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박민영, 다시 찾아온 봄

강선애 기자 작성 2022.04.20 17:59 수정 2022.04.20 18:11 조회 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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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어떤 일에 대해 철저하고 확실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똑소리 난다'고 한다. 배우 박민영(36)은 그 '똑소리 난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배우다. 처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2006년 MBC '거침없이 하이킥'을 시작으로, 지난 15년간 다양한 작품에서 똑소리 나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배우로서 탄탄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 왔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이하 '기상청 사람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상청 사람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이 작품에서 박민영은 여주인공 진하경 역을 맡아,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주체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똑소리 나는' 캐릭터 진하경은 많은 부분에서 박민영과 닮아 보였다. 진하경이 기상청 일에 열정적이고 완벽하게 날씨예보를 해내고 싶어 노력하는 모습에서, 연기를 대하는 박민영의 모습이 겹쳤다. 또 30대 중반의 나이에 사랑과 결혼 앞에서 갈등하는 진하경처럼, 또래인 박민영도 그 연장선에서 비슷한 고민을 품고 있을 것 같다는 동질감이 느껴졌다.

자신을 계절로 비유한다면 "다시 찾아온 봄"이라 정의한 박민영. 그녀의 일과 사랑, 그리고 다시 찾아온 '봄' 같은 현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민영

Q. '기상청 사람들'이 호평 속에 마무리됐는데,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힘든 작품이었어요. 작년 한 해 동안 이 작품에 임하며,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피곤하고 아프기도 했어요. 그만큼 큰 과제를 맡은 기분이었고, 많은 연구를 해야 했죠. 물론 처음에는 헤맸지만, 차츰 저 자신을 믿으면서 하나하나씩 해 나갔고, 결국엔 해냈다는, 완주했다는 안도감이 커요. 함께 해준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죠. 제가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Q.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힘들었던 마음은 다 치유가 됐나요?

지금은 아주 건강한 상태예요. 이게 직업병이란 생각이 들어요. 어쩔 수 없이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할 책임감, 그만큼의 무게인 거 같아요. 그걸 매번 가볍게 짊어질 수는 없어요. 제 자신이 부족할 때도 있고, 벽에 부딪친다는 걸 느낄 때의 충격도 있으니까요. 한두 달간 슬럼프에 빠졌었는데, 그걸 잘 이겨내고 나니 이젠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Q. 그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했나요?

'기상청 사람들'의 제 대본을 보면 1, 2부에는 먹는 '감'을 그려놨어요. 당시 제 핸드폰 배경화면에도 감 사진을 설정해놨고요. 감이 너무 안 잡히는 제 마음의 표현이었죠. 매일 그 생각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현장에 가서 또 헤맸어요. 그렇게 답답해하다가, '초심으로 돌아가자'하며 연기 연습을 처음 하던 때를 떠올렸어요. 연기는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서로 주고받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테니스' 같다고 해요. 그런 기본을 상기시키며, 3, 4부 대본에는 테니스를 그려 넣기 시작했어요. 신인 때로 돌아가서, 어떻게 하면 이 대사를 탄력적으로 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힘을 뺄 것인가, 그런 거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포증도 이겨내고 슬럼프도 조금씩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그렇게 연습과 마인드 컨트롤로 슬럼프를 이겨냈어요.

Q. 그렇게 개인적으로 힘들게 임했던 작품이라, 종영하는 마음이 남다를 거 같아요.

촬영을 마쳤을 당시에는 '완주했다'는 안도감과 성취감, 아쉬움에 눈물이 났어요. 드라마가 방영되는 걸 보면서 그때의 감정이 올라오기도 했죠. 마지막 회는 저 혼자 봤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울었어요.

박민영

Q. 똑 부러지는 성격의 진하경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했고, 어디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고자 했는지 궁금합니다.

진하경이 굉장히 똑 부러지는 성격에 엘리트 코스를 제대로 밟은 캐릭터인데, 공부나 일 말고는 허점이 많아요. 일 때문에 사랑도 놓치고, 둘러보면 친구도 거의 없죠. 그 정도로 일에만 몰두하고, 그 외 친구, 사랑, 가족 등의 관계에 있어서는 허점이 많은 캐릭터예요. 그런 점에 신경 써서 연기하려 했어요. 일에만 미쳐 사는 워커홀릭이지만, 사랑을 만나게 되며 여자로서의 모습도 보이게요. 또 처음 병아리 과장인 모습부터 시작해 차츰 성장해 나가는 '성장캐'의 모습도 보여드리려 했어요. 결국엔 그거 같아요. 가장 우리와 가까운 모습, 똑똑하지만 실수도 많이 하고 잘 틀리고, 틀릴수록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그런 점에 초점을 두고 연기했어요.

