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불륜남→순정남 컴백 이상윤 "영리한 배우가 되고 싶다"

강선애 기자 작성 2021.11.15 14:29 수정 2021.11.15 14:45 조회 19,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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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2년 전 드라마 에서 아내를 두고 불륜을 저지르는 남자 박성준을 연기하며 시청자의 원성(?)을 샀던 배우 이상윤이 원래 잘하던 걸로 돌아왔다. 사랑하는 여자를 곁에서 돕고, 오직 그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정남. 이상윤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원 더 우먼'에서 촉촉한 멜로 눈빛에 훈남 매력을 폴폴 풍기며 여심을 자극하는 남자 주인공 한승욱 캐릭터를 소화했다.

이상윤은 악역보다 선역이 잘 어울리는 배우다. 서울대 출신의 '엄친아' 이미지, 선한 눈매와 반듯한 외형, 차분한 말투와 젠틀한 태도 등이 멜로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과 찰떡이다. 그래서 순정남 한승욱은 이상윤과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불륜남 박성준에서 순정남 한승욱으로 돌아온 건, 어떻게 보면 전략적 선택이었다. 모든 게 완벽하고 한 여자에게만 지고지순한 남자 한승욱을 통해 이상윤은 다시 순정남의 이미지를 되찾았다. 또 한승욱과 잘 어울리는 이상윤으로 인해 '원 더 우먼'의 완성도는 더 높아질 수 있었다. 서로에게 '윈윈'인 캐스팅이었다.

배우는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기도 하고, 반대로 자신이 가장 편하게 느끼고 잘할 수 있는 연기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이상윤은 자신과 잘 어울리는 역할이 뭔지 알고, 그 안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배우다. 드라마틱한 변신은 아니더라도, 자신이 잘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맡아 조금씩 결이 다른 연기를 보여준다.

"영리하게 작품을 선택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는 이미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이상윤

▲ 2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인 '원 더 우먼'이 큰 사랑을 받아 종영하는 기분이 남다를 것 같아요.

한 작품의 촬영이 끝나는 게 시원하기도 하고, 너무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한 현장이었는데 그들과의 촬영이 더 이상 없다는 게 아쉽기도 해요. 정말 즐거운 현장이었는데. 여러 가지 감정이 들어요.

▲ '원 더 우먼'은 최고 시청률이 20%를 넘길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는데요. 인기를 좀 체감했나요?

직접적으로 체감한다기 보단, 건너건너 들은 이야기가 많아 '많이 봐주시는구나' 했어요. 부모님의 지인 분들이 내용을 궁금해하며 물어보기도 했고, 최근에 바이크 용품 샵을 갔는데 사장님이 "드라마 잘 보고 있다"면서, 요즘 직장인들이 '원 더 우먼' 안 보면 대화에 못 낀다고 하더라고요. 그 정도로 많이 본다는 걸 들으며, 간접적으로 인기를 느꼈어요.

▲ '원 더 우먼'이 이렇게 사랑받은 이유는 뭐였을까요?

흥행 비결은 아무래도 '시원함' 아닐까요. 여러 가지로 답답한 시국에, 할 말 다 하고 거침없이 행동하는 조연주(이하늬 분)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지 않았나 싶어요. 이야기 진행이 빠른데 재밌는 대본, 그걸 잘 살려준 연기자들, 잘 리드해주시는 감독님, 이런 여러 가지가 잘 맞았던 거 같아요.

이상윤

▲ 한승욱 캐릭터의 매력은 어떤 점이라고 생각하나요?

고군분투하는 조연주에 감정이입하다 보면, 힘들 때 유일하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 그게 한승욱이란 게 매력포인트 아니었을까요. 승욱이란 인물이, 특별히 잘하는 게 있지도 않고,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는 도움을 받기도 해요. 보통 드라마에선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한테 해줘야 하는 걸, 여기선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한테 해주죠. 대신 가장 힘들 때 옆에서 같은 편이 되어주는 거, 그게 승욱이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 '원 더 우먼' 캐스팅, 한승욱 역을 맡게 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작년에 봤던 대본 중에 가장 재밌게 읽었어요. 그리고 전작 에서 워낙 욕을 많이 먹어서(웃음), 회사 대표님과 다시 좋은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찾아보자 하던 와중에, 연주 옆에서 좋은 사람으로 있어주는 승욱이가 저한테 필요한 캐릭터라고 의견을 모았죠. 또 하던 연극을 끝내며 빨리 새 작품에 들어가고 싶었던 때라, 그렇게 딱 한승욱을 맡게 됐어요.

▲ 한승욱이란 캐릭터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하고 분석했나요?

제가 생각한 건 두 개였어요. 아버지에 대한 감정과, 첫사랑 강미나에 대한 감정이요. 첫사랑이 나중에 알고 보니 강미나가 아니라 조연주였던 거고. 그 두 개의 감정만 갖고 가려 했어요. 나머진 상황들과 자연스럽게 묻어난 거고요. 아버지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강단 있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들이, 연주와 같이 있을 땐 따뜻하고 쾌활한 모습들이 나올 수 있었죠.

이상윤

▲ 한승욱을 연기함에 있어 가장 어렵게 다가왔던 부분은 뭐였나요?

