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소녀시대 유리 맞냐, 그런 칭찬 뿌듯해요"…배우 권유리의 성장

강선애 기자 작성 2021.07.10 09:56 수정 2021.07.11 15:14 조회 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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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리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내가 알던 소녀시대 멤버 유리 맞냐'라는 칭찬이 가장 뿌듯한 거 같아요. 캐릭터 그 자체로 보여졌다는 의미니까요. 이번에 그런 피드백을 많이 받아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소녀시대 유리'는 익숙하지만 '배우 권유리'는 낯설었다. 2007년 데뷔한 이래로 여러 차례 연기자로도 대중을 만나왔지만, 크게 성공한 작품도, 강렬하게 남은 캐릭터도 없었다. 대단했던 소녀시대의 명성에 비해, 배우로서 권유리의 존재감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최근 종영한 MBN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이하 '보쌈')에서 주인공인 화인옹주 수경 역을 맡은 권유리는 사극 연기가 처음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사극은 배우들이 어려워하는 장르 중 하나다. 그냥 연기만 잘하는 것도 힘든데, 의상, 헤어, 메이크업 등의 외형부터 말투, 걸음걸이, 행동 하나하나까지 사극에 어울리게 맞춰야 한다. 이에 베테랑 배우들도 사극 출연 후 생각지 못한 연기력 논란에 휘말리기도 한다.

그런데 사극을 만난 권유리는 펄펄 날았다. 단아하고 기품 있는 옹주의 꾸밈새와 잘 어울렸고, 사극체 말투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 어울림 위에서 권유리는 굴곡진 삶을 당당하게 헤쳐나가는 수경의 성장을 오롯이 표현했다. 20부 내내 흔들림 없이 수경을 연기해낸 권유리에게선 사극 초보라는 인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보쌈'은 9.8%라는 MBN 창사 이래 최고 시청률 성적표를 받았다. 드라마의 성공과 더불어, 권유리의 연기에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화인옹주가 내가 아는 그 소녀시대 유리가 맞냐"며 새롭게 보인다는 칭찬 섞인 반응들이 이어졌다.

비로소 권유리가 '소녀시대'가 아닌 '배우'로서 대중에 인정받는 날이 왔다.

권유리

▲ 첫 사극 연기, 두려웠지만 성장할 수 있었던 도전

권유리는 '보쌈' 대본을 처음 보고 조선시대 옹주인데 주체적이고 따뜻한 성격의 수경 캐릭터에 매료됐다. 수많은 사건들 속에 감정의 굴곡이 심한 캐릭터라 '내가 이렇게 삶이 기구하고 감정이 깊은 역할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섰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사극이란 장르에 처음 도전하는 것에 두려움이 가장 컸다.

"사극에 도전하는 것만으로, 처음엔 기대심보단 두려움이 더 컸어요. 출연 결심을 하기 전, 첫 촬영에 들어가기 전,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잘 선택했을까', '잘 해낼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죠. 괜한 도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겁이 많이 났어요."

처음에 권유리는 기존에 재밌게 봤던 사극 작품들을 찾아보며 참고하려 했다. 그런데 비슷하게 따라 하려는 게 오히려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사극톤에 갇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권유리가 찾은 답은, 사극에 얽매이기보다 수경이라는 캐릭터에 더 집중하고 분석에 공을 들여보자는 것이었다.

"사극 장르에 대한 갇힌 생각보단 '캐릭터 접근 방식을 고민해보자' 하니 훨씬 더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가장 중점을 둔 건, 수경옹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었죠. 수경이를 더 밀도 높게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옹주의 위엄과 권위를 보여주면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말투는 뭘까, 걸음걸이나 행동은 어떨까, 바우(정일우)를 만날 때 대엽(신현수)을 만날 때 왕인 아버지 앞에서는 각각 어떻게 반응할까. 그런 고민을 많이 했고, 그래서 훨씬 더 수월하게 수경을 연기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사극에 적응하기 위한 시행착오의 시간과 함께, 캐릭터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이 더해지니, 다 편해지더라고요. 앞으로 다시 사극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땐 '보쌈'보다 더 편안하게, 더 갖춘 상태로, 사극에 대한 장르 이해도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권유리

극 중 수경은 왕실의 권위와 가면 아래 갇혀 살다가 우연히 보쌈을 당해 바우란 인물을 만나고, 이후 비로소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캐릭터다. 죽을 위기를 여러 번 넘기고 온갖 고초와 고난을 겪지만 주체적으로 성장해 나간다. 권유리는 수경이가 옹주로서 위엄을 갖추면서도 당당한 태도로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에 반했다.

"드라마 촬영이 끝나는 지점쯤엔, 권유리란 사람도 수경이의 일부를 닮고 좋은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저도 수경이처럼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고 있는 시기인 거 같아요. 느리지만 하나하나 성장하고 배워가고 있죠. 이 작품을 통해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용기 내서 도전했는데, 그것에 대한 피드백이 좋으니, 더디더라도 계속해서 용기를 내고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드려야겠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먹게끔 됐어요. 그렇게 성장하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작품 좋은 캐릭터를 만나 좀 더 무르익은 표현이 나오지 않을까요. 이번 작품으로 인간 권유리도 조금 더 성장한 거 같아요."

▲ 소녀시대 유리가 아닌 준비된 배우 권유리

권유리는 2007년부터 10개 이상의 드라마, 영화에 출연해왔지만, 배우로서 확실한 발자취를 남기지는 못했다. 이번 '보쌈'은 권유리가 배우라는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낸 작품이다. "소녀시대 유리로 보이지 않았다"는 반응은 '배우 권유리'에 대한 인정인 만큼, 더 뜻깊게 다가왔다.

