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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찐리뷰] "사람 죽였다"는 자백, 집요하게 매달린 형사…움막 살인사건의 진실

강선애 기자 작성 2022.06.17 12:36 조회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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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16일 방송된 '꼬꼬무-살인범의 진실게임, 움막 살인사건'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배우 장희진, 김선영, 래퍼 넉살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제가 사람을 죽였습니다"

2014년 6월 이른 아침,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있는 한 작은 파출소. 간밤에 술을 마시고 진상을 부리는 취객들로 도떼기시장이야. 그런 난리 속에 신문을 펼치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남자가 있었어. 바로 이 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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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차 강력계 베테랑 박동일 형사. 원래는 강력반에 있어야 하는 사람인데, 인사 발령이 꼬여서 파출소에 잠시 머무르고 있었어. 그가 당시 이 파출소에 있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은 만나지 못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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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 박 형사의 눈에 순경이랑 실랑이를 벌이는 한 남자가 들어왔어. 그 남자는 43세 정수호(가명). 작가 지망생이야. 그 남자는 "내가 사람을 죽였다"며 그걸 해결해 달라고 막무가내로 떼를 썼어. 사람을 죽였다고 자백하는데, 다른 순경들이 별로 놀라지도 않아. 알고보니 그 남자는 툭하면 파출소에 찾아와서 자기가 사람을 죽였다고 말하는, 이 파출소의 유명인사래.

박 형사는 그에게 관심을 갖고 밖으로 데리고 나와 살인에 대해 추궁했어. 그런데 이 남자는 "지구와 달의 관계에 대해 아세요?"라며 횡설수설 이상한 이야기만 늘어 놓았어. 한참 이야기를 했는데, 정작 '살인'에 대해 언급하면 입을 닫아. 결국 박 형사도 자리를 털고 일어서려고 했더니, 이 남자가 박 형사를 잡았어. 그리고 "제가 진짜 사람을 죽였습니다. 여러 번 이야기 했는데 아무도 안 믿어줘요"라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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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박 형사는 봤어. 이 남자 눈에 맺힌 살기를. 다른 이야기를 할 때는 눈에 초점이 없는데, 살인 이야기를 할 때 눈에서 광기가 스치는 거야. 뭔가 느낌이 달랐어. 근데 이 남자는 조금만 깊게 사건에 대해 물으려고 하면 입을 또 닫았어. 결국 박 형사는 자신의 명함을 쥐어주고 자리를 떠났어.

며칠 뒤 남자에게서 연락이 왔어. 박 형사는 파출소 근처 국밥집에서 그 남자를 만났어. 근데 또 살인에 대해서는 말을 안하고 그냥 국밥만 먹어. 박 형사가 포기하고 일어서려 하자,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어. 그 때 박 형사와 마주친 눈빛, 그 때 그 눈빛이야.

"제가 어떤 할아버지를 죽였습니다. 2년 전 쯤에 울주 무도산 아래 움막이 하나 있었는데…"

그렇게 말하더니 또 입을 닫고 국밥만 먹어. 박 형사는 자리로 돌아와 고민을 시작했어. 그러다 2년 전에 발생한 '농막 살인 사건'이 떠올랐어. 농막은 농사짓는데 편리하도록 논밭 근처에 간단하게 임시로 지은 집이야. 움막이랑 비슷한 개념이지. 박 형사는 같이 일했던 형사한테 그 농막 살인 사건에 대해 물었어. 2년이 지났는데 아직 그 사건의 범인을 못 잡았다는 답을 받았어.

▲ 움막 살인사건의 범인? 근데 죽인 사람이 한 명이 아니다?

