각종 논란에 휩싸인 배우 서예지의 출연으로 시끄러웠던 작품이다. 박병은은 서예지의 캐스팅과 뒤따를 논란을 알면서도 이 작품의 출연을 결정했다. 그런 건 '드라마 외적'인 문제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현장에 가면 그런 논란들은 외적인 문제예요. 현장에 가서 세트 안에 들어가면, 우리의 문제는 '이 캐릭터를 어떻게 잘 맞추냐', '어떻게 극을 잘 이끌어가냐' 하는 것이죠. 외적인 문제를 제가 조금이라도 의식했다면, 이번 작품을 선택하지 못했을 거예요. 전 배우로서 작품에 몰입하면 되는 것, 그뿐이에요."

박병은은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서예지와 유선(한소라 역)의 연기 열정에 감동했고, 그들에게 오히려 배웠다고 말했다.

"사석에서도 본 적 없는 배우들이라, 합이 어떨까 하는 설렘과 걱정이 있었어요. 현장에 가서 첫 촬영을 하는데, 유선 씨는 정말 준비를 많이 해왔고 연기에 굉장히 집중을 잘 하더라고요. 서예지 씨도 대본을 봤는데, 줄을 치고 뭘 쓰고, 무슨 벌집 같았어요. 상대적으로 제 대본은 너무 깨끗해서 민망했죠. 그런 걸 보며 마음이 놓였어요. 강윤겸과 계속 감정을 공유해야 하는 이라엘인데, 그걸 연기하는 서예지란 배우가 그 역에 빠져있고 열심히 하는구나, 촬영이 잘 될 거 같다고 생각했죠. 두 분을 보며, 제가 반성하기도 했어요."

박병은

'이브'는 '19세 이상 관람가'로 여러 차례 편성될 만큼 정사, 폭행, 자해 등의 자극적인 요소가 많았던 드라마다. TV에서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치고는 파격적인 베드신들이 등장했다. 이를 소화한 박병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촬영 중간에 갑자기 대본이 나온 게 아니고, 이미 모든 게 나왔던 대본을 보고 출연을 결정했던 거잖아요. 충분히 이해하고 촬영에 들어간 거라, 그런 신에 거부감은 없었어요. 베드신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사전에 세세하게 콘티를 그려 주셨어요. 배우들과 콘티를 보며 상호 소통을 분명하게 할 수 있었죠. 그런 배려를 해주신 것에 감사하게 생각해요."

극 중 강윤겸은 사랑하는 이라엘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모든 걸 안고 세상을 떠난다. 여러 악인들의 욕망과 분노, 복수심이 복잡하게 뒤엉킨 파국의 소용돌이 안에서 강윤겸의 목숨을 던진 사랑은 가장 안타까운 지점이고, 순수해 보이기까지 한다.

"모든 걸 내려놓고 끝까지 가보는 사랑, 그게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큰 이유이기도 해요. 저도 그런 로망이나 갈망이 있었거든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제게 이 대본이 와서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어요. 또 대본을 봤을 때 제가 좋았던 건, 강윤겸이란 인물에서 연민을 느낄 수 있었다는 거예요. 배우로서 축복받은 캐릭터를 만나는 게, '연민'을 느낄 수 있느냐 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연기할 캐릭터에서 연민을 느낀다면, 그건 무조건 열심히 할 수 있어요."

박병은은 강윤겸이 느낀 '외로움'에 특히 공감했다고 한다.

