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30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원석이 빛나기 시작했다…송원석, 성공한 작품들의 연결고리

강선애 기자 작성 2021.11.25 13:45 수정 2021.11.25 14:21 조회 2,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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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석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송원석은 최근 두 개의 드라마를 끝냈다. SBS 월화드라마였던 '홍천기'와 금토드라마였던 '원 더 우먼'이다. 두 작품이 동 시기에 방영하며, 일주일 중 나흘이나 TV에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송원석은 '홍천기'에서 하람(안효섭 분)의 호위무사 무영 역을, '원 더 우먼'에서 강미나(이하늬 분)의 남편이자 한주그룹 차남 한성운 역을 각각 소화했다. 배우가 비슷한 시기에 방영하는 두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은 무조건 피하고 싶은 일이다. 시청자의 작품 몰입도를 깨뜨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원석은 달랐다.

'홍천기'와 '원 더 우먼'을 본 시청자들은, 그가 두 작품에 모두 등장한다는 것에 그다지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그가 두 작품에 모두 출연했다는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시청자도 많았다. 이는 송원석이 각각의 작품에서 맡은 캐릭터를, 한 배우가 연기하는 거라 생각하지 못할 만큼 완벽하게 소화해 온전히 해당 캐릭터로만 보이게 만들었다는 방증이다.

송원석

'홍천기'의 편성이 당초 4월에서 8월로 미뤄지며 '원 더 우먼'과 방영시기가 겹쳤다. 두 작품을 모두 준비한 송원석에게는 물론 걱정스러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손 놓을 수만은 없는 일. 송원석은 "정말 노력 많이 했다"고 스스로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준비했고, 최선을 다해 연기를 펼쳤다.

결과는 달콤했다. 두 작품 모두 높은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또 송원석이 각각의 작품에서 선보였던 캐릭터들이 매력적이었고, 동일 배우가 연기한 지 모를 정도로 몰입감이 높았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두 작품을 성공적으로 끝낸 송원석은 "요즘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지난 1년간 공들였던 자신의 노력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결과물로 돌아왔으니, 얼마든지 느껴도 되는 뿌듯함이다. 그리고 그 좋은 기분을 안은 채로, 송원석은 바로 새로운 드라마 촬영에 들어갔다.

송원석의 연말은, 바쁘지만 행복하다.

송원석

▲ '얘가 걔야?'라며 같은 배우인지 몰랐다는 반응, 뿌듯했다

송원석은 지난해 9월부터 '홍천기' 촬영에 들어갔고, 8개월쯤 촬영을 이어오던 중 '원 더 우먼'에 캐스팅됐다. '홍천기'의 후반부 촬영 3개월 정도는 '원 더 우먼'의 촬영 일정과 겹쳤다. 다작하는 배우는 여러 작품을 동시 진행할 경우 촬영 시기가 겹치기도 하지만, 방송 시점이 맞물리는 건 최대한 피한다. 하지만 배우가 작품의 드라마 편성까지 마음대로 조절할 수는 없는 일. '홍천기'와 '원 더 우먼'은 결국 동 시기에 방영됐고, 송원석은 자신이 두 작품에 모두 등장해 혹여 시청자가 혼란을 느끼지 않을지 걱정했다.

"시청자가 괴리감을 느낄까 봐, 그거에 대해 많이 걱정했죠. '여기선 무영인데, 여기선 성운이네?', ''원 더 우먼'의 가벼운 성운이가, '홍천기'에서 호위무사를 한다고?' 이런 생각을 시청자가 할까 봐요. 어떻게든 캐릭터를 분리시켜야겠다, 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게끔 연기해야겠다, 그게 가장 큰 목표였어요. 둘 다 SBS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라 더 걱정이 컸죠. 그래서 정말 노력 많이 했어요."

