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재미있으면 됐다"…이서진, 이렇게 코미디에 진심이었다니

강선애 기자 작성 2022.02.11 15:45 수정 2022.02.11 16:13 조회 4,038
기사 인쇄하기
이서진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티빙(TVING) 오리지널 드라마 '내과 박원장'의 포스터가 공개된 후 배우 이서진의 놀라운 변신이 큰 화제를 모았다. 타이틀 롤인 의사 박원장 역을 맡아 근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포스터 속 이서진의 모습에서 단번에 시선이 꽂힌 건 시원하게 공개한 민머리였다. 그가 파격적인 민머리 분장까지 감행한 모습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서진이 전재산을 탕진한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이서진은 '다모', '이산', '불새' 등의 히트작에서 멋진 남자 주인공을 연기해 여심을 사로잡은 배우다. 최근 10년 동안에는 예능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윤식당' 등 나영석 PD의 예능에 단골 출연하며, 까칠하고 잘 투덜거리지만 주변을 세심하게 챙기는 '츤데레'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배우로서도 예능인으로서도, 이서진은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였다. 그런 그가 '내과 박원장'을 통해 제대로 망가졌다.

민머리 분장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서진은 코미디 시트콤 장르인 이번 작품에서 여장도 하고, "내가 고자라니!"라고 외치는 인터넷 인기 '짤'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내과 박원장'을 선택한 이상, 이서진의 망가짐은 예상된 일이었지만, 이 정도까지 소화할 줄은 몰랐다. 이서진은 오로지 '재미'를 위해, '내과 박원장'의 주인공 박원장으로서 온몸을 내던졌다.

이서진은 왜 '내과 박원장'을 선택했을까. 이렇게 대놓고 웃기는 코미디 장르를 왜 지금 이 시점에 도전한 걸까. 민머리 분장을 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서진에게, 물었다.

이서진

Q. 이서진 배우가 코미디 장르인 '내과 박원장'을 선택한 게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는데요. 왜 이 작품을 선택한 건가요?
코미디 대본이 저한테 왔다는 게 굉장히 새로웠어요. 주변 젊은 친구들한테 대본을 보여줬더니 재미있다는 소리도 들었고, 제 감성보단 젊은 감성에 의존해야겠다는 생각에 '내과 박원장'을 선택하게 됐어요.

Q. 젊은 친구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계기라기 보단, 요즘 젊은 친구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놀라울 정도로 똑똑한 친구도 많고, 중년인 저희랑은 다르더라고요. 이제 시대를 이끌어갈 친구들인데, 우리가 그 친구들한테 맞춰줘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젊은 친구들한테 새로운 걸 보여주고도 싶었고, 시대가 바뀌고 있으니 연기도 그쪽에 맞춰 해봐야겠다 생각했어요.

Q. 이렇게 완전한 코미디 연기를 한 적은 없잖아요. 지금 이 시점에 코미디 연기에 도전한 이유도 궁금해요. 코미디 작품 제의가 안 들어왔던 건가요, 본인이 신중했던 건가요?
그동안 코미디가 아예 안 들어온 건 아니고, 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들어왔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로코는 서양 정서이고 한국 정서랑 안 맞는다고 여겨 그동안 고사해왔어요. 이번 '내과 박원장'은 B급 정서의 코미디이고, 많이 시도하지 않은 분야라 재미있을 거 같아 하게 됐어요.

Q. 파격 민머리 분장으로 화제를 모았죠. 이런 분장까지 감내하는 이서진 배우가 '전재산을 탕진한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는데요. 민머리 분장,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대본을 먼저 보고 원작 웹툰을 봤는데, 민머리가 박원장의 상징적인 모습이더라고요. 그 분장을 계속할 순 없지만, 한 번은 살려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작진에게 하겠다고 했고, 그 분장으로 나와 사람들이 웃을 수만 있다면 재밌을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Q. 그렇게 민머리 분장을 해보니 어떻던가요? 자신의 모습을 봤을 때의 느낌이 궁금합니다.

