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그냥, 연기를 잘하면 된다"…이준호가 편견에 맞서는 자세

강선애 기자 작성 2022.01.08 10:40 수정 2022.01.11 15:19 조회 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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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그룹 2PM 멤버 겸 배우 이준호가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았다. 2PM 멤버로 데뷔한 후 꾸준히 사랑받아 온 그가, 노래 '우리집'의 역주행 신드롬으로 '군백기' 중에 오히려 팬층을 넓힌 것에 이어, 자신이 주연으로 활약한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의 대박 성공으로 연기대상 대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며 배우로서도 최고의 주가를 올리게 됐다.

결과론적으로 지금의 이준호는 모든 게 꽃길이지만, '옷소매 붉은 끝동'의 출발선에서는 여러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아이돌 출신 배우가 정통 사극의 주연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겠냐는, 그동안 정조 이산 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던 훌륭한 선배 배우들의 아성을 넘을 수 있겠냐는, 군백기를 보내고 오랜만에 작품으로 돌아온 그가 잘 적응할 수 있겠냐는 이런저런 걱정들이었다.

우려의 시선들을 불식시키는 방법은, 사실 아주 간단명료했다. 연기를 잘하는 것. 배우가 연기만 잘한다면, 아이돌 출신이든 아니든, 기존에 누가 정조 역할을 했든, 연기 공백이 있든 없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연기를 잘한다는 건 아주 간단하지만, 또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준호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할아버지 영조(이덕화 분)의 눈치를 보고 목숨의 위협을 받는 불안한 왕세손에서 진정한 성군으로 거듭나는 '군주' 정조의 성장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또 덕임(이세영 분)만을 향한 '남자' 이산의 사랑을 때론 귀엽게, 때론 절절하게 표현하며 로맨스 사극 남자 주인공으로서 절정의 매력을 보여줬다. 마지막에는 자식을 잃고 슬퍼하는 아버지의 마음까지 연기해내며 먹먹한 울림을 안겼다. 이준호가 정조 이산으로서 보여준 모든 연기는 단 한순간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준호는 연기를 잘하는 것이 모든 편견의 해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선입견, 다른 정조 배우들과의 비교, 연기대상 수상의 부담 등에 대한 질문에 돌아온 그의 대답은 한결같이 "연기를 잘하면 된다"였다. 이는 자신이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자만이 아니라, 연기를 잘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일종의 다짐이었다.

이준호

▲ 철저히 이산이 되려 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지난해 3월 군 복무를 마친 이준호의 드라마 복귀작이었다. 집에서 반신욕을 하며 처음 대본을 봤다는 이준호는 내리 7부까지 읽으며 이 작품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연기할 이산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기 시작했다.

"'이 캐릭터를 내가 어떻게 연기할까'가 자꾸 상상이 되는 작품이라 흥미로웠어요. '옷소매 붉은 끝동'을 선택할 당시의 제 마음가짐은 '즐거움'이었던 거 같아요. 제가 대본을 마주하면서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 드라마 '자백'을 선택했을 때도 그랬는데, '내가 이걸 어떻게 표현하지?'를 생각하게 되면 마음이 가더라고요. 이번 역할은 실존 인물이고, 많은 사랑을 받은 왕이고, 멋진 선배님들이 이미 연기했던 캐릭터라 거기서 부담감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런 인물을 내가 어떻게 연기를 할까, 철저히 그 사람의 내면을 닮아 가야겠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즐거웠어요. 빨리 연기해보고 싶단 생각에 바로 오케이 결정을 내렸죠."

정조 이산을 연기했던 배우는 많고, 특히 같은 방송사에서 2008년 히트 쳤던 드라마 '이산'이 있기에, 더 부담스러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준호는 스스로 철저히 그 인물이 되어, 자신만의 방식대로 이산을 표현해보겠다는 도전정신이 더 앞섰다.

"사실 어릴 적에 드라마 '이산'을 보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멋진 선배님들이 하셨던 대작으로 인해 느끼는 부담감은 크게 없었어요. 저는 이번 캐릭터를 연기하며, 저만의 방식대로, 제 느낌대로 정조를 새롭게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걸 사랑해주시는 건 보는 시청자 분들의 몫이고요. 전 최대한 그 인물이 되고자만 했어요."

