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화)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김태리, 널 가져야겠어

강선애 기자 작성 2022.04.08 17:52 조회 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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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널, 가져야겠어"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주인공 나희도(김태리 분)는 백이진(남주혁 분)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가진다'라는 단어가 내포한 복잡다단한 의미를 제대로 모른 채, 나희도는 평소 즐겨 보는 만화책에서나 쓸 법한 표현을 입 밖으로 꺼낸다. 자신이 백이진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사랑인지 우정인지 고마움인지 응원하는 마음인지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뭐든 몸으로 부딪치며 배워나가는 순수하고 씩씩한 희도이기에 내뱉을 수 있는 말이었다.

배우 김태리는, 그런 나희도가 현실로 튀어나온 듯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대면이 아닌 화상으로 진행하는 인터뷰인데도, 모니터를 뚫고 나오는 김태리의 '하이텐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마자 "소리질러~ 호우!"를 외치며 분위기를 끌어 올리더니, 신나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30대 김태리에게서 순수하면서도 거침없고 엉뚱했던 10대의 나희도가 보였다. 나희도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울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김태리가 연기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단숨에 들었다.

김태리가 또 '성공'했다. 영화 '아가씨'로 데뷔작부터 대성공을 거뒀던 그가 '1987', '리틀 포레스트', '미스터 션샤인', '승리호'까지 단 한 번의 실패없이 계속 성공가도를 달리더니, 이번 '스물다섯 스물하나'도 시청자의 뜨거운 사랑 속에 종영을 맞았다.

김태리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운'이라 말했다. 맞는 말이긴 하다. 이 정도로 실패가 없는 행보에는 당연히 운도 필요하다. 하지만 운도 척박한 불모지에서 싹을 틔우진 않는다. 김태리가 배우로서 갖춘 연기력이나 인간으로서 지닌 본연의 매력이 없었다면, 운이라는 싹이 자라 성공이라는 꽃으로 만개하는 일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김태리는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배우다. 현재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배우들 가운데 그와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어려 보이는 외모지만 맡는 캐릭터에 따라 얼마든지 자신을 변화시킬 줄 알고, 이색적인 목소리 톤을 가졌는데 발성과 발음 또한 좋다. 연기력은 물론이거니와, 성격이든 매력이든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김태리다.

우리는 이렇게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그러면서도 연기 잘하는 배우를 놓쳐서는 안된다. "김태리, 널 가져야겠어."

김태리


Q. 오랜기간동안 매달린 '스물다섯 스물하나'라, 종영하는 마음이 남다를 거 같습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장장 7개월의 시간을 거쳐 촬영했고, 펜싱을 6개월이나 배웠어요. 그렇게 오래 준비한 작품을 드디어 여러분 앞에 선보였는데, 끝났다니 믿기지 않아요. 너무 큰 사랑을 주셔서 감개무량하고요. 전 촬영을 종료한 시점에 희도를 떠나 보냈어요. 그래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며, 다시 희도를 리마인드 시키니 재미있어요. 전 원래 작품을 끝낼 때 후회를 잘 안하는 성격이에요. '어쩔 수 없지, 다음에 잘하면 되지' 하며 넘어가는데, 이번엔 그러지 못했어요. 너무 아쉽고, 후회도 되고. 시간을 되돌려서 희도를 더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만큼 이번 작품은 저한테 너무 소중하고 큰 작품이었어요.

Q. 김태리 배우가 워낙 동안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30대의 나이라 10대의 나희도를 연기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10대를 표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놀랍게도 간극이 없었다고 생각해요. 하하하. 촬영을 하면서 관계자 분들한테, 저나 지웅(최현욱 분)이 승완(이주명 분)이처럼 극 중 고등학생으로 나오는 친구들의 케미가 어떠냐고, 고등학생으로 보이냐고 물어보곤 했어요. 다들 실제 나이는 고등학생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질문하면 "네가 제일 고등학생 같다"고들 하더라고요. 그럼 성공 아닌가요?(웃음) 저도 걱정했던 지점이에요. 제가 잡은 희도의 텐션이 너무 높은 반면 다른 친구들은 다운돼 있어서, 저나 애들이 이상해보이지 않을까, 그 지점을 처음에는 많이 걱정했어요. 근데 오히려 희도가 방방 띄워주니 중심이 잡힌다고, 다같이 고등학생처럼 보인다고 해서, 계속 그렇게 연기했어요. 희도의 말투나 억양은 따로 신경쓰는 거 없이 자유롭게 했어요. 예전에 '미스터 션샤인'에서 고애신은 제가 억지로 톤을 엄청 낮춰서 연기했었는데, 희도는 그런 게 없어서 편했어요.