사실 전, 더 웃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저 자신한테 실망했어요. 분장을 하기 전에 시뮬레이션으로 만든 사진이 있었는데, 그 사진을 처음 봤을 때는 조금 충격이었어요. 너무 웃길 거 같기도, 슬플 거 같기도 했죠. 그런데 실제로 분장을 해보니 그 사진보다 어울리게 잘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덜 웃긴데?" 하며 실망했어요.(웃음) 배우로서 그런 분장을 한다는 건 창피한 게 아니에요. 많은 분들께 재미를 드렸다면 성공인 거고, 앞으로도 재미를 드릴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더 할 생각이에요.

이서진 전재산 탕진 의혹, 왜?…"완전히 다 내려놨네

Q. 민머리 분장뿐만이 아니라, 여장도 하고, '내가 고자라니!' 패러디도 했잖아요. '현타'가 온 순간은 없나요?
민머리보단 여장이 저한텐 더 힘든 부분이었어요. 민머리는 그냥 웃기면 되는데, 여장은 제가 봤을 때 제가 좀 더럽게 느껴지더라요.(웃음) 고자 패러디는, 사실 현장에 가기 전까진 그런 짤이 있는지 몰랐어요. 촬영 현장에서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내가 재미있게 잘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원작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나름 열심히 준비했고 열심히 연기했어요.

Q. 이렇게 코미디에 치중한 연기는 처음이었는데, 어땠나요? 이게 웃길까, 혹은 너무 과하진 않을까, 그런 고민이 많았을 거 같아요.

고민은 계속 했어요. 전 '무조건 웃기고 재미있어야 한다'며 어떻게 하면 더 웃음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이게 보는 사람도 재미있어야 하는데, 하는 저희만 웃길까 봐 그게 신경 쓰였죠. 그래서 전 서준범 감독을 전적으로 믿고 가고자 했어요. 감독이 대본도 쓰고 연출도 하는데, 감독이 재미있다고 하면 거기에 맞춰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죠. 같이 호흡한 배우들 모두가 어떻게 하면 잘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연기했는데, 다들 재미있는 분들이라 현장이 굉장히 즐거웠어요.

이서진

Q. 대중은 이서진 배우의 드라마 속 멋진 모습에 익숙한데요. 멋진 캐릭터와 코믹한 캐릭터 중 어떤 연기가 더 편한가요? 또 평소 모습은 둘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 궁금합니다.
드라마상의 멋진 캐릭터는 사실 현실에 없는 캐릭터라 더 어려워요. 친숙하고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역할을 하는게 더 편하고 좋아요. 그런 면에서 박원장 캐릭터가 더 와닿는 게 많았어요. 전 기본적으로 진지한 걸 싫어해요. 재미만 추구하죠. 연기할 땐 재미와 감동을 다 보여줘야 하지만, 실제 모습에선 감동은 필요 없고 재미만 추구해요.(웃음)

Q. 박원장 캐릭터에서 와닿는 게 많았다는 건, 어떤 부분인가요? 특히 공감됐던 점이 있나요?
초짜 개업의인 박원장은 월세라던지 여러 가지 생활비, 유지비로 나가는 돈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저도 그런 마음이 있어요. 박원장 못지않게 아끼는 버릇이 있어서, 어떻게 하면 전기를 아낄까, 어떻게 하면 유지비를 줄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비슷해요. 박원장처럼 빚이 늘어나는 건 아니지만, 박원장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갔어요.

Q. 언급한 대로, 박원장은 여느 의학드라마와 달리, 개업의의 현실적인 고충을 코믹하게 풀어냈다는 게 차별점이에요. 박원장이 의술과 상술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는데요. 어떤 생각으로 연기에 임했나요?
박원장은 개업 초기 의사의 삶에 중점을 맞춰서 제가 의술을 보여드리는 장면은 거의 없고, 40대 중년에 개업한 의사의 힘든 삶을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이 박원장을 연기하면서 다른 의사 분들이 궁금해졌어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개업 초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직업이든 힘든 건 있구나, 의사 선생님들을 존경하지만 이 분들의 삶도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구나, 그런 생각들을 했어요.

Q. 동료 배우들과의 케미도 돋보였는데요. 병원 공간에서는 차청화, 서범준, 김광규, 신은정, 정형석 배우와, 집 장면에서는 라미란, 주우연, 김강훈 배우와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요?