"최대한 그 인물이 되고자 했다", "철저히 이산이 되려 했다"는 이준호의 말은 진심이었다. 한 시간 남짓의 인터뷰 동안 그는 여러 차례 이 말을 반복했다. 배우 이준호가 연기할 때 어떻게 캐릭터에 접근하는지, 어디에 가장 신경 쓰는지가 읽히는 대목이었다.

"연기를 시작한 지 9년 차가 됐는데,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타이틀이 붙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평가에 대해선 연기할 때 전혀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그냥 연기를 잘하면 되니까요. 연기를 못한다면 큰일 나겠지,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해요. 아이돌 가수로 시작했기 때문에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을 수도 있는 반면, 살짝 삐끗한다면 많은 질타를 받을 수 있는 자리임에, 최대한 그 부담감을 없애려 노력하고 있어요. 철저히 그 인물이 되자, 촬영을 하지 않는 평상시에도 그 인물이 되자, 그런 노력을 9년째 매 작품 할 때마다 하고 있어요. 평상시에도 그 감정을 잃지 않으려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없긴 하지만, 그런 게 좋은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 연기라는 것의 매력이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순간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옷소매 붉은 끝동'이 끝난 여운이 길어요. 캐릭터와 저를 떼어놓고 왔다 갔다 하는 노하우는 아직 없는 거 같아요."

이준호

▲ 이산이 되기 위한 노력들

드라마가 종영했지만 이준호는 아직 이산을 떠나보내지 못했다. 그래서 마음이 적적하고 '산과 덕임은 행복했을까'란 질문을 자꾸 머릿속에 떠올리곤 한다고 한다. 스스로 철저히 이산으로 살았던 만큼, 후유증이 크다.

이산이 되고자 했던 이준호는 많은 것을 준비했다. 왕세손 신분인 이산의 행동거지, 눈빛 하나에도 의미를 두며 신중히 접근했다.

"이산 캐릭터를 구축하며 여러 가지를 준비했어요. 제가 원래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잡이로 바꿨고, 붓글씨, 공수, 예절교육 등을 배우며 최대한 왕세손의 모습을 만들려 했어요. 위엄이 있으나 아직은 왕이 아닌, 그러나 패기 넘치고 총명한 눈빛을 가진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또 왕세손이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협을 갖고 살았던 인물로서, 그런 불안을 표현하고도 싶었고요. 그래서 초반에는 감정표현을 최대한으로 안 하려 했어요. 남들이 곁에서 표정조차 읽지 못하는 내면을 가진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런 게 잘 전달됐는지 모르겠어요."

이준호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산의 '다부지면서도 마른' 체격을 만들기 위해서도 애썼다. 2PM으로 활동할 시절부터 자기 관리로 유명한 그는 철저한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몸을 만들었다. 현장에서 닭가슴살로 빨리 식사를 해결하고 대본을 한 번이라도 더 보는 게 나았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독하지만 프로페셔널한 의지가 엿보였다.

"이 드라마를 준비한 8개월, 그보다 제가 제대하기 3개월 전부터 식단 조절을 해왔고 아직까지 하고 있어요. 드라마 촬영에 돌입하면 시간이 없어 운동은 거의 못하니,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운동을 열심히 해놓고 식단으로 그걸 유지하죠. 닭가슴살과 고구마를 하루에 4개씩 챙겨서 맨날 그것만 먹었어요. 촬영 현장에서도 밥을 먹은 적이 거의 없어요. 대본 볼 시간을 생각하면, 그냥 빨리 닭가슴살을 먹고 차에서 대본을 보는 게 나아요. 식단도 관리하고 대본 공부도 하고, 일석이조라 생각해요. 그렇게 드라마 끝날 때까지 노력했어요. 예민한 세손 시절의 모습을 극대화시키고 싶어, 이산은 제가 여태 했던 작품 중 가장 마른 모습이었어요. 또 문무에 출중한 인물이라, 운동도 게을리할 수 없었고요. 그렇게 다부지면서도 말랐던 세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준호

다부진 체격에 카리스마 있는 왕의 모습 이면에, 이산이 지닌 인간적인 매력들도 이준호의 진정성 가득한 연기로 빛을 발했다. 특히 때론 조용히 눈물을 떨구고, 때론 오열했던 이준호의 적재적소 눈물연기는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먹먹하게 만들었다.