"가수로서는 '무대가 멋있다'는 칭찬이 제일 좋았는데, 배우로서는 '연기 잘한다'는 칭찬이 가장 좋죠. 기억에 남는 반응은 '내가 알던 소녀시대 멤버 유리 맞나'였어요. 저보단 수경 캐릭터 그 자체로 보였다는 의미니까, 뿌듯했죠. 이번에 그런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저랑 예전에 같이 작업했던 감독, 배우 분들한테도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고요. 그분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게 감사하고 행복했어요. 이런 순간을 늘 희망해 왔던 거 같아요. "

권유리

인정받는데 까지 오래 걸렸지만, 권유리는 그 긴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언젠가 연기하는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으로 오래전부터 승마, 액션, 검술 등을 배웠다. 막연하게 배워놨던 게 사극 작품인 '보쌈'을 만나 유용하게 쓰였다. 준비된 자에게 스며든 기회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

"제가 승마를 10년 전부터 배워놨어요. '언젠가 사극 속 배우처럼 말을 탈 일이 생긴다면 미리 배워두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했던 거죠. 그 경험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 훨씬 더 수월하게 승마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어요. '언젠가 '미녀삼총사'의 루시 리우처럼 멋진 액션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무술을 배운 적도 있어요. 아직 제대로 사용해본 적은 없지만요.(웃음) 액션 합을 맞추는 걸 보니까 짜여진 순서대로 움직이고 그에 맞는 표정을 짓는 게 춤추는 동작과 비슷하더라고요. 소녀시대 활동하며 익힌 춤 방법들과 닮아서 그런 지점들이 재미있었어요. 나중에 제대로 액션을 하게 된다면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권유리가 수경 캐릭터에 더 공감했던 건 어린 나이에 소녀시대 멤버로 데뷔하고 쌓아온 자신의 경험들이 투영됐기 때문이다. 우여곡절을 많이 겪으며 내적으로 단단해지는 수경을 연기하며 권유리는 자신을 돌아봤다.

"수경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옹주였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아 더 성숙한 여인이 됐죠. 저한텐 소녀시대로 활동을 한 시간들, 12살 때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19살에 데뷔를 하고 작은 사회를 경험한 것, 멤버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며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게 모든 것의 밸런스를 잡는 좋은 방법이라 느꼈던 게 수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죠. 저도 데뷔한 지가 꽤 됐고, 좋은 일 슬픈 일 아픈 일 다 겪으면서 단단해진 경험을 바탕으로 사연 많고 감정의 깊이가 있는 수경을 잘 표현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권유리

▲ 소녀시대로도, 배우로도, 계속 성장하고파

권유리의 연기 경력은 10년이 넘는다. 2007년 소녀시대 데뷔해에 출연했던 KBS 시트콤 '못말리는 결혼'으로 처음 연기의 맛을 봤고, 2012년 SBS 드라마 '패션왕'부터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아 왔다. 과거와 지금, 배우로서 스스로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뭘까.

"과거에 비해 대본을 읽을 때 이해가 잘 되고 공감능력이 더 생긴 거 같아요. 예전엔 대사를 보면 마음에 잘 와닿지 않거나 '어떻게 이런 말을 하지? 불가능할 거 같은데?'라고 단정 지었는데, 지금은 '왠지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아' 하는 부분이 훨씬 더 커졌어요.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그들을 보는 관점도 조금 달라진 거 같고요. 전보다 마음이 좀 더 열렸어요."

소녀시대는 권유리의 든든한 뿌리다. 지금은 소속사가 달라진 멤버도 있고, 저마다 활발한 개인 활동으로 다 같이 모이기 힘들지만,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은 변함없다. 특히 소녀시대에 연기하는 멤버가 많은 만큼, 서로 유용한 팁을 공유하기도 한다.

"멤버들은 '보쌈' 본방사수를 해서 단체 톡방에 인증샷을 올리곤 했어요. 효연이가 '이렇게 사극이 잘 어울릴지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수영이는 어머니께서 TV로 '보쌈'을 보시는 걸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줬고요. 그만큼 이 드라마를 좋아해 주시는 연령층이 다양하다는 의미라 더 고마움을 느꼈죠. 사극 연기를 해봤던 서현이나 윤아는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줬어요. 추운 산속 촬영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그런 방법 같은 거요. 그렇게 멤버들끼리 서로 많이 응원해주고 그래요. 저도 그렇게 하고요."

권유리

내년이면 소녀시대 데뷔 15주년이다. 소녀시대 완전체 활동이나 새 앨범 발매를 기대해도 좋을까.

"지금 멤버들이 각자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 중인데, 뿌듯하기도 하고 자부심도 들어요. 그래서 그런지, 새 앨범을 낸다면 지난 활동보단 좀 더 성숙하고 좋은 음악, 좋은 무대로 인사드리고 싶단 욕심이 커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멤버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좋겠어요."

'보쌈'을 끝낸 권유리는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이번 작품의 호평 덕에 좋은 제안들이 많아 긴 공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하게도 작품을 제안해주셔서 검토 중이에요. 머지않은 시일 내에 좋은 작품으로 찾아 뵐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제가 되고 싶은 배우는, 매력이 있어서 다음이 궁금해지는 배우예요. 계속 성장하고 좋은 모습, 또 다른 매력 보여드릴 수 있는 권유리가 되겠습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MBN]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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