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런닝맨 11년' 송지효, 예능과 연기 사이 바람직한 균형

강선애 기자 작성 2021.08.19 17:42 수정 2021.08.19 18:45 조회 4,141
기사 인쇄하기
송지효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전문 예능인이라도 한 예능 프로그램을 10년 이상 고정 출연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배우 송지효는 본업이 연기이면서 SBS 예능 '런닝맨'에서 11년 동안 뛰었다. 배우는 작품마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기에, 이미지가 굳어질까봐, 혹은 캐릭터 몰입에 방해요인이 될까봐 지속적인 예능 출연을 꺼리곤 한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송지효의 10년을 넘긴 예능 활약은 남다른 경력이고, 여배우로서도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송지효는 배우라고 해서 예능 출연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런닝맨' 출연으로 잃은 건 전혀 없고 얻은 게 훨씬 많다고 한다. 또 배우로서 작품과 캐릭터를 선택할 기회도 '런닝맨' 출연 이후 더 다양해졌다며, '런닝맨'에 고마운 마음이 크다.

배우의 신비주의는 깨진 지 오래고, 작품 홍보를 위한 예능 출연은 필수코스가 됐다. 무엇보다, 예능에 출연하는 배우와 드라마 속 캐릭터를 분리하는 대중의 눈이 정확해졌다.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만 잘 소화한다면, 대중은 예능의 모습과 동일시하지 않는다. 결국 예능 출연 여부와 상관없이, 배우는 연기만 잘하면 된다는 소리다.

그래서 송지효는 '런닝맨'의 활약상과는 별개로, 배우로서도 최선을 다한다. 안 해본 장르, 시도하지 않았던 캐릭터에 도전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려 한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침입자'에서 맡았던 미스터리한 유진 역도, 최근 OTT 티빙(TVING)을 통해 공개된 드라마 '마녀식당으로 오세요'의 마녀 조희라 캐릭터도 그런 새로운 시도의 일환이었다.

송지효가 '런닝맨'에서 아무리 멍한 모습을 보여도, 상식퀴즈를 틀려 놀림을 받아도, 험한 말로 멤버들에게 고함을 쳐도, 그런 코믹한 모습들이 그녀의 배우로서 영역까지 침범하지는 않는다. 대중은 예능인 송지효와 배우 송지효를 명확히 구분할 줄 안다. 이는 '런닝맨'을 해 온 지난 10여년 동안, 송지효가 배우로서도 균형을 잡고 성실하게 노력해왔다는 방증이다.

아직도 연기와 예능 사이에서 고민하는 배우가 있다면, 송지효가 하나의 좋은 본보기가 될 듯하다.

송지효

▲ 마녀 연기라는 새로운 시도

Q. '마녀식당으로 오세요'는 소원을 들어주는 음식을 만드는 마녀 희라의 이야기가 중심이었어요. 마녀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생소한 도전이었는데요. 특별히 연기 변신을 위한 선택이었나요?

송지효: '변신'이라면 너무 거창한 말이고, 그냥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어요. 장르도, 캐릭터도, 여태까지 보여드리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도전의식이었죠. 부담감도 컸고, 많이 어려웠어요. 마녀는 동양적이기보단 서양적이고 낯선 캐릭터잖아요? 그 부분에서 보는 분들이 거리감이나 거부감이 들지 않게끔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Q. 마녀라는 판타지적 캐릭터를 형상화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요. 어떻게 중심을 잡고 표현하고자 했나요?

송지효: 너무 마녀스러운 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고, 그렇다고 너무 친근감 있게 표현하기엔 마녀는 익숙한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고민이 많았고, 초반에 많이 헤맸어요. 그러다 이수현 감독님이 "마녀 희라는 인간세계에서 살아온 캐릭터라, 너무 마녀스럽지도, 너무 인간스럽지도 않은 중간적 인물"이란 말을 해줬는데, 그 말이 제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제가 너무 '마녀'란 틀에 갇혀 있었구나 싶더라고요. 차갑지만 인간적이고, 도시적인데 따뜻한, 희라의 그런 부분을 조금씩 표현해보자 했어요. 그동안 편안하고 익숙한 이미지의 연기를 주로 하다가 캐릭터 연기를 하려니, 힘들긴 힘들더라고요.

Q. 마녀이다 보니 어두운 톤이지만 진한 메이크업, 화려한 스타일링이 강렬했어요. 마녀 희라의 외모적인 건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송지효: 모든 걸 저희 스태프들한테 믿고 맡겼어요. 제가 처음에 스태프들한테 '너희들의 꿈을 펼쳐봐. 하고 싶은 거 다 해봐'라고 말했었어요.(웃음) 마녀스럽게 보이는 비주얼을 위해 스태프들이 많이 고민해줬는데, 너무 화려한 결과물을 가져오더라고요. 제가 그런 스타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착용하는 게 불편하기도 했고, '이게 나한테 어울릴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도 제가 해야 하는 몫은 스태프들이 열심히 노력해 가져온 것들을 잘 어울리게 소화하는 일이잖아요? 익숙지 않은 스타일링이었지만, 스태프들의 노력 덕에 마녀로서 화려한 볼거리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그럼 자신이 연기한 희라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요. 100점 만점에 점수를 준다면요?

송지효: 많이 줘서 70점? 제가 하고 싶었던 것과, 실제로 표현한 것에는 약간 차이가 있었던 거 같아요. 마녀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보여드려야 하나 하는 부분에서 저만의 생각에 갇혀있기도 했지만, 감독님께서 잘 이해시켜주셔서 표현할 수 있었고. 또 스태프들이 만들어준 외적인 부분에 잘 어울리기 위해 노력했던 점도 감안해서, 70점 주고 싶어요.