"제가 그렇게 눈물이 많은지 몰랐어요. 전 눈물을 못 흘리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촬영할 때마다 감독님께서 '왜 눈물을 흘리고 있냐'고 하더라고요. 이산이란 캐릭터에 몰입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한편으로 '내가 그만큼 몰입하고 있구나' 생각했죠. 마주하는 상대마다, 상황마다 다른 눈물을 보이려 했어요. 모든 눈물신이 기억나지만 개인적으로, 순이를 떠나보내고 덕임에게 모진 말을 하고 혼자 동궁에서 밖에 소리 내지 못하고 숨죽여 흘린 눈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산과 각 인물들 간의 돋보였던 연기 호흡은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이준호는 가슴 절절한 로맨스를 완성한 성덕임 역 이세영을 비롯해, 호위무사 강태호 역 오대환, 홍덕로 역 강훈, 영조 역 이덕화 등과 저마다 매력 있는 케미를 완성했다. 그는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캐릭터로 완벽히 거듭난 상태였기에 서로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고, 그만큼 즐거운 현장이었다고 말한다.

"배우들 모두가 놀랍도록 그 인물 자체였어요. 세영 씨와는 서고 만남이 첫 촬영이었는데, 세영 씨가 덕임이 모습 그대로, 열심히 준비해 왔더라고요. 같이 연기하며 제가 감명을 받았어요. 서로 좋은 자극이 됐죠. 오대환 형님과의 촬영에서는 내내 웃었어요. 대본을 기반으로 한 애드립인데도, 정말 기발한 것을 준비해 오시더라고요. 촬영장에 즐거운 에너지를 주셨어요. 훈이와의 촬영도, 서로가 자신의 캐릭터가 되어 있어 편안하게 기분 좋게 촬영할 수 있었고요. 이덕화 선생님은 제가 정말 본받을 게 많았어요. 11부~12부에 연달아 등장한 편전 신을 하루 종일 A팀, B팀 돌려가며 17시간 정도 찍었어요. 그렇게 오래 찍어 저도 체력이 떨어진 상태였는데, 이덕화 선생님은 한 번을 지치지 않고 모든 대사를 하시더라고요. 대본을 손에서 놓지도 않고, 현장에서 나가지도 않고. 그렇게 끝까지 해내시는 걸 보고, 그 책임감에 큰 감명을 받았어요."

이준호

▲ 상에 대한 솔직하고 확실한 신념

2021년 연말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이준호는 '검은 태양'의 남궁민과 함께 유력한 대상 후보로 꼽혔다. 대상 트로피는 남궁민에게 돌아갔지만, 4년 전 KBS 연기대상에서 '김과장'으로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한 두 남배우의 선의의 경쟁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이준호는 "축하해 주신 분들이 많아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기분 좋게 연말, 연초를 보내고 있는데, 이렇게 기뻐해도 되나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궁민 형님과 함께 대상 후보로 거론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4년 전에 비해 성장한 자신을 인정받은 거 같아 뿌듯한 마음을 드러냈다.

"전 단순해서, 상을 받고 기뻤어요. 상을 받았으니 그에 걸맞게 최우수 연기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도 했고요. 상에 대해 욕심이 없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해요. 배우로서 인정받는 연말의 좋은 자리이기 때문에, 저는 상에 욕심이 나고 앞으로도 욕심 낼 거예요. 그 마음을 실현시키고 싶어요. 그게 어린 시절부터 제가 꿈을 이뤄왔던 방식이기도 하고요. 더 멋진 연기를 보여드린다면 또 많은 사랑을 받지 않을까, 정말 진중한 연기를 선보인다면 그에 맞는 상이 따라오겠지, 그렇게 생각해요. 물론 상을 받으려고 연기하는 건 아니지만, 저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고 계속 그렇게 되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그게 늘 잃고 싶지 않은 초심이기도 하고요."

그 누구보다 알차게 2021년을 채운 이준호는 다시 2022년을 준비한다. 배우로서 가수로서 아직 정해진 행보는 없지만, 늘 해왔던 것처럼 뭐든 열심히 할 그이다. 지금 그가 노력을 쏟아붓는 건, 오는 22일과 23일 양일간 열릴 단독 팬미팅이다.

"빠른 시간 안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요. 2PM이든 배우든, 2021년에 해왔던 활동처럼 올해도 열심히 잘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좋겠어요. 3년 만에 팬미팅을 여는데, 팬분들과 오랜만에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와요. 천천히 이야기 나누면서 그간 어떻게 지냈나, 어떻게 살아왔나 편안한 대화를 나누는 호흡의 장이 되었으면 해요. 굉장히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아 저 또한 무척 기대하고 있어요."

이준호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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