제일 어려웠던 건 후반부에 아버지 죽음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됐을 때의 감정이었어요. 승욱이가 아버지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미국에서 돌아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움직이는데,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아 그게 좀 혼란스러웠어요. 또 진실이 밝혀진 후 승욱이의 감정이, 제가 느낄 땐 승욱이와 아버지의 추억은 말로만 진행된 거라, 그 감정을 표현해야 한단 게 어려웠어요. 14회 에필로그에서 그걸 연기했는데, 감정 잡기가 힘들었죠. 어떻게 하긴 했는데, 그래도 보신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뿌듯해요.

한편으로 또 어려웠던 건, 전체적으로 극이 코믹스러운데 그 속에서 승욱이 혼자 진지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승욱이도 그 상황에 참여하고 있으니 반응을 보이긴 해야 하는데, 너무 반응이 크면 승욱이 캐릭터가 무너지고, 반응을 안 하자니 승욱이만 딴 곳에 가있는 것도 아니고. 감독님도 "승욱이만은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고 하셔서, 그 수위조절이 어려웠어요.

▲ 상대 배우인 이하늬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두 배우의 상반된 성격이 조명되면서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하늬 씨가 원체 에너지가 좋은 사람이라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늘 현장을 유쾌함으로 이끌어줬죠. 제가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밝게 맞아주고, 연기적으로 배려도 많았어요. 시간이 지나고 친해지며, 서로 더 살릴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편하게 얘기하고 장난스럽게 신들을 해석하고 하면서, 재밌게 촬영했어요.

▲ 이상윤, 이하늬 배우를 비롯해, 노학태 역을 연기한 김창완 배우까지. 셋이 '원 더 우먼' 3인방으로 활약을 펼쳤는데요. 세 배우 모두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력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어요. 촬영장에서 학연이 주는 동질감 같은 게 혹시 있었나요?

연기가 전공이 아닌 학교 출신 동문이 이렇게 모여 연기한다는 게 재밌는 경험이었죠. 아무래도 서로, 그런 게 있지 않았을까요? 이 쪽 세계에 와서 일을 할 때 남다른 고민들이 있었을 텐데, 그걸 비슷하게 겪었을 사람들을 만났을 때의 동질감 같은 거요. 극 중 한 팀으로 나오다 보니,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굉장히 친해졌어요. 셋이 같이 찍는 신이 끝났을 땐 헛헛하더라고요. 김창완 선생님이 학교를 다니던 시절과 제가 다니던 때와는 다른 게 많아 학교 얘기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고, 하늬 씨랑은 저와 같은 시기에 학교를 다녀 이야기가 통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학교 식당에서 뭐 팔았나, 뭐 그런 거요. 그런 이야기는 나누곤 했어요.

이상윤

▲ 올해로 연기 경력이 14년 정도 됐는데요. 과거와 비교했을 때 배우로서 성장한 점,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에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제가 낯을 가리는 편인데, 그래도 10년 이상 현장에 계속 있다 보니, 처음 보는 현장 스태프 앞에서도 그런 걸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더라고요. 연기를 시작했을 때에 비해 그런 건 성장했구나 싶어요. 이번 현장에선 좀 더 편하게, 여유를 가져보려 했어요.

연기적으로는, 힘을 빼려고 노력한다는 게 전과 달라진 점 같아요. 뭐든 힘을 빼는 게 답인데, 예전엔 절 증명해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오히려 더 힘이 들어가고 그랬어요. 그냥 연기를 한 거지, '진짜 연기'를 한 게 아니더라고요. 내가 진짜 느끼고 내가 편해야, 보는 사람도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 지난 연기 인생을 돌아봤을 때, 스스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요?

요즘 그런 생각을 자주 해요. 지금까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온 건 분명한데, 좀 편하게 작품을 선택하고 연기했던 거 같아요. 제가 가야 할 길에 깊이 고민하며 한 선택이라기 보단, 그 순간의 기분에 따라 선택했던 거 같아요. 이제는 영리하게 작품 선택을 하고, 완성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에는 어렸고 부족했으니 봐주는 게 있었다면, 지금은 더 완성된 걸 시청자도 관계자도 바랄 거라 생각해요. 제가 그런 나이도 됐고요. 이제 점점 더 사람들이 날 기다려주지 않을 거다, 그래서 철저하게 고민하며 매 순간을 임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40대가 되면서 연극에 도전한 것도, 그런 터닝포인트였어요. 좀 더 영리한 배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상윤

를 2년 넘게 고정출연 하다가 하차했잖아요. 예능에 더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에서 나온 건, 저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에요. 예능으로서 보여드릴 수 있는 건 다 보여드렸다 생각했죠. 저한테 새로운 게 나오지 않더라고요. 시청자도 재미없어할 거 같아, '이건 내가 나오는 게 맞겠다' 싶었어요. 아직까진 제게 새로운 것들이 충전이 안 된 거 같아서, 다시 고정으로 예능을 해볼 생각은 없어요. 어느 날, 제가 살면서 경험도 더 많이 하고 더 큰 사람이 되어 있을 때, 그 때라면 할 수 있을 거 같지만, 현재는 그럴 계획은 없어요.

▲ 마지막으로 '원 더 우먼'을 끝내며, 이 작품이 배우 이상윤의 연기 인생에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은지, 또 시청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으면 좋겠는지 말해주세요.

저한텐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연기적으로 고민하던 거, '편하게 해 보자'라는 걸 처음으로 제대로 시도해본 시간이기도 했고요. '좀 다르더라'는 말을 들을 수 있어 좋았고, 좋은 사람들과 연을 맺었고, 성적까지 좋아 제게는 모든 게 선물 같은 작품이었어요. 시청자 분들한테는 마지막까지 시원하고 좋았던 작품으로 남으면 좋겠어요.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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