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우리 충분히 잘 살고 있구나…" 배우 박해준이 전하는 위로

강선애 기자 작성 2022.03.09 13:29 조회 4,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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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준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박해준은 연기하는 캐릭터에 맞춰 자신을 변신시킬 줄 아는 배우다.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tvN드라마 '미생'에서 가장 현실적인 직장인이었던 천관웅 과장, '나의 아저씨'에서 눈빛이 선했던 스님 겸덕, 영화 '화차'의 악랄한 사채업자, '독전'의 마약 중개자 박선창 등 선역이든 악역이든 자연스럽게 배역에 녹아 들었다. 특히 그의 인지도를 가장 높인 작품,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김희애와 한소희 사이에서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외쳤던 뻔뻔한 불륜남 이태오 캐릭터도 빼놓을 수 없다.

어떤 배역이든 척척 해내던 박해준이 이번엔 '찌질한' 40대 백수로 돌아왔다. TVING오리지널 드라마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에서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44세의 나이에 웹툰 작가에 도전하는, 남들이 보면 그저 한심하고 찌질해 보이는 백수 남금필 역으로 파격 변신을 시도했다. 데뷔 16년만의 첫 단독 주연작이다.

실제 40대의 나이이지만 훤칠한 키와 뚜렷한 이목구비로 '잘생긴 중년'으로 여겨지는 박해준이 후줄근한 추리닝을 입고 더벅머리를 벅벅 긁으며 남금필로 거듭났다. 남금필 의상으로 실제 자신의 트레이닝복을 입기도 했다는 박해준은 그렇게 우리 주변 어딘가에 있을 법한,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 남금필을 탄생시켰다.

박해준이 이 작품의 출연을 고민없이 한방에 결정한 이유는 '현실적'인 이야기에 끌렸기 때문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남금필과 그 가족의 이야기, 드라마틱한 사건은 없어도 소소하게 일어나는 사건들 안에서 상처받기도, 하지만 그걸 이겨내고 함께 웃는 우리네 이웃들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 작지만 공감 가는 이야기가 어떤 위로를 전해주는 지 잘 알기에, 박해준은 이 작품과 남금필을 선택했다.

박해준

▲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이하 '아직 최선') 대본을 받은 날 저녁에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하던데요. 남금필의 어떤 매력 때문에 출연을 단번에 결정했나요?

근래에 보기 힘든 대본이었어요. 제가 살고 있는 현실과 조금은 가까운 이야기, 그런 작품에 목이 말라있던 차에 이 작품을 봤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죠. 남금필을 내 주변에 있는 이웃처럼, 가족들 중에 꼭 하나 있을 법한 사람으로 생각될 수 있도록 리얼하게 표현해보자 했어요. 배우로서 이미지 같은 것에 대해서는 원래부터 잘 생각하지 않는 편이라, 남금필이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편함을 많이 살려 연기해야겠다 생각했죠.

▲ 다소 무겁고 선 굵은 연기를 선보였던 전작들과 달리, 말씀한대로 이번 작품에서는 리얼한 생활 연기로 변신에 성공했어요. 남금필을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뭔가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드라마에 나오는 잘생기고 예쁜 배우들이 찌질한 역할을 하는 걸 보며, 제가 공감이 안돼 "에이, 저게 뭐야" 할 때가 있었거든요. 혹시나 제가 연기하는 남금필이 시청자를 이해 못 시키고 "말도 안 돼" 하는 거부감을 들게 할 까봐, 걱정이 있었어요. 그렇다고 또 너무 과하게 연기하면 캐릭터 자체에서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고요. 그 적정선을 찾느라 처음에 감독님과 고민을 많이 나눴어요. 다행히 어느 순간 적정선을 찾았고, 그러면서 좀 더 인물에 대해 표현이 잘 됐던 거 같아요.

▲ 남금필은 찌질하고 한심하게 보이는데, 또 따뜻하고, 자유롭고, 다소 괴짜스럽기도 합니다. 하나로 정의 내리기 힘든 캐릭터인데요. 남금필 캐릭터를 어떻게 분석했고 준비했나요?