Q. 진하경과 박민영이 많이 닮아 보이는데, 캐릭터 싱크로율은 어땠나요? 나이대가 비슷한 캐릭터라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을 거 같아요.

처음에는 진하경과 제가 닮았다고 여겼는데, 오히려 생각보다 달라서 놀랐어요. 닮았다고 생각한 부분은, 일에 열정적이고 일에 있어서 완벽주의자 성향이란 거. 그런 게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는 그 선을 조금 더 넘더라고요.(웃음) 진하경은 자발적인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어요. 그렇게 총괄2팀을 맡았는데 구성원을 다 아우르지 못해 실수하고 부족한 모습들이 나오기도 하죠. 가장 다른 점은 사랑의 가치관 같아요. 진하경은 사랑의 아픔을 한 번 겪은 다음에 다시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데, 그 전의 사랑과 친구처럼 지내게 돼요. 그게 저와는 간극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Q. 진하경은 초반에 사랑보다 일, 후반에는 일과 사랑을 동시에 잡는 스타일이었는데요. 실제 박민영 배우는 어떤 스타일에 가까운가요?

전 예전도 지금도 일이 최우선이에요. 아직까지 제겐 일 다음이 사랑이에요. 일이 너무 재미있어요. 신기하게도 꿈이라는 게 없어질 줄 알았는데, 30대로 넘어간 지금 나이에도 꿈이 하나씩 계속 생겨요. 그 꿈을 이룰 때까지, 또 도전하고 싶고, 한번 더 해보고 싶고 그래요. 아직까지 제 성장드라마는 끝나지 않은 거 같아요.

Q. 새로 생긴 꿈이란 건 어떤 건가요?

제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조금씩 확장시켜 도전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더 이상 몸이 굳기 전에 액션 쪽도 해보고 싶고, 제가 예전부터 좋아하던 '블랙스완'처럼 몸을 쓰는 것도 해보고 싶어요.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니, 외국 작품도 해보고 싶고요. 다 연기에 관련된 꿈이죠.

박민영

Q. '기상청 사람들'에서는 비혼 주의, 결혼, 이혼, 출산 등에 대한 내용들이 현실적으로 그려졌어요. 사랑보다 일이 우선이라 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을 거 같은데요. 이 드라마를 통해 결혼관이나 사랑관에 대해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전 결혼을 해도 저의 삶을 갖고, 연기라는 업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에요. 이 생각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어요. '결혼적령기'라고 말하는데, 요즘 시대에 결혼 적령기라는 건 없다고 봐요. 전 지금, 일하기 딱 좋은 적령기라 생각해요. 다 알지는 못해도 적당히 파악 가능하고, 적당히 여유도 생긴 지금이 가장 일하기 좋은 때인 거 같아요. 이혼, 결혼, 출산 등 굉장히 많은 부분을 드라마에서 다뤘는데, 아직까진 제 얘기 같지 않아요. 그런 걸 보면, 전 조금 멀었나 봐요.(웃음) 특히나 육아 쪽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부부 각자가 자기 일을 열심히 하다가 집에 돌아오면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결혼생활에 대한 로망은 있어요.

Q. 로맨스 호흡을 맞춘 이시우 역 송강 배우를 비롯해, 기상청 총괄 2팀 팀원들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송강 배우는 가능성이 무궁한 루키 같아요. 처음 만났을 때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졌어요. 제가 선배라 불편할 수도 있는데, 서로 대화를 많이 했고 소통이 잘 됐어요. 열려있는 친구고, 이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배우가 되겠구나 싶은, 그런 좋은 느낌을 받았어요. 함께 해서 너무 좋았죠. 총괄 2팀 사람들은 모두가 유쾌했고,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보물 같은 존재들이에요. 제가 지칠 때마다 웃겨 주려 노력한,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죠. 함께 한 우리 팀 모두 정말 최고였어요.