그로부터 2년 전인 2012년 6월 19일. 무도산 근처의 농막에서 한 할아버지가 죽은 채 발견됐어. 시체는 이불로 덮여 있었고,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였어. 부검 결과, 사망 추정 시간은 전날 밤부터 다음날 아침 사이. 사인은 다발성 손상 등으로 인한 과다출혈. 누군가 할아버지의 머리와 얼굴을 둔기로 여러번 내려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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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을 뒤진 흔적이 없어 강도는 아니야. 곧바로 주변 인물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는데, 용의자가 한 명도 안 나왔어. 농막이 외진 산기슭에 있어 CCTV도 없고 목격자도 없었어. 지문 하나 발견되지 않았고, 범행 도구도 못 찾았어. 출입문 난간에서 혈흔과 모발이 발견됐는데, 이는 모두 피해자의 것으로 확인됐어. 이를 통해 범인이 마당에서 할아버지를 공격한 후 방으로 끌고 들어가 눕히고 이불로 덮은 다음에 도주한 것으로 추정됐어. 마당에서 공격당했으니 마당에 흔적이 남아있을 수도 있는데, 하필 그날 밤에 비가 많이 내려서 빗물에 다 씻겨 내려갔어. 그렇게 이 움막 살인사건은 미제로 남았어.

그런데 2년이 지나, 자신이 이 사건의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남자가 제 발로 찾아온거야. 박 형사는 "당신이 사람을 죽였다면, 그 현장을 함께 가보자"고 제안했어. 남자는 아주 흔쾌히 수락했고, 두 사람은 다음날 다시 만났어.

남자는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어. 양복을 쫙 빼입고 무슨 날이나 되는 것처럼 등장했어. 박 형사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남자의 허락하에 촬영을 진행했어. 그날 박 형사가 찍은 영상이 '꼬꼬무'에서 공개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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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막힘없이 움막이 있던 곳으로 박 형사를 안내했어. 지금은 집이 철거된 상태인데, 실제로 살인사건이 일어난 장소가 맞았어. 그리고 남자는 범행 순간을 술술 묘사했어. 밤에 할아버지를 마주한 그는 죽이기로 결심한 후 야구 배트로 쳐서 죽였대. 그리고 시체를 방 안에 넣고 이불을 덮어주고 나왔대. 그의 이야기는 실제 사건과 정확히 일치했어. 범행 현장에 범행 수법까지 알고 있는 남자를 보며 박 형사는 그가 범인이라고 확신했어.

움막에 방문한 후 돌아오는 길에 남자는 2년 전 자신이 살던 집으로 가자고 제안했어. 갑자기 전에 살던 집에 가자는 남자. 그 이유가 정말 충격적이었어. 거기서도 자신이 할머니를 때려 죽였다고 말하는 거야. 이 사건은 움막 살인 사건 두 달 전에 일어난 거야. 이게 사실이면 이 남자가 저지른 건 '연쇄 살인'이라는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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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록조차 없던 사건, 스스로 자백한 남자

박 형사는 남자와 함께 할머니가 살던 집을 찾아갔어. 근데 사람도 집도 아무것도 없었어. 이웃들은 살인 사건과 관련해서는 금시초문이라고 입을 모았어. 박 형사는 그 동네에 접수된 사건들을 모조리 조사했어. 근데 살인사건은 커녕, 폭행 사건도 접수된 게 없어. 이 남자는 자신이 할머니를 죽인 게 확실하대. 죽였다는 사람은 있는데, 죽은 사람은 없어. 이상한 일이야.

박 형사는 포기하지 않았어. 지인과 정보원을 총동원해 할머니를 추적했어. 그렇게 3개월이 흘렸을 무렵, 박 형사는 드디어 할머니를 찾았어. 할머니는 2년 전 머리 충격으로 쓰러진 후 식물인간으로 병원에 있대.

