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기계적으로 일하고 있다" 느낀 순간, 이준영의 통렬한 자기반성

강선애 기자 작성 2022.01.25 17:55 수정 2022.01.25 23:16 조회 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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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영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이준영은 아이돌 출신이다. 2014년 그룹 유키스 멤버로 합류했고, 2017년 KBS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더 유닛'에서 춤, 노래, 랩 등 모든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최종 1위로 데뷔조 멤버에 발탁돼 프로젝트 그룹 UNB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이준영의 아이돌 활약은 대중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아있지 않다. 그의 합류 후 유키스는 국내 활동이 미비했고, UNB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그룹으로 성장하지 못한 탓이다.

이준영의 진가는 연기 활동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7년 tvN '부암동 복수자들'을 통해 정극에 데뷔한 그는, 연기했던 이수겸 캐릭터가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으며 인지도가 확 높아졌다. 이후 그는 OCN '미스터 기간제', SBS , KBS '이미테이션',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외쳐, 조선!', OTT 넷플릭스 시리즈 'D.P.' 등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준영의 MBTI는 INFP다. INFP는 내향적이고, 생각이 많고, 감수성이 풍부한 성격이라고 한다. 물론 개인의 성격유형을 네 개의 알파벳만으로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이준영이 직접 밝힌 자신의 성격은 INFP의 특징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었다. 오늘 생긴 고민을 내일까지 가져가고, 완벽을 추구하는데 혼자 상처받고, 생각이 많아 피곤한데 망상을 좋아하고, 두려운 마음에 칭찬이든 비난이든 댓글 자체를 찾아보지 못하고, 혼자 있는 게 더 편하다고 말하는 이준영이다.

INFP 특징 중 또 하나는 통렬한 '자기반성'이다. 이준영은 이 특성마저 갖고 있었다. 가수보다 연기 쪽의 비중을 높인 후 이준영은 앞만 보고 달렸다. 공백기 없이 연이어 출연작을 정했고, 늘 최선을 다했다. 열심히 노력한 만큼 나름 승승장구했다. 커져가는 배우로서의 입지와 성과를 얼마든지 만족하고 기뻐할 수 있지만, 20대 중반의 이 청년은 그 시점에 자신을 돌아봤다. 그리고 "내가 기계적으로 일하고 있구나"라고 잘못을 깨닫는 순간,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이후 이준영은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며 '사람 냄새'가 나는 배우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 23일 종영한 SBS 일요드라마 '너의 밤이 되어줄게'(이하 '너의 밤')에서 주인공 윤태인 역을 연기한 것도 그런 일환이었다. 윤태인의 성장에 발맞춰 자신도 배우로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고,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라는 생각에 주저 없이 도전했다.

이준영

▲ 두 작품 연속 아이돌 연기, 부담 대신 캐릭터 연구를 더 세밀하게

이준영의 '너의 밤' 출연 결정이 처음에는 의외로 느껴졌다. '너의 밤'은 몽유병을 앓고 있는 인기 밴드 루나(LUNA)의 리더 윤태인(이준영 분)과 비밀리에 이를 치료해야 하는 신분위장 입주 주치의 인윤주(정인선 분)의 로맨스, 청춘들의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전작 '이미테이션'에서 아이돌 멤버 '권력'을 연기했던 이준영이 또다시 아이돌 연기를 선보인다는 것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윤태인과 권력이 둘 다 아이돌이지만, 성격 자체가 워낙 달라 캐릭터 표현에 대한 걱정은 없었어요. 다만, 시청자가 두 캐릭터를 비슷한 결로 느끼면 어떡하나, 하는 부담은 컸죠. 그래서 두 캐릭터가 안 겹쳐 보이도록, 윤태인을 작업할 땐 마치 로봇을 분해한다는 느낌으로, 캐릭터를 세분화해서 생각하려 노력했어요. 이렇게 연기적인 고민을 디테일하게 했던 적은 없는 거 같아요. '전 작품과 결이 비슷하단 말이 조금도 나오면 안된다', '그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는 생각에, 수없이 많은 질문을 던지며 정말 노력했어요."

극 중 윤태인은 루나의 리더이자 보컬, 프로듀서로서 완벽해 보이지만, 대중음악을 무시하는 강압적인 아버지와의 갈등 속에 아픔을 지닌 캐릭터다. 음악에 대한 지나친 완벽 추구와 책임감이란 스트레스까지 더해져 몽유병이 발현되는데, 인윤주와의 로맨스와 루나 멤버들과의 진정한 팀워크 속에서 치유를 받고 성장한다. 이준영은 이런 윤태인의 천재성과 성장에 꽂혔다고 말한다.