Q. 진하경이 두 번의 사내연애로 온갖 희로애락을 겪는데요, 실제로는 사내연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가 회사를 다닌 적이 없어 사내연애라는 게 공감은 안돼요. 그렇지만 회사가 아닌 학교라는 공간으로 놓고 생각한다면, 편한 점도 있지만 후폭풍 때문에 쉽게 도전은 못 할 거 같아요.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마주치는 광경을 전 참을 수 없어요.

Q. 진하경과 이시우는 7세 연상연하 커플이었는데요. 그렇게 어린 이성의 대시, 실제 박민영도 상관없을까요?

아니요. 상관있을 거 같아요. 전 딱 기준이 있어요. 어떤 음악이 나왔을 때 느끼는 정서를 상대방이 공감을 못한다면, 그건 안 돼요. 위아래로 너무 차이가 나면 저와 공감대 형성이 안 될 거 같아요. 사랑의 벽보다 높은 음악의 벽이랄까.(웃음) 제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어요. 저와 그 향기에 함께 젖을 수 있는, 그런 연령대가 이상적일 거 같아요.

박민영

Q. 기상청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처음이라,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신선했어요.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 기상청에 대한 기존 인식이 변화된 게 있다면요?

가장 큰 변화는, 기상청의 날씨 오보에 화가 나지 않게 됐다는 거예요. 이 예보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아니까요. 골프 라운딩을 잡았는데 비가 오더라도, 전 화내지 않을 거에요.(웃음) 극 중에 진하경이 태풍의 영향력에 대해 예측한 것보다 더 강하게 예보를 하는 장면이 있어요. 예보는 정답을 맞히는게 아니라 국민들의 안전이 우선이란 마음으로, 틀릴 걸 알면서도 사람들이 태풍에 더 대비할 수 있도록 강하게 예보하죠. 그게 저한테는 신선함으로 다가왔어요. 선의의 거짓말로 모두가 안전할 수 있다면, 그게 기상청의 마음이라면, 기꺼이 속고 오보도 감사히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Q. 최근 몇 년간 계속 로맨스 장르 위주로 작품을 하고 있어요. 배우로서 강점을 살려 작품을 선택하고자 한 건가요?

맞아요.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매번 변신하는 것도 좋지만, '이 시간이 아니면 내가 못하는 장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요. 그래서 제가 잘하는 장르를 하되, 좀 더 깊이 있고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전 그 안에서 계속 치열하게 노력을 해왔어요. 제가 잘하는 분야가 확실히 있단 건 축복이라 생각해요. 이 안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어떻게 보면, 좋은 길이지 않을까 싶고, 그래서 더욱더 노력할 생각이에요.

Q. 쉬지 않고 매년 꾸준히 작품을 하고 있는데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촬영장을 가야 제가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느끼고 마음이 편안해요. 때론 거기서 투정을 부리기도 해요. '내가 잠도 못 자고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생각할 때도 있는데, 재미있으니까 할 수 있는 거죠. 이게 오롯이 돈, 명예, 이런 거만 생각한다면 할 수 없는 스케줄도 많아요. 제가 진심으로 이 현장을 즐기고 연기를 즐겨서 가능한 일이라 생각하고,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그러고 싶어요.

박민영

Q. 지금 박민영의 배우 인생을 날씨에 비유한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어요?

많은 계절이 있었고, 지금은 '다시 찾아온 봄'이라 하고 싶어요. 인생이 1년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많은 계절을 지나왔고, 봄이 왔다가 여름이 왔다가, 얼마 전까진 겨울이었던 거 같고. 지금은 다시 찾아온 봄이라고 하고 싶어요.

Q. 2006년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연기 데뷔한 후, 어느덧 15년이 지났어요. 돌아보면 어떤가요? 데뷔 때와 비교해 어떤 점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지, 반대로 배우로서 변하지 않고 지키고자 하는 초심이 있다면요?

데뷔할 때를 생각하면, 전 좀 짠해요. 그래서 그냥 '잘했다', '그 나이에 그 정도면 잘한 거야'라고 칭찬만 해주고 싶어요. 대신 시간이 흘러 최근작일수록 '야, 좀 더 참지 그랬어', '그게 그렇게 힘들었니' 라며 따끔하게 혼내고 싶어요. 계속 그렇게 부족함을 메우는 게 저의 직업인 거 같아요. 15년이란 시간 동안 시청자분들이 절 믿고 성원해주신 만큼, 전보단 나은 연기, 나은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어요.

[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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