움막 사건이 벌어지기 두 달 전인 2012년 2월 13일. 당시 정수기 업체 직원이 집에 방문했다가 발견한 할머니는 주방 쪽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어. 서둘러 119를 불러 할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졌어. 당시 할머니 가족과 119는 할머니가 주방 벽장에서 뭔가를 꺼내려다 넘어져 머리를 부딪힌 것으로 추정했어. 그런데 응급수술을 마친 의사는 할머니가 몽둥이 같은 것에 맞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경찰에 신고해보라고 조심스럽게 권유했어. 하지만 가족들은 그러지 못했어. 가족들은 치료가 우선이라 생각하고 할머니가 깨어나면 그 때 이야기를 들어보고 결정하자고 했어. 그런데 할머니가 식물인간이 되신 거야. 그렇게 신고를 안했으니, 당연히 사건 기록도 없었던 거지.

이 남자는 당시에 대해 이렇게 진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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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전에 구입해 둔 알루미늄 야구 배트를 들고 들어갔습니다. 할머니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할머니의 뒤 쪽에서 야구 배트로 머리를 내리쳤는데, 할머니가 아주 건강한 분이셨습니다. 계속 때렸는데 안 넘어지고 버텼고, 한 9~10대 때리니까 그제서야 부엌 바닥에 넘어졌습니다. 넘어지는 것을 보고는 저도 갑자기 겁이 나서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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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형사는 이 남자가 범인이라고 확신했지만, 여전히 심증 뿐이었어. 기소를 시키려면 물증이 있어야 했어. 박 형사는 범행 도구로 쓰인 야구 배트를 찾기 시작했어. 남자가 배트를 강에 던져 버렸다고 하기에, 중장비를 이용하고 잠수부를 동원해 강 바닥을 샅샅이 훑었지만 아무것도 안 나왔어. 남자의 옷을 전부 압수해서 일일이 혈흔 반응 검사를 해봤는데, 거기서도 아무것도 안 나왔어. 증거를 찾기 위해 모든걸 다했지만 나온 게 없었어.

그 무렵 우연인지 필연인지, 박 형사는 인사 발령을 받았어. 파출소에서 경찰서 형사 팀장으로, 원래 보직을 찾게 된 거야. 수사할 수 있는 여건은 더 좋아졌지. 본격적으로 박 형사는 주변 탐문에 들어갔어. 이 남자는 대체 어떤 사람인지, 이 남자의 정체부터 알아봤어.

▲ 살인 증거를 찾아라

남자의 주변인들은 하나같이 그가 살인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어. 평범한 집안에서 별탈 없이 자랐고, 공부도 곧잘 했대. 성실하고 온순한 사람이었대. 또 몸관리에 철저해 아침마다 조깅을 했고, 마라톤 풀코스도 완주하는 사람이래. 사건이 일어난 농막도, 이 남자가 아침에 조깅할 때 지나가는 조깅 코스였어. 남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썼대. 남자의 가족은 소설가를 꿈꾸는 남자가 소설 창작을 위해, 감옥을 경험하기 위해 거짓 자백을 했다고도 주장했어.

박 형사는 이 남자의 집에 직접 찾아가보기로 했어. 현관 초인종을 누르려는 찰나, 옆 창문이 살짝 열려있어 안을 들여다 봤는데, 이상한 피켓이 눈에 띄어. 바로 이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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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심사 정확히 합시다"

그 남자는 신문춘예에 여러 번 응모했는데 낙방했고, 거기에 불만이 많았대. 심사에 문제가 있는게 분명하다며 그게 아니라면 자기 작품이 떨어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 그는 신문사에 찾아가서 1인 시위도 하고, 인터넷 게시판에도 항의글을 남기곤 했대. 그래서 그 지역 문학계에서는 꽤 유명한 사람이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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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집에서 또 놀라운 게 발견됐어. 남자가 컴퓨터를 켜고 자기 작품이라며 이것저것 보여주는데, 컴퓨터 바탕 화면에 폴더 하나가 눈에 띄어. '다이어리'라는 이름의 폴더야. 일기장인 거지. 봐도 되냐고 물으니 흔쾌히 봐도 된대. 그래서 일기를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는데, 내용이 지구가 어떻고 달이 어떻고 그런 내용이야. 그런데 그런 이상한 이야기들 사이사이, 뭔가 기괴한 이야기들이 살짝 끼워 적혀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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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대신 죽을 사람들이니까 상관 없다"
"가끔씩 스트레스가 점점 많으니까, 고양이를 해부하면서 사람 공부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시체를 거두려고 갔는데 문이 잠겨 있었고. 산 아래에도 노인이 없어지고 문은 잠겨져 있고"

