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아직도 혜리가 덕선이로 보이나요?

강선애 기자 작성 2021.07.22 16:15 수정 2021.07.22 16:22 조회 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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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에게 '인생 캐릭터'는 독이 든 성배다. '인생 캐릭터'를 만나 연기력을 인정받고 큰 사랑을 받는 건 좋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대중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힌 그 '인생 캐릭터'의 이미지를 지워내기가 쉽지 않다.

혜리에게 '인생 캐릭터'라 하면, '응답하라 1988'의 덕선일 것이다. 엄청난 인기를 가져다줬고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준 고마운 캐릭터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덕선이는 혜리에게 넘어야 할 큰 산이기도 하다.

비슷한 캐릭터를 맡으면 이미지가 굳어질까 걱정이고, 그렇다고 기존의 색과 전혀 다른 캐릭터를 밀어붙였다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도 있다. '인생 캐릭터'를 깨고, 자신만의 새로운 매력을 인정받기란 어려운 일이다.

혜리는 욕심부리지 않고 천천히 자기 길을 걷고 있다. 대중이 좋아해 주고 자신이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선택하면서도, 조금씩 변화를 준다. 그래서 크게 보면 명랑하고 선했던 덕선이와 결을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사도 성격도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 '투깝스'의 송지안도, '청일전자 미쓰리'의 이선심도 그랬다. 그리고 배우 혜리의 매력은 최근 종영한 tvN '간 떨어지는 동거'에서 연기한 이담 캐릭터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극 중 이담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똘똘 뭉친, 그러면서 솔직하고 당당한 성격의 '99년생' 요즘 대학생이었다. 원작이 웹툰이었던 만큼, 만화적인 코믹 요소도 다분한 캐릭터였다. 혜리는 이런 이담의 매력만을 쏙쏙 뽑아내 만화 속 2D 캐릭터를 완벽히 3D로 구현해냈다. '999세' 먹은 구미호 신우여(장기용 분)와의 로맨스도 풋풋한 첫사랑과 진한 멜로의 느낌을 적절히 녹여내 훌륭한 케미로 완성시켰다.

캐릭터의 나이나 성격의 유사성 때문에 혜리가 연기하는 덕선과 이담이 겹쳐 보일 줄 알았다. 그런데 '간 떨어지는 동거' 속 혜리에게선 덕선이 전혀 상상되지 않았다. 오롯이 이담으로만 보였다. 혜리는 스스로 기존 '인생 캐릭터'의 한계를 깨고,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혜리는 이렇게 또, 배우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혜리

▲ 이담과 싱크로율 80%…담이로 봐준 시청자에 감사

Q. '간 떨어지는 동거'를 마친 소감부터 듣고 싶어요.

지난겨울, 제일 추울 때 찍은 작품이에요.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너무 기대했고, 그만큼 열심히 찍었죠. 사전제작은 처음이라, 저도 본방송을 시청자의 입장으로 봤어요. 아쉬운 부분도 보이고, '저 때 저렇게 찍었지' 하며 회상도 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라마를 보내줘야 할 시간이 왔네요. 시청자 여러분이 많이 사랑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Q. 본격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이번 작품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것이 잘 구현됐다고 생각하는지요?

원래 로코 장르를 좋아하는데, 막상 제가 직접 연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소위 '잘 살려야 한다' 말하는 장면들이 많아서,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감독님과 작가님이 워낙 그 부분에 특출난 분들이라, 많이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며 찍었어요. '이 부분은 보는 사람이 재미있어해야 하는데' 하면서 찍은 장면들을 시청자도 좋아해 준 거 같아 다행이라 생각해요.

Q. 웹툰이 원작이었는데요. 원작 속 이담의 매력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원작 작가님이 제가 부담을 느낄 거라 생각했는지 '담이의 처음 모습을 혜리 씨를 보며 그렸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 '그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담의 최고 매력은 솔직하고 숨김없이 직진하는 마음인 거 같아요. 그리고 뭔가 자기가 잘못한 게 있으면 인정하려 하죠. 그런 요즘 친구 담이의 솔직한 모습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그런 모습들, 솔직함이라던가, 직진 화법이라던가, 그런 부분에서 담이랑 비슷한 부분을 찾으려 노력했어요. 담이의 코믹한 만화적 표현들도 표현해보고자 했고요.