송원석은 무영과 한성운 캐릭터에 차이를 분명히 두려 했다. 판타지 사극인 '홍천기'와 코미디가 중심축인 현대극 '원 더 우먼'은 장르부터 달랐고, 그 안에서 무영은 묵직하게 하람을 지키는 호위무사로, 한성운은 망나니 재벌 3세로 180도 정반대인 캐릭터였다. 정해진 캐릭터만 잘 소화한다면, 비록 한 배우가 연기한다 해도 무영과 한성운이 동일선상에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성운이 캐릭터는 미운 짓을 많이 하는데 미워할 수 없는, 거기에 허당미와 능청스러움을 넣은 캐릭터를 그리려 했어요. 무영은 대사보다 눈빛 위주의 연기가 많아서, 눈빛 연구를 많이 했고요. 목소리 톤도 한성운은 높이고 무영은 낮추고, 그렇게 차이를 뒀죠. 무영은 앞서 8개월을 연기해왔기에 준비해온 대로 연기하면 됐고, 그러다 성운을 연기해야 할 때는 촬영 전날 일부러 재미있는 예능을 찾아보고 머릿속을 비우며 촬영 준비를 했어요."

다행히 작전은 성공했다. '홍천기'의 무영과 '원 더 우먼'의 한성운이 모두 송원석이었다는 걸 쉽게 알아채지 못했다는 시청자 반응들이 나왔다.

"'얘가 걔야?'라는 댓글이 많더라고요. 제가 목표했던 대로 시청자 분들이 봐주셔서 감사했어요. 뿌듯했죠."

송원석

▲ 우직했던 '홍천기' 무영, 눈빛 연기에 신경 써

'홍천기' 속 무영은 하람의 그림자 같은 존재였다. 주로 어두운 계열의 의상을 입고 우직하게 하람의 곁을 지켰다. 뛰어난 무술 솜씨로 위기에 빠진 하람을 구하는 무영의 날쌘 모습과 빛나는 눈빛은, 사극 속 호위무사 캐릭터가 보여주는 매력의 결정체였다.

"무영은 과묵하고 우직한 캐릭터였어요. 대사는 많이 없지만 눈빛이 중요해, 거울을 보며 각도에 따라 제 눈빛이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 연구하기도 했어요.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 조진웅 선배가 연기했던 무사 무휼 역할을 참고하기도 했고요. 액션스쿨을 4개월 정도 다니며 연습했고, 승마도 계속 배우며 액션 준비를 열심히 했어요."

무영은 하람을 지키려다 결국 죽음을 맞았다. 끝까지 하람을 보호하려 자신을 희생하는 무영의 비극적인 최후는 애잔하고 처절했다. 송원석은 무영의 죽음을, 철저히 무영의 입장에서 설명했다. 그만큼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동기화된 그였다.

"무영이의 죽음은, 슬프기도 비장하기도 허무하기도 했어요. 복잡한 감정이 들었죠. 캐릭터적인 부분에서, 하람이 후에 마왕 발현으로 위기를 겪을 때까지 곁에 있어줘야 하는데, 그전에 죽어 아쉽기도 했어요. 무영이 하람에게 도움이 되긴 했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하람 역 안효섭과는 워낙 친한 형 동생 사이다. 같은 소속사 동료로 오랜 시간을 같이 보냈고, 배우 그룹 '원오원'으로 함께 활동한 적도 있다. 하람과 무영의 탄탄한 브로맨스도 중요했던 '홍천기'에서 이런 이들의 친한 관계는 장점이었지만, 너무 웃어서 단점(?)이기도 했다.

"효섭이와는 원래 친해서,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워낙 서로에 대해 잘 알아서, 밝은 신에서는 그런 편함이 좋았어요. 하지만 감정신이나 중요한 신의 촬영을 앞두고는 웬만하면 서로 말도 안 걸려 했어요. 눈만 봐도 서로 웃음이 나오고 그런 게 있거든요.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 '사내 맞선'에서도 효섭이랑 또 만나요. 이번이 같이 하는 4번째 작품인데, 이번엔 브로맨스가 아니라 경쟁 관계, 삼각관계에 놓일 거 같아요."

