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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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알' 대구 청테이프 살인사건…전문가, "두 가지 감정 공존하는 범행, 공범 있을 가능성 높아"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1.11.14 03:36 수정 2021.11.14 17:15 조회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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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엄마의 진짜 마지막 손님은 누구?

1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엄마의 마지막 손님'이라는 부제로 대구 청테이프 살인사건을 추적했다.

제작진 앞으로 한 통의 제보 메일이 도착했다. 지난 2008년 5월에 벌어진 부산 청테이프 살인사건과 같은 방법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내용의 메일.

부산 청테이프 살인사건은 30대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청테이프에 결박당한 채 숨진 후 발견된 미제 사건이었다. 그리고 방송은 취재를 통해 이 사건이 우발적인 살인이 아닌 면식범의 계획적 범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을 밝힌 바 있었다.

제보자는 어머니 홍태순 씨가 1999년 대구에서 손발이 결박되고 얼굴에 청테이프가 감긴 상태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구 청테이프 살인 사건으로 불리며 수사팀까지 꾸려지기도 했지만 범인을 찾지는 못했다.

사건 당일 홍 씨의 남편은 연락이 닿지 않는 아내가 걱정되어 아내의 동생 부부에게 아내의 안부를 확인해달라 부탁했다. 이에 급히 동생 부부는 그의 집으로 향했지만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고, 잠긴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리고 담을 넘어 들어간 집에서는 처참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홍 씨가 발견됐다.

시신 주변에서는 홍 씨의 남편이 수집했던 피 묻은 수석이 발견됐다. 그리고 시신의 얼굴에는 비닐봉지가 씌워져 있었고, 그 비닐봉지는 청테이프로 여러 겹 감겨 있었다. 또한 당시 담당 경찰은 "손발이 마치 관 속에 있는 사람처럼 묶여있었다. 마치 염하는 자세 같았다"라고 시신의 모습을 설명했다.

그리고 당시 경찰은 면식범의 소행일 것이라는 추정 하에 대대적인 수사를 펼쳤지만 이후 수사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고 결국 지난 2014년 11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범인을 처벌할 수는 없지만 지금이라도 진실을 알고 싶은 가족들은 그 알팀에 도움을 요청해온 것. 이에 제작진은 가족들과 함께 그날의 진실을 추적했다.

사망 당일 바로 발견되지 못한 홍 씨는 뇌의 심한 부패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원인은 바로 심하게 높여둔 보일러의 온도 때문. 이에 가족들은 평소 검소했던 홍 씨가 아닌 범인의 보일러를 조작한 것이라 추측했다. 또한 시신 발견 당시 부엌에서는 커피 잔 두 개와 김장을 하던 흔적이 발견됐는데 이에 경찰뿐 아니라 가족들도 면식이 있는 사람이 방문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경찰은 홍 씨의 사망 추정 시간을 시신 발견 사흘 전인 12월 17일 오후로 추정했다. 이에 그 전의 홍 씨의 행적을 추적했다.

12월 16일 오후 기름 배달부가 홍 씨의 집을 방문했다. 당시 외상으로 거래를 한 홍 씨. 이때 배달부가 가져온 기름은 당일 전셋집으로 이사를 온 1층 전셋집의 것이었다. 이날 기름이 배달된 후 60대 여성이 1층으로 이사를 들어왔다.

그리고 12월 17일 세입자가 전날 외상을 한 기름값을 맡기고 외출했다. 그리고 이후 오전 10시 기름 배달부가 홍 씨의 집을 찾았지만 그를 만나지 못했다. 이어 17일 오후 12시 30분 부동산 업자와 또 다른 전셋집을 보러 온 남자 손님이 홍 씨 집을 찾았다. 이에 경찰은 이들이 커피잔의 주인이 아닐까 추측했지만 검사 결과 그들은 주인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후 기름 배달부가 두 차례 다시 홍 씨를 찾아왔지만 그를 만나지 못했다.