혜리

Q. 이담의 다소 과한(?) 밝음이 실제 혜리 씨와 비슷해 보였는데요. 이담과의 싱크로율을 따져본다면요?

과한 밝음이 실제 저와 비슷한 부분이긴 한데.(웃음) 담이의 코믹적 표정이나 말투를 연기할 때 현장에서 웹툰을 보며 촬영하기도 했어요. 이담과의 외적 싱크로율은 절 보고 그리셨다니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성격적인 면에서 담이는 저보다 훨씬 더 당차고 솔직하고 거리낌이 없는 친구인데, 전 생각보다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 저와 담이의 싱크로율은 80% 정도 되는 거 같아요.

Q. '응답하라 1988' 덕선이가 혜리 씨를 대표하는 캐릭터라, 매 작품마다 회자되는 것 같은데요. 이담을 연기하며 덕선을 넘어서거나 차별화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나요?

'응답하라 1988'을 한 지 6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덕선이를 사랑해주시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에요. 저도 덕선이는 너무 좋아하는 캐릭터고요. 물론 배우로서 부담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지금 혜리로서 보여드릴 수 있는 최고의 장점,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잘 보여드리자는 거예요. 덕선이도 덕선이지만, 담이를 담이대로 표현하면, 이 모습 그대로 봐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어요. 다행히 이번엔 좀 더 담이처럼 봐주신 거 같아 감사하게 생각해요.

▲ 망가짐에 두려움 없어, 캐릭터 집중이 더 중요

Q. 이번 작품에서 연인으로 합을 맞춘 장기용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드라마 속 케미가 좋았는데, 화보나 일상 사진에서도 남다른 친밀도로 화제를 모았어요.

저희 7년 전쯤에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에서 만난 적이 있어요. 그때도 상대역이었는데, 제가 여유가 없다 보니 많이 친해지지 못했죠. 그래도 같이 했던 배우라 응원하는 마음이 늘 마음속에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만나 반가운 마음이 컸어요. 장기용 씨는 성격이 차분하고 상대를 많이 배려해주는 배우예요. 그래서 제가 많이 고마웠죠. 화보 촬영은 드라마 촬영이 다 끝난 후, 6개월 동안 거의 동고동락하고 정말 친해진 다음에 진행한 거라, 더 편한 모습이 나올 수 있었어요. 찍을 땐 이렇게 화제가 될지 몰랐는데, 결과물을 보니 나름 케미가 잘 붙은 거 같아요. 장기용 씨한테 감사하단 말씀드리고 싶어요.

Q. 극 중에서 담이는 신우여를 '어르신'이라 부르고 예의를 갖춘 유교적 관계인데, 키스신이나 베드신 같은 로맨스 장면에서는 과감한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비하인드가 궁금해요.

제가 키스신을 4년 만에 찍어 어색했어요. 이번 작품에서 첫 키스신은 장기용 씨가 아니라 배인혁 씨랑 먼저 찍었는데, 오랜만이라 그런지 부끄럽더라고요. 그래서 약간 배인혁 씨한테 의지(?)하면서 첫 키스신을 찍었어요. 장기용 씨와의 베드신은 저희가 많이 친해진 후반부에 찍었는데, 방송에는 찍은 거에 반에 반도 안 나왔어요. 그 신만 10시간 정도 찍었는데 너무 짧게 나와서 감독님께 여쭸더니 시청 관람가가 15세라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혜리

Q. 배우 혜리의 장점은 굳이 예뻐 보이려 하지 않는 점 같아요. 이렇게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진짜 사나이' 때, 화장도 안 하고 며칠 씻지도 못했는데도 많은 분들이 "예쁘다", "귀엽다" 해주셨어요. '응답하라 1988' 때도 화장기 없이 모니터에 나오는데 "사랑스럽다"고 해주셨고요. 그런 피드백을 받으며, '예쁜 척을 해서가 아니라, 솔직하게 내 모습을 잘 표현하면 예쁘게 봐주시는구나'를 깨달은 거 같아요. 그래서 전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대신 그 상황이나 캐릭터에 더 집중하려 해요.