"윤태인의 포인트는 성장과정이라 생각했어요. 남들이 봤을 때 완벽해 보이고 천재인데, 남모르는 아픔으로 몽유병도 생기죠. 그런 윤태인이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면서 점점 변해가는 모습들이, 제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윤태인의 변화를 집중해서 연기해 봐야겠다 생각했죠. 또 윤태인을 연기하기 위해선 새로 도전해야 할 것들이 많아, 그 부분에도 꽂혔어요. 노래도 잘하고 악기 연주도 잘하고 프로듀싱도 잘하는 윤태인의 음악적 천재성을 어떻게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죠.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 작품에, 캐릭터에 엄청 고민하고 있는 저 자신을 보니, 더 끌리더라고요. 이걸 성공적으로 연기해내면 그 기쁨도 클 거 같았고요. 그래서 윤태인을 선택하게 됐어요."

이준영은 윤태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봤다고 했다. 아이돌 출신이라 음악에 대한 관심과 재능적인 측면에서 물론 비슷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보다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적인 측면에서 더 닮음을 느꼈다.

"윤태인에게서 저의 모습이 조금은 보였던 거 같아요. 그래서 더 끌렸죠. 제가 가진 감정들을 조금 끌어올려 연기해봐도 되겠다 했던 지점들이 있어요. 윤태인이 무조건 열심히,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친구인데, 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지내왔거든요. '잘 해내야 한다, 못하면 안 된다, 조금의 실수도 안되고 완벽하게 다 이뤄내야 한다' 그런 모습 뒤에 받게 될 상처 같은 게 많이 이해가 갔어요. 윤태인의 그런 부분들이 저와 닮았다고 생각해요. 전체적인 싱크로율은 20% 정도? 나머지 80%, 윤태인의 성격은 저와 많이 달라요. 전 윤태인 같은 까칠한 성격은 별로 안 좋아해요.(웃음)"

이준영

▲ '책임감'을 지키기 위한 노력, 그리고 동료들

이준영의 아이돌 경력은 루나의 리더 윤태인을 연기하는데 도움을 줬다. 이준영은 아이돌끼리 겨뤘던 '더 유닛'에서 1등을 했을 정도로, 노래, 춤, 랩에 모두 출중한 실력자다. 윤태인을 소화하기 위해 이준영은 보컬, 악기 연주 연습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

"윤태인이 팀의 리더이자 메인보컬인데, 제가 그만큼의 노래 실력이 안 된다고 생각해 몇 년만에 열심히 노래 연습을 했어요. 발성 연습을 진짜 열심히 해서, 음역대가 전보다 조금 더 올라갔어요. 악기 연주도 다 저희가 해야 해서 그것도 열심히 준비했고요. 제가 루나의 리더니까, 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준영이 언급한 '책임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루나의 리더로서 갖는 책임감을 비롯해, 연기가 처음인 다른 루나 멤버들 사이에서 그나마 연기 경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자신이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또 주연으로서의 책임감도 깔려 있다. 이준영과 함께 극 중 루나 멤버로 활약한 사람들 중 '전업 배우'는 장동주 하나였다. 여기에 그룹 워너원 출신 가수 윤지성, 그룹 뉴이스트 멤버 김종현, AB6IX 멤버 김동현까지, 현직 아이돌을 더해, 루나가 완성됐다. 윤지성, 김종현, 김동현은 모두 정극 연기가 처음이었다.

"물론 연기가 처음인 분들 사이에서 제가 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마음이 있긴 했지만, 그 생각에 사로잡히지는 않으려 했어요.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나, 어떻게 챙겨줘야 하나,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제가 만났던 선배 배우들을 떠올렸어요. 그 분들이 제게 해줬던 것을요. 연기적인 디렉팅보단, '잘하고 있어'라 말해주며 최대한 긴장을 풀고 현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우려 했어요. 선배들이 제게 그랬거든요."

이준영

또래 배우들이 모여있다 보니, 금방 친해졌고 현장은 화기애애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존재하는 단톡방에는 말이 끊임없이 올라온다고 한다. '너의 밤'의 본방송 날에는 단톡방에 메시지가 쏟아졌다. 극 중 윤태인과 인윤주의 키스신이 나왔던 날에는 순식간에 100개가 넘는 메시지가 쌓여, 스케줄상 본방사수를 못하고 뒤늦게 확인한 이준영을 놀라게 했다.