가장 나다운 걸 많이 찾으려 했어요. 제가 표현할 수 있는, 평소 리얼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좀 눈 여겨 봤다가, 실생활 같은 연기로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했어요. 남금필은 찌질하고 한심하고, 어떻게 보면 욕을 먹을 수도 있는 인물이에요. 조금 욕을 먹되, 그게 지나고 나면 웃음이 나고 동정이 가는 그런 인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거기에 더해, 시청자분들이 거부감이 없을 수 있도록 약간의 귀여운 매력을 주고자 연기했던 부분도 있어요.

▲ 평소 자신의 생활 모습에서 남금필을 찾으려 했다는 게, 어떤 부분인가요? 예를 하나 들어주세요.

제가 편안한 걸 좋아해요. 남들한테 보여지는 모습을 예민하게 따지지도 않는 편이고요. 집에서 구멍 난 추리닝을 입기도 하는데, 금필이가 입은 옷 중에 제가 집에서 입는 추리닝도 있어요. 스타일리스트가 허름하다고 가져온 의상보다, 제가 직접 가져간 추리닝이 더 허름해서 그걸 입고 찍었어요.(웃음) 그런 부분들이 금필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박해준

▲ 남금필은 그렇게 한심해 보이긴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자기가 하고싶은 걸 하려 애쓰는 모습을 응원하게 만드는 캐릭터입니다. 박해준 배우는 그런 금필의 도전을 어떻게 보는지, 자신이라면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을 런지요?

전 제가 하는 일을 과감하게 뿌리치고 도전하는 데는, 나약한 사람 같아요. 그래서 이 역할이 탐이 났는지도 모르겠어요. 이 인물이 성공으로 가는 길에서 벗어난 지점으로 자꾸 가지만, 개인적으로는 하루하루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알차게 살아요. 금필이가 한심하고 어수룩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그림을 그릴 땐 밤을 새우며 열심히 그리죠. 이렇게 열심히 사는 금필이기 때문에, 그의 과감한 결정을 응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박해준 배우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연기를 그만 둘 마음은 없다는 말이죠?

과거엔 있었는데 지금은 어려울 거 같아요. 예정된 다음 작품도 있어서요.(웃음) 한 1년 전만 해도, 매번 '이 작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라고 생각했어요. 배우는 누군가가 안 찾아주면 안되는 직업이니까요. 그래서 그 때는 오히려 홀가분하게, 지금 하는 이 작품이 마지막일 수 있다 생각하고, 언제든지 배우를 그만둘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았어요. 지금도 죽기 전까지 배우를 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대신 조금 더, 마음이 여유롭게 살아갈 방법을 매일매일 생각해요.

▲ 그럼 당장 연기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 나중에라도 뒤늦게 도전해보고 싶은 꿈은 있나요?

배우 일을 남들보다 좀 늦게 시작해서 아직은 다른 꿈을 꾼다는 건 언감생심예요. 먼 훗날을 생각해 본다면… 나이를 먹고 자식들은 다 키워놓고, 강원도에 조그마한 맥주집 하나 내서 아내랑 둘이 지내고 싶어요. 낮에는 맥주한잔, 밤에는 물고기 잡으면서요. 그런 편안한 삶을 꿈꿔요.

박해준

▲ 남금필과 박해준 배우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되나요?

남금필이란 인물이 저와 다른 면들이 있어서 이 작품을 하게 됐고, 이 남금필을 하며 제가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해볼 수 있어 나름 자아실현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 면에서는 남금필과 제가 거리가 있는데, 또 어느 정도는 비슷한 면도 많아요. 주변 시선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사는 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것과 제가 좋아하는걸 구별하고 제가 좋아하는 거 위주로 살려고 하는 거, 그건 좀 비슷한 거 같아요. 후한 점수를 줘서 싱크로율은 50% 정도. 그 정도면 반은 금필처럼 살고 있다는 이야기이니, 많이 비슷한 거 아닌가요?

