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7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이원근의 말에서 전해지는 진심

강선애 기자 작성 2021.11.17 17:03 수정 2021.11.17 19:24 조회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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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근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이원근은 올해 한국 나이 31세로, 지난 1월 의무경찰로 군 복무까지 마친 30대 예비역이다. 그런데 하얗고 말간 얼굴, 눈웃음 가득한 미소는 20대 초반의 앳된 청춘이라 해도 얼마든지 믿긴다.

동안 외모도 놀랍지만 더 신기한 건, 데뷔한 지 10년이나 됐는데도 때 묻지 않은 그의 순수함이다. 군 전역 후 첫 작품이었던 SBS 드라마 '원 더 우먼'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화상 인터뷰로 마주한 이원근은, 화면을 뚫고 나오는 선한 기운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50분 남짓의 인터뷰 시간 동안 그가 말한 "감사하다"는 표현은 무려 19번. 자신이 누리고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주변에 고마워하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수차례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가식이 아닌 진심이 오롯이 느껴졌다.

현실에서 착하고 순수한 청년인 이원근은 배우로서는 착실하게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어려 보이는 외모 때문에 데뷔 초에는 10대 청소년 역을, 입대 전에는 사회초년생 역할을 주로 맡았지만, 그 안에서도 변화를 시도했다. 같은 10대 역할이라도, 드라마 '발칙하게 고고'의 전교 1등 엄친아 김열 캐릭터와 영화 '여교사'에서 교사와 사랑을 나누는 파격 캐릭터 신재하는 극명하게 달랐다.

이번에 연기한 '원 더 우먼'의 안유준 캐릭터를 통해서도 이원근의 색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주인공 조연주(이하늬 분)를 짝사랑하며 곁에서 그녀를 돕는 연하남으로, 자칫 단편적으로 그려질 수 있던 이 캐릭터는 이원근을 만나 한층 더 입체적으로 표현됐다. 조연주에 고백하고 거절당해도 쿨하게 받아들이고, 남다른 자존감으로 검사로서 뜻을 굽히지 않는 당돌한 안유준의 모습은, 이제껏 드라마에서 본 적 없는 새로운 연하남이자 검사 캐릭터였다.

이원근의 인생 모토는 "만족하는 순간, 발전이 없다"면서 계속 스스로를 담금질해 더욱 성장하고 싶다는 것, 또 "좋은 사람이 되어 남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것이다. 서른한 살의 이원근은 그 바람대로, 성실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원근

▲ '원 더 우먼'이 최고 시청률 20%을 넘기며 시청자의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그 인기를 체감했는지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며 체감하고 있어요.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긴 했는데, 이렇게 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인터뷰 일정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힘들겠다'는 생각보단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아 쑥스럽고, 감사하고 그래요.

▲ '원 더 우먼'이 사랑받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원 더 우먼'은 제가 시청자 입장으로 봐도, 대사가 굉장히 속 시원했던 거 같아요. 힘들고 우울한 시기에 이런 코미디 극을 보면서 시청자가 간접적으로나마 조금은 행복한 기쁨, 시원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요. 우리 드라마가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잘 이끌어주신 감독님과 작가님, 배우 선배님들이 있었기 때문이기에, 감사하단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랑해주신 시청자분들도 감사하고요.

이원근

▲ 군 복무 후 첫 작품이었는데요. 촬영장 적응은 수월한 편이었나요?

군 복무 기간을 포함해 약 4년 만에 촬영에 임한 건데, 오랜만의 촬영이라 낯설었어요. 원래 촬영장에서 긴장하던 것보다 몇 배로 더 긴장했던 거 같아요. 시간이 지나며 스태프들의 이름도 알게 되고 선배님들과도 친해지며, 긴장은 사라지고 행복하고 감사하게 촬영할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군대 가기 전과 후, 근로기준법으로 인해 촬영 환경이 바뀐 것에서 변화를 느꼈어요. 예전에는 하루에 주어진 신들의 촬영을 끝내야 해서 새벽이든 아침이든 계속 촬영했어요. 배우들은 자기 촬영이 아니면 쉴 수 있는데, 스태프들은 계속 촬영을 해야해서 쉬지 못하는 게 너무 힘들어 보였죠. 이제는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그게 안 되더라고요. 스태프도 쉴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 군 복무로 인해 배우 이원근으로서, 혹은 인간 이원근으로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군대에 있던 시간은 제게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얻은 바가 커요. 어린 친구들과 군 복무를 같이 했는데, 이 친구들을 어리다고 무시하지 않고 제가 그들에게 배울 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했어요. 군대에 있는 동안 허송세월 낭비하기보단, 그 안에서 느끼고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배울 점은 무엇인가, 생각하는 시간이었어요. 그런 부분들이 좋은 매개체가 되어, 제가 더 성장할 수 있게 해 준 거 같아요.