2013년부터 2014년에 쓰인 일기에는 살인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글들이 적혀 있었어. 이에 박 형사는 살인 사건이 일어난 2012년 당시 일기를 보여달라 요구했지. 그런데 없대. 파출소에 살인 고백을 하러 가기 하루 전에, 다 지웠대.

그 때부터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됐어. 남자를 경찰서로 소환해 강도 높은 심문을 시작했지. 남자는 농막 살인사건 당시의 날씨에 대해 "갈 때는 비가 안 왔고, 살인은 저지르고 난 후 비가 왔다"라고 말했어. 박 형사는 사건 당일 날씨를 확인했고, 남자의 진술과 정확히 일치했어. 이 남자가 그날 그 현장에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추론이야.

박 형사는 이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 알아보려 국과수 법심리과에 분석을 의뢰했어. 남자와 8시간동안 대화를 나눈 심리검사관은 꾸며서 이야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남자의 이야기에 신빙성이 있다고 분석했어. 남자는 이런 말도 했대.

"'카타르시스' 같은 문학적인 용어로 정서가 정화되는 기분 있잖아요. 그 아저씨를 내리칠 때 그 때는 긴장감에 치지만, 그 아저씨가 넘어가면서 누우니까 갑자기 마음이 아주 가벼워지면서. 그 때 제가 그 아저씨 가슴을 발로 막 쳤거든요. 그 때 제 마음이 아주 좋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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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살해 당시의 감정까지 세세하게 표현했어. 박 형사는 남자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지. 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됐어. 박 형사는 더 확실한 증거를 찾기 위해 계속 매달렸어. 동시에 남자가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르지 않도록, 매일 남자한테 안부 전화를 걸며 주시했어. 박 형사는 "내가 이 사건을 하고 있을 때만이라도, 다른 사건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대.

▲ 드디어 잡았다, 자백 1년 6개월만에

그러다 또 한 번의 우연 같은 운명이 찾아왔어. 어느 날 박 형사는 지인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을 방문했어. 그런데 이미 발인까지 끝난 상황이었어. 너무 바빠 날짜를 착각한 거야. 발걸음을 돌리려는 박 형사의 눈에 장례식장 복도 전광판이 들어왔어. 거기서 익숙한 이름 하나를 발견한 박 형사. 식물인간이 되어 병상에 누워있던 그 할머니였어. 박 형사는 아주 우연하게, 그 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된 거야.

박 형사는 유족을 찾아가 간곡히 부검을 부탁했어. 할머니의 한을 풀어줘야 하지 않겠냐, 부검을 하지 않으면 증거가 없어 범인을 벌할 수 없다고. 결국 유족은 부검을 허락했고, 사고가 난지 2년 만에 부검이 이뤄졌어. 결과는 예상대로였어. 고도의 두부손상 후유증과 선상골절흔. 엄청난 충격이 머리에 가해져 머리 꼭대기부터 옆머리까지 골절이 생긴 흔적이 발견됐어. 이 정도 골절은 주방에서 쓰러진다고 절대 생길 수 없고, 높은 곳에서 추락하거나 몽둥이에 여러 번 맞아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어. 그리고 범행 도구는 야구 배트로 추정됐어. 그토록 찾아 헤맸던, 객관적인 증거가 드디어 확보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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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형사는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어. 두 건의 살인 혐의로. 이번엔 구속이 결정됐어. 남자의 고백 이후 무려 1년 6개월만에.