"사람에게는 근원적으로 외로움이란 게 다 있지 않나요? 낚시하러 산골에 일주일씩 들어갔다가 외로움을 견딜 수 없을 때 뭍으로 나오곤 하는데, 어떻게 보면 이런 외로움이 참을 수 있을 정도니 살아갈 수 있는 거 같아요. 제가 느낀 외로움과 강윤겸의 외로움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제가 혼자 있거나 안 좋은 일을 당하거나 그럴 때의 외로움이 강윤겸과 일맥상통하는 게 있어서, 연기하는 게 조금은 수월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해하고 들어간 캐릭터라, 조금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박병은

극 중 이라엘은 복수를 위해 강윤겸을 의도적으로 유혹했지만 결국 진짜 사랑에 빠지고, 강윤겸은 이라엘의 거짓을 알면서도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 아무리 정략결혼이었다지만 강윤겸은 한소라와 부부관계였기에, 강윤겸의 이라엘을 향한 사랑은 '불륜'으로 불편하게 비쳐질 수 있다. 강윤겸을 이해하고 연민하는 박병은은 이런 설정에 대해서도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여러 어지러운 상황이 펼쳐지는데, 제일 중요한 건 강윤겸과 이라엘의 사랑이라 봤어요. 물론 일상에선 불륜이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일이지만, 우리가 하는 건 드라마라는 허구의 세계잖아요. 강윤겸은 어릴 적에 혼외자로 태어나 아버지한테 맞으며 자랐어요. 처절하게 외롭고 상처가 많은 사람인데,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한소라와 정략결혼을 했어요. 그런 사람한테 찾아온 이라엘은 첫사랑이라 생각했어요.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사랑한, 모든 걸 내어 줄 수 있는 첫사랑이요. 그래서 불륜이란 말이 나올 수는 있지만, 극 중 강윤겸의 상황이었다면, 충분히 이라엘과 사랑에 빠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치정 멜로극에서 진한 사랑을 연기한 박병은. 그는 현실에서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는 건 친구 같은 편안함과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랑이다.

"제가 원하는 사랑은, 서로 위해주고 사랑해주고 친구같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거예요. 같이 취미생활도 하고, 맛있는 거 먹을 때 생각나고, 그런 사랑이 어느 면에선 진한 사랑이라고 봐요. 같이 슬리퍼 신고 동네 마실 다니고 그런 게 좋지, 맨날 아파하고 눈물 흘리고 목숨을 걸고, 그런 건 하고 싶지 않아요."

박병은

지난 2000년 MBC 드라마 '신 귀공자'로 데뷔한 박병은은 '이브'를 통해 첫 정극 주연을 맡았다. 그는 주연이라고 해서 전과 다를 건 없었다며, 굳이 의식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어느 촬영을 하던, 항상 그 작품과 캐릭터에 몰입하고 최선을 다해야죠. 주인공이란 타이틀이 붙는다고 더 열심히 하는 건 아니에요. 늘 똑같아요. 전 앞으로도 무조건 주연만 고집하지는 않을 거예요. 많이 나오고 역할이 크다고 좋은 게 아니에요. 주연보다 조연이 더 연기 잘하고 멋있을 때도 있잖아요. 아무리 주인공이라도 매력 없이 연기하는 것보단, 조·단역으로 매력 있게 연기 잘 하는 게 제 목표예요."

박병은은 데뷔 이후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왔지만 대중의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다 2015년 영화 '암살'을 기점으로 배우로서 인지도를 확 끌어올리게 됐다. 2000년에 데뷔했으니, 15년 정도를 '무명배우'로 지낸 셈이다. 연기를 처음 시작한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기간은 20년이나 된다.

이제는 '배우' 앞에서 '무명'이란 수식어를 떼어냈다. 박병은은 사람들이 자신의 연기를 전보다 더 많이 알아봐주고, 경제적으로도 여유를 얻게 된 지금에 감사함을 잘 안다. 그럼 여전히 '무명'이었어도, 박병은은 연기를 계속했을까?

"사람들에게 알려진 '암살'까지가, 연기하고 20년 정도 됐을 때였어요. 그 20년 동안 한 번도 다른 거 할 생각을 안 했어요. 무명배우일 때 그 20년 동안, 전 단편영화, 졸업작품 등 어딘가에서 계속 연기를 했어요. 그게 '무명'이었을 뿐이죠. 배우란 직업을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고, 사랑해요. 위대한 배우들을 봤을 때 느끼는 희열이나 존경심이 남달라요. 저도 언젠가 그런 위대한 배우가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있어요."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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