▲ 제대 후 첫 작품으로 '원 더 우먼'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군대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전역 후에도 코로나19가 계속 심해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하루하루 지쳐가고 있던 와중에, '원 더 우먼' 대본을 보니 극이 너무 재미있고 활력도 넘치고, 사이다성 대사나, 연주의 힘이 넘치는 캐릭터가 매력이 있었어요. 이런 작품에 합류하면 저도 큰 힘을 얻고, 그 힘을 시청자한테도 전해드릴 수 있겠다 싶어 합류하게 됐어요.

이원근

▲ 안유준 캐릭터는 어떻게 분석했고, 어디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요?

단순히 연주를 챙기고 따르는 후배 검사가 아니라, 남자로서 연주를 좋아하는 연하남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 부분을 가장 고민했어요. 감정신에서는 연주를 오랜 기간 짝사랑해온 유준이도 사랑받고 싶어 한다는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유준이가 연주에게 고백하거나, 마지막에 이별하는 장면은, 원래 대본에서는 웃으며 가볍게 연기하는 신이었어요. 그런데 리허설을 하는데 감정이 깊어져, 눈물이 올라오더라고요. 감독님께 이런 유준이의 감정을 설명드렸더니, 그게 유준이의 긴 짝사랑에 대한 서사가 더 잘 설명되는 거 같다고 동의해 주셔서, 그렇게 눈물 고이는 감정신이 나올 수 있었어요. 또 검사로서도 변화를 주고자 했어요. 연주에게는 한없이 귀엽고 모든 게 해제되는 유준이라면, 검사로서 취조할 때는 남자다운 날카로움을 보여주고자 했죠. 그렇게 편차를 두려 했어요.

▲ 연주 캐릭터를 연기한 이하늬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이하늬 선배님이 현장을 편하게 만들어주고, 에너지가 정말 좋으세요. 검사 역할들이라 법률용어를 쓸 때가 많았는데, 선배님이 그런 용어를 자연스럽게 쓰려면 평상시에 친숙해져야 한다고 해서 "너 촬영장 '출석'했어?" 이런 식으로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곤 했어요. 이하늬 선배님 뿐만 아니라, 이상윤, 진서연 선배님 등 다 너무 좋은 분들이에요. 제가 배우이기 전에 사람으로서도 배우는 게 많은 현장이었어요.

▲ '원 더 우먼' 마지막 회에 에필로그로 등장한 뮤직비디오가 화제였어요. 출연 배우들이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노래에 맞춰 저마다 코믹하게 춤을 췄죠. 어떻게 탄생한 에필로그인가요?

아이디어는 이하늬 선배님이 냈어요. 그만큼 선배님이 에너지를 듬뿍 쏟은 현장이었죠. 모든 사람들이 같이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 뮤직비디오를 찍어보자 한 건데, 정말 너무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뮤직비디오 찍을 때만 화기애애했던 게 아니라, 저희 모두가 원래 가지고 있는 그 텐션 그대로 한치의 과장 없이, 촬영장 분위기 그대로가 담겼어요. 방송으로 나온 결과물을 저도 박수 치면서 봤어요. 행복했어요.

이원근

▲ 극 중 안유준은 오지 않는 조연주를 기다리던 시간 동안 공부하고 사건기록을 살펴보며 검사로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캐릭터였는데요. 이원근 배우도 그런 인내의 시간을 통해 얻은 게 있을까요?

사람으로서도 배우로서도,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생각해요. 어느 순간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하고 안일한 생각을 하면, 배우로서 성장을 멈추고 사람으로서 인격적으로 견고해지지 못한다고 봐요. 전 배우로서든 사람으로서든 어떻게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해야 좋은 사람, 좋은 친구, 좋은 아들이 될 수 있을까, 그런 걸 항상 고민해요. 유준이는 연주를 기다리며 공부해 뭔가 결과물을 얻었다면, 전 아직 그 과정 안에 있다고 생각해요.

▲ 안유준 캐릭터와 이원근 배우의 비슷한 점, 혹은 다른 점이 있을까요?

