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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찐리뷰] 냉장고서 발견된 아기 시신들…범인은 친엄마였다

강선애 기자 작성 2022.07.22 12:03 수정 2022.07.22 14:25 조회 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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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21일 방송된 '꼬꼬무- 살인범의 미토콘드리아'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그룹 세븐틴 멤버 부승관, 배우 정인선, 가수 별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냉장고 속 아기 시신

때는 2006년 7월 23일, 서울의 방배경찰서에 전화 한통이 걸려왔어. 자신의 집안에 시신이 있다는 거야. 바로 강력팀이 출동했지. 도착한 곳은 강남에 있는 고급빌라. 널찍한 정원에 푸른 잔디가 쫙 깔려있어. 그리고 1층부터 3층까지 다 한 가구가 써. 형사들이 집안으로 들어갔어. 시신이 있는 집이라는데, 엄청 깨끗해. 집주인이 시신이 있다고 가리킨 곳은, 주방 옆 다용도실 한 쪽 구석에 있는 냉동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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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칸짜리 서랍형 냉동고인데, 이 중 네번째 칸과 다섯번 째 칸에서 아기 시신이 한 구씩 발견됐어. 한 아이의 몸에는 수건이 감겨 있었어.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천현길 형사의 이야기를 들어볼게. 천형사는 당시 아내가 임신 중이었기 때문에 기분이 더 이상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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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당황스러웠다. 수많은 변사 현장이 있고 수많은 살인사건이 있지만, 애가 이렇게 죽어서 냉동고에 있다는 사건은 보고 듣지도 못했으니까. 가서 냉동고를 열어보니 아이스크림이 오래되면 아이스크림 주변에 얼음알갱이가 있듯이, 그렇게 된 시체 2구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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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주인은 프랑스인 장 루이 쿠르조 씨로, 아내와 11살, 10살난 두 아들과 살아. 최초 신고자는 쿠르조 씨야. 시신 발견 당시에는 쿠르조 혼자였어. 온 가족이 프랑스로 여름휴가를 떠났는데, 갑자기 회사에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쿠르조만 먼저 귀국한거야. 휴가 다녀오니 집안 냉동고에 아기 시신이 들어있다? 엽기적이고 미스터리한 사건이지.

냉동고 아기들은 국과수로 보내졌어. 아기들의 몸무게는 각각 4kg과 3.63kg으로, 몸무게로 보면 엄마 뱃속에서 10달을 다 채운 것으로 추정돼. 사망 원인을 밝히려면 부검해야 하는데 몸이 돌덩이처럼 꽁꽁 얼어 있어서 녹이는데만 하루가 꼬박 걸렸어. 우선 엄마 뱃속에서 죽은 채 태어난 건지, 아니면 태어난 후에 살해가 된 건지부터 확인해야지. 폐를 이용한 실험 결과, 아기 둘 다 정상적으로 태어났던 것으로 밝혀졌어. 태어난 후, 누군가 살해했다는 거지.

▲ 살해 당한 아기들, 범인은 누구인가

국과수에서 밝혀낸 건 여기까지였어. 신생아는 데이터베이스도 적은데다 워낙 꽁꽁 얼어 있어서 사망 원인도 시점도 추정하기 어려웠대. 사망시점이 확인돼야 누가 그때쯤에 아기를 낳았는지 추정하는데, 언제 어떻게 살해됐는지 모르는거야.

그나마 형사들은 아기의 몸에 달려 있던 탯줄의 울퉁불퉁한 절단면을 토대로, 아기를 병원이 아닌 집에서 낳았다는 걸 알아냈어. 병원에서 낳으면 탯줄 절단면이 매끄럽거든. 또 천형사의 눈에 딱 들어온 게 있었어. 이 집 욕실에 걸려있던 수건이야. 두 아기 중 하나가 수건에 감싸 있었는데, 그 수건과 똑 같은 브랜드와 똑 같은 색깔의 수건이 이 집에 있는 거야. 아기를 담았던 비닐봉지도, 원래 이 집에 있던 거였어. 아기들이 이 집에서 태어났다는 게 확실해지는 순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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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집에서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쿠르조의 아내 베로니크. 당시 39세였어. 쿠르조한테 최근에 아내가 출산한 적 있냐고 물으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래. 아내가 3년 전에 자궁 적출 수술을 해서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거야. 확인해 봤더니 남편 말이 맞아. 베로니크는 3년전 급성 패혈증이 와서 자궁을 적출했어. 그렇게 아내 베로니크는 용의선상에서 제외됐어.