"이들과 함께 연기한 시간은 제게 귀하고, 감사한 경험이에요. 열심히 하는 모습들은, 다시금 절 일깨우게 했어요. 작품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점점 자연스러워지는 연기들을 보며, 속으로 얼마나 박수를 쳤는지 몰라요. 너무 예뻐 보였어요. 많은 사람들도 예쁘게 봐주면 좋겠어요."

로맨스 상대역이었던 정인선에게는 일종의 존경심이 생겼다. 비슷한 또래의 배우에게 '존경'이란 표현이 거창할 수 있지만, 아역배우로 시작해 연기 경력 26년 차인 정인선이기에 충분히 배우로서 배울 점이 많았다.

"정인선 누나와의 연기 호흡은 100점이었어요. 인선 누나가 어떤 인터뷰에서 '이준영은 유연한 배우'라고 말해줬는데, 저의 유연함을 끌어낸 배우가 정인선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관록과 경험이 어마어마하고, 거기에 실력과 인성까지 뒷받침된 너무 좋은 선배예요. 성격적인 부분에서 저와 결이 비슷하기도 했고요. 제가 최종적으로 되고 싶은 배우의 모습은, 인선 누나 같아요."

이준영

▲ 채찍질하며 끌고 왔던 지난날, 이제 나란히 걷고 싶다

이준영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사람 냄새'다. 그는 캐릭터에서 연민이 느껴지는지, 서사에서 '사람 냄새'가 나는 지를 살펴본다고 한다. 그의 이런 과정은 궁극적으로 본인이 '사람 냄새가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깔려있다.

"전 사람 냄새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외적이 아닌 내적으로 멋있으며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사람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일하는 것에 기계적으로 익숙해졌고 감사함도 잊었다고 느낀 순간이 있어요. 그런 제 자신이 너무 별로더라고요. 뮤지컬 '외쳐 조선'을 할 때 가장 크게 느꼈어요. 몸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제가 상대의 대사를 듣고 반응하는 게 아니라 미리 알고 움직이면서도 그냥 똑같이 연기하더라고요. '아, 이건 진짜 잘못됐다. 기계적으로 연기하고 있구나'라고 느꼈고, 그 후로는 어떻게든 그렇게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준영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반성을 할 줄 아는 이준영은 연기할 때 느끼는 '설렘'을 좋아한다. 그 기분 좋은 긴장감을 계속 느끼면서, 캐릭터에 맞게 얼굴을 바꿀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로서 지키고 싶은 초심은 '설렘' 이에요. 제가 연기할 때 많이 설레해요. 그 설렘을 계속 잃고 싶지 않아요. 첫 촬영할 때의 은은한 긴장감이 기분 좋아요.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많은 분들에게 '저 배우는 순간순간 얼굴을 갈아 끼울 수 있는 배우다'라는 인정을 받고 싶어요. 역할과 상황에 따라 언제든, 그게 가능한 배우란 걸 알리고 싶은 게 제 목표예요."

'잘해야 한다'는 생각과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이 윤태인과 비슷하다는 이준영.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쉼 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너의 밤' 마지막 회에서 윤태인은 경박한 대중음악 말고 클래식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라 압박하는 아버지에게 "완벽한 게 세상에 어디 있나"라며 "아버지가 좋아해 줘서, 잘한다고 해줘서 음악을 시작한 거 맞다. 그런데 지금은 제가 좋아해서 하는 음악이다"라고 말한다. 완벽함보단, 음악을 좋아하는 그 마음 자체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 윤태인처럼, 이준영도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보단 여유롭게 돌아보고자 한다.

"2021년 한 해는, 정말 바쁘게 뛰었어요. 물론 지칠 때도 있었지만, 그만큼 얻은 게 너무나도 많았죠. 올해 2022년은, 조금 더 뛰어보려 해요. 새로운 마음으로 회사도 설립했는데, 앞으로 펼쳐질 저의 인생을 살짝 기대해보려고요. 아직도 서툴고, 잘 모르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제 발목을 잡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좀 더 먼 미래를 보면서 열심히 달려보려 해요. 그전까지는 저에게 채찍질하며 억지로 끌고 왔다면, 올해의 전, 저와 나란히 걸어가고 싶어요."

[사진제공=제이플랙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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