Q. 스스로에게 '간 떨어지는 동거'는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나요?

처음부터 끝까지, 제 열정을 다 쏟아부은 작품이에요. 정말 잘 해내고 싶었어요. 물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분위기 속에서 촬영해 감사한 마음이 커요. 준비하고 촬영하며, 제가 느낀 게 너무 많아요. 제게 '간 떨어지는 동거'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찍었던, 애틋한 마음이 큰 작품으로 남을 거 같아요.

▲ 지금 잘할 수 있는 연기에 집중하고파

Q. 걸스데이 멤버들이 전부 연기를 하는데요. 멤버 언니들이 이번 드라마를 모니터 해줬는지, 어떤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줬는지 궁금합니다.

첫 방 했을 때 다들 연락을 줬어요. 드라마 볼 때마다 사진 찍어서 '지금 보고 있다'고 보내주기도 했고요. 저희는 너무 가족 같은 사이라, 작품이 재미없으면 안 보고 솔직하게 재미없다고 말을 해줘요. 그런데 이번엔 다들 재미있다고, 캐릭터와 제가 잘 어울린다고 말해줬어요. 언니들의 객관적 평가도 재미있다고 하니, 전 안심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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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능 '놀라운 토요일'(이하 '놀토')로 큰 사랑을 받다가 배우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아쉽게 하차했어요. 하차 이후 연기 활동에 생긴 변화가 있을까요?

'놀토'로 너무 큰 사랑을 받았고, 저도 너무 좋아한 프로그램이에요.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하차를 했는데, 확실히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놀토' 녹화를 금요일에 하는데, 그럼 목요일부터 '내일 어떻게 해야 하나', '오늘 빨리 자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하차 후에는 그런 작은 생각조차 안 하고, 오로지 '간 떨어지는 동거'와 이담만 생각할 수 있었어요. 제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체력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것도 다행히 잘 넘어간 거 같아요. '놀토'에서 하차해 속상하고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시청자로서 계속 응원할 거예요.

Q. 2012년 드라마 '맛있는 인생'으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하고 어느덧 10년이 흘렀어요.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어떤지, 스스로 배우로서 잘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너무 좋은 기회로 배우를 시작하게 됐어요.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당연히 힘든 것도 즐거운 것도 있었죠. 그렇지만 전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나왔고, 운도 좋았던 거 같아요. 그 안에서 늘 열심히 최선을 다하려 했어요. 그러다 보면 더 좋은 길로 잘 걸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요. 예전과 좀 달라진 게 있다면, 어렸을 땐 '폐 끼치지 말아야지'란 생각으로 임했다면, 지금은 '내가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생긴 거 같아요. 그런 부분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Q. 밝은 캐릭터를 주로 하다 보니, 배우로서 캐릭터 변신도 고민될 것 같아요. 기존보다 좀 더 묵직하거나 강한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나요?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저도 지금 하는 것과 결이 다른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어떤 타이밍이 좋을까도 생각하고 있고요. 언젠가 그런 타이밍이 오면, 묵직하거나 강한 역할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은 당연히 있어요. 그렇다고 무작정 욕심만 내다 보면, 좋은 작품에 제가 아쉬움을 남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제일 많이 드는 생각은, '내가 지금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하자' 예요. 혜리로서 보여드릴 수 있는 장점,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제 모습을 살릴 수 있는 캐릭터를 하자는 생각이에요.

Q. 현재 KBS 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를 촬영 중인데,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의 혜리를 기대하면 좋을까요?

지금 촬영하고 있는데, 거기서는 강로서 라는 역할이에요. 스포일러가 안 되는 선에서 키워드만 살짝 말씀드리자면, 로서는 씩씩하고, 용감하고, 똑똑해요. 그런 혜리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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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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