경찰들은 몇 가지 가설을 세워 의심이 가는 사람들을 조사했어. 먼저 쿠르조한테 다른 내연녀가 있었는 지 확인했는데, 수상한 여자를 발견할 수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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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쿠르조를 불러 심문했어. 먼저 시신을 어떻게 발견했는지 물었어. 쿠르조는 배송 받은 간고등어를 넣으려고 오랜만에 다용도실 냉동고를 열었고, 그러다 비닐봉지에 뭐가 꽁꽁 싸여있는 걸 발견했대. 그 봉지를 살짝 들췄더니, 아주 작디작은 아기 손이 보였다고. 손을 떨며 이야기하는 쿠르조의 진술은 진실돼 보였대. 쿠르조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니 DNA를 줄 테니 검사해보라고도 말했대. 이런 말까지 하니, 경찰은 쿠르조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지.

그럼 쿠르조 부부 말고 이 집에서 애를 낳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휴가기간 동안 이 집은 꽤 오래 비어있었어. 6월 29일부터 7월 18일까지, 무려 19일동안이나. 경찰은 이 기간에 집에 들어온 사람을 찾았어. 쿠르조는 집 보안카드를 자신과 아내 말고, 가사도우미와 친구 피에르도 갖고 있다고 말했어. 그럼 범인은, 이들인 걸까?

▲ 제3의 인물이 범인?

먼저 이 집의 가사도우미는 필리핀 여자인데 일주일에 한번 와서 집안일을 했대. 가사도우미는 자기의 아이 말고는 출산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어. DNA를 채취해 대조해보니 그 말이 맞아. 그래서 가사도우미는 용의선상에서 제외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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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조의 친구 피에르는 한국에 와서 알게 된 프랑스 친구야. 휴가를 떠나면서 간간히 집 좀 봐달라고 보안카드를 맡겼대. 확인해보니, 이 피에르의 출입기록이 있어. 7월 3일, 7일, 13일, 17일. 총 4번 쿠르조 집을 방문했어. 형사들은 곧장 피에르의 집으로 찾아갔어. 근데 없어. 프랑스로 출국했대. 출국 날짜가 언제냐. 시신 발견 이틀 전이야. 피에르가 범인인걸까? 그렇다면 아기 엄마는 누구이고?

바로 그때, 목격자가 나타났어. 그 집에서 10대 중반 나이의 백인 소녀가 나오는 걸 봤다는 이웃주민의 목격담이 나왔어. 이 백인 소녀가 목격된 날은 마침, 피에르가 쿠르조 집에 출입한 날 중 하나인 13일이었어.

경찰은 유부남인 피에르와 이 백인 소녀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수사에 들어갔어. 경찰이 백인 소녀의 행방을 찾아 나섰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어. 심지어 그 백인 소녀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조차 확인이 안돼.

그 사이, 천 형사는 국과수 시신 안치실에 들러 아기들을 만났어. 천 형사는 자살이든 타살이든, 시신과 마주하면 '나중에 좋은 곳 가라'는 의미로 발을 만져주고 명복을 빌어준대. 이번에도 천 형사는 아기들의 발을 만져주며 좋은 곳으로 가라고 기도했어. 부검이 다 끝났지만, 아기들은 여전이 차가운 냉동고에 누워 있었어. 이 아기들을 보내줄 곳이 없었으니까. 부모가 누군지 모르니까.

