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양기원이 '나비약'이라 불리는 식욕억제제의 부작용 경험담을 밝혔다.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나비약과 뼈말라족'이라는 부제로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의 부작용과 오남용을 조명했다.
부작용을 겪은 이들은 "악마가 있다면 이런 게 악마일까 모르겠다. '싸워 계속 싸워'라며 하얀색 빛 같은 게 몸에 들어온다", "아는 사람의 목소리로 죽으라고 한다던가, '누가 누굴 죽였어'라고 한다", "신의 특별한 능력을 받은 걸 거야. 내가 기도하면 얘도 살아날 거야 한다"라며 환청과 환각에 시달렸다고 호소했다.
부작용 호소자 중에는 배우 양기원도 있었다. 양기원은 영화 '바람', 드라마 '나쁜 형사' 등에 출연한 배우다. 그는 지난 2019년 4월 12일 새벽 1시 무렵, 서울 학동역 부근에서 기이한 행동을 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아무도 없는 길에서 갑자기 점프하고, 길에 누웠다가 일어서고, 허공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급기야 차도로 뛰어들어 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그가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의심하고 조사했지만, 정밀 분석 결과 그는 마약을 하지 않은 게 증명됐다. 그렇다면 2년 전 그는, 왜 그런 기이한 행동을 했던 걸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현재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양기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2년 전 사건 이후 내내 침묵했던 그는 "카메라는 드라마 찍고 난 후 오랜만이다. 그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가족이라도 못하겠더라. 이런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믿어주지도 않을 거 같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양기원에 따르면, 그는 사건 당일 드라마 미팅을 했는데 그때부터 몸의 이상을 느꼈다. 그는 "콩알탄 같은 게 수백 개가 몸에서 막 터지는 느낌이었다. 그게 파바박 터지면서, 몸이 마음대로 움직였다"라고 말했다.
당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제멋대로 움직였다는 양기원은 알 수 없는 환청에도 시달렸다고 전했다. 그는 "환청 같은 게 막 들렸다. 계속 싸우라고, 너의 믿음을 증명해보라고 했다. 차 왼쪽 모서리 헤드라이트를 박고 내가 날아갔다. 땅에 떨어져 데굴데굴 구르는데 너무 아팠다. 근데 '아, 난 선택받은 사람이구나. 난 스페셜한 사람이구나' 싶었다"라고 했다.
당시 술도 안 마신 상태였고, 마약도 하지 않았다는 양기원은 왜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 "그걸 저도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양기원처럼 환각, 환청, 도취감, 급격한 감정 기복을 느꼈다는 또 다른 제보자들을 만났다. 이들의 공통점은 '나비약'이라 불리는 식욕억제제를 처방 받아 먹었다는 것.
배우 일을 하며 역할에 따라 증량과 감량을 반복했다는 양기원은 한 번 크게 살을 찌운 후 빠지지 않았고, 그때 여동생이 식욕억제제를 알려줬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걸 약으로 생각 안하고 시중에 파는 흔한 다이어트 보조제로 인식했다"며 병원에서 펜디메트라진 성분의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아 복용했다고 밝혔다.
해당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제보자들 중 다수가 우울과 환청, 환각 등 부작용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약물이 복용 기간이 길어지면 합병증 등 정신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충분한 설명 없이 해당 약들이 쉽게 처방되고 있는 실태가 드러나 우려를 자아냈다.
양기원은 해당 약을 남용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경찰 체포 당시 "한 번에 8알의 식욕억제제를 먹었다"고 진술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한 번에 8알을 먹진 않았다. 그날 제가 다시 약을 (끊었다가) 먹은 지 이틀째였다. 오전에 둘, 저녁에 둘, 그렇게 이틀 하면 여덟 알인데, 미친 사람이 될 바에야 차라리 '다량의 약을 복용하고 내가 약에 취해 그랬다' 그렇게 이야기해야 그런 행동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제 나름대로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번에 두 알 이상 먹어본 적이 없다. 한 알만 먹어도 심장이 엄청 뛰고, 몸이 힘든 약이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그는 해당 약을 과다 복용한 것도 아닌데 부작용에 시달린 것이다.
양기원은 현재 가족과 제주에서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 보내고 있다. 그는 "지금은 (약을) 안 먹는다"며 "근본적이 치료약은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 내가 나를 사랑하고 그다음에 외과적인 치료를 받는 거다. 결국엔 날 지키는 용기를 주는 과제였다. 나도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조금씩 천천히 해보려 한다"라고 말했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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