▲ 아버지 남동진 역 김갑수, 딸 남상아 역 박정연 배우와의 연기호흡은 어땠나요?

그 분들을 생각하면 그냥 흐뭇해져요. 이상하게 기분 좋아지는 두 배우예요. 딸 상아의 연기를 보며 공감가고 좋다는 느낌을 받은 분들이 많을 거예요. 저 역시 현장에서 딸의 연기를 보며 너무 예뻤고, 좋은 마음씨를 가진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투명하게 보인다는 건 배우로서 큰 장점이에요. 앞으로가 기대되는 좋은 배우예요. 아버지 김갑수 선생님과의 만남은 참 즐거웠어요. 처음엔 어떤 분인지 몰라 어른이시니 어려울 줄 알았는데, 만나고 몇 분 안돼 이 분과 같이 연기하면 즐겁겠구나 생각했고, 실제로 즐겁게 촬영했어요. 우리 남가(家) 가족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하고 흐뭇해요.

▲ 박해준 배우는 악역도 선역도, 불륜남도 순정남도, 모두 연기할 수 있는 스펙트럼 넓은 연기력을 갖췄는데요. 어떤 연기를 할 때 마음이 좀 편한가요? 선호하는 캐릭터가 있나요?

희한하게 전 그게 다 재밌어요. 악역이든 '부부의 세계' 태오든 남금필이든, 제 현실과는 다른 인물이라 그 역할을 할 때 나름의 자유로움, 카타르시스 같은 게 있어요. 그 인물로 들어가 그 바다에서 즐겁게 헤엄치다 나오면, 작품 하나가 끝나 있어요. 전 그 순간이 즐거워서 한 건데, 어떻게 하다 보니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됐어요. 제가 다른 편에 서서 공감하고 생각하는 일을 좋아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여러가지 역할을 맡을 수 있는 배우가 참 잘 맞는 거 같아요.

박해준

▲ 최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평소 열심히 노력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는데요. 드라마 제목처럼,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은 건가요?

제가 작품을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에 대한 틀을 명확하게 잡지 않는 편이에요. 어떤 배우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어딜 가서 실제 체험을 하기도 한다던데, 전 캐릭터의 감정이나 상황을 이해하려 할 뿐이지 그들처럼 그렇게 노력하지는 않아요. 전 틀을 정하지 않고 각 장면마다 일어나는 상황, 그 때 그 때 떠오르는 걸 자유롭게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명확하게 준비하지 않아 더 편안한 연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운이 안 좋으면 정말 연기가 안 풀릴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스스로 많이 자책하죠. 이런 걸 보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스타일의 배우는 아닌 거 같아요.

▲ 이 작품이 백수 남금필의 코믹적인 부분들이 부각되긴 하지만, 그 속에 가장의 현실, 가족 간의 사랑, 뒤늦은 꿈을 실현하는 과정 등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가 그려져요. 시청자들이 보고 어떤 부분에 공감하길 바라나요?

제가 라디오를 듣는 걸 좋아해요. 거기에 수많은 사연들이 있거든요. 그 중에는 저랑 똑 같은 경우도 있고, 제가 겪지는 못했지만 이해되는 내용도 있죠. 그 사연들을 들으며 위안을 많이 받아요. '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많구나' 하면서요. 남금필을 보면서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내 주변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남금필이 살아가는 모습, 웃기기도 상처받기도 하는 그런 삶을 보면서 공감도 하고, '우리 충분히 잘 살고 있구나' 하며 위안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아직 최선'이 이제 6화까지 공개됐는데요. 앞으로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보면 좋을까요?

금필이 아버지와의 관계, 딸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를 통해 변화하고 좀 철이 들어가는 과정이 펼쳐져요. 연기한 저도 마음이 아파 촬영하는 동안 힘들었는데, 그런 감정을 잘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극이 전개될수록 각 배우들의 연기, 작품이 가지고 있는 신선함과 리얼함, 마음을 울리는 감동들이 후회 없을 겁니다. 많은 분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주면 좋겠어요.

[사진제공=TVING]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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