병원 신에서는 여러 사람이 나오다 보니, 촬영 안 할 땐 서로 노느라고 정신이 없었어요. 제가 또 광규형이랑 가깝고, 신은정 씨도 잘 알아요. 차청화 씨는 텐션이 워낙 높잖아요? 그들과 함께 하는 촬영장은 정말 즐거웠어요. 집 신에서도 같이 놀았던 기억이 많아요. 아내 역할이었던 라미란 씨와 연기는 처음이지만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고, 아들 역할이었던 주우연, 김강훈은 제가 놀리기도 하고, 같이 놀면서 촬영했어요. 큰 아들이 연기하는 게 너무 웃겨서 NG도 많이 났어요.

이서진

Q. '내과 박원장'이 OTT 드라마이다 보니, 처음 의도했던 대로 주로 젊은 층에서 찾아보고 있는데요. 젊은 친구들의 반응을 몸소 느끼기도 하나요?
제가 가끔 식당 같은데 가면, 나이 든 분들은 제게 "요즘 왜 안 나오냐" 하시고, 젊은 친구들은 "박원장 파이팅!"이라고 해줘요.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맞구나, 생각했어요.

Q. 최근 10년 사이 예능 쪽에서 맹활약했는데, 연기로도 완전 코미디 장르인 '내과 박원장'을 선택한다는 것에 고민은 없었나요? 예능적인 이미지가 더 굳어질 수도 있다는 부담이 있었을 거 같아요.
예능적인 이미지가 굳어진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예능은 예능이고 연기는 연기니까요. 간혹 '예능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드라마가 안 어울린다'는 댓글이 있긴 한데, 전 크게 부담스럽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예능을 언제까지 할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냥 시기가 맞아 하는 거죠. '내과 박원장'은 예능과 전혀 상관없이,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재미있는 대본이 들어와서 선택한 거지, 다른 큰 의미는 없어요.

Q. 그럼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어떻게 되나요? '재미'인가요?

요즘은 무조건 제가 하면서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선택해요. '내가 이 작품을 하면, 내 자신이 재미있게 열심히 할 수 있겠다' 싶은 작품으로요. 어릴 땐 방송국도 몇 개 없고 작품 수가 정해져 있어서, 잘되는 작품 위주로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지금은 방송국도 OTT도 많잖아요? 이젠 그런 거에 구애받지 않고, 제가 하면서 재미있을 작품으로 선택하려 해요.

이서진

Q. 1999년에 데뷔해서 벌써 배우 활동을 한 지 20년이 넘었어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시간이 정말 금세 지나간 거 같아요. 전 그렇게 일을 많이 한 스타일은 아닌데도, 지금 와서는 너무 일만 했나 싶기도 해요. 젊은 배우 후배들을 만나면, 일 좀 줄이고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가지라고 말해줘요. 그때 즐기는 것과 지금은 다르다고, 충분히 즐겼으면 좋겠다고요.

Q. 젊었을 때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거나 추억을 남기지 못한 아쉬움이 있는 건가요?
전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보내서 괜찮은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너무 바쁘고 못 즐기는 거 같아요. 인터넷이 발달하고 주변에 보는 눈이 많아서, 어딜 가든 SNS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니 사생활이 없어진 거 같아요. 그래서 개인 시간을 즐겁게 못 지내는 거 같아 안타까워요. 가까운 후배 배우 중에 (박)서준이를 만났을 때도 그런 말을 해줬어요. 잘하는 건 좋은데 너무 일이 많은 거 같다고, 좀 쉬라고요.

Q. 이서진 배우에게 '내과 박원장'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지, 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주세요.
이름이 타이틀에 들어간 작품을 몇 개 했었어요. 그 가운데 '이산'으로 오래 남았는데, 이번에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준호가 정리를 싹 해줬죠.(웃음) 이제 어딜 가면 절 '박원장'이라 불러요. '이산'만큼 오래 가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 '박원장'으로 여운이 좀 남지 않을까, 그 이름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더더욱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계획이에요. 코미디든 정극이든 해서 재미있을 거 같은 거, 저한테 새로운 도전이라기 보단, 보는 분들이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사진제공=TVING, 후크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광고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