Q. 그럼 나희도는 실제 김태리와 많이 비슷한 건가요?

많이 닮긴 했어요. 희도가 한 대사 중에, 진짜 제가 예전에 한 말들도 많았어요. 희도의 행동들 중에 공감이나 이해가 안가는 부분들이 없었어요. 희도의 면을 제가 많이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김태리

Q. 펜싱선수 역할 준비를 오래 했다고 했는데, 어떻게 준비했고,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궁금해요.

대단히 노력했죠. 누가 해도 이건 못 따라온다, 할 정도로 했어요. 그 노력이 억지로 한 게 아니라, 이 드라마를 너무 잘 만들고 싶고 희도란 친구를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그렇게 만들었어요. 펜싱을 빼곤 희도를 설명할 수 없어요. 펜싱으로 희도의 자아, 정체성이 형성되고 성격이 만들어지고, 펜싱은 희도에게 부모의 역할도 하는 대단한 존재예요. 그런 펜싱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실제로 펜싱을 배워보니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이걸 잘 소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우리 드라마는 펜싱드라마로, 정말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컸고, 그래서 더 열심히 했어요.

Q. 나희도라는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특별히 중점을 뒀던 부분은 뭔가요?

제가 연기를 하며 늘 어려움을 느끼는 두가지 지점이 있어요. 하나는 엄마와의 관계가 있는 역할, 두번째는 사랑이에요. 전 지금까지도 사랑을 잘 모른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할 때 제가 경험한 것들에서 힌트를 얻는 편인데, 제가 겪은 사랑은 한가지라 데이터가 너무 적어요. 더 여러가지의 사랑을 경험해봤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항상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 두려워요. 그래도 제가 희도를 만나고 나름 답을 찾은 게, '얘도 사랑을 모른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그냥 저처럼, 사랑을 모르는 상태로 하면 되겠다, 희도도 백지 상태에서 시작해 점점 쌓아가는 애니까,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대본만 잘 쌓아가자, 그런 생각을 했어요.

Q. 희도를 비롯해 고유림(보나 분), 문지웅, 지승완 등 '태양고즈'의 케미를 많은 시청자들이 좋아했는데요. 배우들간의 호흡은 어땠나요? 매번 촬영장에서 막내뻘이었는데, 이번에는 제일 누나, 언니의 자리였는데요.

나이가 제각각이었는데, 다 18살로 만났죠.(웃음) 좋은 인연인 거 같아요. 촬영장에선 장난 치면서 많이 놀았어요. 게임도 하고, 서로 밥값이나 커피차 쏘는 내기도 하고요. 바로 전에 영화 '외계+인'을 찍었는데, 거기엔 많은 선배님들이 있었고 제가 막내였어요. 그래서 제가 뭘 신경 쓸 거 없이 선배님들이 다 이끌어 주셨는데,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선 제가 맏이더라고요. 전 잘 못했어요. 아직 부족한 사람 같아요. 새삼 선배님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제가 맏이의 의무를 잘 못 한 거 같아 배우들에게도 스태프들에게도 미안해요.

김태리

Q. 싱그로운 청춘 로맨스를 만든 상대역, 남주혁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는지요?

최고였고, 너무 좋았어요. 주혁이는 너무 좋은 배우고 배울 점이 많은 친구예요. 이렇게 같은 작품으로 만나지 않았다면 몰랐을 부분을 알게 돼 너무 좋았고, 앞으로도 너무 잘 해나갈 거라 생각해요.

Q. 나희도와 고유림의 워맨스도 화제를 모았죠. 보나 배우는 어떤 후배였나요? 앞서 보나 배우가 김태리 배우에 대해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라 느꼈다고 인터뷰도 했던데요.

보나랑 고유림은 디졸브가 됐던 거 같아요. 전 배우로서 그것도 좋은 지점이라 생각해요. 전 그게 잘 안 되거든요. 보나가 절 진짜 사랑해줬어요. 고유림이 나희도를 사랑하듯, 보나가 절 많이 사랑해줬어요. 그런 사랑을 받으며 저도 의지를 많이 했어요. 걔가 그렇게 말했다니, 저도 걔한테 도움이 됐구나 싶어서 기분이 너무 좋아요.