▲ 아기들 아빠의 정체가 밝혀지다

어느덧 사건 발생 5일째, 드디어 아기들의 아빠의 정체를 알아냈어. 국과수 검사 결과, 아기들의 DNA와 쿠르조의 DNA가 일치한다고 나왔어. 아빠는 쿠르조였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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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형사는 충격에 빠졌어. 경찰서에서 떨면서 말하던 쿠르조는 연기였던 건가? 자기가 범인이면서 신고는 왜 한 거지? DNA는 왜 넘겨주고? 부인은 아기를 못 낳는데, 그럼 엄마는 누구지? 궁금한 게 한 두개가 아니야. 당장 불러서 조사해야지. 근데 쿠르조는 이미 프랑스로 떠난 후였어. 유전자 분석 결과가 나오기 바로 전날 비행기를 탔대. 몰래 도망친 건 아니야. 사건 발생 전부터 예약해 둔 비행기 일정이 있었고, 혐의점이 없으니 잡아둘 명분이 없었어. 또 쿠르조가 외국인이다보니, 외교적 문제가 될 수도 있어서 그냥 보내줄 수 밖에 없었지.

유력한 용의자를 놓쳤다고, 초동 수사에 허점이 있었다고, 언론은 난리가 났어. 천 형사는 곧바로 프랑스로 연락해 당장 귀국해 조사를 받으라 했어. 그랬더니 쿠르조 측은 "명예훼손을 법적 대응하겠다", "자신은 결단코 아빠가 아니다", "한국에서 한 검사결과를 못 믿겠다"며 계속 부인했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수사는 미궁에 빠졌어.

▲ 충격적인 진실

이 때 한 여성이 결정적인 말 한마디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어. 그 여성은 바로 천 형사의 아내 추상은 씨야. 간호장교 출신인 그녀는 남편과 사건에 대해 대화하며, 한마디를 툭 던졌는데, 그 한마디가 이 사건을 해결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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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은 씨는 쿠르조의 아내 베로니크가 패혈증이 와서 자궁을 들어낸 게 아니라, 자궁에 문제가 생겨서 패혈증이 왔을 수도 있다는 말을 꺼냈어. 병원이 아닌 곳에서 아기를 낳다가 자궁이 잘못됐고, 그렇게 패혈증이 생겼을 거라고. 천 형사는 "베로니크가 자궁 수술을 받은 건 3년 전"이라며 말이 안 된다고 했어. 이 때, 아내가 한마디 했어.

"아기들의 사망 시점은 모른다며."

천형사는 갑자기 머리를 한방 얻어맞은 느낌이었어. 왜 아기를 3년 전에 낳아서 계속 보관했을 거란 생각은 못 한거지?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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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가설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아야하는데, 모든 게 맞아 떨어졌어. 먼저 아기를 감쌌던 수건은 새것처럼 멀쩡했는데, 욕실에서 발견한 같은 종류의 수건은 헤진 상태였어. 과거에 수건을 구매했는데, 그 중 한 장은 아기를 감싸 냉동실에 넣어놔서 훼손이 안 됐고, 나머지 수건은 써서 훼손이 됐다는 증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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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이를 감싸고 있던 비닐봉지에 적힌 가게를 추적하자, 3년 전 이미 폐업한 곳이래. 모든 정황이 3년 전을 가리켜.

이제 한군데만 더 확인하면 돼. 가장 확실한 증거가 남아있는 곳, 바로 베로니크가 3년 전 수술 받은 그 병원이야. 천 형사는 병원으로 달려가 수술했던 의사를 만났어. 의사는 당시 베로니크의 자궁은 임신했던 자궁이 맞다며, 혼자 아이를 낳다가 패혈증이 오는 게 가능하다고 증언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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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최종 확인만이 남았어. DNA 유전자 검사야. 근데 베로니크는 프랑스에 있으니, 쿠르조의 빈 집에서 흔적을 찾기로 했어. 집에서는 누군가 썼던 칫솔, 빗, 귀이개가 발견됐어. 국과수는 미토콘드리아 검사를 통해 빗과 귀이개에 베로니크의 DNA가 검출된 것을 확인했고, 이를 가지고 아기들의 DNA와 대조했어. 그 결과 아기 시신의 DNA와 베로니크 DNA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어.

드디어 찾았어. 죽은 아기들의 엄마는 베로니크야.