이에 가족들은 가장 먼저 집을 보러 온 사람을 의심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용의점은 찾지 못했다. 그리고 전문가는 범인이 집안 곳곳의 물건들을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아 면식 관계이면서 집안 내부 구조를 잘 알고 있고 피해자의 집에 최소한 몇 시간 이상은 올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범인이 여성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러한 분석은 가족들이 의심스러워하는 또 한 명의 인물과 이어졌다. 홍 씨가 사건 발생 전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는 중학교 동창. 그는 간호사 출신의 보험 설계사로 시신 발견 당시 집안에서 발견된 보험 증서를 설계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이 홍 씨의 동창은 홍 씨가 사망 전 마지막으로 전화 통화를 한 인물이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보험 설계사인 홍 씨의 동창을 의심했다. 사건 발생 며칠 전 교통상해 보험에 가입했던 홍 씨는 사망 추정일 오전 세입자로부터 기름값을 받은 뒤 동창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들이 나눈 대화는 바로 보험 해약에 관한 것이었다.

사건 발생 며칠 전에도 홍 씨 집 근처에 방문했던 동창. 이에 경찰은 그에 대한 의심을 더욱 키웠다. 그러나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홍 씨가 마치 염하듯 죽어있던 모습에 간호사 출신의 동창에 대한 의심을 버리지 못했다.

사실 경찰도 그를 의심했지만 동창은 용의자가 아닌 참고자 자격이었다. 범행 동기가 충분하지 않고 사체를 결박한 매듭이 여성이 만들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범인이 수석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공격하고 이후 청테이프로 얼굴 결박, 후에 손과 발을 결박했을 것으로 보았다. 당시 시체 부검 결과도 머리의 부상 또는 이물질에 의해 기도가 막혀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리고 경찰은 시신에 남은 결박이 시신 수습을 위함이며 이는 미안함을 드러낸 것이라 보며 면식범의 소행일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범죄 전문가의 소견은 달랐다. 이들은 테이프 결박을 하는 살인의 경우 대부분 강도 살인이라는 것. 또한 법의학자도 결박은 사망 후가 아닌 사망 전 행해진 것이며 결박의 목적은 살인이 아닌 저항과 반항을 막기 위함이라 분석했다.

결박이 행해진 시점이 바뀌면 사건은 완전히 달라졌다. 만약 사망 후 결박이 있었다면 이는 면식범의 감정적 살인으로 부산 청테이프 사건과 굉장히 닮아 있었다. 하지만 사망 전 결박이 이뤄졌다면 전혀 다른 사건이 되는 것이었다.

범죄 전문가들은 앞으로 하는 결박에 대해 "목표로 하는 물건들을 찾기 위해 협박하거나 위협할 때 하는 결박의 형태다. 피해자와 의사소통을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결박을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넥타이로 한 결박이 순서상 첫 번째로 이뤄졌고, 이후 반항과 저항을 줄이기 위해 여러 도구가 등장해 결박이 추가된 것이라 추측했다. 또한 사망 원인은 당시 부검 결과와 달리 목을 압박한 경부 압박에 따른 질식사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대구 청테이프 살인 사건은 가장 먼저 손목 결박, 이어 재갈 물리기, 이러 다리 결박 후 경부 압박이 이뤄지고 마지막으로 사망을 확인하기 위한 머리 가격으로 이어졌을 것. 이에 권일용 교수는 "금품 강취나 절취의 목적으로 보인다. 그 후에 범행이 진행되며 자신들의 얼굴을 알아봤거나 알 수 있는 상황이 되어 살인으로 이어진 유형 같다"라고 설명했다.

취재 중 또 하나의 특이점이 발견됐다. 홍 씨의 사망 추정일에 홍 씨의 1층 세입자 집에 도둑이 든 것. 이에 전문가는 사건 두 개가 겹친다며 별개의 사건으로 보기 힘들다고 했다. 그리고 전세보증금이 들어왔을 시기에 일어난 사건이 우연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마지막으로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운 범인에 대해 "면식 관계로 시신으로서의 피해자 얼굴을 보기 힘들기 때문에 가려놓았을 것이다"라며 "공격 행위와 이 상황이 전개되지 않았으면 하는 두 가지 감정의 공존하고 있는 범행이다. 그렇기에 이 사건은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범인에 대해 돈이 목적이고, 범죄 경험이 있는 홍 씨를 잘 아는 사람의 범행으로 단독 범행이 아닌 공범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둘 중 하나는 여성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정의와 진실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며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기 위한 어떤 기적이 일어나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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