송지효

▲ 마녀에게 소원 빌 수 있다면? '코로나19 종식'

Q. 정진 역 남지현 배우, 이길용 역 채종협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송지효: 그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웃음), 전 너무 좋았어요. 이 친구들의 젊은 에너지, 항상 파이팅이 넘치고 긍정적인 태도가 좋았어요. 그들을 보며 '난 왜 저 때 저러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남지현 씨는 제가 생각하기에 씩씩하게 헤쳐나가는 모습들이 진이 캐릭터와 많이 닮았어요. 연기를 너무 잘하고, 똑 부러지는 성격도 좋았고요. 채종협 씨는 항상 웃고 있어요. 이 친구에게도 힘든 때가 있었을 텐데, '얘는 힘든 적이 없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항상 웃고 있는 모습이 예뻤어요. 그 친구들에게는 제가 나이가 좀 있는 언니, 누나였겠지만, 전 함께한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Q. 그럼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는 누구였나요?

송지효: 오 대표 캐릭터를 연기한 하도권 선배님이요. 선배님이 현장에 오기만 하면 웃음바다가 됐어요. 마지막 촬영이 저희 모두가 식탁에 모여 맛있게 음식을 먹는 장면이었는데, 하도권 선배님 덕분에 장면이 풍성하게, 정말 음식을 재미있고 맛있게 먹는 것처럼 나왔어요. 단연코 분위기 메이커는 하도권 선배님이었어요.

Q. 극 중 마녀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면 소원을 들어주지만, 대신 엄청난 대가가 따르는데요. 송지효 배우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는 세상사 진리를 느낀 순간이 있나요?

송지효: 있죠. 어렸을 때는 그 순간적인 감정들이 더 중요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는 뿌린 만큼 거두고, 힘든 만큼 좋은 일이 생긴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고생한 만큼 나중에 보람되는 시간이 올 거야'라고 절 많이 타이르게 되요. 제가 걸어온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제 생각도, 보는 시각도 바꾸게 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제 일이 더 소중해졌어요. 가는 시간도 아깝고요. 그래서 더 안 해 본 걸 해보고 싶고, 도전해보고 싶기도 해요.

Q. 희라는 소원을 들어주는 음식을 만드는 마녀였는데요. 실제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간절히 빌고 싶은 소원이 있을까요?

송지효: 상투적인 답변이라 느낄 수도 있지만, 가장 간절하게 빌고 싶은 소원은 코로나19 종식이에요. 코로나가 없던 예전의 시간들이 너무 그리워요. 이젠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이 마스크를 벗으면, 누가 누군지를 잘 모르겠어요.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기억해야 하죠. 소소하게 지인들과 맛있는 거 먹고 술 한잔 기울이던 그 시간도 그립고요.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마음일 거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힘드신 분들도 너무 많고. 지금 제 소원은 코로나가 빨리 종식돼서, 다시 예전 같은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송지효

'런닝맨'으로 잃은 건 없고 얻은 것만 많아

Q. 11년을 함께 해 온 '런닝맨'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여배우지만 예능으로 한류스타가 된 유일무이한 경우인데, 이 경력으로 본인이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송지효: 잃은 건 전혀 없고, 오히려 얻은 게 훨씬 많죠. 해외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것도, 예능이 크게 작용했고요. 무엇보다 예능을 하기 전엔, 보여드렸던 연기의 영향으로 저한테 어두운 이미지가 있었어요. 그런데 예능을 하고 나서 제게 친근한 이미지가 생겼죠. 이미지를 바꾸는데, 작품으로 보여질 때보다 예능을 통해서 시간이 훨씬 단축됐어요. 그러면서 저한테 더 많은 기회가 올 수 있었고요.

Q. 그래도 예능을 오래 하다 보니 연기자로서 이미지 변신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송지효: 이미지 변신에 대한 부담감 같은 건 없어요. 예능 이미지라 느끼는 어려움이라기 보단, 맡은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죠. 그건 작품을 할 때마다 늘 하는 고민이고요.

Q. 그렇게 고민했던, 이번 마녀 역할도 성공적으로 마쳤는데요. 송지효 배우의 도전의식을 깨우는 또 다른 역할이 있을까요?

송지효: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사랑이란 게 남녀 간의 사랑도 있지만, 동물에 대한 사랑, 가족 간의 사랑, 인간 대 인간, 혹은 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사랑 등 다양한 모습이 있잖아요? 그런 다양한 사랑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남녀간의 사랑을 연기한다면, 조금 더 깊은 멜로 연기도 하고 싶고요. 또 꾸미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도, 일상적인 느낌의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고 지루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일상생활 같은, 그런 작품이요.

Q. 2001년 잡지모델로 데뷔하고, 어느덧 20년이 지났어요.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감회가 남다를 거 같은데요. 2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 달라진 것이 있다면요? 그리고 40대가 되고 연기자로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송지효: 20년이나 됐는데, 안 변하면 안 되죠. 제가 절 봤을 때 성격적으로 달라진 건, 진짜 제 일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제 주변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커진 거 같아요. 예전엔 제 감정이 더 소중하고 앞서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40대가 되면서는 연기자로서 연기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또 제가 가진 이 젊음을 오래 유지하지 못할 거란 생각에 아쉬움도 남고 그래요.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많이 느끼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하자, 지금 이 순간이 더 좋은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생각을 하게 돼요. 물론 쉽지는 않지만, 앞으로 계속 더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송지효

[사진제공= 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