송원석

▲ '원 더 우먼' 한성운, 밉상이지만 밉지 않게 보이려 노력

송원석이 '원 더 우먼'의 출연 제의를 받았던 시점은, 그가 '홍천기'를 촬영하던 중이었고, 이미 '사내 맞선'의 출연이 결정된 상황이었다. 차기작도 정해진 마당에 굳이 '원 더 우먼'까지 욕심낼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원 더 우먼'에 끌렸던 건, 코미디 장르에 도전해 볼 기회였기 때문이다.

"'원 더 우먼' 대본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동안 순박하고 우직한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이런 코믹 연기를 해보고 싶었지만 제안이 들어오지 않았었거든요. 너무 감사해하며 흔쾌히 미팅에 나갔죠."

극 중 한성운은 각종 화려한 찌라시의 주인공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망나니 재벌 3세였다. 정략결혼한 아내 강미나를 무시하고 당당히 그 앞에서 바람을 피우기도 했다. 그런데 밉지가 않았다. 조연주(이하늬 분)가 강미나 행세를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서도 전략적으로 비밀을 지키고, 조연주 앞에서 주눅 들면서도 허세를 부리는 모습이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송원석은 한성운이 '밉상' 캐릭터지만 마냥 밉게만 보이지 않도록 신경썼다.

"성운이는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당당했죠. 대본상에서 밉상 캐릭터가 맞는데, 그래도 밉지 않고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성운이가 왜 불륜을 저지르고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대본에 나오지 않는 그런 상황 같은 걸 설정하고 연기하니까, 성운이의 행동이 나름 합리화되더라고요. 성운이를 밉지 않게 보이려 노력했어요."

그저 철부지 망나니인 줄 알았던 한성운은 생각보다 다채로운 면이 많은 캐릭터였다. 특히 누나 한성혜(진서연 분)와 대립하면서도, 누나에게 죽임을 당할지 몰라 극강의 공포를 드러내는 모습은 안타까움마저 자아냈다.

"대본에는 초반 성운이의 망나니 같은 부분만 나오고, 왜 누나를 무서워하는지에 대해선 설명이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시작할 때, 저 나름대로 상황 설정을 해놨죠. 돈과 권력으로 무서울 게 없는 누나이고, 그래서 성운이 무서움을 느낄 거라고 초반에 분석하고 거기에 맞춰 연기를 했어요. 누나가 형을 죽였다는 건 후반부에 알게 됐는데, 제가 상황 설정해 놓은 것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어서, 이질감 없이 연기가 이어졌던 거 같아요."

상대역 이하늬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처음 촬영할 때는 부담감이 컸어요. 하늬 누나는 천만배우로 워낙 유명하고,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배우라 처음에는 걱정이 앞섰죠. 그런데 누나랑 처음 인사 두세 마디 하고 바로 풀어졌어요. 누나가 사람을 정말 편하게 만들어줘요. 그다음부터는 누나랑 장난치면서, 계속 티키타카 애드리브 치며 그렇게 촬영했어요."

송원석

▲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 자신감 얻은 대기만성형 배우

송원석은 배우 활동 전, 런웨이에도 서고 패션 화보도 찍던 핫한 모델이었다. 하지만 모델의 불투명한 미래에 확신이 없었던 그는, 원래의 꿈이었던 연기로 시선을 돌렸다. 2012년 영화 '댄싱퀸'에서 단역으로 처음 연기를 시작했지만, 이후 약 4년간 이렇다 할 발자취를 남기지 못했다. 당시 아무것도 못하고 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묻자 송원석은 "나 스스로 모델에 대한 걸 내려놓지 못한 상태였고, 또 연기도 못하니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졌다. 그렇게 4년 정도 아무것도 못하고 붕 뜬 시간을 보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모델일을 할 때 잘 됐으니, 연기도 시작하면 승승장구할 줄 알았다"는 송원석은 그게 안일한 생각이었다는 걸 금방 깨달았다. 오디션에서 계속 떨어지며 "연기는 내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방황하던 시절, 송원석이 마음을 다잡게 됐던 계기는 의외로 '예능'이었다.