유준이는 거의 10년 동안 연주를 짝사랑했죠. 고백했다가 거절당했는데도, 계속 짝사랑을 하다가 또 고백하고. 그게 저랑 다른 거 같아요. 저라면 '이만큼 노력했는데도 난 아닌가 보다' 하고, 물러섰을 거 같아요. 유준이는 사랑에서 만큼은 용기 있는 친구였어요. 유준이가 연주 앞에서는 살갑고 순한 강아지 같은데, 그건 제가 부모님이나 친구, 연애할 때의 모습과 비슷한 거 같아요. 저도 주변 사람들한테는 웃겨주려고 애교도 부리고 그러거든요.

▲ 그럼 유준이와 달리, 이원근의 사랑 방식은 어떤가요. 실제 연애스타일이요.

제가 차분하고 활동적이지 않고 말도 느린 편이에요. 그래서 실제로도 연주처럼 활기 넘치는 스타일을 선호해요. 저와 다른 상대방의 모습을 보며 에너지를 얻고, 상대방도 저의 모습을 보며 안정감을 얻고. 그런 게 좋은 거 같아요.

이원근

▲ 2012년 '해를 품은 달'로 데뷔하고 딱 10년이 지났는데요. 데뷔 초와 비교해 여전한 것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요?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어떤 기분이 들어요?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많은 부분이 감사함의 연속이었어요. 회사와 계약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하나도 빠짐없이요.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좋은 작품들을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해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잃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는 건, '자기에게 만족하는 순간 발전이 없다'는 마음자세예요. 조금은 괴롭고 외로울 수 있지만, 더욱더 자신을 괴롭혀야 해요. 그래야 1 정도 성장할 게 1.5가 성장할 수 있어요. 더불어, 늘 좋은 사람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좋은 사람이 되어, 남들에게 긍정적이고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항상 해왔어요.

▲ 이원근 배우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란 건, 어떤 사람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사람, 힘든 게 있으면 나누고 함께 기뻐하거나 슬퍼할 수 있는 사람, 앞뒤가 다르게 흉을 보지 않고 정말 그 사람을 응원해주는 사람, 뭔가를 배울 수 있고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사람, 그로 인해 내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제가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선배님들 중에 그런 좋은 분들이 있는데, 저 또한 저보다 어린 후배들에게 그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원근

▲ 인터뷰하는 동안 제일 많이 한 말이, '좋은 사람'과 '감사하다' 같은데요. 감사한 마음이 큰 게, '원 더 우먼'의 성공이 영향을 끼친 건가요, 아니면 전역 이후 마음가짐의 변화 때문인가요?

저라는 사람이 원래 그래요. 항상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절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항상 감사하단 생각을 해야 해요. 그걸 허투루 여기거나 당연하게 여기면 안되요. '원 더 우먼'의 흥행 여부와는 별개로, 이 작품을 위해 많은 분들이 고생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짜증을 내거나 그러면 안돼요. 그건 제가 데뷔 때부터 항상 금기해 왔던 부분이에요. 어느 현장이든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은 없어요. 설령 '원 더 우먼'이 사랑받지 못했어도, 어느 누구에게도 화살을 돌리진 않았을 거예요. 코로나 시국에 모두가 방역수칙 지키며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 전 개인적으로 많은 걸 배운 현장이라, 자연스럽게 선배님들과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감독님이 제게 "'원 더 우먼'이 배우 이원근에게 대표작이 된 거 같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말 한마디가 제게 너무 따스하게 느껴졌고 감사했어요. 군 이후 오랜만에 한 작품이라 그런 것도 아니에요. 전 항상 어떤 작품이든, 역할이 크든 작든, 그 작품에 임할 때에는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해요.

▲ '원 더 우먼'이 앞으로 이원근 배우의 작품 선택에 영향을 끼칠까요? 이 작품이 본인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지 궁금합니다.

'원 더 우먼'이 시청자 분들에게 사랑받았다고 해서, 현재에 만족하거나 마냥 즐기지는 않을 거에요. 제가 더 성장할 수 있는 방법들이 무엇이 있을까, 끊임없이 배워나갈 거고 노력할 거예요. 계속 그래 왔듯, 앞으로의 작품 선택에 있어서도 제가 도전할 수 있고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은 뭐가 있을까를 고민할 거고요. '원 더 우먼'은 감독님의 말씀대로, 저의 대표작이 되었고, 그만큼 마음속 깊이 오래 자리 잡을 거 같아요. 배우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게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끔, 해 준 작품이라 제게 더 의미가 커요.

[사진제공=유본컴퍼니, 최성현 스튜디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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