그런데 자기 발로 찾아와 범행을 자백하던 남자가 갑자기 진술을 거부하고 모른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고 입을 닫았어. 앞뒤가 너무 안 맞아. 이 남자의 정신세계가 좀 이상해 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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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는 군 제대 후 정신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었대. 혼자서 중얼거리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갑자기 꺼내기도 하고. 근데 사회생활은 크게 문제가 없으니, 다들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어갔대.

재판이 열렸고, 검찰과 변호인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어. 변호인은 "남자가 정신질환으로 허위 자백을 했다", "어디서 들은 걸 말한 거다", "정황 말고 증거가 없다"라고 주장했어. 그러나 재판부는 박 형사가 촬영했던 100GB가 넘는 진술 영상, 국과수의 진술 보고서, 할머니의 부검 결과 등 여러가지 정황 증거를 받아들여 남자에게 징역 20년 형을 선고했어. 이는 2심과 대법원도 같았어. 법원은 진술의 일관성, 진술과 현장 상황 일치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어.

▲ 우연이 아닌, 선택이 운명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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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남자는 완전 범죄일 수 있었던 사건에 대해 왜 자백을 한 것일까. 남자의 답은 이거였어.

"사람을 죽이면 성공할 줄 알았는데, 성공은 커녕 자꾸 일이 꼬이네요"

그래서 이 사건이 해결되면 자기 일이 잘 풀릴까 싶어 자백했다는 거야. 검사해 보니 이 남자는 마음의 병이 생각보다 심각했어. 심리 분석관은 이 남자에 대해 "환청과 망상 증상이 공고화된, 그 체계들이 잡혀 있는 상황이었다. 망상과 환청이 이게 현실인지 가상인지 이런 부분들에 대한 구별을 못하는 상태였다"라고 설명했어. 그리고 특이한 건, 이 사람의 지능이 굉장히 높았대. 상위 5%. 정신 질환이 있으면서도 티가 잘 안 났다는 거야.

재판이 끝나고 남자는 치료 감호소에 수감됐어. 그리고 지금 7년째 수감돼 치료를 받고 있어.

'꼬꼬무' 제작진은 치료 감호소에 있는 남자에게 연락을 해봤어. 그랬더니 그에게 답장이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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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 가깝도록 이야기하겠습니다.
할아버지 사건과 할머니 폭행 사망사건은 저의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살아온 삶의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유가족분들에게는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대학 졸업하고 머리 두통이 심각했습니다. 몇 년도인지는 모르지만 머리 두통이 심각해 아스팔트에 드러누운 적이 있었습니다. 2022년 지금도 가끔씩 머리에서 소리가 납니다. 약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괴로운 정도는 아닙니다.
지금 치료 감호소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사실 이 남자도 머리가 아프다, 자꾸 소리가 들린다고 여러 번 주변에 호소했었대. 근데 치료 시기를 놓친 거야. 이를 주의 깊게 생각해 그에게 치료를 권하는 이는 없었어. 정신질환이란 게 그렇대. 발병 초기에 제대로 치료만 받아도 일상에 문제가 없을 수 있는데, 쉬쉬 하다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대. 처음에 이상하다 싶었을 때, 적극적으로 치료했다면. 무고한 사람이 희생당하는 일까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

물론 남자의 고통이 아무리 컸다고 한들, 그에게 억울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고통보다는 클 수 없어. 그리고 이들의 억울한 사정은 박 형사가 남자의 말을 무시했다면 영영 풀리지 않았을 거야.

박 형사는 이렇게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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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가 범죄 현장을 보고 지나친다는 거하고 똑 같은 거다 안한다는 건. 사건은 멈춰지지 않는다 해결하지 않으면. 내가 이걸 한 답은 딱 하나다. 경찰이기 때문에. 수사를 하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그래서 한 거다."

박 형사는 우연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선택이 결국 운명을 만들어 낸 것이야.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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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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