송원석은 2015년 MBC 추석 파일럿으로 제작된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란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잉여'라 불리는 청년들이 유럽에서 무일푼으로 한 달간 버티는 리얼 예능이었다. 송원석의 인생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전과 후로 나뉜다.

"얼굴은 반반한데 아무것도 못하는 무명배우란 타이틀로 출연했어요. 한 달 버틸 돈으로 한 사람당 8만원인가 받았는데, 첫날 다 쓰고 돈을 벌며 유럽 7개국을 돌았죠. 정말 힘들었어요. 20kg짜리 배낭을 메고 하루에 6시간씩 걸었어요. 유럽 7개국을 돌고 마지막 목적지인 포르투갈 바다에 도착했는데, 그 바다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말도 안 통하는 유럽에서 내가 이걸 해냈는데, 한국 돌아가서 못 할 게 뭐가 있을까', 딱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에는 조바심과 자격지심에 갇혀 살았다면, 그 이후로는 '하면 된다'는 자신감도 생기고 내려놓을 줄도 알게 됐어요. 그렇게 마음가짐이 바뀐 후 일이 잘 풀리더라고요."

단역부터 시작해 조금씩 비중을 높이며 차근차근 걸어온 송원석은 배우로서 역량을 본인의 힘으로 키우고 있다.

"목표는 누구나 똑같다고 생각해요. 근데 가는 길이 다른 거죠. 누군 직선으로, 누군 돌아가기도 하겠죠. 제 길은 차근차근 쌓아가는 대기만성형 같아요. 천천히 가더라도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무영과 한성운이 극과 극 상반된 캐릭터라 끌렸던 것처럼요."

송원석

'홍천기'와 '원 더 우먼'을 끝낸 송원석은 현재 새 작품을 촬영 중이다. 내년 상반기 SBS에서 방영될 새 드라마 '사내 맞선'에 이민우 역으로 캐스팅됐다. 휴식 없이 연이은 작품 출연이 힘겹지는 않은지 물었다.

"전혀 힘들지 않아요. 전 예전에 오래 쉬어 봐서, 쉬는 거에 노이로제가 있어요.(웃음) 일하면서 쉬는 게 행복해요. 또 아직은 주인공 롤이 아니라, 매일 촬영하지 않아 여유가 있어요. 쉴 땐 캠핑도 가고 그래요. 예전에 '조선생존기' 출연할 때 촬영 일정이 취소된 적이 있는데, 그때 쉬지 않고 '정글의 법칙' 촬영을 다녀오기도 했어요. 그렇게 쉬는 걸 안 좋아해요. 쉬는 것보단 일하는 거에 행복감을 느껴요."

'사내 맞선'에서 송원석은 셰프 캐릭터로 변신한다. 그는 "안효섭-김세정 씨와 삼각관계 아닌 삼각관계를 형성한다"며 "무영의 우직함과 성운의 능청스러움이 아닌, 이번엔 부드러운 셰프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귀띔했다.

'사내 맞선'을 촬영하는 지금, 송원석은 행복감과 자신감으로 힘차게 페달을 구르고 있다. 전작 성공에 의한 자만이 아니라,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해내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경험에서 우러난 자신감이다. '홍천기'와 '원 더 우먼'은 그에게 많은 걸 안겨줬다.

"어떤 장르에 도전해도 해낼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2021년은 제가 한층 더 성장한 한 해였던 거 같아요. 지금 너무 행복한 마음이 커요. 만약 전작들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사내 맞선'에 더 부담을 느끼고 어떻게든 더 해내려 하는 불편한 상황이 생겼을 거예요. 지금은 행복한 마음으로, 편하게 촬영하고 있어요. 전작들의 좋은 기운이 다음 작품까지 이어지는 거죠. 다른 생각 안 하고 '사내 맞선'에 집중하려고요."

[사진제공=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SBS '홍천기', '원 더 우먼' 스틸컷]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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