Q. 딸이 김씨라, 처음부터 나희도가 백이진과 사랑을 이루지는 못한다는 결론을 깔고 이야기가 진행됐는데, 팬들은 백이진이 아빠가 될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을 잡고 가다가, 결국엔 '새드엔딩'이라며 크게 실망했어요. 김태리 배우는 드라마의 엔딩, 이루지 못하는 사랑, 이런 거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너무 슬프죠. 저도 작가님한테 많이 찡찡댔어요. 밝은 장면들을 리딩하며 깔깔대고 설레 하다가, 제가 끝에 항상 "이런데 왜! 그냥 사랑하게 해줘요!"라고 소리지르고 그랬어요. 근데 어쩌겠어요. 그게 이 작품의 의도이고, 작가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인데.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현실을 말하고 싶은 거죠. 전 우리 드라마가 만화 같다고 생각했어요. 대사나, 캐릭터나, 영상의 색감이나, 그런 게 만화처럼 비현실적이고 판타지 같죠. 희도의 청소년기가 그렇게 만화적이었다면, 새천년이 되고 세상이 변하는 걸 보고 희도가 '나도 변하고 싶다'면서 첫키스를 해요. 그게 희도가 만화적인 세상에서 현실에 발을 디디는 거라 생각했어요. 어른이 되어가는, 그 선을 넘는 거죠. 그것은 이미 어른이 된, 우리가 모두 넘은 선이기도 하고요.

김태리

Q. 이번 작품이 큰 사랑을 받았지만, 일각에서는 미성년자와 성인의 사랑이라는 지적이 있었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진이와 희도의 사랑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봐야 할 거 같아요. 그 둘의 특별한 관계성에 대해서요. '사랑'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그 단어를 너무 작게 사용하는 거 같아요. 이성애적인 사랑, 남녀간의 연애의 감정으로서 사랑도 있지만, 친구간의 사랑, 가족이나 동물에 대한 사랑도 있잖아요. '사랑'이란 말은 진짜 대단해요. 희도가 이진과의 관계를 사람들이 구분 지은 단어로는 설명할 수가 없다며, '무지개'라고 말하죠. 이진에게는 그 모든 걸 포용할 수 있는 단어가 '사랑'이기에 무지개는 필요 없다고 표현했던 거고요. 이 때의 사랑을 연애감정의 사랑이라고 치면 너무 작아요. 그런 사랑을 하다가, 희도가 현실의 선을 넘고 성인이 되면서, 흔히 말하는 국소적인 의미의 사랑으로 좁혀졌다고 생각했어요. 그 사랑도 위대하긴 하지만, 현실의 끝은 이별이었죠.

Q. 이번 작품이 배우 김태리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 스스로 어떤 성장을 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성장을 했는지 까지는 모르겠는데, 배운 건 진짜 많아요. 전 지금까지 스트레스를 받으면 지워버렸어요. 그게 다시 절 앞으로 걸어 나가게 하는 힘이라 생각하며, 망각하려 했죠. 이번에는 잊고 싶지가 않아요. 제가 고민한 거, 스트레스 받은 거, 그걸 잊지 않고 다 짊어지고 가고 싶어요. 또 그게 감사하다고 느껴져요. '내게 이런 커다란 고통을 주다니, 이 작품 감사하다. 하길 잘했다' 이런 기분이에요. 지금까지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이게 저에게 어떤 결과로 올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다음 작품을 해봐야 알겠죠. 지금은 제가 조리기간이에요.(웃음) 너무 힘들어서, 빠진 기를 다시 모으고 있어요.

Q. 출연작이 계속 성공했어요. 본인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데, 천운도 따르는 거 같아요. 스스로 생각하는 '나는 어떤 배우' 인가요?

전 진짜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물론 제 재능이나 노력도 필요했겠지만, 운이 없었어 봐요. 절대 안 됐을 거에요. 이런 행운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는데, 이게 너무 좋다거나 너무 부담스럽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놀라워요. 이 운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그렇다고 두렵지도 않아요. 언제든 한 번은 고꾸라질 걸 알고 있으니까요. 계속 잘 될 수는 없는 거잖아요. 하하하.

김태리

[사진제공=매니지먼트mmm]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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