▲ 드디어 받아낸 자백

애를 죽인 범인이 친엄마라고? 거기다 범인이 한국에 없다고? 한국도 프랑스도 난리가 났어. 근데 베로니크 측은 자신이 유전자를 한국경찰에 준 사실이 없는데 어떻게 분석하냐며 여전히 결과를 못 믿겠다고 했어. "한국의 과학수사 수준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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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형사는 독이 바짝 올랐어.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증거가 없을까 고민하던 그 때, 또 아내가 힌트를 줬어. 보통 수술을 할 때 조직 샘플을 남겨두는 것이 일반적이니, 3년 전 자궁 수술을 한 병원에서 조직 샘플이 있는지 확인해보라는 거야.

천형사가 다시 병원에 가서 확인해보니, 다행히 베로니크의 조직이 남아 있었어. 바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베로니크의 DNA와 아기들의 DNA가 일치한다고 나왔어. 자기의 자궁에서 채취한 DNA로 검사한 건데, 설마 이것도 부인할 수 있겠어? 드디어 확실한 증거를 찾은 거야. 한국 과학 수사의 진수를 보여준 거지.

이번엔 프랑스 쿠르조 부부가 인정했을까?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부부가 기자회견을 자처했어. 쿠르조는 "내 아내는 숨진 두 아이를 낳지 않았다. 언어와 제도를 몰라 방어할 수단이 없는 우리는 한국 언론의 표적이 될 뿐이다. 우리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라며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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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반응에 우리 경찰과 국과수는 아랑곳 하지 않았어. '얼마든지 부인해라, 우린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마음이었대.

한국 경찰을 못 믿는다니, 직접 조사해보라며 수사 자료와 죽은 아기들의 유전자 샘플을 전부 프랑스로 보냈어. 프랑스 경찰은 쿠르조 부부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한국과 똑같이 나왔어. 그제서야 프랑스 경찰은 부부를 긴급 체포했어.

이후 베로니크는 아기들을 혼자 낳아서 살해했다고 자백했어. 사건의 내막이 드러나는데 충격적인 진실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일단 냉동고에 넣은 아이들은 1년 터울로 태어난 형제야. 그리고 범행 장소는, 지금 사는 이 강남의 고급빌라가 아니고 그전에 살던 집이었대. 이사를 하면서 이삿짐처럼 시신을 같이 들고 왔다는 거지.

사건발생 4년 전인 2002년 8월, 쿠르조 부부는 두 아들을 데리고 한국으로 왔어. 그때 베로니크는 임신중이었는데 남편은 그 사실을 몰랐대. 약 한달 후에 베로니크는 혼자 집에서 아이를 낳고 그 자리에서 죽였어. 그리고 시신은 비닐봉지에 담아서 냉동실에 넣었어. 이듬해인 2003년 12월, 베로니크는 아무도 모르게 두번째 아기를 임신하고 또 혼자 낳고 살해해서 냉동실에 넣었어. 급성 패혈증이 와서 자궁 적출 수술을 받은 게 바로 이 두번째 아기 때야.

죽은 큰애는 2년, 작은 애는 1년을 이 집 냉동고에 있었어. 사건 발생 1년전인 2005년, 쿠르조 가족은 지금 사는 서래마을로 이사를 왔는데, 이 때 시신 두 구를 베로니크가 배낭에 넣고 메고 왔대. 아기들은 무려 1년을 더 이 집 냉동고에 있다가 쿠르조한테 발견된 거야.

근데 이게 다가 아니야. 조사하면서 베로니크는 죽은 아기가 하나 더 있었다고 털어놨어. 한국에 오기 전에 한 명을 아무도 모르게 임신해 낳았고, 죽인 후에 벽난로에 넣고 태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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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회는 대충격에 빠졌어. 언론에서는 그녀를 '괴물'이라 불렀어. 그리고 '우리가 한국을 얕잡아 봤다'며 자기들의 오만함을 반성하는 기사들을 냈어. 프랑스 대사관에서는 방배경찰서를 찾아와 감사인사를 전했고, 프랑스 언론은 우리 국과수를 찾아와 K-과학수사의 대단함을 칭찬하기도 했어.

근데 해결되지 않은 의문, 남편 쿠르조는 정작 아내의 세 번의 출산을 몰랐냐는 거야. 임신 기간만 30개월인데 말야. 쿠르조는 아내가 평소 헐렁한 옷을 입어서 '배가 좀 나왔구나'라고만 생각했대. 프랑스 경찰은 남편이 공모했다고 보고 1년 넘게 수사에 매달렸는데, 결국 의문스러운 점을 못 찾았어. 그리고 사건 발생 3년만에 남편은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어.

▲ 엄마는 왜 아기를 낳고 죽였나

그럼 베로니크는 왜 아기들을 죽였을까? 두 아들에게 엄청 헌신적인 엄마였다니, 원래 아이를 싫어하는 것도 아냐. 또 집이 부유했으니, 아이들을 키울 형편이 안됐던 것도 아냐. 그럼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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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과정에서 그녀는 이런 말을 했대. "내가 죽인 건, 아기들이 아니었어요. 처음엔 임신했다는 걸 알았지만, 어느 순간 잊어버렸어요"라고.

베로니크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아기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할 수 없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 했대. 자기가 죽인 건 아기가 아니라, 자신의 실체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대. 자신이 낳은 건 아기가 아니었다는 거야. 임신 사실을 잊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아기가 쑥 나와서 너무 놀랐고 무서웠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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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찰은 베로니크의 정신 감정을 의뢰했어. 6개월에 걸쳐 심리검사와 상담을 한 끝에, 베로니크는 '임신거부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어.

임신거부증은 임신 사실을 부정하는 정신적인 증상으로, 임신거부증을 앓으면 생리로 착각할 수 있는 출혈이 있을 수 있대. 일반적인 임산부는 배가 앞으로 나오는데, 임신거부증을 겪는 엄마의 자궁은 위 아래로 길어져서 배가 많이 나오지 않는대. 엄마가 자기를 원하지 않는 걸 아니까, 태아가 태동도 안하고 조용히 숨어서 자라는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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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크가 처음 두 아들을 임신했을 땐 배가 많이 나왔었대. 근데 죽은 아이들을 임신했을 땐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대. 임신 7개월차에 수영을 했는데도 아무도 알아본 사람이 없다는 거야.

임신거부증의 원인은 아직 밝혀진 게 없어. 임신 출산의 두려움이 원인이긴 하겠지만, 의학계에서도 조심스러워 하고, 인정 안하는 의사도 많아. 자칫하면 살인을 정당화하는 핑계로 악용될 수 있으니까.

베로니크의 재판은 프랑스에서 논란을 일으켰어. "자식을 죽인 살인마다" "중형에 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임신거부증 환자다" "정상 참작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어. 재판부는 베로니크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어. 원래 프랑스는 미성년자를 살해하면 무기징역까지 선고하는데, 징역 8년이면 임신거부증이 어느 정도 참작된 판결이지.

그리고 그해 가을, 천형사의 둘째 아이가 건강하고 예쁘게 태어났어. 천형사는 둘째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문뜩 냉동고에 있던 아기들이 떠오르고 미안한 마음이 든대.

"'내가 너희 원한을 풀어줄게' 했는데 엄마가 범인이다 보니까 내가 원한을 풀어준 게 맞나 하는 마음이 들더라. 후련한 마음이 아니라 아이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안타까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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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종결된 후 아기들은 프랑스로 보내졌어. 쿠르조 부부는 두 아기를 호적에 올리고 무덤에 묻어줬대. 아기들의 존재를 인정한 거지. 그리고 이름도 갖게 됐어. 형은 알렉상드르, 동생은 또마. 살아있었다면 지금 19살, 20살쯤 됐을 거야.

최근 10년간 자료를 보면 영아 유기는 한달에 10건, 영아 살해는 한달에 1건이래. 어른들의 손에 의해 제대로 된 세상을 만나볼 기회조차 박탈당한 아이들. 그 삶은 누구의 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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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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